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05 Archives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인력 구조조정에서 빛을 발한다. 경영여건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협력업체로 쫓겨나거나 강제로 희망퇴직을 당해도 삼성의 노동자들은 아무런 저항할 수단이 없다. 노동자들은 조직화에 실패했거나 조직화할 의지가 없고 회사는 철두철미하게 이를 방해해왔다. 월간 '말'이 입수한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시나리오 및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내부문서는 삼성 무노조 경영의 실체를 드러낸다.

때는 1998년 7월이다. 삼성코닝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직원 3062명 가운데 706명을 구조조정하는 계획을 세운다. "하반기 이후 극심한 경영여건의 악화로 손익구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구체적으로는 553명을 협력회사로 분사화하고 153명을 희망퇴직 시키기로 했다.

삼성코닝은 1997년에 417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구조조정의 덕분인지 1998년에도 17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경영여건의 악화라는 핑계가 무색할 정도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의 치밀한 노조와해 공작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가상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라는 문서를 보면 예측가능한 사안마다 문제점 및 대응방안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중과세 방지협약이라는 게 있다. 기업이 외국에 나가서 사업을 할 때 어느 한쪽 나라에만 세금을 내도록 하는 협약이다. 기업이 원래 거주하고 있는 나라에 내는 방법이 있고 사업을 하고 돈을 벌어들이는 나라에 내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첫 번째 방법을 따른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기업이 말레이시아에 가서 돈을 벌면 우리나라에 세금을 낸다. 말레이시아의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면 역시 자기들 나라에 세금을 낸다. 우리나라는 1982년 말레이시아와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맺었다.

문제는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이라는 지역에 있다. 말레이시아는 1985년 이 지역을 투자자유지역으로 지정하고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제공하면서 외국 기업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정 정도의 수수료를 제외하고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을 수 있다. 라부안은 이른바 조세회피지역이다.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는 말레이시아 기업에 세금을 매길 수 없는데 이 기업 본사가 라부안에 있다면 이들은 말레이시아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갈택이어(渴澤而漁)면 기불획득(豈不獲得)이나 명년무어(明年無魚)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얼마 전 한국금융연구원 주최의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연못의 물을 말려버리면 당장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겠지만 다음에 잡을 물고기가 없다는 뜻이다. 중국의 '여씨춘추'에 나오는 말이다.

윤 위원장은 외국 자본을 물고기에 연못을 우리나라 경제에 비유했다. "너무 몰아세우면 다 떠나버릴 수도 있으니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판단하고 대응하자"는 이야기였다. 물론 "외국 자본도 우리를 상생과 공존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원론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컴퓨터 게임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투표일이었던 4월 30일, 원 의원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원희룡은 카트 폐인?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토요일 오후 이 시간만 되면… 항상 선택의 고민에 휩싸입니다.^^ 카트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 그래 결심했어. 딱 한 판만 하는 거야."

문제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이 글을 문제 삼으면서부터다. 이 글을 올린 날이 하필이면 선거 투표일이었던 탓이다. 박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원들은 발이 부르트도록 뛰고 있는데 인터넷 게임이나 하고 있었다"고 원 의원을 비난했다. 이 논란은 자칫 박 대표와 당내 소장파 의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확산되는 조짐까지 보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원 의원은 다시 글을 올려 변명에 나섰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총 맞고도 한참 살아서 말도 하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때 보니까 옆구리에 총을 맞고는 '어이쿠'하고 쓰러져서 그대로 정신이 나가버리더라고요. 그때가 새벽 다섯시쯤 됐나. 어슴푸레 동이 틀 무렵이었죠."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 금남로 도청 2층 회의실, 이양현이 지켜봤던 윤상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진 윤상원은 바로 숨을 거둔다. 윤상원이 죽고 난 뒤, 한동안 공수부대와 대치하던 이양현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다. 목숨을 구걸할 생각은 없었지만 항복이라는 말이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했다. 이양현을 비롯해 살아남은 시민군들은 모두 잡혀가 호된 고문을 받고 투옥된다.

그야말로 '개죽음'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도청을 지켰던 사람들, 기록과 증언들을 종합해 보면 이날 도청에는 157명의 시민군이 남아 목숨을 걸고 계엄군과 맞서 싸웠다. 이 최후의 전투를 진두지휘했던 사람이 바로 윤상원이다. 1950년생.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들불야학 강학. 그때 나이, 만으로 딱 서른이었다.

1997년 11월 21일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을 때 원달러 환율은 1056.0원이었다. 환율은 한 달 뒤인 12월 23일 1962.0원까지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다. 1990년대 내내 환율이 600원에서 800원 사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돌아보면 정말 엄청난 변화였다.

환율 문제는 간단하면서도 늘 헷갈리는 부분이다. 환율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뛰면 지금까지 1000원에 팔던 물건을 2000원에 팔 수 있게 된다. 같은 물건을 팔고 물건값을 두 배로 받는다면 이익은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물론 수출이 신바람 나는 만큼 수입은 더 어려워진다. 1000원에 사들여오던 물건을 이제 2000원이나 줘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을 수는 없다.

1997년 12월, 2000원 언저리까지 뛰어올랐던 환율은 1999년 1월 1200원 밑으로 떨어졌고 1200원과 1400원 사이를 오가다가 4월 들어 급기야 1000원 밑으로 무너진다. 7년 5개월 만에 IMF 외환위기 무렵 환율로 돌아간 셈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기업들은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이를테면 2000원에 팔던 물건을 이제 1000원 주고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토요일, 한국사회경제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모처럼 하루 종일 강의을 들으니 졸립기도 했지만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봄 꽃은 다 졌고 창밖으로 푸른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햇볕에 빛났다.

다른 주제들은 다시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오늘은 강신준 동아대학교 교수의 발제 가운데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간단히 옮긴다.

삼성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한때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들과 하청업체 직원들이 모여서 노조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불법 복제한 휴대전화로 이 조합원들 휴대전화의 위치를 추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누구였을까. 그는 왜 이들의 위치를 알려고 했을까.

삼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이 사건이 삼성 무노조 경영 신화의 한 단면이라고 보고 있다. 월간 '말'이 검찰 수사기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위치 추적은 모두 수원 팔달구 인근에서 이뤄졌다. 삼성 SDI 공장이 있는 근처다. 삼성의 노무담당 직원, 신아무개 과장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검찰은 한번도 그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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