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월급의 50%를 저축하라.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20, 2003

주거래 통장을 만들어라.

피그말리온은 시프러스의 왕이다. 조각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피그말리온은 어느날 대리석을 깎아 아름다운 여자를 조각하고 갈라티아라고 이름을 붙인다. 피그말리온은 갈라티아를 사랑하게 된다. “이건 조각일 뿐이다.” 마음을 다져보지만 이미 피그말리온에게 다른 현실의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현실을 모방했는데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그래서 현실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거짓 아름다움. 한번 사랑에 빠지면 파멸로 치닫는 수밖에 없다. 모든 걸 다 가졌던 피그말리온은 결국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돈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평생을 돈을 버는데 쏟아붓는다. 모든 젊음과 열정을 쏟아붓고 집과 자동차와 얼마 안되는 돈을 손에 쥐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다. 결코 돈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는 걸 사람들은 흔히 너무 늦게 깨닫는다.

“돈은 인간의 노동과 생산의 양도된 본질이다. 돈은 인간을 지배하며 인간은 돈을 숭배한다.” (칼 마르크스)
“돈은 바닷물과 같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 (아르튀르 쇼펜하우어)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부자 아버지는 어느날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하고선 동네 구멍가게에서 한시간에 10센트짜리 일을 시킨다. 하품이 날만큼 한심한 일에 지쳐 일을 그만두겠다고 할 무렵, 부자 아버지가 그를 부른다. “봐라, 많은 어른들은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한단다. 그 사람들에게 10센트를 12센트로 올려주거나 선심쓰듯 20센트나 30센트로 올려준다고 해도 그 사람들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도 평생 청구서와 빚에 쫓겨다니면서 살지. 너는 어떻게 살 거니.” 대충 이런 이야기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발상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부자 아버지에게 돈 버는 방법을 배우기로 한다. 많이 배웠지만 성실하고 그만큼 가난한 아버지를 버리고 못배웠지만 부자인 친구의 아버지를 아버지로 모시기로 한다. 이 책은 부자 아빠 신드롬과 함께 사람들에게 조급증을 불러일으켰다. 아들에게 버림받는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증이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언젠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멀리하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가난한 것에 대한 핑계일 뿐이다. 가난하게 살고 싶으면 계속 핑계를 대면 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주는 교훈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별 수 없이 천박하고 역겹다. 이 책은 땀흘려 일하는 성실한 사람들을 비웃고 얼치기 자본가의 헛된 환상을 부추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박을 터뜨릴 주식을 고르거나 값이 두배로 뛰어오를 부동산을 찾느라 난리법석을 떤다. 누가 뭐로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솔깃한 소문이 넘쳐난다. 이 정도면 고지식하고 가난한 아빠는 아들에게 버림을 받아도 싸다.

이진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비판한 책, ‘부자 아빠의 진실게임’에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 같은 인스턴트 재테크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노력없이 큰돈을 쉽게 버는 마술 같은 재테크 전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파멸과 몰락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부채를 쌓지 말고 자산을 쌓으라고 이야기한다. 빚을 내 집을 사놓고 평생을 빚 갚는데 쫓기지 말고 남는 돈이 있으면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서 자산을 늘리라는 이야기다. 월급을 올려달라고 생떼를 부리지 말고 적은 월급이나마 굴려서 직접 돈을 만들어 내라는 이야기다. 결국 돈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그리고 돈에서 자유로우려면 어떻게든 부자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사람들을 일확천금의 환상에 들뜨게 할뿐 정작 중요한 본질은 놓치고 있다. 행복은 결코 일확천금의 재테크로 이뤄지지 않는다. 돈은 피그말리온의 갈라티아처럼 현실을 모방한 거짓된 아름다움일 뿐이다.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라. 결코 돈을 버는데 평생을 다 쏟아붓지 마라. 가난한 아빠를 벗어나려고 로또 따위에 막연한 희망을 거는 아빠는 결코 존경받는 ‘부자 아빠’가 될 수 없다.

부자 아빠 신드롬은 간과하고 있지만 재테크의 기본은 결국 저축이다. 일단 돈이 어느정도 모여야 주식을 하든 부동산을 하든 할 것 아닌가. 일확천금의 환상을 쫓기 앞서 저축하는 습관과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부자 아빠 신드롬에 휩쓸릴 때가 결코 아니다.

