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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자본주의가 문제다.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13, 2004

SK텔레콤은 지난해 1월 2조4천9백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투자자들의 반발에 밀려 하루 만에 번복한 바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 주가가 폭락하면서 몇시간만에 투자 계획을 전면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몇달 뒤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주주 환원금액을 늘리고 더이상 무리한 설비투자로 투자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SK텔레콤에 대해 매수추천 의견을 냈다.

올해 들어서도 SK텔레콤을 비롯해 KTF와 LG텔레콤은 여전히 설비투자 계획을 미루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재촉하고 있지만 이 업체들은 일단 하반기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유럽과 일본 기업들이 발빠른 설비투자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의 미래는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더이상 돈 벌어먹기 어려운 상황이라 투자를 못하겠다 이겁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미래를 내다본 설비투자는 뒷전이고 당장 주주들 이익을 생각하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겁니다. 아무도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지 않습니다.”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의 이야기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도 비슷한 경우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조원 가량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한데 이어 올해부터 해마다 3조원 이상의 자사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그만큼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고 남아있는 주식의 가치가 그만큼 오르게 된다.

“4조원이면 최첨단 반도체 라인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건 2년 반 뒤에 확실하게 이익으로 돌아오죠. 그런데 그 돈을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쓰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 주주들 입장에서는 2년 뒤까지 이 주식을 들고 있을게 아니라는 거죠.”

이창훈 동원투자신탁운용 상무는 IMF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 패러다임이 성장 중심에서 단기수익 중심으로 옮겨갔다고 보고 있다. 5년 뒤, 10년 뒤가 아니라 당장 올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낼 것인가에 모든 경영 목표가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설비투자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설비투자는커녕 오히려 혹독한 구조 조정으로 경비를 줄여 이익을 더 늘리라고 주문 받는다. 그게 자본의 냉혹한 속성이다.

“기업이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하면 주가가 떨어집니다. 직원들 자르고 구조 조정하겠다고 하면 주가가 오릅니다.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배당을 늘리겠다면 오르고 노동조합이 파업한다고 하면 떨어집니다. 시장의 관심은 다만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결국 투기성 단기 자본의 논리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병서 본부장은 앞으로 5년 뒤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우리나라 대기업 수익성의 놀라운 성장은 혹독한 구조조정의 결과 경쟁 업체가 사라진데 따른 과점 경쟁의 혜택과 그 착시현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과거에 지금처럼 좋은 회사였습니까. 아닙니다. 반도체 회사가 세개 있다가 두개 없어지고 하나 남았기 때문입니다. KT도 마찬가지죠. 1999년에 이익을 3천억원 내던 회사가 지금은 가입자 수도 줄고 영업환경이 나빠졌다고 하는데도 이익이 1조원을 넘습니다. SK텔레콤이나 KTF도 마찬가집니다. 통신회사는 여섯개 있던 거 다 날아가고 두개 남았고 자동차 회사도 세개 있다가 하나만 살아남았죠.”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통신, 자동차, 철강, 화학 산업 모두 마찬가지다. IMF 사태는 경쟁 시장을 무너뜨리고 업종별로 한두개 업체만 살려놓았다. 그 결과 지난 몇 년 동안 이들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과점의 혜택은 이미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데 기업들은 새로운 설비투자를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도 그랬고 그 어느 때보다도 설비투자가 절실한 지금은 더욱 그렇다. 전 본부장은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5년 뒤에 기업들이 먹고 살게 없다”고 단언한다. 시장의 위기의식은 자못 심각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6월 7일 17대 국회 개원 축하 연설에서 “머지않아 우리 경제는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는 “중국 쇼크나 유가 급등,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같은 문제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불안과 위기를 부추겨서는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는 과장된 위기론을 잠재우는 것”이라고 일부 수구세력의 위기 과장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노 대통령의 완강한 부인과 달리 위기는 엄연히 실재하고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2004년 한국 경제의 위기는 좀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주식시장은 이미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기적 성향의 외국 자본에 잠식돼 있고 기업들은 주식시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미루면서 성장성은 정체돼 있다. 대기업들은 엄청난 돈을 벌지만 중소기업은 줄줄이 도산하고, 일자리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주주들 특히 과반수 이상 주식을 가진 외국인들 투자자들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내수는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고 지난 몇년 동안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이뤄낸 성장은 마침내 그 한계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5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식의 시가총액은 3백57조원 규모. 이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은 43.1%에 이른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핵심 우량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 비율은 이미 50%를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 비율이 59.0%에 이르는 것을 비롯해 SK텔레콤과 국민은행, 포스코가 각각 49.0%와 75.9%, 68.6%에 이르는 등 웬만한 기업들은 모조리 외국 자본의 수중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가 절반 가까이 시장을 내준 것과 달리 일본은 외국인 비중이 17.7%, 대만과 태국은 각각 23.1%와 32.8% 수준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헝가리와 핀란드, 멕시코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IMF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김대중 정부는 외국 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아예 편집증 수준이었다. 더 많은 외국 자본을 들여오고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그걸 딛고 성장을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그래서 정부는 주식시장의 외국인 지분 한도를 100%까지 풀어주고 투자자 유치에 직접 발벗고 나섰다. 그 결과 1996년 13.0%에 지나지 않던 외국인 지분 비율은 세배 이상 훌쩍 늘어났다.

