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통위와 ‘맞짱’… “국적 바꾸면 실명제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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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올리고 싶으면 대한민국이 아니라고 해라?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가 제한적 본인 확인제에 반발해 사용자 설정에서 국적을 대한민국으로 지정할 경우 동영상 파일을 올리거나 댓글을 쓸 수 없도록 제한했다.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지정할 경우는 여전히 가능하다.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회원 가입을 하고 로그인만 하면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데 대한민국만 안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2007년 7월부터 도입된 제한적 본인 확인제, 흔히 인터넷 실명제라고 부르는 제도 때문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본인 확인을 하고 그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야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인데, 당초 30만명이 넘는 사이트부터 적용됐지만 이달 1일부터는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로 확대됐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적용받는 사이트는 네이버와 다음 등 153개에 이른다. 만약 인터넷 사이트 등이 이를 어길 경우 3천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유튜브 역시 이달 1일부터 제한적 본인 확인제 대상이 됐는데 이를 실시하지 않다가 9일 공식 블로그에서 “한국에 대해 동영상과 댓글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면서 “본인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튜브는 그러나 “다른 국가를 선택할 경우에는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이외의 국가 설정을 할 때는 본인 확인 없이도 동영상과 댓글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나 일본, 또는 우리나라가 아닌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로 선택을 하든 동영상이나 댓글을 쓰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사실상의 우회 경로를 버젓이 공지하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는 “우리는 평소 우리가 일하는 모든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더 많은 정보를 갖는다는 것은 더 많은 선택과, 더 많은 자유와, 궁극적으로 더 많은 힘을 개인에게 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원한다면 익명성의 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정부 입장에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 레이첼 웨트스톤은 이날 구글 코리아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구글은 구글의 모든 서비스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보다 많은 정보는 더 많은 선택과 자유를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더 큰 힘을 주는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밝혔다. 웨트스톤은 이 글에서 “다른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걸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구글 역시 인터넷 실명제를 받아들이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구글은 정면으로 맞섰다. 이번 사건은 우리 방송통신위원회가 얼마나 낡고 어설픈 규제를 들이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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