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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관세 우리는 47.8%, EU는 15.1%… 관세 철폐 땐 누가 좋을까.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24, 2009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이 관세를 3년 이내 96% 이상, 5년 이내 완전 철폐하기로 하는 등 자유무역협정(FTA)의 대부분 쟁점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외교통상부는 24일 “한EU FTA 8차 협상 결과,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협상단 차원에서 잠정적인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관세환급 등 막판 쟁점이 남아있긴 하지만 원만히 다음달 2일 원만히 타결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언론은 일제히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협상 타결을 선언할 경우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조짐에 제동을 걸고, 자유무역주의 확산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벤츠 S클래스 2천만 원 싸진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벌써부터 계산기를 두들기면서 업종별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동아일보는 17일 사설에서 “당장 경제사정이 어렵다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면 공멸을 가져올 뿐”이라면서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확산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경제를 나락에 빠뜨리고 일부 국가의 전체주의화를 부추기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한EU FTA가 보호무역주의에 제동을 걸면서 국제통상 질서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숱한 논쟁을 거친 반면 한EU FTA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내용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미 FTA에 포함됐던 투자자 국가 소송제 등 독소 조항은 빠졌지만 특허권 강화와 쇠고기와 돼지고기 검역, 상하수도 등 공공부문 민영화 압박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수두룩한데도 언론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용창출과 수출증대 등 정부가 강조하는 기대효과 역시 아무런 검증 없이 일방적인 받아쓰기에 그치고 있다.

일단 관세율이 25%인 돼지고기의 경우 관세가 철폐될 경우 국내 축산농가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치즈나 유제품 수입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과와 배 역시 국내산 대비 최고 50%까지 저렴한 수준이고 닭고기는 거의 절반 수준이다. 탈지분유도 국내산보다 31% 정도 저렴하다. 맥주보리도 46% 수준이다. 돼지고기 도축 등과 관련해 위생 검역 문제도 제기될 전망이다.

관세율도 우리나라가 훨씬 더 높다. 우리나라는 농산물의 경우 47.8%, 비농산물은 6.6%인데 EU는 농산물이 15.1%, 비농산물은 3.9%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반면 무관세 비율은 우리나라는 농산물이 1.7%, 비농산물이 29.8%로 EU의 43.2%와 58.8% 보다 훨씬 낮다. 당장 관세가 철폐될 경우 EU가 훨씬 더 이익이라는 이야기다. 자동차 수출이 늘어날 거라고 하지만 대부분 공장이 이미 동유럽에 진출해 있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창출 효과도 불투명하다. EU의 우리나라 투자가 대부분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EU 투자는 공장 설립형 투자가 많다. 고용창출은커녕 고용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특허권 강화를 앞세워 국내 제약회사들의 복제 의약품 판매를 금지시킬 가능성도 있다. 물 산업 개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민간위탁 형태로 공공부문 사유화를 가속화할 거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FTA 반대 범국민 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단기적으로 수혜를 볼 것 같은 자동차 산업은 EU 및 일본과의 FTA로 점차 피해의 정도가 높아질 것이고, 섬유는 중국과의 FTA로 결국 사양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국본은 또 “정밀화학 및 정밀기계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발전 환경을 초토화시키는 한편 부품‧소재 제품 등의 대외의존도를 더욱 높여 중부가가치 제조업과 영세 서비스업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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