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04 Archives

'존 F. 케리'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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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가 딱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보스턴글로브' 기자들이 쓴 존 포브스 케리의 전기다.

케리는 예일대학교 재학 시절 비밀 단체인 해골단(Skull and Bones society)에 가입한다. 같은 대학의 2년 후배, 조시 부시 대통령도 해골단 단원이었다. 1832년에 창설된 해골단은 해마다 15명의 신입회원을 받는데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다. 죽음의 결사(Brotherhood of Death)를 표방한 이들은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을 구성한다.

삼성생명은 주식회사고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려면 더 많은 보험료를 거두고 더 적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연말이면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빠져 나간다. 심지어 보험 계약자들의 보험료를 끌어들여 투자라는 명목으로 대주주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방어하고 동시에 지배권을 강화하는 일도 많았다. 삼성생명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병폐를 가득 끌어안고 있다.

"외국 자본에 대한 공포 심리와 사이비 민족주의가 맞물려 일종의 정신분열증으로 치닫고 있다. 외국 자본의 국부 유출을 침소봉대하면서 재벌 대기업은 난데없이 민족자본으로 둔갑했다. 이들의 목적은 분명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재벌 개혁을 앞장서서 외쳐왔던 김기원 방송대학교 교수가 신랄한 비판을 잔뜩 쏟아냈다. 10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김 교수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001년 개혁이 후퇴하기 이전의 원래 위치를 회복하는 수준도 안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재벌 대기업은 규제를 더 완화해달라고 아우성이다. 11월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재벌 개혁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주주들 위임장을 모아왔소. 이건희 회장과 임원들은 모두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시오. 딱 3일의 여유를 주겠소."

어느날 갑자기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이닥쳐 다짜고짜 이렇게 밀어붙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은 삼성전자 본사를 미국으로 옮겨가겠다고 한다. 핵심 연구인력만 남겨놓고 경영진을 모두 갈아치우겠다고 한다. 이게 웬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모두 임명직 공무원들이다. 소장을 포함해 모두 9명, 임기는 6년이다. 3명씩 각각 대통령과 국회와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올해 우리는 이들 임명직 공무원 9명이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의 운명을 판가름하고 국회의 정당한 의결을 거친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을 지켜봤다.

문제는 이들에게 과연 민주적 정당성 또는 대표성이 있느냐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들의 결정이 절대 진리로서 그 어떤 비판도 용납되지 않는 이런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부분이다.

이번 결정의 경우,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불문 헌법에 해당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 이상 이 결정은 그 자체로 최종적인 유권해석이 된다. 불문 헌법에 해당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더이상 법리적 공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제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을 고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행 법 체제 아래서는 설령 헌재의 판결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 결정을 뒤집을 수단이 전혀 없는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불문 헌법을 형성하고 있고 따라서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 개정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불문 헌법이 과연 성문 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인가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 재판관)는 2004. 10. 21. 수도의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우리 헌법체계상 자명하고 전제된 불문의 관습헌법사항을 헌법개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어서 그 법률 전체가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민의 헌법개정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 이 결정은 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김영일재판관의 별개의견과, 국민투표권을 포함한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 각하하여야 한다는 전효숙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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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 요즘 한창 뜨는 광고 모델이라고 합니다. 11월호 마감 끝난 기념으로, 어설프지만. 정말 모처럼 그림.

노무현 정부가 결국 최악의 선택을 했다. 9월 10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파견근로법 개정안은 이 정부가 위기의 해법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가 분명하게 보여준다. 궁지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를 물기도 하지만 노 대통령은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는 굴복하거나 우회하려고 한다. 그게 이 정부의 허울좋은 사회적 타협이다.

"기업이 바로 나라다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는 결국 기업이 한다. 기업이 잘 되면 경제도 잘 되고 경제가 잘 돼야 정치도 잘 된다. 기업이 잘 되게 하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9월 20일, 노무현 대통령 러시아 방문 첫째날 기업인 만찬에서)

국가보안법의 첨병, 공안문제연구소가 월간 '말'에 '용공'과 '반정부'라는 딱지를 붙였다. 공안문제연구소가 최근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1997년부터 1999년 사이에 월간 '말' 기사 15건에 대해 감정을 실시, 이 가운데 5건에 대해 '용공', 8건에 대해 '반정부'라는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누가 이 연구소에 월간 '말' 기사의 감정을 의뢰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진보매체에 대한 상시적이고 광범위한 사상 검증이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대표적인 진보매체를 자부해온 월간 '말'이 '용공'과 '반정부' 또는 이적성 시비에 말려든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국가보안법 7조 1항)"는 이유로 비판과 대안 담론을 가로막는 것은 정당성 없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생존 본능이었다. 지난 17년 동안 권력 남용의 첨병 역할을 맡았던 공안문제연구소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냈다. 마침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이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가 구체적인 내막이 드러난 셈이다.

소설가 유재현이 가수 한대수를 인터뷰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고 구경이라도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내가 찾아갔을 때는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였다.

나는 두 사람을 모두 처음 봤다. 한대수씨는 먼저 들어갔고 유재현 선생님이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해서 커피숍에 들어가 마주 앉았다. 인터뷰 내용이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터뷰는 실패였다. (여기서부터는 존칭 생략.)

