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04 Archives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월초 효과를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한달에 하루, 아침에 사고 저녁에 팔고 적중률은 74.5%, 투자 수익은 1937만5천원. 팟찌닷컴 칼럼으로 쓴 글인데 시간이 나면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물론 선물 투자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 기대수익이 크면 그만큼 위험도 크다.")

시장이 망가지면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망가진다. 둘러보면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 같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피 같은 돈을 주식에 쏟아붓고 어쩔 수 없이 묶여 있다. 복권 당첨을 기다리듯 주가가 오르기를 마냥 기다릴뿐이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져도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 선물 투자는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다. 앞면이든 뒷면이든 확률은 50%, 맞으면 돈을 번다. 선물 투자에서는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오르는 쪽에 떨어질 것 같으면 떨어지는 쪽에 돈을 건다. 그야말로 도박과 비슷하지만 예측과 계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박과 다르다. 동전 던지기의 확률은 정확히 50%지만 선물 투자에서는 그 확률을 조금 높일 수 있다. 그 조금 높은 확률이 쌓여서 돈을 벌어준다.

굳이 선물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선물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식 시장에서 선물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현물 주가는 선물의 움직임에 따라 마냥 오르락 내리락하고 이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주식 시장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6월 29일 정오 기준으로 선물 지수는 100.60 포인트다. 선물의 가격은 1계약에 지수 1포인트 곱하기 50만원씩이다. 100.60 포인트면 5030만원이 된다. 물론 5030만원을 다 주지 않아도 된다. 증거금으로 15%만 내면 선물 1계약을 사거나 팔 수 있다. 이 경우는 5030만원이 아니라 754만5천원만 있으면 된다.

만약 선물 1계약을 샀는데 지수가 100.60 포인트에서 110.60 포인트로 10 포인트만큼 뛰면 무려 500만원을 벌게 된다. 몇일 사이에 754만5천원으로 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수가 떨어지면 그만큼 손실도 크다.

지수가 떨어질 것 같으면 선물을 팔면 된다. 선물을 판다는 개념을 주의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물은 영어로 'futures'라고 쓴다. 미래의 약속이라는 의미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똑같이 증거금을 내놓고 방향이 맞는 사람이 그 돈을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핵심은 간단하다. 주가가 오를 것 같은가. 그럼 선물을 사면 된다. 주가가 빠질 것 같은가. 그럼 선물을 팔면 된다.

지수 100.60 포인트에서 754만5천원을 내고 선물을 팔았는데 지수가 90.60 포인트까지 10 포인트만큼 빠지면 당신의 원금은 1254만5천원으로 불어난다. 2004년 5월 기준으로 선물 지수의 하루 평균 변동폭은 2.7 포인트, 방향을 제대로 맞추기만 하면 하루 평균, 135만원(= 2.7 포인트 × 5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좀더 쉽게 설명해 보자. 쌀 한가마니가 20만원인데 한달 뒤에는 쌀 값이 크게 오를 것 같다고 하자. 그럴 땐 미리 쌀을 사두면 돈을 벌 수 있다. 당장 돈도 없고 쌀을 사도 쌓아둘 데가 마땅치 않다면 어떻게 할까. 그럴 땐 적당히 계약금을 걸고 한달 뒤에 한 가마니에 20만원씩 주고 쌀을 사겠다는 계약을 맺으면 된다. 한달 뒤에 쌀 값이 한 가마니에 25만원까지 오르면 당신은 한 가마니에 5만원씩 챙길 수 있다. 20만원에 사서 25만원에 팔면 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쌀 값이 떨어질 것 같을 때는 어떻게 할까. 거꾸로 하면 된다. 쌀 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서 한달 뒤에 쌀 한 가마니를 20만원에 팔겠다는 계약을 맺으면 된다. 쌀 값이 한 가마니에 15만원으로 떨어지면 당신은 한 가마니에 5만원씩 챙길 수 있다. 15만원에 사서 20만원에 팔면 되니까 말이다.

