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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미니멀리즘, 토프레 해피해킹 프로패셔널.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 2009

노트북에 물을 한컵 엎질렀더니 재빨리 전원을 끄고 털어냈는데도 오른쪽 시프트키가 말을 안 듣는다. 나는 유난히 키보드가 고장이 잘 난다. 지금 쓰는 키보드도 바꾼지 반년도 안 됐다. 다시 애프터서비스를 부를까 하다가 내친 김에 기계식 키보드를 써볼까 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던중에 욕심을 내서 해피해킹 키보드를 장만하기로 했다.


일본 판매가격은 2만5천엔. 한때 18만원인가 했던 것 같은데 환율이 올라서 20만원이 넘더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27만원에 팔리다가 지금은 아예 품절된 상태다. 조만간 38만원으로 오를 거라고 한다. 웬만한 넷북 한대 가격이고 노트북 절반 가격이다. 그래서 일본 야후옥션을 며칠 뒤지다가 적당한 가격에 새 것 같은 중고로 쓸만한 걸 찾아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워낙 유명한 키보드지만 처음 적응하기는 만만치 않다. 일단 캡스락키가 있는 자리에 콘트롤키가 올라가 있고 방향키도 없고 펑션키도 없다. 모두 펑션키 조합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심지어 백스페이스키도 없어서 처음에는 상당히 애를 먹게 된다. 키가 모두해서 60개 밖에 안 된다. 흰색과 먹색, 각각 영문과 무각인 자판이 있다.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의 색깔에 따라 청축과 갈축, 흑축 등으로 부르는데 철컥철컥하는 클릭과 상대적으로 걸림이 적은 넌클릭, 걸림이 전혀 없는 부드러운 리니어 방식으로 나뉜다. 나는 사실 클릭 방식이 좋은데 그렇잖아도 격렬하게 자판을 두둘기는 편이라 옆자리 동료를 배려해서 무접점 정전용량 방식의 해피해킹 프로를 선택했다.

참고: 해피해킹 키보드. (위키피디아)

훌륭한 장수는 칼을 탓하지 않는다는데 애꿎은 키보드에 호사를 부리고 있으니 한심하고 계면쩍은 일이다. 터무니없는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좀 두들기는 맛이 있어야 글 쓰는 재미가 있다고 위안을 삼기로. 그리고 밥값을 하려면 좀 더 열심히 좋은 글을 써야겠다고 반성도 하고 있다. 해피 라이팅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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