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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의 꿈 로또, 누구의 배를 불리나.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6, 2004

코리아로터리서비스라는 회사를 아는가.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3381억원에 영업이익 233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영업 마진이 무려 69.2%에 이른다. 1천원어치를 팔면 692원이 남는, 그야말로 돈을 긁어모으는 회사다. 우리나라에 이만큼 짭짤한 사업을 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이렇게 돈을 잘버는 회사가 지난 1월 15일 일반 주식 공모를 실시해서 525억원을 더 끌어들였다. 삼성증권이 주간사로 나섰는데 그때 이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몰린 돈이 무려 2조2829억원이나 됐다. 돈이 몰리는 회사니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회사는 국민은행과 손을 잡고 로또를 파는 회사다. 코리아로터리서비스, 줄여서 KLS라고도 부른다. 당신이 2천원짜리 로또 한장을 살 때마다 이 회사는 판매금액의 9.523%, 190.46원을 가져간다. 당신이 로또 1만원짜리 한장을 다 채워서 사면 이 회사는 952.3원을 번다. 놀랍게도 여기에는 판매점에 주는 수수료나 마케팅 비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그건 따로 따로 빠져 나간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은 더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남기태 전 사장. 그는 이 회사 주식 가운데 17.9%, 189만여주를 들고 있다. 1월 공모가 4만2천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려 798억여원 규모다. 2대주주는 범양건영이라는 건설회사인데 남 전 사장은 이 회사 박희택 회장의 사위다. 범양건영의 지분은 12.4%, 550억여원 규모다.

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지금 사장은 남진우씨, 그는 콤텍시스템이라는 정보통신회사의 사장 남일우씨의 형이다. 콤텍시스템과 남진우 사장은 각각 이 회사의 3대와 4대 주주로 있다. 놀랍게도 이 회사는 콤텍시스템에서 단말기를 사준다. 지금까지 콤택시스템에서 구입한 단말기는 모두 6천여대, 앞으로 1만여대를 추가로 구입할 계획이다. 모두 800여억원규모다. 일확천금의 꿈 로또, 이 사람들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이미 그 꿈을 이룬 셈이다.

게다가 이 회사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주당 1만원씩 배당을 줬다. 남기태씨는 배당금만 189억원을 받았다. 남 사장 형제를 포함해 네 주주들이 받은 배당금은 모두 363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올해도 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또가 한장씩 팔릴 때마다 이 사람들이 올라앉은 돈 방석은 더욱 두꺼워진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돈이 넘쳐나는 회사는 확실히 씀씀이도 다르다. 지난 1월 공모 무렵 이 회사 김범수 이사 등 임직원 14명과 관계사 직원 5명 등 19명은 6만3천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주식 매입 원가는 액면가인 5천원, 역시 공모가 4만2천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주에 3만7천원씩을 번 셈이다. 이들의 시세차익은 모두 23억여원에 이른다. 놀랍지 않은가. 게다가 이들이 아직 실현하지 않은 스톡옵션이 18만주나 더 있다. 시세차익은 15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한사람 앞에 평균 7억8천만원 정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로또의 판매대금으로 조성된 공익기금의 운영과 관리도 그동안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지난 3월까지는 로또의 판매금액 가운데 50%가 당첨금으로 나가고 나머지 50% 가운데 9.523%를 코리아로터리서비스가 갖도록 돼 있었다. 국민은행이 2%를 갖고 소매점이 5.5% 정도를 갖는다. 그리고 마케팅 비용으로 따로 3%가 빠진다. 그 나머지 30%가 기금이다.

그동안은 이 기금을 건설교통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10개 기관이 정해진 비율에 따라 나눠가졌다. 이들은 모두 주택복권이나 체육복권 등 종이 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인데 지난해 12월 로또가 도입되면서 기존 복권의 판매액이 줄어들 것을 감안, 로또 판매대금으로 조성된 공익기금을 나눠가지면서 그 손실을 메우기로 한다. 로또를 이른바 연합복권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0개 기관이 함께 운영하고 함께 나눠갖자는 지극히 주먹구구식 발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10개 기관의 기금이 전혀 관리가 안됐다는데 있다. 로또는 국민은행이 대신 판매하고 이들은 판매대금이 들어오면 알아서 나눠갖고 알아서 쓰는 구조였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로또 판매가 10배 이상 늘어나고 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아무도 체계적인 기금운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지난 3월까지 69회 동안 팔린 로또는 모두 4조6882억원 규모, 조성된 기금은 이 가운데 30%인 1조4604억원에 이른다. 이 엄청난 돈이 이들 기관의 예산과 뒤죽박죽 섞여서 계획없이 사용돼 왔다는 이야기다.

조세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특정부처들의 나눠먹기식 기금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상 보다 10배 이상 기금이 늘어났는데도 정부는 전혀 손을 못대고 있다. 엄청난 기금이 은근슬쩍 사라져 버렸다.

김 연구원은 소득의 역진성 관점에서 해법에 접근한다. 로또는 간접세 성격을 띤다. 당신이 로또 1만원짜리 한장을 다 채워서 사면 3천원이 세금으로 빠져 나간다. “로또 뿐만 아니라 복권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소득 분배를 왜곡시킨다는데 있습니다. 정부가 저소득 계층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공공재원을 확보한다는 거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폭넓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기금의 사용용도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저소득 계층의 호주머니를 터는만큼 저소득 계층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온갖 예산과 뒤죽박죽 섞어서 쓸게 아니라 별도의 기금으로 조성해서 여성이나 장애인, 결식아동이나 여러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4월1일 국무총리실 산하 복권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이런 문제들에 손을 대고 있다. 복권위원회는 그동안 여기저기서 발행해온 48종의 복권을 통합 발행하고 기금의 운영과 관리를 총괄한다. 당연히 로또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으로 있다.

복권위원회가 관리할 기금은 올해 8897억원 규모, 복권위원회는 기금의 용도를 결정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우선 그동안 10개 기관이 나눠가졌던 기금은 30%로 줄어들고 나머지 70%는 저소득 지원과 국가유공자 복지, 임대주택 건설 사업 등 새로운 용도를 찾게 된다. 복권위원회 박희근 팀장에 따르면 기금의 운영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철저하게 단위사업별로 타당성과 효과성을 분석하고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이야기다. 복권위원회는 특히 예산사업으로 적절치 않거나 예산으로 지원이 어려운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기금 운용 내역도 분기마다 투명하게 공개된다. 복권위원회는 이같은 기금의 조성과 운용계획이 의결되는대로 국회에 제출해 확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로또의 가격도 오는 8월부터 2천원에서 1천원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1등 당첨금액도 평균 37억원에서 19억원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복권 판매금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58%에 이른다. 이는 0.3%인 미국이나 0.1%인 일본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렇게 복권을 팔아서 조성된 기금은 결코 눈먼 돈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꿈을 담은 소중한 돈이다. 이 돈이 그동안 누구의 배를 불려왔는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복권위원회는 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이익 배분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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