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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질서 전복하는 소셜 네트워크, 그 기회와 가능성.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22, 2009

[지상중계]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ChangeOn.

놀라운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6개월 전만 해도 트위터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주변에 트위터를 쓰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트위터 중독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정보의 유통 속도가 훨씬 빨라졌고 불특정 다수가 서로 소통하며 주류 권력의 권위와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있다. 위계적이고 폐쇄적이며 중앙집권적이었던 네트워크가 수평적이면서 개방된 분산형 네트워크로 발전돼 나가는 과정이다.


20일 다음세대재단 주최로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에서는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비영리 단체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다양한 가능성과 전망이 논의됐다. 특히 트위터와 블로고스피어에서 이뤄지는 광범위한 참여와 의식의 공유, 그리고 아이폰 등의 도입이 가져올 네트워크의 확장에 거는 기대가 컸다.

트위터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남씨는 트위터의 매력을 140자로 제한된 간결함에서 찾는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생각나는 대로 툭툭 내뱉을 수 있어서 부담이 없다는 이야기다. “사소한 신변잡기만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자발적인 참여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죠. 쉽고 편하고 서로 연결된 느낌, 함께 하니까 즐겁고 신나고 그런 거죠.”

트위터의 위력을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6월 이란 부정선거 시위에서였다. 이란 정부가 신문과 방송을 통제하고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가운데 경찰이 발포를 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됐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가 이란에 있는 친구의 편지를 소개하면서 세계적인 연대가 이뤄졌다. #iranelection(이란 선거)이란 태그를 달고 시위대를 지지하는 글이 쏟아졌다.

놀라운 일은 계속 됐다. 낙선된 무사비 후보를 상징하는 녹색의 물결이 시작됐다. 이란에서는 녹색 천을 두른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웠고 트위터에서는 아이콘을 녹색으로 바꾸는 어플리케이션이 소개되기도 했다. “우리가 지구 반대편의 시위에 함께 할 수는 없지만 한 줄 글을 쓰거나 아이콘을 바꾸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그게 트위터의 힘 아닐까요? 그런 작은 참여가 모여서 큰 변화를 끌어냅니다.”

박씨는 오노 요코의 ‘월요일에 고기 안 먹기 운동’ 역시 트위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채식을 하자는 이 운동은 요코의 수많은 추종자들을 채식주의자로 만들었다. 비틀즈 멤버인 폴 매커트니가 이를 노래로 불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흉내내면서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고 서로 돌려보면서 즐거워했다. 박씨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따라 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 안 그런가요?”라고 반문했다.

싸이월드의 공동 창업자인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는 트위터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싸이월드가 친구들 100명의 미니홈피를 하나하나 방문해야 하지만 페이스북은 내 홈페이지에서 친구들 100명의 업데이트를 확인할 수 있이다. 그런데 트위터에서는 서로 서로 ‘이것 좀 보세요’라고 이야기한다. 싸이월드가 안전한 인맥을 구축하고 폐쇄적인 네트워크에 만족했다면 트위터는 불특정 다수의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비영리 단체들이 트위터를 포함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구순구개열 어린이들을 돕는 모금 운동이 트위터에서 벌어져 140명의 어린이들을 돕기도 했다. 레드크로스나 그린피스, 아메리칸캔서 등의 시민단체들이 트위터로 다양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집단 대 개인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의 소통으로 거리를 좁히고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낸다.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트위스티발(twestival)이라는 행사도 트위터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100% 트위터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비영리 목적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트위터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쏟아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행사의 일환으로 아나바다 장터가 열린 바 있다. 김치를 공동구매해서 김장을 담그고 독거노인과 고아원 등에도 나눠주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트위터를 이용한 기부 사이트, 트윗나눔이란 곳도 주목할 만하다. 한번 트윗을 할 때마다 1원씩을 기부하기로 약정을 하는 곳인데 22일 기준으로 402명이 참여해서 1039만원이 적립돼 있다. 한국판 트위터라고 불리는 미투데이에서는 모던락그룹 클래지콰이의 호란이 주도하는 미친 돼지 릴레이가 인기를 끈 바 있다. 돼지 저금통에 500원 동전을 넣고 사진을 찍어서 올린 뒤 이틀 안에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된다.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좋은 일은 더 빨리 더 멀리 퍼진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꺼이 참여할 의지가 있고요. 과거에는 사실을 전달해주면 그걸 받아들이고 그쳤는데 이제는 서로 주장하고 느끼고 그걸 공유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죠. 새로운 미디어에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뛰어들어서 함께 즐기면 돼요.” 박씨의 이야기다.