선물도 마찬가지다. 현물의 주식을 몇달 뒤에 얼마에 사거나 팔겠다는 약속인 셈이다. 선물 투자에 들어가는 돈은 그 약속을 위한 계약금과 같다고 보면 된다. 선물은 석달 단위로 계약을 한다. 3월물과 6월물, 9월물, 12월물이 있다. 12월에 주가가 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되면 12월물 선물을 팔면 된다. 마찬가지로 내년 3월에 주가가 오를 것 같다고 생각되면 내년 3월물 선물을 사면 된다. 주식을 사는 것보다 훨씬 싸고 그 이익도 훨씬 크다. 물론 벌게 된다는 가정에서 그렇고 잃을 때는 훨씬 더 많이 잃을 수 밖에 없다.

흔히 선물 투자는 마약과 같다고 한다. 그 어떤 투자보다도 도박의 성격이 강하고 그만큼 유혹도 크다. 일주일 사이에 두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주일만에 전 재산을 털어먹을 수도 있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물러나거나 전 재산을 쏟아붓는 경우도 많다.

선물 투자는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지만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동전의 앞뒷면을 찍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뛰어들지 말고 조금만 시장을 들여다 보면 주가의 흐름을 잡아내고 어느 정도 예측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둘중의 하나 아닌가. 확률이 51%만 되도 시간이 흐르면 그 플러스 1%가 놀라운 수익을 만들어 준다.

확실한 1%를 찾는 원칙은 간단할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월초 효과를 생각해보자.

달마다 1일은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투자자들이 월말이면 여기저기서 돈을 빼나갔다가 월초가 되면 다시 들어오기 때문이라는데 실제로 그럴까.

과거 선물 지수 데이터를 살펴보면 200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55개월동안 41개월이 1일에 지수가 올랐다. 무려 74.5%의 확률이다. 포인트의 합계는 무려 38.75 포인트. 현금으로 환산하면 1937만5천원에 이른다. 1천만원을 집어넣고 달마다 1일 아침 9시에 선물을 1계약 사들였다가 오후 3시에 내다판다면 그것만으로도 1937만5천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놀랍지 않은가. 주가가 왜 이런 규칙을 따를까. 투자자들의 심리라든가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규칙이 맞아 떨어지고, 실제로 상당한 수익을 올려준다는데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3개월 동안 이 월초 효과 투자법은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많은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놓치고 있을 뿐이다.

간단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밀고 나갈 뚝심과 최소한의 기본 투자자금만 있으면 충분하다. 과거의 수많은 데이터에 여러 아이디어를 집어넣어봐라. 과거에 수익을 냈다면 앞으로도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익 대비 위험의 비율이나 최대 손실, 최대 연속손실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이밖에도 금요 효과나 20일 이동평균선법 같은 가장 간단한 원칙들도 꽤나 수익을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칙이 정교하면 정교할수록 당연히 실패의 위험이 줄어든다.

물론 이 같은 계산에는 수수료와 오차가 빠져 있다. 선물 수수료는 0.08%로 그리 크지 않지만 오차는 중요하게 다시 살펴봐야 한다. 주문을 낸다고 해서 바로 그 가격에 체결되는 건 아니고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처럼 과거의 통계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통계 결과는 이러이러한 조건을 놓고 돌려봤더니 과거에 이렇더라, 지난 3년5개월 동안 이렇게 움직여왔더라 하는 결과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방법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찾아내고 과거에 이렇게 움직였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날그날 감정에 따라, 오를 것 같으니까 사자, 떨어질 것 같으니까 팔자, 그런 투자 방법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조사 결과를 보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들 가운데 70% 이상이 이런 시스템 매매를 하고 있다. 물론 이보다 훨씬 변수도 많고 훨씬 복잡한 전략을 세우겠지만 기본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그 가운데서 흐름을 찾아내고 흐름에 올라타라는 이야기다.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국내 일부 교회들은 알 자지라 보도 이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선한목자교회를 비롯한 몇몇 교회 게시판에 이 교회 신도 이건주씨가 올린 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게재된 이 글에 따르면 이들은 김선일씨가 2주 전에 납치된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름대로 구출활동을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김선일씨가 사실은 약 2주전에 납치됐다"면서 "나름대로 구출 운동을 하고 있었다"고 적고 있다. 이씨는 또 "우리나라가 파병 결정을 내리자 테러단에서 홍보 효과를 노리려고 처형하겠다고 나온 것"이라며 "대단히 위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씨가 이 글을 올린 시점은 이날 새벽 알 자지라가 김선일씨의 납치 사실을 보도한 이후로 추정된다. 이 때만 해도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김씨의 피랍 시점을 17일이라고 주장했고 외교통상부도 17일로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당시 김선일씨가 17일 이전에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김선일씨가 풀려날 것으로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던 당시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이 같은 상황이 미리 알려지기만 했더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좀 더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선일씨가 6월 17일이 아니라 5월 31일에 납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김선일씨의 피살을 2시간 남짓 앞둔 22일 밤이었다.

