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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수학 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를 읽다.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4, 2004

10원짜리 동전을 10번 던져서 어쩌다가 10번 모두 앞면이 나왔다면 11번째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앞면이 나올만큼 나왔으니 이제 뒷면이 나올 때도 된 걸까. 아니면 여전히 앞면이 나올 확률이 높은 걸까.

흔히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로또에 가장 많이 나왔던 숫자가 37이라니까 왠지 37을 빼놓으면 안될 것만 같다. 그래서 그동안 나왔던 숫자들을 놓고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가며 이번주에 당첨될 숫자를 골라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동전을 100번 던져서 100번 모두 앞면이 나왔다고 한들 101번째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여전히 814만5060분의 1이다.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도박이 비슷하다. 각각의 패는 모두 독립적이고 그동안 어떤 패가 나왔든 당신은 다음패를 결코 예측할 수 없다. 동전의 앞면이 잇따라 10번이나 나오는 것처럼 아주 가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여러차례 패를 돌리면 돌릴수록 확률은 이론값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카드로 하는 도박은 조금 다르다. 카드 게임에서 에이스는 모두 네장이다. 당신이 에이스를 뒤집었다면 남은 에이스는 석장, 다음에 에이스가 나올 확률은 분명히 조금 줄어든다. 카드게임에서 각각의 패는 독립적이지 않다.

MIT의 똑똑한 공부벌레들이 카지노에 빠져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계산만 제대로 하면 다음에 나올 패를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다. 포커나 훌라는 변수가 많아 어렵지만 간단한 블랙잭이라면 충분히 붙어볼만하다.

MIT 전기공학과 3학년이었던 케빈 루이스와 그의 친구들은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가스까지 날아가 수억원씩을 벌어들였다. 그들은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최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흥청망청 날려버렸다. 여기에 그 놀라운 기술을 소개한다. 굉장히 간단해서 MIT의 천재들이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술이다.

블랙잭은 카드의 합이 21을 넘지 않되 21에 더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왕의 얼굴이 그려진 카드는 모두 10으로 치고 에이스는 1이 될 수도 있고 11이 될 수도 있다. 게이머는 두장의 카드를 받고 난 다음 카드를 한장 더 받을까 말까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딜러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카드 두장의 합이 17이 안되면 무조건 한장을 더 받고 17이 넘으면 그만 받아야 한다.

컴퓨터를 돌려 계산해 보면 높은 숫자의 카드가 많이 남아 있을수록 게이머에게 유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통계적으로 딜러가 가진 카드의 합이 21이 넘어 게임에 질 확률은 28%라고 한다. 만약 딜러에게 높은 숫자의 카드를 줄 수 있다면 21을 넘길 확률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딜러는 17이 넘기 전에는 무조건 카드를 한장 더 받아야 하니까 말이다. 관건은 그동안 낮은 숫자의 카드가 얼마나 많이 나왔고 그래서 앞으로 높은 숫자의 카드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높은가를 가려내는데 있다.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숫자 2부터 6까지 낮은 숫자의 카드가 한장 나올 때마다 1을 더한다. 10이나 에이스, 왕이 그려진 카드는 나올 때마다 1을 뺀다. 이 지수가 높으면 그동안 낮은 숫자의 카드가 많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카드를 기억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카드가 한장 뒤집힐 때마다 차곡차곡 1을 더하거나 빼는 일은 중학생만 돼도 할 수 있다. 만약 한벌 이상의 카드를 한꺼번에 섞었다면 지수를 그만큼 나눠준다. 게임이 충분히 진행되고 남은 카드가 얼마 안될수록 지수의 적중률은 더 정확해진다. 그때가 기회다.

게임을 계속하면서 때를 기다리다가 지수가 충분히 높아지면 판돈을 크게 늘리면 된다. 이를테면 지수가 낮을 때는 1만원씩 좀스럽게 걸다가 지수가 10 이상으로 높아진다 싶으면 500만원씩 과감하게 건다. 이른바 카드 카운팅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결코 속임수도 불법도 아니다. 케빈 루이스와 그 친구들은 이를 수학이라고 부른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만 이길 확률은 확실히 높다. 동전 던지기나 로또 따위와는 비교도 안된다.

케빈의 패거리들은 카지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른 테이블에 흩어져서 지수를 세다가 지수가 10이상으로 높아진다 싶으면 손짓으로 케빈을 불렀다. 부잣집 아들 행세를 했던 케빈은 앉자 마자 1천만원이든 2천만원이든 아낌없이 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케빈이 억수로 운이 좋다고 생각할뿐 카드 카운팅 따위를 했으리라고는 결코 의심하지 못했다. 게다가 라스베이가스에는 수백개의 카지노가 있다. 너무 많이 땄다 싶으면 다른 카지노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테이블 가득히 쌓인 엄청난 금액의 칩 더미, 사람들의 환호성, 화려한 네온사인, 최고급 호텔과 리무진과 최고급 샴페인 그리고 파티. 이 모든 것들이 1994년에서 1998년 사이에 벌어진 실화다.

케빈과 그 친구들처럼 뻔뻔할 자신이 있다면 이번 설 연휴에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아가 슬롯머신 따위는 거들떠 보지 말고 블랙잭에 도전해보자. 마음속으로 지수를 매기고 푼돈을 잃으면서 기회를 기다려라. 그리고 이제 됐다 싶으면 판돈을 한도금액까지 올려라. 다만 너무 많은 돈을 따서 카지노를 화나게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들이 당신의 얼굴을 기억해두고 출입금지 명령을 내릴지도 모르니까. 좀 심한 경우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로 끌려가는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그런 일도 가끔 있는 모양이다.

케빈과 그의 친구들에게 습격을 당한 카지노들은 사설 탐정을 고용해 이들을 추적했고 이들의 사진은 미국의 모든 카지노에 뿌려졌다. 그들은 이제 어떤 카지노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됐다. 고스란히 돈을 잃어줄 카지노가 결코 아니다.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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