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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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말, 기획 좌담.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의 집권과 수구 보수 세력의 퇴조, 그리고 진보 세력의 원내 진출. 그렇게 17대 총선은 한국 정치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민주노동당의 핵심 두뇌인 조돈문, 정영태 교수와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인 김동춘 교수와 함께 17대 총선의 의미와 전망을 이야기했다. 원내 진출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의 위상과 역할에 논의의 초점이 맞추졌다. 정체성이 불투명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사회
이번 총선의 역사적 의의를 근현대속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1970년대를 개발과 독재, 1980년대를 반독재 투쟁과 민주주의 쟁취, 1990년대를 세계화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숙, 기존 축적 체제의 몰락으로 본다면 2000년대, 특히 17대 총선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교수)
일단 정치권의 주역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어느 선거보다도 변화가 컸다고 본다. 6월 항쟁에 뿌리를 둔 민주화 세력이 의회의 다수파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 그 옆에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 진보정당이 서게 됐다는 점이 이번 총선의 특징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반민주 냉전 세력과 그들의 특정 지역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
이번 선거를 통해 1987년 이후 지연된 민주화가 제한적으로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지역주의로 생명을 연장해 왔던 보수 양당 독재 구조가 허물어지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 결과 개혁적인 자유주의 세력이 의회의 다수파를 장악하게 됐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배제됐던 노동자와 여성이 의회에 진출한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정영태 (인하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1987년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하나씩 마련돼 왔고 이제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문제는 제도와 행동에 괴리가 있을 수 있는데 반공주의나 지역 감정, 유교적 가부장제도 있을 수 있고 사대주의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요소들이 제거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게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의 몫이었다.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완성해야 할 과제다. 노 대통령이 그런 과제를 의식했던 안했던 공격을 받았고 그게 탄핵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선거 결과가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의 승리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적어도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제도와 실천의 일치라는 측면으로 가는 거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더불어 절실하게 요구되는게 실질적 민주주의다. 사회적 시민권을 완성하는 부분인데,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이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사실 구조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 그 공간들이 민주노동당이 치고 들어가는 부분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두개의 과제가 동시에 제기됐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형식적 민주주의의 실질화를 맡았다고 본다면 다른 한축에서는 실질적인 민주화, 민주노동당이 그런 요구들을 잘 잡아냈고 성공했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가 동시에 심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정리하면 이번 총선은 개혁적 자유주의의 사실상의 집권과 민중운동세력 또는 진보정당의 진출로 정의할 수 있겠다. 문제는 개혁적 자유주의와 진보세력의 간극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느냐는데 있다.

조돈문
세개의 블록이 있다. 의회내에서 양당,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반민주 수구세력과 열린우리당으로 대변되는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이 있다. 그 반대편에는 민주노동당과 의회 바깥의 운동세력이 있다. 개혁적 자유주의와 진보주의가 함께 나아가는 구도는 아닌 것 같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불투명하다. 무엇보다도 경제 부문에서는 수구보수세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한나라당과 거리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공조하고 오히려 진보진영이 대립하는 구도로 가지 않을까. 개혁적 자유주의와 진보진영의 관계가 반드시 협력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라크 파병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에서 양자의 대립은 피할 수 없다.

김동춘
우리가 상위의 정치와 하위의 정치를 구분하면 상위의 정치는 안보와 국방, 경제, 하위의 정치는 복지, 노동, 인권, 여성 등이 있겠다. 체제의 존립과 관련된 부분은 집권당으로 운신의 폭이 좁을 거고 체제의 존립과 관련이 없는 일반 민주주의 부분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사안적으로 연대할 수도 있을 거다.

정영태
노무현 정권이 개혁적 신자유주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인가와는 별개로 노무현 정권에게는 그런 임무가 부여됐다. 그렇게 해야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고 강화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의 지지기반은 재벌과 금융자산과 해외 자산가들이다. 그들의 이해가 관철되는 종속적 신자유주의를 완성해나가는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종속적 신자유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공조할 부분은 있다. 열린우리당도 국민소환제까지는 오케이했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러나 좀더 깊이 들어가면 결국 선이 그어질 수밖에 없다. 그 선을 넘어서면 민주노동당은 날아간다. 정체성이 없어진다. 민주노동당은 선을 넘어서는 부분을 계속 요구해야 할 거다. 둘의 관계를 얼마나 잘 조율해 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도 정책적인 성과를 내려면 열린우리당과 부분적으로 결합하는게 좋다.

