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의 내분 시작됐나… 몰매맞는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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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원내 대표가 보수·경제지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다. 지난달 16일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가 발표한 1가구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폐지 법안을 홍 대표가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당장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차별 부자 감세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과 거부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경제는 18일 “재선거 눈치 보기로 징벌적 세금 폭탄 제거 무산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인지 아니면 야당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라며 한나라당 지도부를 거세게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무기명 여론조사를 실시해 최종 입장을 결정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국가 운영의 근간인 세법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발상은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몰아붙였다.

기사 전반에서 보수진영의 불안감과 조바심이 묻어난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성장논리가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반격을 받고 있는데 한나라당이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와 아웅다웅하는 사이에 보수·경제지들이 여론과 대리전을 치르는 모양새다. 집권 이후 1년 반도 안 돼서 벌써부터 레임덕이 거론될 정도인데 한달 만에 정책을 뒤엎는 한나라당과 달리 정부의 위기감은 상대적으로 덜한 분위기다.

한국일보는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17일 “오락가락 정책에 국민은 헤매는데… 뚱딴지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혼란을 초래한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할 판에 오히려 적반하장격 해명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신문은 “법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은 가정해 보지 않았다며 입법부 권한을 침범하더니 이제와선 거꾸로 국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는 레임덕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17일 사설에서 “노무현 대못을 뽑겠다고 나선 여당이 이젠 이를 즐기는 양상”이라면서 “지난 대선 때 압도적 지지를 보낸 대다수 국민 의사를 외면한 처사”라는 다분히 감정적인 비난까지 곁들였다. 이 신문은 또 지지부진한 비정규직법 논의와 관련해서도 “비정규직 대란이 예상되는데도 노동계 눈치만 살핀다”면서 “직무유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매일경제도 20일 “다주택 양도세 여당 계속 헛발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도세 중과 제도가) 폐지 유보로 결정되면 정부와 여당은 허술한 정책 조율로 인한 국민 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정부의 발표만 보고 투자를 결정했던 투자자로부터 소송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이 신문은 “20일 당론을 확정한다고 해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18일 “정책 혼선 키우는 여당 포퓰리즘”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60%에 이르는 양도소득세율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라면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당 대표가 결정했는데도 한달이나 지난 뒤 홍 원내대표가 다른 소리를 하고 다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논리를 고려하지 않고 인기만을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중앙일보는 18일 사설에서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권한이 작아지면서 입법부의 위상이 높아졌고 정부 부처가 대통령의 이름으로 여당에 입법을 요구해 받아들여지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은 “여당의 정무적 판단은 행정부 입장에서 볼 때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다”면서 “장차관들이 대의회정치에 보다 정성을 들여야 하며 중요 현안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17일 사설에서 “당 지도부에서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안에 대해 뒤늦게 딴소리를 하고 있다”면서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이 신문은 “여당 지도부가 대못 빼기에 나서기는커녕 지역구부터 의식한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까지 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또 “홍 대표의 발언과 논리자체에도 문제가 적지 않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판단을 왜 이제와서 강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이 보수·경제지들에게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은 지난 2~3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180도 뒤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지만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그만큼 여론의 반발을 심각하게 읽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보수·경제지들이 한나라당의 이반에 눈에 띄게 조바심을 내는 것도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성장 정책이 집권 초반에 좌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보궐 선거를 앞둔 일시적인 의견 충돌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태생적으로 강부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하더라도 여론의 거센 반발을 묵살하고 부자 감세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의회 민주주의가 미약하게나마 기능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이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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