야후코리아 테크니컬 에반젤리스트 정진호씨는 최근 이그나이트코리아라는 행사를 진행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웹 2.0=기술+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그나이트코리아는 20장의 슬라이드를 자동으로 1장에 15초씩 넘기면서 5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행사다. 과거 같으면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행사 진행을 도맡아야 했겠지만 정씨는 행사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진행, 후원까지 모두 불특정 다수의 자발적인 참여로 해결했다.

먼저 트위터에서 이 행사를 소개하면 리트윗이 50개가 넘으면 시작해 보겠다고 밝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예비 발표자 모집과 심사를 모두 온라인에 공개했다. 자원봉사자와 기업 후원도 모두 홈페이지에서 해결했다. 홈페이지는 오픈 소스로 30분 만에 만들었고 행사 사진은 참가자들이 찍어서 플리커에서 공유하도록 했다. 이날 발표된 슬라이드 역시 모두 슬라이드쉐어닷컴에 공개돼 있다.

“웹 1.0 시대에는 운영자가 모든 것을 다 관리해야 했지만 웹 2.0 시대에는 이미 공유돼 있는 자료들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공개한 자료들이 다른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겠죠. 서로의 가치를 높여주고 그 가치를 공유하자는 겁니다.” 정씨는 금전적인 이익을 잊을 것, 검색하기 좋도록 태그를 입력할 것, 수정·변경이 가능한 CCL(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을 적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남호씨는 “웹 2.0이 마케팅 용어로 변질된 측면은 있지만 영리기업 보다는 공익적 목적의 비영리 단체들에 더 유용한 도구”라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카르마(www.carma.org)’라는 사이트는 세계 전역의 5만개의 발전소와 4천개 전력회사들의 탄소 배출량을 집계해서 공개한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회사들은 여론의 비난에 직면하게 되고 주주들로부터도 압박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고등학교 교사가 만든 ‘후원자의 선택(www.donorschoose.org)’이라는 사이트도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초중고교 교사들이 수업에 필요한 학습도구나 특별활동 경비 등을 소개하면 방문자들이 이를 평가하고 지원금을 기부하도록 돼 있다. 올해 9월까지 3812억달러가 모금됐고 245만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다. 후원자의 95%가 전혀 모르는, 한 번도 얼굴을 보지 않은 교사들에게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사회적 기업 아쇼카 재단에서 운영하는 ‘체인지메이커스(www.changemakers.com)’이라는 사이트는 비영리 단체가 집단지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오픈 소스 경쟁 입찰을 활용하는데 올해는 아동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콘테스트가 열려 237개의 대안이 쏟아졌다. 상금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는 게 더 큰 목적이다.

이밖에도 CNN의 ‘국회의원들에게 물어봐(www.askyourlawmaker.org)’라는 사이트도 집단지성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방문자들이 질문을 올리면 CNN 기자들이 직접 의원을 만나 질문하고 답변을 공유한다. 이밖에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월드체인징(www.worldchanging.org)’이나 온라인 마이크로 크레딧 사이트 ‘키바(www.kiva.org)’, 에이즈 퇴치 운동을 벌이는 ‘체인지(www.change.org)’ 같은 사이트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학기술대학교 정재승 교수는 케빈 베이컨 게임을 소개하면서 링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6단계 이내의 인맥으로 연결돼 있다는 가설인데 실제로 연구결과로도 입증된 바 있다. 핵심은 모두가 모두와 연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는 케빈 베이컨처럼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있다. 정 교수는 “복잡계의 창발성을 최대한 활용해서 네트워크의 약한 고리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거버넌스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다른 영역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구조혈을 보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점적 권력을 분산화하고 정책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거버넌스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네트워크는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소셜 네트워크를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이날 행사는 실시간으로 트위터로 중계됐고 모든 강연자료은 인터넷에 공개됐다 강연 사진도 CCL을 붙여 공개됐다. 강연 내용을 정리한 마인드맵 파일도 있다. 참고하시도록)

참고 : 비영리 단체를 위한 IT 지원센터. (ITca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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