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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못 뽑혔다? 연합뉴스의 수상쩍은 양도세 보도.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6, 2009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완전 폐지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5일 같은 내용의 양도세 정상화와 기업 구조조정 및 투자 활성화 지원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4월 임시국회에 내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최고 66%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했지만 앞으로는 최고 세율이 33%로 줄어들게 된다.


이를테면 주택을 3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집을 팔아 5천만원을 번다면 지금까지는 양도차익의 45%인 2116만원을 양도세로 내는데 앞으로는 633만원만 내게 된다. 70%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만약 양도차익이 3억원이라면 지금까지는 1억3250만원, 앞으로는 8908만원으로 33% 줄어들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징벌적 양도세는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더욱 얼어붙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시중의 ‘돈맥경화’ 현상을 가중시키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양도세 중과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고 경기를 살리겠다는 이야기다.

주요 언론이 모두 이 소식을 비중있게 전하고 있는데 특히 연합뉴스가 이번 세제 개편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나서 주목된다. 연합뉴스는 15일 “양도세 대못 완전히 뽑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참여정부 때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대못’으로 꼽혔던 징벌적 양도세 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고 전했다.

종부세와 양도세를 “부동산 시장의 대못”으로 단정짓는 것도 놀랍지만 “징벌적 양도세 제도”라는 표현에도 문제가 많다. 양도세는 징벌적 과세라기 보다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경제지들의 논조를 그대로 답습한 주장인데 이는 중립성을 강조해왔던 과거 연합뉴스에서는 발견되지 않던 보도 태도다.

연합뉴스는 “양도세 중과 조치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기를 잡는다는 제도의 취지가 퇴색했고 조세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투기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말일까. 양도세가 조세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역시 단정적으로 쓰기는 어려운 주장이다.

연합뉴스는 “거래가 활성화되면 지방세인 취득세, 등록세는 물론이고 양도세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도 이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 이유를 과도한 양도세 부담 때문이고 그래서 실제 집이 필요한 사람들도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은 “종부세와 양도세를 대못이라고 부르다니 어처구니 없다”고 평가했다. 이 처장은 “양도세는 건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인데 그걸 전봇대와 구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뽑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투기를 조장해서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인데 오히려 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의 이날 보도는 지난 2일 “다주택 중과세 원칙 허물면 안 된다”는 제목의 연합시론 칼럼과도 상반되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이 칼럼에서는 “머잖아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와 이 나라를 또다시 투기 광풍에 몰아넣을 대책까지 마구 써선 안 된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주장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는데 15일에는 “대못이 뽑혔다”며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난 정부에서 비교적 중립적 논조를 유지해 왔던 연합뉴스는 최근 들어 부쩍 친 정부 성향을 보여 왔다.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 논의와 관련, “미봉책이 되더라도 고용기간 연장이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고 정부와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변했고 지난달 미디어 관련법을 놓고 국회가 공방을 벌일 때도 양비론으로 일관하면서 물타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설문조사 결과를 전하면서는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 중반으로 쇠고기 파동 이후 10%대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라며 애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 기사의 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1월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 원장이 정부 외압을 시사하며 사의를 표명했을 때도 “정부가 원장의 임기를 부정했다”는데만 초점을 맞췄고 “정부의 적지 않은 압력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합리화할 수 있는 논거를 도저히 만들 재간이 없었다”는 이 원장 이임사의 핵심 대목은 빠뜨렸다.

최근에는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경제평론가 박경철씨의 강연 내용을 왜곡 인용해 “시골의사 박경철, 하반기 경기회복 예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가 박씨의 항의를 받고 기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박씨는 “자신이 경기회복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70%의 시간을 할애했는데 완전히 작문 수준의 기사가 나갔다”고 항의했다.

연합뉴스는 최근 외국 언론들이 우리나라 단기외채와 관련 부정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연합뉴스는 “헛된 정보로 한국의 금융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대외신뢰도에 먹칠을 한다면 결코 묵과할 수 없다”거나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소설 같은 얘기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외국계 한국경제 낙관 시각도 많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기사 내용은 낙관적이라기보다는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였다. HSBC가 “한국 경제의 잠재력과 저력을 믿으며 한국경제의 전망도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언급한 걸 두고 “한국이 위기에 취약하다고 했던 HSBC가 시각을 바꿨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의 이런 모호한 보도태도는 오는 8월로 예정된 뉴스통신진흥법 시효 만료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입법예고한 개정법률안에 뉴스통신진흥회가 연합뉴스의 예산 승인권을 갖고 경영실적을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를 두고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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