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를 읽다.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6, 2004

이 책은 매맞는 아내들에 대한 어쩌면 익숙하고 뻔한, 그러나 한번도 제대로 고민해 보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가정폭력과 아내폭력의 차이를 이야기하자. 가정 폭력이라는 말은 모순을 담고 있다. 가정은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곳이고 거기서 벌어지는 폭력은 당연히 옳지 못하다. 문제의식은 여기서 더 확장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굳이 아내폭력이라는 말을 쓴다. 그냥 가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아니라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에 주목한다. 왜 남편은 아내를 때리는 것일까. 이건 좀더 일반화한 구조적인 질문이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한번이라도 남편에게 맞아본 아내의 비율이 적게는 30.9%에서 많게는 61.3%에 이른다. 평균을 내보면 50%가 넘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때리는 남편과 매맞는 아내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내를 때리는 남편은 흔히 멀쩡해 보인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기도 하고 능력도 있고 도저히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만큼 겉으로는 얼마든지 합리적이고 인간적이다. 알콜 중독자나 인격 파탄자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집에 와서는 아내를 때린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아내폭력은 극소수 남편의 일탈의 문제인가. 그렇다고 하면 문제는 결국 그들의 문제다. 그 남편은 아마 아픈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일 거다. 정신병원으로 보내거나 치료를 받으면 되고 그 부부는 극단적일 경우 이혼하면 된다. 그러나 수많은 다른 가정에서 아내폭력은 여전히 계속된다. 결코 본질적인 해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좀더 구조적인 문제제기를 시도한다. “아내를 왜 때리는 것일까”를 묻지 말고 “아내를 때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를 묻자는 이야기다. 심지어 “아내폭력은 유사 국가인 가족에서 행해지는 통치행위로 고문이나 테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많은 남편들이 아내가 맞을 짓을 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때린다. 아내들은 맞지 않기 위해 남편의 눈치를 본다. 아내들은 자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아내라는 직업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아내폭력은 일상적이다. 폭력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가부장제도가 빚어낸 권력구조는 그 뿌리가 깊다. 아내폭력은 우리 시대와 우리 사회,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상 아내폭력은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멀쩡한데도 아내를 때리는 남편, 이 사회에서는 우리는 누구나 잠재적인 폭력남편이고 매맞는 아내다.

Related Articles

Related

“당신들은 전혀 래디컬하지 않다.”

대학 거부 선언한 김예슬이 한국 진보에게 던지는 뼈 아픈 충고.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지난달 10일 한 대학생이 학교를 그만뒀다. 그것만으로는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국가와 대학과 시장을 적으로 규정했다. "일단 대학은 졸업하라"는 주변의 충고를 거부하고 자퇴를 선택한 그는 "작지만 균열이 시작됐다"며 "그래,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보자"고 선전포고까지 했다. 한 젊은이의 감상과 치기로 보기에 그 울림은 컸다....

쌍용자동차, 사람 자르는 것으로 위기 넘어설 수 있나.

쌍용자동차가 지난 8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인력 7179명 가운데 2646명을 정리해고한다는 계획인데 당연히 노동조합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13~1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84%의 찬성으로 가결, 만약 정리해고가 시작되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사태는 한치앞도 내다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언론이 보도한 바와 같이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다음달 6일 법원에 제출될 실사...

궤변으로 점철된 공병호의 장하준 비판.

국내 대표적인 자유주의자로 꼽히는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지난해 10월 출간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공 소장은 월간조선 2월호에 기고한 에서 "생각이 가난하면 삶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며 장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애초에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선진국들은 보호무역으로 성장했으면서 이제 와서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