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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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매맞는 아내들에 대한 어쩌면 익숙하고 뻔한, 그러나 한번도 제대로 고민해 보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가정폭력과 아내폭력의 차이를 이야기하자. 가정 폭력이라는 말은 모순을 담고 있다. 가정은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곳이고 거기서 벌어지는 폭력은 당연히 옳지 못하다. 문제의식은 여기서 더 확장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굳이 아내폭력이라는 말을 쓴다. 그냥 가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아니라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에 주목한다. 왜 남편은 아내를 때리는 것일까. 이건 좀더 일반화한 구조적인 질문이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한번이라도 남편에게 맞아본 아내의 비율이 적게는 30.9%에서 많게는 61.3%에 이른다. 평균을 내보면 50%가 넘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때리는 남편과 매맞는 아내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내를 때리는 남편은 흔히 멀쩡해 보인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기도 하고 능력도 있고 도저히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만큼 겉으로는 얼마든지 합리적이고 인간적이다. 알콜 중독자나 인격 파탄자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집에 와서는 아내를 때린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아내폭력은 극소수 남편의 일탈의 문제인가. 그렇다고 하면 문제는 결국 그들의 문제다. 그 남편은 아마 아픈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일 거다. 정신병원으로 보내거나 치료를 받으면 되고 그 부부는 극단적일 경우 이혼하면 된다. 그러나 수많은 다른 가정에서 아내폭력은 여전히 계속된다. 결코 본질적인 해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좀더 구조적인 문제제기를 시도한다. “아내를 왜 때리는 것일까”를 묻지 말고 “아내를 때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를 묻자는 이야기다. 심지어 “아내폭력은 유사 국가인 가족에서 행해지는 통치행위로 고문이나 테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많은 남편들이 아내가 맞을 짓을 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때린다. 아내들은 맞지 않기 위해 남편의 눈치를 본다. 아내들은 자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아내라는 직업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아내폭력은 일상적이다. 폭력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가부장제도가 빚어낸 권력구조는 그 뿌리가 깊다. 아내폭력은 우리 시대와 우리 사회,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상 아내폭력은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멀쩡한데도 아내를 때리는 남편, 이 사회에서는 우리는 누구나 잠재적인 폭력남편이고 매맞는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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