사회의 첫발을 내디딘 당신은 이제 인생 전반의 재테크 계획을 짜야 한다. 지금은 돈 버는 재미에 빠져있겠지만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수두룩하다. 결혼과 내집마련, 한발 더 나아가 자녀들 교육과 노후 대책까지, 지금부터 수입과 지출 관리를 시작하지 않으면 언젠가 후회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2003년 기준 신혼부부 4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결혼 비용은 9088만원에 이른다. 전체 결혼 비용의 절반이 넘는 6226만원(68.5%)이 주택자금이고, 혼수에 1819만원(20%), 피로연과 신혼여행 등 결혼식 비용에 1043만원(11.5%)이 들었다. 내집 마련도 천차만별이지만 종자돈으로 5천~1억원은 확보해야 한다.

사회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 때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면 급여의 50% 이상은 무조건 저축한다고 생각해라. 철저한 절제와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또 왜 돈을 모으려고 하는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나중에 대출이라도 제대로 받으려면 지금부터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 놓고 실적을 꾸준히 쌓아가는 게 좋다.

요즘은 가뜩이나 은행들도 비용절감 차원에서 우수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 안되는 고객들은 홀대하는 추세다. 은행들은 이제 거래 실적과 평균잔고, 은행에 대한 수익 기여도 등에 따라 우대고객을 선정하고, 이들에 대해서만 금리 우대서비스, 외국환거래 우대서비스, 각종 수수료 우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조만간 일정 금액 이하의 예금 고객들에게는 이자를 주지 않거나 오히려 비용을 청구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게다가 똑같은 돈을 맡기거나 빌려도 적용 금리가 다르고, 수십 가지에 이르는 수수료 비용도 다르다. 뿐만 아니라 우수 고객에게는 무료 법률 상담이나 세무, 자산운용 컨설팅 서비스 등과 함께 여행상품 할인서비스 등 부가서비스까지 제공된다. 주거래 은행의 필요성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욱 커졌다.

주거래 은행은 급여가 자동이체되는 은행이면 좋고, 무엇보다도 앞날을 대비해서 대출 금리가 낮은 은행을 골라야 한다. 주거래 은행을 고르고 나면 모든 금융거래를 이곳으로 집중시킨다. 적금과 청약 통장은 물론이고 각종 공과금의 자동이체나 신용카드 결제, 인터넷 뱅킹과 텔레뱅킹까지 모두 한 은행에서 해결한다.

저축과 투자는 철저하게 구분하는 게 좋다. 애매하게 섞어 놓으면 관리도 어렵고 실적도 제대로 쌓이지 않는다. 이를 테면 언제든 꺼내써야 할 돈은 최대한 이자가 높은 통장에 넣어두고 그밖에 여유자금은 액수가 적더라도 만기가 일정하고 이율이 높은 자유적립식 예금이나 정기예금, 또는 신탁상품에 넣어 따로 관리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자꾸 넣었다 뺐다 해서는 실적을 쌓기 어렵다. 다만 적금상품에 가입할 때에는 충분한 계획을 세워 중도에 해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예비자금은 수시입출금식 상품이나 3개월 이상만 예치하면 언제 찾더라도 만기배당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단기추가금전신탁 등에 넣어두는 게 좋다.

소득공제 혜택도 따져봐야 한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근로소득자로서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라면 연말정산시 연간 적립금액의 40% 이내에서 최고 300만원까지 소득공제의 혜택이 있다. 개인연금저축도 연말정산시 연간 적립금액의 100% 이내 최고 24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안타깝게도 개인연금저축은 2003년부터 신규가입이 안된다. 또 비과세 혜택이 있는 적립식 상품으로 근로자우대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이 있는데 근로자우대저축도 2003년부터 신규가입을 받지 않는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금리가 연 5%대로 상대적으로 높다. 가입기간이 7~10년으로 다소 길지만 매년 불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가입 후 5년이 지나면 30년까지 장기주택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고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는 연말정산에서 적립금액의 40%(최고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은행마다 금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6% 안팎이다. 분기당 1만∼30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낼 수 있다.

정기적금이나 신용부금 등 적립식 상품에 가입할 때는 세금우대 조건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단, 세금우대 상품은 모든 은행을 통털어 1인당 4천만원까지로 가입한도 제한이 있어 가입하기 전에 본인의 세금우대 가입한도를 잘 체크하여야 한다. 일반과세 상품은 16.5%의 세금을 떼지만 세금우대저축은 10.5%의 세율만 적용된다.