이씨는 이 글에서 "김선일씨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신학을 공부 하던 중에 선교의 사명을 받고 이라크로 나갔다"며 교우들에게 기도를 당부하고 있다. 이씨는 "이라크는 사막에 골프장을 만들어놓고 즐기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인데 이렇게 참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최근 다른 글에서 김선일씨의 피랍은 현지에서 알만한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이고 자신은 현지의 지인에게 전해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17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사관에서 몰랐다는 이야기는 전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교회 관계자들은 이씨의 게시물이나 김선일씨와 관련, 일절 언급을 피했다.

참고 : 기도해주세요. (선한목자교회 게시판)

- 왜 파이어폭스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 오늘날 인터넷이 발전하게 된 원동력은 개방성과 다양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하는 표준적인 인터넷 기술의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플랫폼과 SW에 기반으로 하는 현재 인터넷 구조는 이러한 표준적인 기술 공유를 통한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실제로 많은 부분이 그렇다. 특히, 다양성 부족으로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 전쟁중에 나온 많은 비표준 기술을 아직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웹사이트들 때문에 소비자가 결국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을리 하는 동안 웹 표준 기술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오픈소스인 파이어폭스가 흡수해 왔고 이에 대한 수혜자는 소비자다. 독점의 희생자 역시 결국 소비자다.

- 파이어폭스의 장점을 설명해 달라.

= 파이어폭스는 6.0부터 개발이 거의 중단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지원하지 않은 여러가지 편리한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윈도우, 맥, 유닉스 가리지 않고 모든 OS에서 작동한다. 가볍고 속도도 빠르다. 익스플로러처럼 새 창이 뜨면서 보고 있는 페이지를 가리는 게 아니라 보고 있는 페이지 옆에 새 탭을 띄워주는 탭브라우징이 있다. 하나의 창에 여러 탭을 띄우고 손쉽게 탭을 바꿔 볼 수 있다. 팝업 창 차단 기능도 굉장히 편리하다. 또 구글을 포함해서 여러 검색엔진이 브라우저와 통합돼 있어 주소창에 검색어를 집어넣으면 바로 원하는 페이지로 옮겨갈 수 있다. 무엇 보다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가 브라우저의 테마, 확장기능 등을 원한대로 바꾸고 설치 할 수 있으며, 약간의 기술만 배운다면 직접 원하는 기능을 구현해서 만들 수도 있다. 사용자를 위한 나만의 브라우저인 것이다.

- 파이어폭스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페이지가 아직 많다. 심지어 익스플로러로 접속하라는 문구가 뜨는 곳도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문제는 인터넷의 다양성과 기술적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 있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이 이른바 크로스 브라우징(Cross Browsing)을 지원한다. 정확히 말하면 웹 표준에 따라서만 웹사이트 제작을 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고, 웹서버는 Apache나 PHP등 오픈 소스를 쓰면서도 표현기술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었거나 예전 방식을 그대로 쓰는 아이러니와 구태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국제적인 웹 기슬 트렌드를 따라 가려는 인터넷 회사와 개발자들의 재교육, 그리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파이어폭스를 쓸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 국내의 대부분의 웹사이트도 파이어폭스에서도 잘 보인다. 단지 온라인 게임 등 윈도우 기술만을 통해 개발된 서비스(ActiveX)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대한 불편함은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잘 작동하지 않는 웹페이지는 서비스 업체들에게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몇 줄의 내용 변경으로도 바꿀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리눅스나 맥 사용자는 물론이지만 윈도우 사용자도 절대적으로 많다.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웹서비스 회사들이 표준적인 웹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는 인터넷 뱅킹, 홈트레이딩, 신용카드 결제에 사용하는 정부에서 만든 공인 인증이 ActiveX로만 서비스 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 : 파이어폭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맞서라. (이정환닷컴)