조돈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일정 부분 공조할 부분이 있고 대립할 부분도 있을 텐데, 공조할 부분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것 같다. 이미 집권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상태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지지를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의 개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굳이 민주노동당을 끌어들이기 보다는 자신들의 성과로 가져갈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을 상대적으로 주변화화시키면서 다른 시민단체를 끌어들이려고 할 수도 있다. 반면 갈등하고 대랍할 부분은 너무도 분명하다. 사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경제 정책에서 차이는 거의 없다. 정쟁에 휘말려 서로 발목을 잡았을뿐 정책적으로 대립했던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전히 미국식 자본주의를 지향해서 가고 이번 선거에서도 성장보다 분배가 중요하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정작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까지 갈 수도 있다.

사회
이번 총선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지역 구도와 수구 반수구 구도가 극복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고 본다. 수구 세력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향은 역사적 수명을 다한 것인가.

김동춘
한나라당 내에서도 수구세력들이 외적인 압박에 의해 물갈이된게 사실이다. 경상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제외됐다고 볼 수 있다. 개혁적 보수와 수구세력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헤게모니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퇴조할 것인지 유럽처럼 10%정도 득표를 하는 극우세력으로 남을 것인지가 문제다. 박근혜 대표 체제가 어느정도 지속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나라당에 들어간 박세일 교수를 비롯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인맥들이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지역주의에 근거한 수구세력은 퇴조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본다. 박근혜 대표가 북한 방문 이야기도 하고 있고 의외로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개혁적 보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례대표로 들어간 사람들 보면 송영선처럼 전혀 말이 안되는 사람도 포함돼 있고 정형근이나 김용갑 같은 사람도 다 부활했고 조선일보 같은 보수언론도 막강하기 때문에 수구세력이 일거에 퇴조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정영태
박근혜는 과도기적으로 얼굴 마담 정도가 아닐까. 한나라당이 참 어려울 것 같다. 반공주의도 사실 감정적이다. 대북렵력이나 이런거 실제로 반대하지 않는다. 집권하게 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김영삼 대통령도 봐라. 집권할 때 마구 퍼줬다. 다만 정체성에서 반공이 무기니까 이게 그냥 합리적으로 따져서 입장이 같으니까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고 핵심은 지역주의다. 노무현 정권이 맡았던 역할도 퇴행적 지역감정이나 지역주의다. 그런 방식은 사회적으로 마이너스기도 하고 해당 지역주민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되는 순수하게 선동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퇴행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번에 퇴행적 지역 감정은 없어지리라 생각했는데 일반 지역주민들은 점차 지역주의를 감정적으로 받아 들이기보다는 손에잡히는 이득의 문제로 보는 것 같다. 이거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누구냐는 관점에서 판단한다. 그런 부분에서 감정적인 요소가 작용했다고 본다. 과거처럼 무조건 찍어준다는 그런 건 아니다. 이제 이렇게 밀어야 우리 지역이 산다는 의미에서 지역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맹목적인 반공주의나 퇴행적 지역주의는 꺼낼 수 없는 상태다. 이전과 같은 형태의 지역주의나 수구주의는 사라질 거다. 과도기다.

조돈문
수구세력이 주로 서식하고 있는 곳이 한나라당인데(웃음) 한나라 당내에서도 입지가 많이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 개혁 보수대 수구의 경쟁에서 개혁 보수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는가. 한나라당의 득표는 주로 지역 기반이고 지역 벗어나는 경우에서 수구세력이 된 경우는 없다. 지역에서만 수구세력이 먹혀든다는 이야기다. 지역내에서는 자신들의 지역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냉전적인 사고를 재생산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지역을 벗어나는 경우에서는 합리적인 보수의 외피를 입어야 하는 당위가 있다. 젊은 층이 한나라당에서 이탈하고 있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지나친 수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분명히 지역주의 정당은 퇴조했다. 그러나 크게 약화된 건 아니고 일시적으로 후퇴했을 뿐 지역주의 정서가 살아남아 있다고 본다.

정영태
지역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지역감정이 작동한다. 현실이 그렇다면 지역구를 없애는 수밖에 없다. 전국단위의 비례대표를 늘리면 그런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수구세력이 지역감정을 등에 업고 살아남는데 그런 기틀을 날려버리자는 이야기다. 제도적인 장치, 게임의 룰을 바꾸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사회
새천년민주당의 몰락을 이야기해 보자. 새천년민주당은 과거 저항적 지역주의를 시민들의 요구와 결합시키면서 정권교체를 이룬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그 저항적 지역주의가 어떤 작용을 했다고 보나. 열린우리당은 분당 이전의 새천년민주당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나.

조돈문
열린우리당이 새천년민주당의 적자라는 건 지역주민들의 선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천년민주당의 지난 대선 후보에서 광주 전남지역이 노무현 후보를 밀었다는 것도 그런 정통성을 확인해준다. 저항적 지역주의라는 건 피해자에게 발견되는 거고 오랜 기간동안 소외돼 왔고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더 가질 수 있다.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이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정책을 펼수 있었던 건 바로 그런 지역주민의 정서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김동춘
추미애 전 의원은 새천년민주당이 정통야당을 계승했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도대체 정통야당의 무엇을 계승했다는지 이야기가 없었다.