근로자우대저축의 대안으로 요즘은 상호부금이 인기다. 이 상품은 6개월에서 3년 정도의 기간에 목돈을 모으는 데 적합하다. 10.5%의 세율로 세금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금을 더 줄이고 싶다면 새마을금고와 농수협 단위조합에서 판매하는 정기적금에 가입하면 1인당 2천만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면제되고 농특세 1.5%만 부담하면 된다.

내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면 주택청약통장도 필수다. 청약저축과 주택청약부금, 주택청약예금 3종류가 있는데 30평형대의 민영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면 주택청약부금에 가입하고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국민주택 및 민간건설 중형국민주택을 분양 받으려면 청약저축에 가입한다. 청약부금은 한달에 5만∼50만원까지 낼 수 있는데 가입 후 2년이 지나고 지역별 예치금액(서울 300만원) 이상을 내면 1순위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돈 들어갈데가 많으니 노후 대책도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은행에서 파는 연금신탁과 보험회사의 연금보험 등 연금저축이 좋다. 가입 기간은 대부분 10년 이상이고 만 55세 이후에 최소 5년 동안 나눠서 받을 수 있다. 연금에 붙는 세금은 이자소득세율(16.5%)보다 훨씬 낮은 5.5% 정도다. 연간 240만원 한도에서 적립금 전부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약을 생각해서 보험 가입도 필수다. 전문가들은 소득의 5~7% 정도를 보험료로 지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상자.
꿩 먹고 알 먹고 지수연동형 상품.

바야흐로 실질금리 제로 시대다. 연리 4% 1년 만기 정기예금에 1억원을 넣어둬도 1년 뒤에 이자는 기껏 334만원밖에 안된다. 한달에 27만8300원이다. 은행에 맡겨두자니 못내 아쉽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자니 겁도 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수연동형 상품이 딱 맞다.

지수연동형 상품의 가장 큰 매력은 원금보장 조건에 있다. 주가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이익을 내면서 주가가 빠질 때도 원금을 보장해준다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 금융상품인가.

지수연동형 상품은 투자자가 맡긴 돈 가운데 원금은 정기예금(주가지수연동예금)이나 채권(ELS)에 집어넣어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거기서 나온 이자를 주식이나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대신 이익의 40%만 수익으로 돌려준다.

예를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800일때 가입해 1억원을 집어넣었다면 종합주가지수가 1200까지 50% 오를 때 상승폭의 40%인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설령 주가가 빠지더라도 원금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주가가 400이나 200까지 빠져도 원금은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주가가 더이상 빠지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 때 들어가는 게 좋다. 종목을 고르느라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고 주가가 빠질 때마다 절망할 필요도 없다. 은행이자보다 적어도 서너배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2003년 10월 주가연동형상품 ‘KB리더스정기예금 KOSPI200’의 가입자들에게 가입한 뒤 6개월 뒤에 연 8.75%의 금리를 지급했다. 이 상품은 6개월 단위로 종합주가지수가 5%만 올라도 연 8.75%를 준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의 2003년 8월 ‘매직터치 전환형 단위금전신탁’도 연 9.35%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상품은 종합주가지수가 한번이라도 30%이상 오르면 목표 수익을 준다.

지수연동상품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은행에서 파는 지수연동예금(ELD), 둘째, 5개 증권회사(삼성, LG, 대우, 굿모닝신한, 동원)에서 파는 지수연동증권(ELS), 마지막으로 투자신탁운용회사에서 파는 지수연동펀드(ELF 또는 ELS펀드) 등이다.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원금보장 비율을 낮춘대신 기대수익을 확 높인 상품도 있다. 100% 원금 보장이 아니라 90%만 보장되도 괜찮다면 지수 상승폭의 40%가 아니라 많게는 90~140%까지 이익으로 돌려주는 상품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90%는 보장 받으면서 주가가 오를 때 큰 수익을 낼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

.

www.leejeonghwan.com

Related Articles

Related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던 라즈베리파이 오디오. 드디어 완성. 사실 별 거 없는데 여기저기서 부품 조달하고 거기에 맞춰 도면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build log는 영어로. This is my new network audio system. All in one Integrated Amplifier. 1. Raspberry Pi 4B. 2. Hifiberry DAC+DSP. 3. 7 inch touch screen for raspberry pi. 4. Chromecast...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3년, 사장으로 6년을 지냈습니다. 다행히 월급날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요. 열심히 벌어서 금융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만성적인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언론사 경영이라는 게 날마다 전쟁 같았지만 한 번도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속가능한 미디어오늘을 위한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지난 15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지면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

www.leejeonghw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