"인터넷은 공공의 창의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공공의 주도에 의해, 국가 기관에 의해 개발됐는데, 이 공공의 성취물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사기업에 넘어갔습니다. 1995년이었지요. 그것은 엄청난 선물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공공재가 사기업에 넘어갔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모든 결정이 비밀리에 이뤄졌음은 물론입니다. 이제 사기업은 권력을 다원화하고 민주주의를 신장하는 도구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려 합니다." 노암 촘스키, 기업감시(Corporate watch) 인터뷰 가운데.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한 회사의 제품을 써야 한다는 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9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모질라 파이어폭스가 익스플로러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용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6월 15일 모질라 재단은 파이어폭스 0.9 버전을 출시했다. 불여우라고도 부르는 파이어폭스는 팝업 창 차단 기능을 비롯해 탭 브라우징과 검색 툴 바 등 획기적인 기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0.9 버전은 1.0 정식 버전 출시에 앞서 나온 테스트 프로그램으로 테마 설정과 확장 기능 등이 크게 강화됐다. 용량도 4.6메가바이트에 지나지 않아 익스플로러보다 훨씬 가볍고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원스태트(www.onestat.com)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6.0 버전의 시장 점유율이 69.3%에 이르는 것을 비롯해 5.5와 5.0 버전이 각각 12.9%와 10.8%를 차지, 이들 상위 세 브라우저의 시장 점유율이 93%를 넘어섰다. 파이어폭스의 시장 점유율은 2.1%로 4위를 기록했다. 파이어폭스에 이어 오페라와 사파리가 각각 1.0%와 0.7%를 기록했고 익스플로러 4.0 버전이 0.6%를 차지했다.

W3스쿨(www.w3schools.com)에 따르면 파이어폭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월 7.2%에서 올해 5월 10%를 넘어섰다. 파이어폭스의 사용자는 최근 0.9버전 출시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한글판은 현재 0.8버전까지 나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독점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각하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따르면 운영체제 시장에서 윈도우즈가 9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99%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모두 마이크로소프트에 독점되고 다른 업체들은 아예 진입조차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이어폭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지난 2월 0.8 버전의 출시에 맞춰 "더 좋은 브라우저 만들기 (Building A Better Browser)"라는 기사를 통해 파이어폭스를 극찬한 바 있다. '포브스'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만족할 만큼 훌륭하고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걱정꺼리가 하나 더 생겼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어폭스는 인터넷 초기 시절 가장 인기있는 웹 브라우저였던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의 계보를 잇는다. 1990년대 중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에 익스플로러를 끼워팔기 시작하면서 내리막길을 걷던 넷스케이프는 1998년 아메리카온라인에 인수됐다가 지난해 8월 독립해서 떨어져 나온다. 넷스케이프는 파이어폭스로 이름을 바꾸고 오픈 소스로 돌아선다. 오픈 소스라는 건 프로그램의 코드가 모두 공개돼 있어 누구나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고쳐쓰거나 무료로 배포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현재 파이어폭스를 개발하고 있는 모질라 재단은 100%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재단이다. 60여명의 개발자와 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글 파이어폭스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근무하고 있는 윤석찬씨를 비롯해 이정민, 박상현, 신정식씨 등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모질라 파이어폭스 내려받는 곳 http://www.mozilla.or.kr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참고 : 한글 파이어폭스 개발자 윤석찬씨 이메일 인터뷰. (이정환닷컴)
참고 : 왜 파이어폭스인가. (이정환닷컴)

'화씨 911'을 읽다.

