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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탈랑트’를 보다.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3, 2004

신혼의 질투 많은 남편은 다른 남자들이 아내에게 말만 걸어도 화를 낸다. 남편은 화물선의 선장이다. 배는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강과 바다를 가로질러 끝없는 항해를 계속하고 아내는 언뜻 도시의 떠들썩함이 그리워진다. 결국 배가 항구에 멈춘 사이, 호기심 많은 아내는 남편 몰래 배에서 내리고 아내가 떠났다고 생각한 남편은 화를 내고 서둘러 배를 출발시킨다.

물론 남편은 얼마 못가서 금방 후회한다. 몇시간 뒤 텅빈 항구에 돌아온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남편은 배를 돌리지 않는다. 뭍에 남겨진 아내는 남편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난다. 남편은 넋이 나간 표정이다. “물 속에서 눈을 뜨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보인대요.” 남편은 아내의 말을 기억하고 물로 뛰어든다. 양동이에도 머리를 처박는다. 언뜻 아내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다. 보다 못한 선원들이 결국 아내를 찾아 나선다.

흑백으로 보는 바다와 안개는 꿈을 꾸듯 아득하다. 줄거리는 간단하면서도 매우 선명하고 경쾌하다. ‘라탈랑트’는 대표적인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 가운데 하나다. 장 비고는 장 콕토, 장 엡스텡과 함께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꼽힌다. 아방가르드(avant-garde) 또는 전위 예술은 1차 세계대전 무렵 자연주의와 고전주의의 전통에 맞서 나타난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등의 예술사조를 말한다.

시적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영화는 장 비고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단편 영화를 포함해 평생 네편의 영화를 찍었고 29살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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