들뢰즈 읽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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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기다리면서 책을 펴드는 순간, 천둥이 치고 회오리 바람이 불고 우박이 쏟아졌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책에 빠져든다. 푸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드는 순간 다시 세상은 고요해진다. 그리고 일상적인 소음이 그 자리를 파고들어 메운다. 들뢰즈를 읽는 일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일이었다.

"시민 여러분. 저희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입니다."

노동자들 파업 때문에 주가도 안오르고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떠난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세상에 모처럼 큰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10일 열린우리당이 입법예고한 비정규직 보호법안은 파견근로의 전면 허용이나 다름없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준 셈이다. 이걸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고 부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 법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11월부터 총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월간조선' 구독은 애국의 한 표현입니다."

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수호 국민대회 한켠, '월간조선' 임시 판매대에 나붙은 선전 문구다. 한권에 1만1천원인 '월간조선' 10월호가 이 자리에서는 9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은 무료로 나눠주는 책인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파는 책이라는 말에 내려놓거나 실제로 사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원래 얼굴이 이렇게 까맣지는 않아요."
"아, 그래요?"

가을 볕에 얼굴이 까맣게 탔다. 지난 일요일, 마라톤 대회 때문이다. 21.0975킬로미터. 여의도에서 둔치를 타고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당산철교, 양화대교, 성산대교, 가양대교를 지나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는 하프 마라톤이다. 썬 크림을 잔뜩 발랐는데도 땀 때문에 흘러내리고 결국 얼룩덜룩 까맣게 탔다. 달릴 때는 얼굴 타는 것 따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이 그림, 어딘가 수상하다. 일단 옛날 그림치고는 꽤나 직설적이고 선정적이다. 이 여자애 표정을 봐라. 슬쩍 뒤돌아보는 그런 무심한 눈빛이 아니다. 진주 귀걸이도 수상하다. 예쁘긴 하지만 많아봐야 17살 정도밖에 안돼 보이는 딱 봐도 별로 부유해 보이지 않는 여자애가 하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예쁜 귀걸이다.

1632년 네덜란드 태생의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그림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꼽힌다.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냈던 베르메르는 평생 36점의 그림밖에 안그렸고 43살에 일찍 죽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지만 이 여자애가 누구인가, 베르메르와는 어떤 사이인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딸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빛은 아니다. 그렇다고 연인을 바라보는 열정적인 눈빛도 아니다. 이 영화의 상상력은 여기서 출발한다.

'엘리펀트'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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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는 다큐멘터리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사람들이 총을 얼마나 쉽게 살 수 있는가 보여준다. 미국, 특히 미시간주에서는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사은품으로 총을 준다. 논란이 많은 부분이지만 미국에서는 실제로 누구나 총을 쉽게 살 수 있다. 그 총으로 당신은 누구든 쏠 수 있다. 해마다 1만1000여명이 그렇게 총에 맞아 죽는다. '엘리펀트'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우편 주문으로 총을 샀고 13명을 쏘아 죽였다. 이 영화는 부분적으로 영화지만 본질은 실화다. 1999년 4월 22일의 일이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다. 개연성은 있지만 지나치다.

용병 출신의 크리시는 처음으로 보디가드 일을 맡는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한시간에 한건 꼴로 유괴가 벌어지고 그 가운데 70%는 돌아오지 못한다. 크리시는 피타의 보디가드가 된다.

영화는 여기서 조금 복잡해진다. 군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크리시는 한번도 다른 사람을 사랑해본 적 없다. 그런데 예쁘고 착한 피타가 크리시를 사랑한다고 한다. 피타는 아홉살 짜리 여자애다. 피타는 너무 예쁘고 착하고 그런데도 별 볼 일 없는 크리시를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빌리지'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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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요즘은 '식스 센스' 만한 영화가 없다. 나이트 샤말란은 놀라운 감독이지만 '빌리지'는 '식스 센스'에 여전히 못미친다. 다만 서술 방식은 '식스 센스'와 꽤나 비슷하다.

(아래는 스포일러. 어차피 다음주면 모든 영화관에서 내릴 거고 어차피 비디오로도 보지 않을 거라면 마저 읽어도 상관 없을 듯. 읽으면서 반전을 상상해 보시라.)

'영웅'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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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중국 사람들의 꿈이다. 우리는 언뜻 그들의 꿈에 매료되지만 그 꿈에서 깨는 순간 언짢아진다.

이 영화는 진나라의 황제, 진시황과 그를 죽이려는 자객들의 이야기다. 수천명 정예 군사의 호위를 뚫고 진시황을 죽일 방법은 거의 없다. 장천과 파검, 비설이라는 자객들이 그를 죽이려 했다가 실패했다. 진시황은 이들 세명의 자객을 모두 죽이는 자에게 황제를 열걸음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영광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또 다른 자객 무명은 이를 노린다. 자객들을 모두 죽이고 호위를 뚫고 황제 앞에 설 수만 있다면 그를 죽일 수도 있다. 그게 진시황의 욕망 앞에서 무참하게 죽어간 동족의 원수를 갚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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