문제는 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과연 어떤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느냐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머징 마켓, 신흥 시장 가운데 하나다.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이 크고 결코 장기적인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IMF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자본의 대부분은 투기성 단기 금융자본이다. 이들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가차 없이 주식을 내던지고 그때마다 주식 시장은 대책없이 무너져 내렸다.

올해 3월 증권거래소 상장 주식 회사들이 주주들에게 나눠준 배당금은 모두 7조2천2백66억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가운데 37.4%에 이르는 2조7백44억원을 챙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밖에도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 인수와 증권 투자를 통해 챙긴 이익은 모두 7조5천억원에 이른다. IMF 이후 1998년부터 따지면 모두 110조원 가량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그야말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가져가는 꼴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회전율에 주목한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회전률은 89.2%로 2002년 71.9%에서 크게 늘어났다. 그만큼 보유 기간이 짧아지고 투기성 단기 매매로 치닫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성 자금의 유출입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주가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방을 차지하고 앉은 이들 외국인 주주들은 우리나라의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지 않는다. 시세 차익이 기대될 때 들어왔다가 충분히 이익을 챙긴 다음 더이상 챙길 게 없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털고 떠난다. 기업의 미래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투자자들이 사실상 유형 무형의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낸 보고서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의 가능성을 공식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의 경영권 위기는 결코 엄살이 아니다. 최석포 우리증권 연구위원은 “실제로 삼성전자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압력이 있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 겨우 1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주주들, 외국인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창훈 상무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자.

“IMF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 최고의 가치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로 바뀌었습니다. 주주가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하고 경영도 투명해야 하고 기업 지배구조도 합리적이어야 하고…. 그런데 문제는 이 주주들이 기업과 영원히 함께 갈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죠.”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증권거래소 2백대 상장 기업 가운데 12.9%가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경영 간섭을 받고 있다. 또 이 가운데 47.6%는 설비투자 대신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요구받고 있다.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소액주주운동도 이런 주주자본주의의 확산에 한몫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설비투자 축소는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업 전반으로 보면 설비투자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기업의 설비투자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주주들은 설비투자보다는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요구한다. 이같은 상황은 외국인 투자자나 국내 투자자나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의 이기적이고 자가당착적인 속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설비투자 확대는 3~4분기의 불확실성을 더해줄 것.” (CSFB증권, 삼성전기 투자의견 가운데)
“한해 2천7백억원의 설비투자는 너무 많다고 판단된다.” (USB증권, KT&G 투자의견 가운데)
“설비투자 규모의 의미 있는 감소 및 자사주 소각 등 긍정적인 모멘텀이 기대된다.” (삼성증권, SK텔레콤 투자의견 가운데)

기업 설비투자는 지난해 1.5% 줄어든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0.3% 줄어들었다. 수출 신장률이 지난해 20%에 육박하고 올해 1분기에도 37.8%에 이르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같은 경제성장률과 설비투자의 괴리 현상은 1980년 이후 처음이다. 한계가 분명한 성장인 셈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경상학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 가운데 외부자금 비율은 1993~1997년 72.3%에서 1998~2004년 29.0%로 크게 줄어들었다. 기업이 더 이상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는 이야기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기업의 현금 보유고는 65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서 5월 말 기준으로 대기업 대출금리는 급기야 5.70%까지 떨어졌다.