| 2 Comments | 1 TrackBack

원제 :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우리는 이 끔찍한 전쟁에 대해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김선일씨가 붙잡혀 있을 때 우리 정부 관료들은 이라크의 이슬람 성직자들과 정당 간부들을 접촉하고 있었다. 이들은 김씨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알 자르카위 조직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알 자르카위 조직이 맞다면 그들은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사람들이 아니다.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엉뚱한 데서 헛다리를 짚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는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왜 그들과 싸워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번 전쟁은 2001년의 9·11 테러와도 무관하다. 9·11 테러는 빈 라덴이 일으켰고 그와 그가 이끄는 알 카에다는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이다. 김선일씨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알 자르카위는 요르단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에 붙잡힌 사담 후세인이나 이라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라크에서는 아무런 대량 살상무기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과 우리는 도대체 누구와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 것일까.

김선일씨의 살해 일주일 전인 6월 16일 미국의 9·11 테러조사위원회는 빈 라덴의 알 카에다와 이라크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가 9·11 테러에 연루됐다는 아무런 믿을만한 증거가 없다. 이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지난해 3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 1만1천여명의 이라크 사람들 죽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테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라덴이 저질렀는데 왜 애꿎은 이라크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 것일까.

최근 번역 출간된 마이클 무어의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는 이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6월 25일 미국에서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의 원작이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7월 16일에 개봉될 예정이다.

마이클 무어에 따르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제임스 베스는 오사마 빈 라덴의 형, 살렘 빈 라덴 밑에서 일해왔다. 부시는 석유회사를 경영하던 1977년, 이 친구를 통해 빈 라덴의 돈 5만달러를 받아쓰기도 했다. 살렘 빈 라덴은 1973년에 미국에 와서 1988년 죽을 때까지 텍사스에서 살았다. 살렘이 죽은 뒤에도 그의 형제와 손자들은 미국에서 사업을 계속하면서 부시의 아버지가 고문으로 있던 칼라일 그룹에 2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부시와 빈 라덴의 집안은 아주 오래 전부터 가깝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25년 이상 긴밀한 사업 관계를 맺고 있었다.

9·11 테러 일주일 뒤인 9월 18일, 미국에 머물고 있던 빈 라덴의 형제와 손자들 24명이 자가용 비행기로 미국을 빠져나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비행기 출항이 전면 금지돼 있던 무렵 이들은 아무런 검문도 받지 않고 프랑스로 도망갈 수 있었다. 지난해 공개된 비디오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오사마 빈 라덴의 아들 결혼식 때 빈 라덴과 한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미국은 9·11 테러에 뒷돈을 댔을지도 모르는 이 사람들을 그들의 나라로 그냥 돌려보냈다.

부시 집안이 빈 라덴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과도 각별한 관계였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부시의 아버지는 미국 대사였던 반다르 빈 술탄 왕자를 '반다르 부시'라고 부를 정도였다. '반다르 부시'는 부시의 어머니 생일 파티에 초대돼 참석하기도 했다. 심지어 부시는 테러 이틀 뒤인 9월 13일 저녁에도 백악관에서 이 사람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은 미국 주식 시장과 은행에 각각 10조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날마다 150만배럴 이상의 석유를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1990년대, 1700억 달러 이상을 무기 구매에 썼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시의 아버지가 고문으로 있던 칼라일 그룹을 통해 거래됐다.

좀더 구체적인 음모론도 있다. 1997년 미국의 석유회사 유노칼과 엔론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카스피해의 천연가스를 지중해까지 실어나르는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이 사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고 이들은 그해 12월 텍사스주를 찾아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부시가 텍사스주 주지사로 있던 무렵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고 유노칼과 엔론은 그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서 전폭적으로 부시를 민다.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는 유노칼의 임원들을 대거 행정부에 기용했고 아프가니스탄에도 대대적인 원조를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오사마 빈 라덴이 9·11 테러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공격했다고 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을 공격했다고 했다. 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숨기려고 하는 것일까. 미국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서 쉬고 있는 빈 라덴을 내버려두고 애꿎은 이라크를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빈 라덴을 잡지 못하는 것일까 잡지 않는 것일까.

