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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반정부 시위 확산, 우리는 “경제도 어려운데 웬 파업?”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31, 2009

유럽에서는 파업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9일 주요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가 철도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항공기 운항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변호사와 교사, 대학교수, 고등학생까지 파업 대열에 합류했고 병원과 학교, 우체국은 문을 닫았다. 공공부문이 완전히 마비된 이날을 프랑스 언론은 “검은 목요일”로 불렀다.


이들은 니콜라이 사르코지 대통령이 실업 대책은 내놓지 않고 부실한 은행과 자동차 회사들을 살리는 데 수백억 유로를 지원하는 등 일방적인 친기업 대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3만여 명에 이르는 공공부문 감축계획 철회와 고용과 임금 안정에 중점을 둔 기업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급진적인 성향의 젊은 좌파 운동가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29일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사르코지를 끌어내리고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자본주의를 전복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34세의 우편배달부 출신인 그는 최근 차기 대통령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0%의 지지율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갔고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체반도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리스에서는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7일 아이슬란드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돼 게이르 하르데 총리를 비롯해 내각이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동유럽은 더욱 격렬한 양상을 띄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폭동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라트비아에서는 25일 1만명 이상이 의회를 점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고 리투아니아에서는 7천여명이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해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는 불가리아와 체코, 헝가리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영국의 더타임즈는 “동유럽의 반정부 시위가 훨씬 격렬한 것은 경제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 달 월급 700유로(126만원) 이하의 비정규직 청년층이 시위를 이끌면서 1968년 반정부 시위가 유럽을 휩쓸었던 68운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내 언론의 보도는 다분히 편향돼 있을 뿐더러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다. “철도 항공 잇단 운행 중단(서울신문)”이라거나 “공공 서비스 대부분 마비(조선일보)”, “혼돈의 유럽(세계일보)”, “유럽 전역 또 파업 몸살(서울경제)” 등의 제목을 내걸고 있으면서도 정작 파업 참가자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는 친기업 정책과 노동자 계급에 희생을 전가하는 구조조정, 대대적인 공공부문 감축 등 우리나라의 상황도 결코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대부분 신문에서 국제면 기사와 경제면, 사회면 기사가 따로따로 놀고 있다.

오히려 대부분의 언론이 더욱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 논조를 펼치고 있다. 정부가 경기 악화를 빌미로 비정규직 보호법 개악을 서두르고 있는데 일부 언론은 이를 거들고 나서는 형국이다. 주간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을 검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를 둘러싼 논의도 마찬가지다. 보수·경제지들이 제안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 동결 또는 삭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테면 “1천명이 임금을 동결하면 30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논리다. “정규직 임금이 너무 많아서 비정규직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도 결국 전체 파이를 줄이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기업이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서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공기업 일자리를 늘리지 마라” 또는 “공무원 20만명을 감축하겠다”라고 말하는 모순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공공부문 개혁이 민간 부문 일자리를 늘린다”는 해괴한 논리에 대해서도 언론은 받아쓰기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이 강조하는 생존 해법은 실업률이 늘어나거나 말거나 살아남기 위해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받아들이라는 기회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무차별 확산과 심화되는 양극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언론의 고민은 철저하게 기득권을 보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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