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람들의 식민지 근성을 활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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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삼성인디아 신진범 소장.

이삼성인디아의 신진범 소장은 하인을 네명이나 두고 산다. 온갖 허드렛일로부터 벗어나는 대가가 한달에 10만원이라면 싸다. 기름 값을 속였다고 운전기사를 호되게 야단치는 신 소장의 모습에서 언뜻 조선시대 양반이 떠오른다.

“인도 사람들 식민지 근성을 제대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은 강자한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한테만 강하죠. 절대 숙이고 들어가면 안됩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짓밟아야 합니다.” 신 소장이 털어놓는 이삼성인디아의 성공 비결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신 소장은 인도 사람들을 함부로 대했다.

이삼성인디아는 지난 6월, 인도 기업인 우샤 마틴 인포테크와 비르투오소 홀딩스와 손을 잡고 이삼성유미트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이삼성유미트를 설립할 때도 이삼성인디아는 5억원을 내고 51%의 지분을 차지한 가운데 다른 기업들은 액면가의 7배수에 45억원을 내고 나머지 49%의 지분을 나눠가졌다. 신 소장의 표현대로 손 안대고 코를 푼 격이다. 이삼성인디아로서는 당장 현지 인맥이 아쉬웠겠지만 끝까지 고개를 빳빳히 쳐들었다.

“우리한테는 삼성이라는 상표와 넓은 한국 시장이 있습니다. 조금도 꿀릴 게 없죠.” 신 소장은 약아빠진 인도 사람들을 누르지 못하면 인도 진출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삼성유미트는 어떤 회사인가.
=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공 모델인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나 위프로, 인포시스를 그대로 따른다. 인도는 내수 시장이 얇다. 10억 인구 가운데 구매력 있는 계층은 3천만명도 채 안된다.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텐데 많은 기업들이 해외 네트워크가 없어 쩔쩔 맨다. 우리가 큰 소리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의 브랜드와 이곳의 값싸고 우수한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삼성이 마케팅을 배후 지원하고 인력은 필요한만큼 이쪽에서 끌어오면 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모델인가.
= 소프트웨어 서비스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우수한 몇명의 프로그래머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떠맡기지만 미국이나 인도는 다르다. 여기서는 천재 프로그래머 몇명보다는 잘 짜여진 조직력과 팀워크가 더 큰 힘이 된다. 그 조직력과 팀워크를 아웃소싱하겠다는 이야기다. 핵심은 인건비다. 우리와 손을 잡으면 인건비를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

– 아무래도 경쟁이 만만치 않을 텐데.
= 우선 한국의 기업들, 삼성부터 뚫을 거다. 삼성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을 적절히 아웃소싱해서 효율성을 높이라는 이야기다. 충분히 먹혀들거라고 본다. 삼성의 브랜드로 발판을 닦으면서 이삼성 해외 법인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아시아 시장은 아직 무주공산이다. 시장을 제대로 잡으면 이곳 기업들처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로 커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보안 문제나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다들 아웃소싱을 꺼리는데.
= 보안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이 사업은 불가능하다. 모든 자료는 절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또한 비슷한 작업을 1년 이내에 맡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들은 부분 부분은 알 수 있지만 전체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런 작은 작업들이 모아놓으면 하나의 큰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다. 인도의 강점은 값싼 기술력만이 아니다. 잘 짜여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다.

이삼성유미트는 설립 3개월만에 거뜬히 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삼성인디아의 인도 진출 전략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열악한 현실을 돌아볼 때 눈여겨 볼 부분이 많다.

지난해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시장 규모는 57억달러로 55억달러 수준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인도가 수출비중이 67%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는 10%에도 못미친다. 내수시장에 머무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는 경쟁력을 살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뚫고 있다. 이삼성인디아는 그런 인도의 경쟁력을 거꾸로 이용하겠다고 뛰어든 것이다.

이정환 기자 jlee@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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