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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론의 핵심은 세대갈등이 아니라 계급갈등.”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31, 2009

“우석훈이 변희재에게 낚였다.” 20대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베스트셀러 ’88만원 세대’의 공저자인 우석훈씨가 변희재 실크로드 CEO포럼 회장의 실크세대론을 치켜세운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씨는 지난 14일 한겨레에 기고한 “20대 당사자 운동과 변희재의 실크세대” 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변씨가 주도하고 있는 창업운동을 “우파 버전의 당사자 운동”이라고 평가하고 “386의 우리끼리주의를 깨고 새로운 당사자 운동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잘 하는 일”, “건투를 빈다” 등의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변씨가 최근 조선일보에 기고한 일련의 칼럼에 따르면 실크세대는 “1970년대 이하 출생으로 386세대와 달리 인터넷과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열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를 말한다. 변씨는 “88만원 세대론을 폐기처분하고 실크세대론을 이야기하자”고 주장하면서도 386의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상의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실체가 모호한 개념인 셈이다.

문제는 변씨와 우씨가 88세대론을 실크세대론으로 물타기하면서,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씨가 변씨의 실크세대론에 말려들면서 88만원 세대가 제기했던 20대 비정규직의 문제가 386세대와 지금의 20, 30대와의 갈등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변씨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우 박사가 당사자 운동으로서 창업 아이템을 선택한 실크세대론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켜준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참고 : 88만원 세대론, ‘조선’ 독우물에 빠지다. (레디앙)

변씨와 우씨의 기묘한 결합과 관련, ’88만원 세대’의 공저자인 박권일씨는 30일 레디앙에 기고한 “88만원 세대론, ‘조선’ 독우물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씨의 글 때문에) 88만원 세대론은 이제 조선일보의 실크세대 기획의 ‘부록’으로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조선일보가 변씨의 실크세대론을 띄우는 이유는 20대 이하의 세대들이 자신이 처한 사회구조적 모순에 눈감아 버린 채 오직 386세대만을 증오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서 “그런 식의 사고방식은 우리가 처한 문제를 결코 해결해 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88만원 세대가 뚫어내야 하는 벽은 386세대 개개인이 아니라, 386세대가 싸우며 만들어냈지만 이제는 20대에게 굴레와 질곡이 되어버린 사회시스템”이라면서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88만원 세대론’은 단순히 세대끼리 싸움 붙이는 담론 외에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고 강조했다. 변씨의 실크세대론을 겨냥해서도 “‘능력과 전문성도 없는 386세대’와 ‘무한한 잠재력과 전문성을 가진 젊은 세대’로 구별짓기하는 변희재식 세대론은 세대론이 아니라 차라리 변형된 인종주의에 가까운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씨는 “고민스러운 건 ’88만원 세대’를 가장 열심히 읽는 20대가 이른바 명문대생이란 점”이라면서 “정작 88만원 세대에 한없이 가까운 20대들일수록 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층이 88만원 세대라면, 고령층은 50만원 세대”라거나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우파 담론에 88만원 세대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이 책에 대한 비판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 책이 “계급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세대론에 집중하다보니 세대 내부의 양극화, 20대와 50대에서 쌍봉형으로 나타나는 불안정노동과 같은 주요 문제들이 언급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었다”고 지적했다. 박씨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변씨 등이 엉뚱한 실크세대론을 들고 나와 우씨를 끌어들인 것도 계급갈등을 세대갈등으로 치환하려는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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