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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하고 낭패를 보지 않는 몇 가지 기본 원칙.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5, 2010

말과 글은 확실히 다르다. 완전히 녹취를 하지 않는 이상 글 쓰는 사람이 필요한 말만 취사선택을 하기 마련이고 논리를 다시 조합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선의든 악의든 본의와 달리 전달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기자들을 믿지 마라.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염두해 둬라. 당신이 누군가와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아래 몇 가지 원칙을 염두해 두는 게 좋다. 난감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우선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마라. 민감한 사안이라면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도 마라. “이건 기사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라. 기자에게 말하는 모든 건 기사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라. 웬만하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좋고 해야 한다면 꼭 필요한 말만 해라. 뭔가를 알리고 싶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핵심을 정확히 정리해 두고 바로 기사가 될 수 있도록 강렬한 메시지를 뽑아내야 한다.

가능하다면 미리 질문지를 받아서 답변 요지를 정리해 두는 게 좋다. 아예 답변을 문서로 만들어서 인터뷰가 끝난 뒤 전달하는 것도 좋다. 답변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라면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넘기거나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해라. 다만 그 경우에는 답변을 피했다는 기사가 나올 각오를 해야 한다. 애초에 그런 민감한 사안이 있는 경우라면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게 좋다.

갑작스럽게 기자의 전화를 받는다면? 일단 기자의 소속과 이름, 취재 목적을 확인하고 질문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는 게 좋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발언이 기사로 나가는 걸 피해야 한다. 실제로 내가 했던 말이라도 중언부언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발언에 기자의 해석을 덧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꼭 기사가 나갈 상황이라면 내 입장은 이렇다, 이러이러하게 써달라고 정확하게 정리해서 전달을 해야 한다.

물론 정말 곤란한 이야기를 물어볼 것 같으면 아예 전화를 끄고 잠적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당신이 어떻게 설명하든 그 기자는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쓸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 피할 수 없는 주제라면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상부의 책임자와 상의를 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되 오히려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좋다. 피하지 말고 두들겨 맞되 견디고 이겨내라는 이야기다.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면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라. 기자와 이야기할 때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로 기사화 돼서 모든 사람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해라. 웬만하면 떠넘기거나 미루고 직접 부딪히지 않는 게 최선이다. 어쩔 수 없이 부딪혀야 한다면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공개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공개하는 게 좋다.

핵심은 모든 기사는 기자의 의도가 반영된다는 것. 본의든 아니든 선의든 악의든 기자가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당신의 발언은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전략이 필요하다.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를 아주 명확하고 선명하게 잡아 두는 게 좋다. 기자를 만난다면 두루뭉술하게 늘어놓지 말고 핵심을 짚어서 바로 기사가 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치고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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