조돈문
열린우리당이 보수정당의 색깔을 탈피한 건 맞는데 그 이상으로 확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열린우리당이 정책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거나 다른 비전을 내놓아서 시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았다면 다른 면모로 보일 수도 있겠는데 이번에 의석을 많이 딴 건 탄핵의 반사이익이다. 열린우리당의 공약이나 노선에 다른 보수정당과 큰 차이는 없다.

사회
이제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실제적인 집권자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정권의 사회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 게 좋을까. 참고로 말씀드리면 『말』 3월호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이광재 의원 인터뷰를 했다. 이 정권의 노선이 뭐냐고 물어보니까 실용중도노선이라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예로든 게 클린턴과 블레어였다. 많은 사람들이 실용중도노선을 신자유주의라고 평가하는 것 같다.

정영태
신자유주의라고 보는게 맞다. 종속적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금융시스템의 자유화 아닌가.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이 가장 급속히 개방됐다. 그 부분에 대해 노무현 정권은 생각도 없고 김대중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금융부분은 철저하게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 지금처럼 외환이나 주식, 채권 시장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들락거리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 재벌 정책은 소액주주운동으로 대표된다고 본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재벌을 바꿔보겠다는 발상인데 영미식으로 가능하다고 봤던 것 같다. 물론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강조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의 영미식 자본주의와 주주의 권한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고 그런 면에서 김대중 정권과 전혀 차이가 없다.

사회
그런 정책이 민중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정영태
영미식 자본주의는 재벌 총수의 권한을 제약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적인 측면이 있다. 그게 노동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냐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주주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주가가 어떻게 가느야 신경을 써야하고 단기 이윤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자 경영참가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어렵다. 가능하다면 다른데서 양성해 내온 인력을 외부에서 채용하는 방식을 더 중요시하게 된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게 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된다. 가능하면 인건비를 다운시키는 경향으로 간다. 임금이나 노동조건이나 다 악화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조돈문
열린우리당은 큰틀에서는 김대중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펴는게 모델이다. IMF나 월드뱅크에서 이야기하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충실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재벌규제나 세제는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부분이 있지만 큰 틀은 신자유주의다. 실업은 늘어나고 비정규직은 계속 확대된다. 파견근노제도 전직종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선거에 임박해서는 비정규직을 줄이겠다고 큰소리 친다.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복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큰 변화는 없다.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부활거나 자활사업을 분리해서 운영한다거나 이렇게 돈이 크게 안되는 복지제도는 개선되겠지만. 복지제도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의료기초연금이라든가 큰 제도들은 수행할 의지도 없고 역량도 없다. 그러면서 국방비는 증액한다.

김동춘
오히려 김대중 정부보다 못하다고 본다. 의지가 있는데 힘이 없는 것인지 의지도 힘도 없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김대중 정부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모토로 내걸고 노사정 설치라든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생산적 복지 등 논란은 많았지만 일련의 개혁적 시도가 있었는데 노무현은 시도조차 없지 않았는가. 한나라당의 반대가 문제가 아니라 밀어붙이려고 시도조차 없었다. 의료나 복지도 1년 동안 내놓은게 없다. 교육도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준비만 하다 장관이 물러나면서 흐지부지되고 도저히 이 정권과 결합될 수 없는 사람이 장관으로 들어왔다. 로드맵조차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정영태
우리나라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잡고 있다. 금융자본은 한마디로 돈 놀이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제조업은 죽을 수밖에 없다. 영국도 제조업이 거의 없다. 미국도 죽어간다. 기본적인 한계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상황을 인식 못하는 것 같다.

김동춘
정권의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관료들의 리더십에 따라 움직인다. 노무현 정권이 제조업 기반을 강화할 생각이 있으면 관료를 바꿔줘야 한다.

조돈문
발상의 전환은 불가능한것 같다. 열린우리당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의원들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그들의 불만으로 설득시켜 지금 모델로 계속 갈 거다. 경제 브레인에 의해 설득당하는 구도로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거다. 김대중 정권 5년동안 그렇게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거다.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모델로 5년동안 너무 많이 나간거다. 노무현 정권이 되돌리는게 어려울 뿐만아니라 의지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경제 모델 자체가 대외 의존적인 모델이라 미국이 지향하는 바와 다른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엄청나게 강력한 의지가 아니면 어렵다.

