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이건희-황영기-이명박 커넥션 의혹 솔솔.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0, 2007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그룹 차명계좌를 관리했던 은행은 우리은행이었다. 2004년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 행장은 삼성증권 출신 황영기씨였다. 황영기씨는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로 옮겨가 경제 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행장은 삼성화재 전무 출신의 박해춘씨가 맡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줄기차게 금산분리 완화를 주문해 왔다. 국부유출이니 규제완화니 온갖 그럴듯한 명목을 내걸었지만 요약하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은행을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재벌은 삼성밖에 없다. 금산분리 완화는 결국 삼성에게 우리은행을 안겨주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또한 대선 후보들 가운데 금산분리 완화에 찬성하는 후보는 이명박 후보밖에 없다. 찬성하기에는 너무나도 속이 들여다보이는 공약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시나리오일 뿐이지만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되면 삼성은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동원해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고 여기에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삼성투신운용, 삼성화재 등을 결합, 거대 금융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다.

황영기는 왜 우리은행으로 갔을까.

주목할 부분은 황영기씨의 과거 행적이다. 삼성그룹에서 최고의 금융 전문가로 꼽혔던 황씨는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개인 가정교사 역할까지 했다. 삼성물산 출신인 그는 삼성전자 자금팀장과 삼성생명 전략기획팀장, 삼성투신운용 사장을 거쳐 삼성증권 사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이건희 회장의 해외 통역을 도맡았고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구조조정위원회 7인의 멤버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삼성증권 사장으로 재임하던 2004년, 돌연 사표를 내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옮겨간다. 황씨는 “새로운 일을 찾고 싶어서”, “개인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혔지만 “삼성이 (황씨를) 전략적으로 적진에 파견했다”는 관측도 많았다. 삼성이 은행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려왔던 전력에 비춰보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당시 15명의 후보가 지원했고 6명이 최종 면접에 올랐는데 황씨는 면접을 본 다음 날 바로 삼성에 사표를 낸다. 이를 두고 뭔가 사전 언질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열렸는데 황씨는 만장일치로 후보에 추대된다.

우리은행은 삼성그룹 비자금 창구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황씨가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핵심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황씨가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던 2004년 당시 이헌재씨는 부총리로 재임 중이었다. 이 전 부총리는회장 인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민간인 출신이 적합하다”고 바람을 잡았고 노조 등이 황씨의 자격을 문제 삼자 “삼성 근무 경력은 흠결이 되지 않는다”고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두고 황씨의 인선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문제는 황씨가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하던 무렵 삼성과 우리은행의 유착 가능성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04년 1월에서 2005년 5월 사이 삼성계열사 직원 734개 계좌 3500건을 불법 조회한 사실이 있다. 문제의 계좌 불법 조회는 역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서 이뤄졌다.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가 개설됐던 바로 그 지점이다.

심 의원에 따르면 경찰이 2005년 이 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하거나 약식기소해 벌금형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금융감독원은 경찰의 수사협조의뢰 공문을 받고도 우리은행을 조사하지 않았고 우리은행 자체 감사 결과를 경찰에 회신하는데 그쳤다. 심 의원이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혔는데도 언론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한편 삼성증권 역시 비자금의 조성과 관리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삼성증권 본점을 압수수색하고 100여개의 차명의심계좌에 대해 입출금 내역과 관련 계좌들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관리했던 전직 삼성증권 직원 박아무개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비자금의 조성과 관리는 황씨의 묵인 아래 또는 황씨의 주도 아래 진행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황씨는 삼성증권과 우리은행의 비자금 조성 등에 모두 개입돼 있다. 우리금융지주 또는 우리은행이 이미 삼성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과 검찰, 금감원 등이 이를 비호한 정황도 발견됐다. 황씨의 이명박 캠프 합류는 이런 의혹을 더욱 부추긴다.

검찰 조사 결과 김 변호사의 폭로는 하나하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수사가 더 진행되면 황씨는 1차 용의선상에 오를 인물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황씨는 여전히 삼성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인물이 유력 대선 후보의 경제 특위를 맡아도 되는 것일까.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자본과 권력의 거대한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www.leejeonghwan.com

Related Articles

Related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던 라즈베리파이 오디오. 드디어 완성. 사실 별 거 없는데 여기저기서 부품 조달하고 거기에 맞춰 도면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build log는 영어로. This is my new network audio system. All in one Integrated Amplifier. 1. Raspberry Pi 4B. 2. Hifiberry DAC+DSP. 3. 7 inch touch screen for raspberry pi. 4. Chromecast...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3년, 사장으로 6년을 지냈습니다. 다행히 월급날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요. 열심히 벌어서 금융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만성적인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언론사 경영이라는 게 날마다 전쟁 같았지만 한 번도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속가능한 미디어오늘을 위한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지난 15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지면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

www.leejeonghw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