마이클 무어는 여러 가지 의혹만 제기했을 뿐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해석과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아마도 9·11 테러는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핑계였을 가능성이 크다. 9·11을 누가 일으켰는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미국에게 이라크 전쟁은 정체에 빠진 군수 산업을 살리는 한편 중동 지역의 석유 패권을 움켜쥐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마이클 무어는 9·11 테러조차도 부시가 사주했거나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암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면서 뒤로는 테러 집단과 함께 사업을 하고 돈을 받아쓰기도 했던 부시, 그는 CIA를 비롯해 여러 정보기관으로부터 비행기 테러의 가능성을 보고 받고도 무시했고 실제로 테러가 발생한 뒤에도 유력한 용의자들을 그냥 놓아 보냈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의 군수 회사들과 석유 회사들, 이 회사들에 투자한 금융 자본, 그리고 이라크의 몰락을 바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이다. 전쟁의 빌미가 될 9·11 테러를 이들이 일으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전쟁의 실마리는 그렇게 밖에 풀 수 없다.

"우리 땅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더이상 군대를 보내지 마라."

테러리스트들의 요구는 100% 정당했다. 우리는 어제 김선일씨 한 사람을 잃었을뿐이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수천명의 김선일씨를 잃었다. 전쟁을 끝내지 않는 이상 비극은 계속된다. 그리고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지금 우리는 이 참혹한 전쟁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우리가 파병을 철회하면 미국은 빠른 속도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 명분없는 전쟁에서 이미 졌다. 스페인이 군대를 철수한데 이어 영국도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추가 파병 계획은 다 끝난 전쟁에 명분을 보태주고 있는 셈이다.

노무현에게는 이제 핑계가 생겼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반대 여론에 밀려 파병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이제 미국에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현실적인 이유로 미국의 파병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면 이제 파병을 거절할 더 급박하고 더 현실적인 이유가 생겼다. 파병을 고집한다면 노무현의 정치적 생명은 여기서 끝이다. 그는 그동안 미국에 최선을 다할만큼 다했다. 이제 적당히 손을 털고 빠져 나올 때가 됐다.

우리는 김선일씨의 죽음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 노무현을 움직여서 미국과 맞서게 하려면 이제야말로 국민들의 뜻을 보여줘야 할 때다. 미국에 맞설 수 있을만큼 우리는 더 단호하게 전쟁을 반대해야 한다. 그래야 이 끔찍한 전쟁을 끝낼 수 있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김선일씨가 미군 부대에 장비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일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방송은 또 김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한국 국민들이 파병 철회를 요구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고집을 꺾지 않고 무책임한 대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래는 알자리라 영문판 번역.

출처 : 알자지라. http://english.aljazeera.net

미국 점령군에게 장비를 납품하는 한국 회사의 통역인이 그를 납치한 사람들이 제시한 최종 마감 시한을 넘기면서 결국 살해됐다.

알자지라가 받은 비디오 테잎에 따르면 저항 단체 자마트 알 타히드와 지하드는 한국 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33세의 한국 통역인 김선일씨를 참수할 것이라는 어제의 협박을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팔루자 인근에서 김씨를 납치한 사람들은 지난 일요일 한국이 24시간 안에 이라크 파병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김씨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한국은 이같은 요구를 거절했고 월요일, 목숨을 애원하는 김씨의 모습이 담긴 지난 비디오 테잎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한국인 사업가가 살해됐고 그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확인했다.

신봉길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미국 부대가 33세의 김선일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한국 대사관에 알려왔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김씨는 미군 부대에 장비를 납품하는 한국 회사, 가나 트레이딩 컴퍼니의 직원으로 2003년 6월부터 이라크에 체류해왔다.

화요일 한국에서는 추가 파병 계획을 폐기하고 정부의 "무책임한 대책"을 비난하기 위해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화요일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70.5%에 이르는 2만8281명이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답했고 24.2%만이 파병을 지지했다.

Korean captive killed after deadline passes.

