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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 개방, 피할 방법이 없다.”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22, 2004

쌀 시장 개방 문제와 관련,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현재 국내 소비량의 4% 수준까지 늘어난 의무 수입물량을 6∼8%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올해 20만5천 톤 수준으로 예상되는 수입 쌀이 최대 40만 톤 이상으로 늘어나 쌀 생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22일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관세화 유예 조치를 최대한 연장하되 의무 수입물량을 일부 늘리는 조건으로 다음달부터 개별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6∼8%로 늘리는 조건도 현재로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관세화와 시장 개방을 받아들여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쌀 시장 개방 재협상에 참가 의사를 밝힌 나라는 미국과 중국, 호주 등 8개국, 여기에 파키스탄이 통보 권고 시한을 넘긴 22일 추가로 참가 의사를 밝혀왔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9월말까지 이들 국가와 개별 협상을 마쳐야 한다.

이번 협상은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체결한 쌀 관세화 유예 기간 10년이 올해로 만료되면서 유예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것.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시장을 전면 개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예 기간을 연장하려면 일정 부분 양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의무 수입물량을 추가로 늘리는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체결 당시 정부는 1986∼1988년 평균 소비량을 기준으로 단계별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리기로 협상했다. 의무수입물량은 1995년 5만 톤에서 올해는 20만5천 톤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 나라 쌀 생산량 445만 톤의 4.6% 수준이다.

의무 수입물량을 여기서 더 늘릴 경우 당장 쌀 생산 농가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관세화를 받아들일 경우 당장 타격은 받지 않겠지만 관세율을 해마다 인하하면서 장기적으로 시장을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태국산 쌀은 톤당 평균 225달러, 중국산은 391∼469 달러, 미국산은 515∼539 달러 수준으로 국산 쌀의 3분의 1 수준 이하다. 관세화가 받아들여지면 결국 국내 쌀 생산 농가의 전면 폐업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나라는 얻을 건 없으면서 잃을 건 많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쌀 수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나라들까지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유리한 무역 조건을 끌어내겠다는 속셈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일정 부분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할 전망이다.

전농 이영수 정책부장은 “정부와 여당이 필요 이상으로 저자세로 나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6.9%, 쌀을 제외하면 5%도 안됩니다. 쌀 시장 개방은 400만 농민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주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협상은 관세유예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협상이지 시장 개방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이 아닙니다. 양보를 전제로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식량 개방을 무역의 관점에서 보지 말고 식량 주권의 문제에서 보자는 이야기다. 전농은 이미 4% 수준까지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 추가 개방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농은 이번 협상이 400만 농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보고 결사 반대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전국 농민회 부회장) 국회의원 당선자도 “정부가 관세화 유예를 포기하면 우리 나라 농업은 초토화된다”며 “관세화 유예 지속은 물론 의무 수입물량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쌀 시장 개방 재협상은 지난 2월 한-칠레 FTA 체결에 이어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개혁 정당을 자임하고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정책으로 평가를 받게될 첫 번째 시험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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