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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투자가 답이다.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17, 2003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개인 투자자들은 내내 안오르는 주식만 들고 있기 일쑤다.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밥이다. 어설프게 덤벼들기 보다는 차라리 투자신탁회사의 간접 투자상품, 펀드에 가입하는 게 백배 천배 현명한 일이다. 일확천금은 자칫 깡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펀드는 작지만 안정된 수익을 올려준다. 바야흐로 초저금리 시대 아닌가. 큰 욕심을 버리되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 정도에 만족할 수 있다면 이제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루 갖춘 좋은 펀드를 고르는 일만 남았다.

표 –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표 – 수익률 상위 운용사.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성장형 펀드, ‘드래곤승천주식3-24’는 2003년 10월 기준으로 59.66%의 연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천만원을 넣어뒀으면 지금쯤 1500만원을 훌쩍 넘어섰을 거라는 이야기다. 당신이 아무리 주식 투자의 고수라고 한들 이 정도 수익을 내기는 정말 어렵다. 이게 바로 간접투자의 저력이다.

2003년 10월 기준으로 성장형 펀드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7개가 삼성투자신탁운용의 펀드다. 물론 삼성투자신탁운용은 비슷한 투자원칙을 갖는 펀드를 다른 이름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한꺼번에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회사 전체를 놓고 보면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지난 1년 수익률은 45.48%로 49.29%를 기록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2위다. 지난해 10월 14일 종합주가지수가 614.27, 올해 10월 14일 종합주가지수는 766.52로 24.78% 올랐다. 이 회사들의 수익률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두배 이상 따라잡은 셈이다.

이른바 간접투자는 여러가지로 직접투자보다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이것저것 알짜배기 주식을 골고루 사서 위험을 분산시킬만큼 당신에게 돈이 많은가. 하루종일 시장을 들여다 보고 연구할만큼 당신에게 시간이 많은가. 전문지식과 정보를 갖췄는가. 그렇지 않다면 전문가의 손을 빌려라. 대박을 터뜨리려는 꿈을 버리면 탄탄하고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간접투자는 증권투자를 전문으로하는 투자신탁운용회사나 자산운용회사에 돈을 맡기고 이 회사가 발행하는 수익증권을 사거나 뮤추얼펀드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직접투자의 10분의 1의 노력만 기울이면 된다. 펀드매니저는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아 알짜배기 종목을 골라 적당히 나눠서 투자한다. 몇군데서 크게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몇군데서 얻은 이익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그게 이른바 포트폴리오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훌륭한 격언도 있지 않은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간접투자는 여러개의 계란 바구니를 함께 사는 것과 비슷하다.

간접투자는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로 나뉜다. 복잡하지만 상식적으로 알아두자.

수익증권은 투자신탁운용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끌어 모아 펀드를 만들 때 투자자들에게 출자비율에 따라 나눠주는 권리증서를 말한다. 투자신탁에 가입한다는 것은 이 수익증권을 산다는 의미다. 투자신탁운용회사가 돈을 잘 굴려서 이익이 나면 수익증권의 가격이 올라가고 적당한 때를 찾아 비싼 값에 팔면 그만큼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판매수수료로 0.8%, 운용수수료로 0.2%, 그리고 이익이 나면 초과수익의 20%를 추가 수수료로 받는다.

뮤추얼펀드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아예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서 회사를 만든다. 회사는 회사지만 사무실도 직원도 없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다. 투자자들은 주주가 되고 이 회사가 투자를 잘 해서 돈을 벌면 배당금을 받는다. 보통 판매수수료로 0.96%, 운용수수료로 0.64%를 받고 초과수익이 나더라도 추가 수수료는 없다. 뮤추얼펀드는 수익증권보다 상대적으로 환매가 어렵다. 마음먹을 때 팔고 나오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장점이라면 좀더 공격적인 자산 운용이 가능하고 회사의 주주인만큼 자산 운용내역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간접투자의 핵심은 어떤 회사의 어떤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길까 하는데 있다. 형편없는 투자신탁운용회사와 못된 펀드매니저들도 얼마든지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수익률로 장난을 치거나 고객의 돈으로 작전을 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심지어 실적 좋은 펀드가 내다판 주식을 실적 나쁜 펀드가 비싸게 사들이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선뜻 돈을 맡기기에 앞서 과거 실적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다. 한국펀드평가나 펀드닥터, 모닝스타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펀드의 수익률과 운용사별 실적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 투자의 성격도 미리 결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수익성과 안정성에 대한 판단이다. 수익성을 높이면 안정성이 줄어들고 안정성을 높이면 수익성이 줄어든다. 그래서 주식에 많이 투자하는 펀드가 있고 채권에 많이 투자하는 펀드가 있다. 채권형 펀드는 주가가 빠지거나 오르거나 일정한 수익을 내준다. 물론 성장성을 강조한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률은 훨씬 낮지만 손실이 나는 일은 거의 없다. 주식형 펀드 가운데는 주가가 한창 오를 때면 한해 100%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펀드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이라면 굳이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일은 없다. 차라리 은행에 넣어두는 게 낫다.

주식형 펀드는 주식을 얼마나 많이 포함하느냐에 따라 다시 성장형과 안정성장형, 안정형으로 나뉜다.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은 채권이나 선물 옵션 등에 들어가는데 펀드마다 성격이 다르니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성장형은 주식편입비가 70%초과, 안정성장형은 31%∼70%, 안정형은 30 %이하를 말한다. 주식형은 주식 편입비율을 항상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펀드인 반면, 자산배분형은 주식편입비율을 20~90% 등 광범위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펀드를 말한다.