김동춘
구조적인 한계다. 과거에는 한나라당과 수구언론 핑계를 댈 수 있었는데 정작 문제는 관료 집단이다. 경제 부처 관료가 타 부처를 식민화하고 있다. 이제는 복지가 경제 문제가 되고 노동이 경제 문제가 되고 교육이 경제 문제가 된다.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예산을 더 따기 위해서 잘 보여야 하고 모셔와야 하는 상태가 됐다. 교육부 같은 경우도 그쪽 논리에 종속되는 상황이다. 하루 아침에 극복될 수 있는게 아니라 관료 엘리트의 충원이나 형성과정이 미국의 일방적인 영향에 놓여 있었고 개발독재 시대부터 착근돼 왔기 때문에 체질개선은 정권의 문제를 넘어선다.

사회
시민운동 문제로 넘어가자. 노동조합은 가입율은 낮지만 조합원이 수십만명에 이른다. 시민운동은 활동가와 회원을 합쳐도 수만명 정도에 지나지 않은데 영향력은 더 크다. 그야말로 시티즌적인 유대를 해왔다고 본다. 낙천낙선 운동이나 주주가치 운동도 그렇다. 수구세력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면 총선이후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전망은 어떨 것 같은가.

김동춘
우리나라 시민운동은 냉전 상황에서 계급정치로 발전하지 못했고 일반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그동안 과도하게 여론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정당이 정당 역할 못하는 상황에서 준정당 역할을 해왔다. 정치 지형의 변화가 당연히 시민운동의 역할 변화를 강제할 수밖에 없다. 시민운동은 권력감시와 의제설정의 기능이 컸는데 이 부분에서 언론과 잠재적인 경쟁관계에 있다. 낙천낙선운동은 사실은 언론이 해야할 정보공개의 역할이다. 언론이 제기능을 하게 되면 시민운동의 의제설정 기능은 상당부분 넘어가게 될 거라고본다. 권력감시 역할은 남을 거다. 정당이 시민사회 요구를 반영한다고 해도 정권을 잡으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시민운동의 정책적 기능이 상당부분 정당으로 이양된다. 준정당적 기능은 재조정을 받게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로서 지역주민운동이나 공동체 운동으로 남을 거다. 감시운동은 남아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시민운동의 역할은 축소 변형될 거라고 본다. 정당이 시민사회와 결합하려는 노력을 보일 경우 그럴 거라는 이야기다.

조돈문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정치권력은 투쟁의 대상이고 운동권은 탄압의 대상이었지만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이런 양상은 바뀔 것 같다. 이제 민주노동당이 채널이 되고 직접 정책을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 같다. 시민운동은 비판하는 동시에 협력 개입 감시하고 정치권과 연계를 갖고 진행됐는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제는 민주노동당이 직접 정치의제를 만들고 공론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 보수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대립하는 양상으로 바뀌게 된다. 특히 이라크 파병문제가 관건이다. 이라크 파병문제에서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 정부와 시민단체의 간극은 만들어질 거라고 본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환경문제에서 시민단체와 크게 대립하고 있다. 그린벨트르 해제한다거나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 추진한다거나 부안에서도 핵폐기장 사업 백지화 추진을 미루고 있다. 충돌은 의외로 빠를 수도 있다.

사회
지난 2월 현대중공업의 박일수 열사 분신 사건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분열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본다. 노동운동의 분열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과 연관시켜서 대안을 짚어보자.

정영태
객관적 조건이 분열을 강요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법이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 놨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아무리 산별 노조를 만들어도 쉽지 않다. 노동운동의 분열을 필연적으로 만든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경제주의로 몰아가게 만들었던 경제 시스템 자체를 큰 틀에서 봐주지 않으면 노동자 계급 연대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부당한 임금질서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조돈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노동을 유연화하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본다. 계급적 불평등만 아니라 계급 내적인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다. 영세사업장까지 포하미키면 3분의 2가 넘는 노동자들이 영세 노동자거나 비정규직이다. 기업노조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고 본다. 산업단위 수준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가 함께 전체 전망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는 다른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출은 했지만 금융자본의 자유화나 신자유주의 문제에 대응할만한 정책은 부족하지 않은가. 최근 SK 사태에서는 오히려 소버린 편을 들어줬다.

정영태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학자들도 경제 시스템과 기업 지배구조, 노사 관계를 연결시켜 이야기하지 못한다. 기업 지배구조가 영미식으로 가면 노사관계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 경제관료가 정치권을 지배할 수 있는 근거가 대안 담론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담론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지 않으면 이들이 지배할 여건이 계속 마련되는 셈이다. 민주노동당도 경제팀이 약하지 않나.

조돈문
투기자본이 빠져나가면 주식시장이 망가지고 민주노동당도 토빈세 이야기를 한다. 자본이 이동할 때 일정부분을 일정기간 동안 이동하지 못하도록 과세를 하자는 것인데 사실 그 이상의 대안은 어렵다. 문제는 어느 한나라가 도입하기에 어렵다는데 있다. 도입하는 나라만 자본유출의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투기자본을 끌어들이려고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회 이종태 월간 말 편집부장
정리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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