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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버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 이 연필은 이상적이라고 할만큼 단단하면서도 매우 부드럽고 목공용 연필보다 색감도 훨씬 좋아. 언젠가 재봉사 소녀를 그릴 때 이 연필을 썼는데 석판화 같은 느낌이 정말 만족스럽더라고. 부드러운 삼나무에 바깥에는 짙은 녹색이 칠해져 있지. 가격은 한 개에 20센트밖에 하지 않아. "

영화 '부시맨'에서 코카콜라는 현대 문명의 상징이었다.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에서 수천년을 살아온 부시맨들에게 어느 날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매끈하면서도 단단하고 투명한 코카콜라 병은 언뜻 재앙의 징조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부시맨 니카우는 사막을 가로질러 세상의 끝까지 가서 그 병을 버리고 돌아온다.

'이케아'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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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온 상상초월 가구점." 이케아가 1974년, 스웨덴을 벗어나 독일에 처음 진출했을 때 썼던 광고 문구다. 이케아는 "우리와 함께 하면 모두 젊음"이라거나 "이케아보다 싼 것은 가만히 서있는 것뿐"이라거나 "밝은 나무로 연출한 화려함"이라는 등의 참신하고도 도발적인 광고 문구로 눈길을 끌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나이키의 갈퀴 모양 로고를 단돈 35달러에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제 다시 들어도 새롭다. '스우시(swoosh)'라고 부르는 이 독특한 로고를 만든 사람은 나이키 창업자의 옆집에 살았던 캐롤라인 데이비슨이라는 대학생이었다. 흔히 기업의 역사가 그렇지만 이제 와서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토로라가 1983년 세계 최초로 내놓은 다이나택이라는 휴대전화는 그야말로 벽돌 같은 디자인이었다. 가로 4.5cm, 세로 22.8cm에 두께도 12.7cm나 됐다. 모토로라는 그 뒤로도 숱하게 많은 휴대전화의 신기록을 만들어 냈다. 1989년에는 세계 최초의 플립형 휴대전화 마이크로택을 내놓았고 1996년에는 휴대전화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스타택을 내놓았다.

"언젠가 TV로 축구 경기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카메라가 경기장 구석에 놓인 TV를 잠깐 비췄는데 상표를 보지 않고도 금방 알 수 있었어요. 소니 브라비아 시리즈였죠. 잠깐 보기만 해도 소니라는 걸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 소니를 소니답게 하는 것. 그걸 우리는 소니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34년 동안 소니의 디자인을 맡아왔던 구로키 야스오의 이야기다.

"중국에는 값싸고 품질 좋은 주방용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숱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 독일에서 만든 냄비나 후라이팬, 압력밥솥 등을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중국까지 싣고 가서 팝니다. 당연히 우리는 가격으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품질과 혁신, 디자인으로 승부합니다." 휘슬러 국제 부문 디렉터, 스테판 뤼켄쾨터의 이야기다.

1998년 5월, 애플의 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브 잡스가 쫓겨났다가 돌아온 뒤 첫 작품으로 아이맥을 내놓았을 때 일이다. 아이맥은 본체와 모니터가 하나로 돼 있고 사탕 색깔의 속이 비치는 반투명 케이스를 뒤집어 쓴 독특한 스타일의 PC였다. 스티브 잡스는 시사 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그때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스와치 그룹의 회장인 니콜라스 하이에크가 없었다면 스위스 시계의 명성은 한갓 흘러간 옛날 이야기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스위스 시계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스와치 그룹의 역사도 1970년대 중반을 끝으로 내리막길을 걸었을 가능성이 크다. 돌아보면 수백년을 이어 내려온 자부심이 무너지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BMW의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학교를 나온 뱅글이 BMW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독일의 자존심이라고 부를만한 BMW에 미국인 수석 디자이너라니 이게 웬 말인가. 가뜩이나 뱅글은 미국의 GM 출신이었다.

두둥 두두둥…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의 매력은 뭐니 뭐니해도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를 닮은 거친 배기음이다. 할리데이비슨 마니아들은 언뜻 말 발굽 소리 같기도 하고 헬리콥터 소리 같기도 한 이 독특한 배기음과 진동 때문에 할리에 빠져든다. 할리데이비슨의 디자인 철학은 디자인(Look) 뿐만 아니라 소리(Sound)와 느낌(Feel)까지 모두 만족시킬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뱅앤올룹슨의 CEO와 수석 디자이너가 신제품 TV의 두께 1인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일화는 이 회사의 고집스러운 디자인 철학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베오비전 MX8000의 출시를 앞두고 있던 2003년 10월의 일이다. CEO인 톨번 소렌슨은 디자인에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지만 그때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그는 TV의 두께를 1인치만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HDTV와 호환을 위해 몇 가지 부품을 추가로 집어넣기 원했는데 두께를 조금 늘리면 제품의 수명도 늘어나고 무엇보다도 연간 1천만달러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석 디자이너 데이비드 루이스에게 비용 절감을 위해 디자인을 바꾸라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소렌슨과 루이스는 한 달 가까이 이 1인치를 놓고 논쟁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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