펀드도 물론 살 때와 팔 때가 정해져 있다. 기껏 한참 오르고 난 뒤에 들어가면 떨어지는 일만 남는다. 떨어질만큼 떨어졌다고 생각되거나 이제 오르기 시작한다고 생각할 때 들어가는 게 좋다.

수익증권의 단위는 좌다. 1좌의 기준 가격은 1천원에서 시작한다. 기준 가격은 수익에 따라 계속 바뀐다. 기준 가격이 1천원일때 1천만원을 투자하면 1천만좌를 받게 된다. 기준가격이 1천원에서 1100원으로 오르면 수익이 100만원이 되고 900원으로 떨어지면 손실이 100만원이 된다. 기준가가 500원이 되면 정확히 절반을 날리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만약 기준가가 500원인 상황에서 들어온 투자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투자자는 1천만원을 투자하면 2천만좌를 받게 된다. 만약 기준가가 500원에서 700원으로 오르면 무려 400만원(=200원X2천좌)을 벌게 된다. 그러나 기준가 1000원에서 들어간 투자자는 200만원(=200원X1천좌)밖에 못번다. 펀드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싸게 들어가서 비싸게 팔고 나오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무조건 기준가가 싸다고 좋은 건 아니다. 터무니 없이 싼 펀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무조건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고집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동안 돈을 많이 벌어줬다는 이야기지 앞으로도 그렇게 벌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주의사항 몇가지.

설정규모가 100억원 이상되는 큰 펀드가 좋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유능한 펀드매니저는 몇십억짜리 펀드를 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왠만하면 1호 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다. 한 펀드가 인기를 끈다고 생각되면 상품명의 뒷자리 숫자만 바꾼 똑같은 상품들이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그때 이미 시장이 상당히 뜬 상태라면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망해 보인다면 1호 펀드를 놓치지 말아라.

또 투자기간을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다. 3개월만 투자했다가 빼내서 전세자금으로 쓸 돈을 6개월 환매제한 펀드에 집어넣는다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기간 안에 환매를 하게 되면 이익금의 70%에서 많게는 90%까지 토해내야 한다. 투자신탁 설명서도 꼭 챙겨야 한다. 어떤 상품에 얼마나 투자되는지, 선물과 옵션은 어떤 식으로 운용되는지 등을 알아두는 게 좋다.

상자.
인덱스 펀드 만한 게 없다.

인덱스펀드는 종합주가지수(인덱스)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잡을 수 있도록 종목을 알맞게 짜맞춘 펀드다. 대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종목과 편입 비율을 얼추 맞추고 주가가 오르건 떨어지건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주가가 10% 오르면 10%의 수익률을 얻고 10% 떨어지면 10%만큼 잃게 된다. 보통 때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주가가 마구 뛰어오를 때면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들이 아무리 기를 쓰고 쫓아와도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을 따라잡기 힘들다. 우습게도 펀드매니저들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는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펀드들보다 훨씬 높다는 이야기다.

인덱스펀드는 대박을 터뜨리기는 어렵겠지만 그만큼 쪽박을 찰 가능성도 적다.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면서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다른 펀드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수익성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오르면 수익률에서도 일찌감치 다른 펀드들을 앞지를 수 있다.

인덱스펀드의 수익성은 미국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펀드평가 전문회사 리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1926개 펀드 가운데 S&P500 지수 성장률을 따라잡은 펀드는 346개, 다우존스 지수 성장률을 따라잡은 펀드는 고작 16개에 지나지 않았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다듬어질수록 대박을 터뜨려줄 종목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그나마도 몇차례 사고 팔다보면 어딘가에서 펑크가 나게되고 결국 수수료만큼도 못버는 경우가 많아요. 정작 주가가 뛰기 시작할 때는 굼뜨게 움직이고요.” 동양오리온투자신탁 정현철 펀드매니저의 이야기다. 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잡는 인덱스펀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미국에서 규모가 큰 주식형 펀드들이 부분적으로 인덱스펀드를 흉내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인덱스펀드는 주가가 떨어질 때 다른 펀드들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운용의 폭이 좁기 때문에 투자자들로서는 재빨리 환매를 하거나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분위기를 봐가면서 종목을 갈아탈 수도 없고 주식 비중을 크게 줄일 수도 없다.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려면 먼저 반드시 주가가 뛰어오를 거라는 확신이 서있어야 한다.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기 앞서 살펴야 할 몇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먼저 인덱스펀드는 펀드매니저의 판단보다는 잘 짜여진 시스템에 크게 의존한다. 가끔 주가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덱스펀드가 나타나는데 종목 구성이나 편입 비율이 제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선물 투자를 맞물리는데 이쪽에서 수익률을 크게 깍아먹는 일도 있다. 과거 운용 실적을 살펴보면 이러한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환매 조건이나 환매 수수료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언제든지 쉽게 가입할 수 있지만 환매를 하려면 일정 기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짧게는 3달에서 길게는 1년 뒤 주가를 내다봐야 한다.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투자자라면 엄브렐러펀드 쪽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현대투신운용에서 내놓은 퍼펙트엄브렐러펀드는 주가가 뛸 때는 인덱스펀드로 옮겨갔다가 주가가 떨어질 때는 재빨리 채권 상품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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