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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국채 남발, 윤전기 돌려 뒷수습?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 2009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의 의무” 바람잡기 나선 경제지들.

정부와 한나라당이 28조9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준비 중인 가운데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지난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들이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영국처럼 양적완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국채나 회사채 등을 매입하거나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중에 직접 자금을 공급한다는 의미다. 회의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통화당국은 금리인하를 다소 과감하게 하면서 유동성 공급의지도 확실하게 전달해야 완화기조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2.0%까지 내린 시점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어렵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 금통위원은 “통상적인 금리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정책을 실기하였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미국·영국 등과 같이 비통상적인 정책수단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장 수십조원의 추경을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당장 시장에서 이를 소화할 여력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설령 소화된다고 하더라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신용경색을 가중시킬 우려도 있다. 한은의 국채 매입은 윤전기를 돌려 돈을 찍어낸다는 의미다.

정부와 한은은 공식적으로는 국채 매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간담회에서 “한은에 국채매입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성태 한은 총재도 12일 금통위 회의 직후 “국채가 많이 발행돼 채권시장 등 다른 금융거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간접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한국경제는 20일 “미국 FRB 국채 매입이 시사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은은 언제라도 국채 직접 매입에 나설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실세금리를 낮게 유지해 경기회복을 최대한 지원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헤럴드경제도 24일 “추경 국고채 17조… 금리상승 부채질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채 소화과정에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회사채 등 민간부문이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게 되는 구축효과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금리상승과 투자위축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국채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국채매입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한겨레는 23일 “미국 FRB 국채 매입 배경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돈이 흔해지면 돈값이 싸지고 물가도 올라가고 자칫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어차피 중앙은행이 사줄 텐데 조금 더 발행해도 문제가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국채를 발행하다 보면 나랏빚이 감당할 수 없게 쌓일 수도 있다”면서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기도 했다.

매일경제도 20일 “한은도 국채 매입에 나서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경기상황이 미국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적 흐름상 국채매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추경용 국채가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가능하며 설령 추경용 국채발행이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더라도 국민 경제활동에 미치는 부작용은 크지 않다”는 반론을 소개했다.

하나금융연구소 김완중 연구원은 “정부가 외국인 채권투자 세제지원 등 국고채 및 금융시장 안정방안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양적완화라는 연금술사의 마법 덕분에 당분간 긍정적인 효과들이 부각되겠지만 가짜 금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정부 부실의 문제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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