‘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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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이 있어서 더욱 특별했던 한해였다.

특별한 감상은 없다. 다만, 굉장히 신나고 신기하고, 무엇보다도 용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나는 과연, 이길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 모든 걸 내걸고 싸울 수 있을까. 싸우다가 죽어도 좋을만큼 이 전투는 그렇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

만화 같은 이런 영화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건, 우리가 승리의 확신 없이는 현실에 맞서 싸울 용기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질 줄 알면서도 싸울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진짜 용기가 아닐까.

함께 영화를 본 금융연구원의 최공필 박사는 날마다 오크족 못지 않은 막강한 적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허풍을 떨었다. 그의 적들은 일차적으로, 위기를 의식하지 못하는 정부 관료들이다. 그는 지금이 IMF 무렵보다 더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한다. 경제는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그는 위기를 넘어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날마다 수많은 보고서를 만들고 정책 제안을 내놓지만 받아들여지는 건 하나도 없다. 그에게 권력의 독선에 맞서는 일은 오크족과 싸우는 일 못지 않게 절망적이다. 그래서 그는 일에서 겨우 벗어나는 토요일 저녁이면 만신창이가 된다.

위기는 우리나라처럼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애매하게 걸터앉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이제 맞서 싸울 적조차 명확하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한다. 희생양은 일차적으로 가계와 노동자다. 그 와중에 기업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고 난리법석이다. 경제는 빠른 속도로 양극화되지만 언뜻 위기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늘은 뒤늦게, 경숙과 달훈이 형과 조촐하게 모여서 최 박사의 생일 파티를 했다. 하시는 일에 올해는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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