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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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따부, 너희는 왜 그렇게 가난해? 가난이 지긋지긋하지도 않아? 왜 노력을 하지 않지?”

통역을 도와준 아미따부는 우리 말을 제법 잘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추상적인 질문에는 정확히 대답하지 못합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툭 내뱉는 말. “It’s a destiny. (운명이야)”

그래? ‘자포자기’란 말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알고 있답니다. 어쩌면 자포자기하고도 비슷하답니다.

아무런 욕심도 욕망도 갖지 않는 사람들, 평화롭게 살면서 다만 다음 세상에서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 멀리서 보면 가난에 찌들어 배고프고 지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가까이서 보면 그렇게 밝고 낙천적일 수가 없습니다.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다들 여유가 넘쳐보였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삶을 한껏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3년 전에 인도에 다녀오고 그때 썼던 글의 일부다. 핵 무기를 개발하고 정보기술 산업이 발달한 나라지만 형편없이 가난하고 언뜻 미개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건널목에 차가 멈출 때면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손을 내밀곤 했다. 그러나 몇일 그 사람들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서 내 생각의 많은 부분들이 그냥 편견이었다는걸 알게 됐다.

음식을 손으로 먹는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고 우리가 상추쌈을 손으로 먹는 것처럼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 온 자연스러운 식사 습관이었다. 화장실에서 휴지를 쓰지 않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사람들은 오히려 휴지로 닦는걸 더 불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 닦이지 않고 남아있을테니까. 오히려 물로 씻어내고 손을 씻는게 더 깨끗할 수도 있다. 물론 화장실에서 쓰는 손과 밥 먹을 때 쓰는 손이 또 다르다.

미개하다는건, 아직(未) 열리지(開) 않았다, 또는 개화가 덜 됐다는 뜻일 거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건 우리들의 문화와 생활 습관이 옳다는 전제에서 나온 생각 아닐까. 우리가 그랬듯이 우리들의 문화와 생활 습관을 버리고 미국과 유럽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미개함을 벗어나는 과정일까.

가난은 벗어나야 하고 최소한 굶어서 죽는 사람은 없어야겠지만 이 사람들은 나름의 삶의 방식과 철학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때 나는 했다. 수천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는데 우리가 더럽다고 할 때 더러운 것이 되고 우리가 미개하다고 할 때 미개한 것이 되는 것 아닐까. 가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렇게 갑자기 가난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경제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미국과 유럽의 성장과 약탈 이데올로기가 미개하다기 보다는 야만스럽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영국에게 침탈 당하기 전에 인도는 지금처럼 가난하지 않았다. 제3세계 기아와 빈곤의 책임은 상당 부분 선진국, 특히 초국적 자본의 탓이다. 약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량은 수요의 110%에 이르는데도 해마다 3천만명이 굶어서 죽는다. 100년전만해도 굶지 않았던 나라들이 이제는 굶는다. 밥을 제때 못먹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8억명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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