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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복원으로 가능하다.”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8, 2009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연구원 교수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부른다. 동시에 스스로를 진보 성향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참여정부의 출범에 깊숙이 개입했으면서도 참여정부와 정책 전반에 걸쳐서 대립해왔다. 그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다만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는 여전히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치유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최근 경기침체는 미국 금융위기가 출발이었지만 우리 경제가 특히 대외변수에 취약한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잉생산과 과잉투자, 극단적인 투기적 욕망이 만들어낸 거품경제와 주기적인 공황이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한계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글쎄, 나는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시스템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조금씩 바뀔 수 있겠지만 시장은 남을 것이다. 시장은 북한에도 있고 과거 소련에도 있고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사회에도 있다. 누구도 시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시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되 중요한 것은 어떤 자본주의를 만들 것이냐다. 미국이 1930년 대공황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봐라. 금본위제를 없애고 노동조합을 강화하고 부유층에 세금을 늘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완전고용과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었다. 그게 지상낙원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효율적인 정책으로 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가능할까.

“자본의 이윤추구를 보장하되 공공정책으로 통해 어느 정도 규제를 하고 보완한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애초에 부르주아 국가 시스템을 자본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도구라고 보고 정책 효과를 전면 부정하지만 사실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 극단적인 시장 만능주의는 불가능하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하고 싶어도 못했다. 이번에 선진 20개국 회의에서는 조세회피지역을 제재하고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연봉을 규제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1930년 대공황 때는 90%까지 소득세를 매기기도 했다. 민주주의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얼마든지 정치적 선택은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묵살하고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를 계속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를 이명박 정부가 바로잡는 일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정치가 시장을 거스르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사람들은 흔히 세계화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유럽에 가면 우리나라만큼 양극화가 심하지는 않다. 어떤 정치와 어떤 제도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때 종합주가지수가 3천까지 갈 거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런데 참여정부 때 가장 큰 이익을 본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세력과 주식 투자자들이었다. 주가가 그렇게 많이 올랐을까. 경제 전반의 부가가치가 일하는 사람에게 가는 부분은 줄고 기업 이윤으로 가는 부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제도의 문제고 정책의 문제다. 우리가 노무현에게 기대했던 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무현은 결국 성장 지상주의에 매몰되고 말았다. 정부 관료들의 잘못된 이데올로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 정책 만드는 사람들이 금융기관과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많이 봤다. 참여정부 시절 성장률은 연 평균 14.8%나 되는데 소비는 연 평균 2.3% 밖에 안 늘어났다. 국민들에게 돈이 안 돌고 자꾸 외국 시장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충격을 받게 됐다. 외화 유동성 관리에도 실패했고 극단적인 양극화에 대외 의존도는 높고 금융시장은 완전 개방돼 있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돈 빼내가기 좋은 시장이 됐다. 이게 이른바 개혁·진보세력의 작품인데 이를 넘겨받은 이명박 정부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 대부분의 국민들은 선거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정책 결정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은 모호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로 들린다.

“모든 정책을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도에 따라 자본주의의 탐욕을 제어할 수도 있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끌어낼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다만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고 국민들 모두가 주체가 돼서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의식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수준에서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노동운동은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있고 진보진영은 과격한 이념에 메여있다. 교육도 부실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물러나고 다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를 버릴 수는 없지만 바꾸는 데까지 바꿔보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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