김 교수는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관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데 주목한다. 대기업의 설비투자 부진과 생산설비의 해외이전이 빚어낸 결과다. 수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국산 부품과 설비의 구매로 연결되지 않고 버는 만큼 외국으로 빠져나간다. 더 이상 대기업 수출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가 아무리 많은 돈을 번들, 실제로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크지 않다. 오히려 핵심 기술과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주요 산업의 수입 유발 계수는 이미 1970년대 수준으로 후퇴했다. 전체 산업의 평균 수입유발계수는 0.28,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는 0.46에 이른다. 각각 일본의 0.09나 0.13보다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수입유발계수가 0.46이라는 건 1천원어치를 팔면 4백60원이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는 이야기다. 이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경제의 핏줄 역할을 해온 은행들도 단기수익을 노리는 외국자본에 잠식되면서 예전의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 은행들은 위험부담이 높고 회수기간이 긴 기업 대출에서 손을 떼고 가계 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 등 손쉬운 소매금융 시장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은행 대출 가운데 기업대출의 비율은 1995년 77.0%에서 2002년 45.3 %까지 떨어졌다. 기업대출은 지난해와 올해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상황은 제일은행과 외환은행, 한미은행 등 사실상 외국계 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간 은행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이들 외국계 은행의 총 대출금 가운데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9.6%로 1998년 말 82.9%에서 33.3% 포인트나 줄어들었다. 반면 가계대출 비중은 10.4%에서 45.6%로 네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 은행은 언뜻 멕시코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미은행 99.2%, 국민은행 75.9%를 비롯해 신한지주회사와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도 모두 50% 이상의 지분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내줬다.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기업대출에 나서기 보다는 가계대출이나 프라이빗 뱅킹 같은 보다 안전한 자산운용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대출도 철저하게 일부 우량한 대기업에 집중된다.

결국 은행의 탈출구는 가계대출, 그 가운데서도 신용카드였다. 마땅한 대출 대상을 찾지 못했던 은행의 고민은 내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김대중 정부의 고민과 맞아떨어졌다. 김대중 정부는 신용카드 사업을 전심전력으로 지원했고 결국 사상 최대의 신용불량과 가계부실 사태를 낳았다. 은행의 외국자본 종속이 가계부실과 내수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 셈이다.

IMF 이후 한국경제 시스템의 변화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성장성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옮겨갔고 과잉설비의 경제구조는 과소설비의 경제구조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주주의 이익은 결국 외국계 금융자본의 이익이었고 이같은 변화를 요구하고 강제한 것도 결국 그들이었다. IMF를 타고 흘러들어온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의 실상은 이렇다.

이제 생존과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설비투자 마저도 주주들의 반대로 좌절되는 어처구니없는 지경까지 왔다. 우리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더 이상 고용을 창출하지도 산업에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키도 못한다. 기업의 이익은 다만 주주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결국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의 근본 원인을 자본의 종속에서 찾는다. IMF 이후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하면서 한국경제가 외국 자본에 본격적으로 종속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IMF 이전에 차관이나 대출 형태로 들어왔던 외국 자본이 IMF 이후 주식시장에 파고들면서 직접 기업의 경영권과 지배권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는 투자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나타났고 이제 그마저도 한계를 맞고 있다.

이제 ‘자본의 종속’이라는 관점에서 발상의 전환과 좀더 본질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와 그를 따르는 자유주의적 개혁세력들이 이 모든 위기를 자초한 장본인이라는데 있다. 그들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주주 자본주의를 들여왔고 아직도 그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이 덜 됐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노 대통령은 아직도 위기를 부인하고 있다. 수구세력의 위기과장론은 경계해야겠지만 노 대통령의 위기 인식은 방향이 잘못됐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위기를 바로 보지 않으면 결코 해답도 없다는 사실이다. 나라와 이땅 민중들의 미래가 당신들에게 달려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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