Tuesday 22 June 2004, 20:46 Makka Time, 17:46 GMT

A South Korean translator working for a company that supplies equipment to US occupation forces in Iraq has been executed after a deadline set by his captors passed.

In a videotape received by Aljazeera, the resistance group Jamat al-Tawhid and Jihad said it was fulfilling a pledge it made yesterday that the 33-old-year South Korean translator Kim Sun-Il would be beheaded if their demands were not met by South Korean government.

The captors threatened on Sunday to kill Kim, who was captured last Thursday near Falluja, in 24 hours if South Korea did not cancel its plan to deploy troops to Iraq.

South Korea rejected the demand and said on Monday it would send forces to Iraq despite an earlier video showing Kim begging for his life.

South Korea confirmed that the body of a South Korean businessman held in Iraq had been killed and his body found.

Foreign Ministry spokesman Shin Bong-kil told reporters the US military had found 33-year-old Kim Sun-il's body and had informed South Korean officials.

Kim is an employee of South Korean Gana Trading Company that supplies equipment to the US military and has been in Iraq since June 2003.

On Tuesday, protests were staged across South Korea pressing the Seoul to scrap its plan to deploy more troops and condemning the government's "irresponsible response".

In an online poll Tuesday 70.5% of 28,281 respondents demanded Seoul cancel the troop deployment to Iraq, with only 24.2% supporting it.

참고 : 참으로 평화로운 월요일 저녁. (이정환닷컴)
참고 : "이 사람의 머리를 당신들에게 보내겠다. (이정환닷컴)

김선일씨가 결국 목이 잘려서 죽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알았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참고 : 참으로 평화로운 월요일 저녁. (이정환닷컴)

3억6천만원을 나눠주겠다는 공시가 떴다. 주인공은 남한제지의 주주 박주석씨.

박씨는 3월12일부터 17일에 걸쳐 이 회사 주식 11만주 이상을 사들이면서 일약 주요주주로 떠올랐다. 이 회사 전체 주식 수는 310만주다. 3월 17일 기준으로 박씨의 매입단가는 3282원이다.

그뒤 남한제지의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고 6월 들어 무려 17만원까지 치솟았다. 두달 반 사이에 60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박씨는 이 기회를 노려 6월 4일 6만7천여주를 매도했다. 이 기간 동안 박씨의 시세 차익은 9억5천만원을 넘어섰다.

박씨는 같은달 16일 주가가 10만원대로 떨어지자 15만여주를 다시 사들였다. 평균 매입단가는 1만원대. 박씨는 다시 15만6천여주를 확보한 상태다. 박씨는 지난 1월과 2월에도 주식을 14만여주 가까이 사들였다가 한차례 매도한 바 있다.

문제는 최근의 이런 주가 급등이 박씨가 지난 1월 공개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하고 주식을 사들이면서 비롯했다는데 있다. 남한제지는 관계회사인 풍만제지와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었고 박씨 등 소액주주들은 이에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법원에 이 회사 대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기각되기도 했다.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 주가를 끌어올린 다음 주식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올리더라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아래는 박씨가 내보낸 공시. 박씨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고 이 내용을 삭제해 수정 공시를 내보냈다. 별 일도 다 있다. 어이가 없다.

희망의 돈.

소중한 돈 3억6천만원을 희망을 함께 담아 꼭 필요한곳으로...

꼭 필요한 곳에 일억사천만원, 개인주주 분중에 어렵지만 노력하시는 사람들께 일억이천만원, 저의 주변에 어렵지만 노력하며열심히 사시는 분께 일억원. 선정 기준은; 어렵지만 열심히 노력하며 사시는 사람 입니다.

이 돈은 그냥 주는것이 아니라, 빌려드리는것입니다. 잘 되어서주변에 어렵지만 열심히 사시는분들께 희망의 돈을주시면됩니다.

어렵지만 열심히 사시는 주주 분께서는 6월30일 까지 fax0318841650 또는 이메일 hdsm3627@yahoo.co.kr로 성함과 전화번호, 사연만 적어 보내 주세요. 신중히 검토하고 공정하게 7월10일 이전까지 꼭 필요한 곳으로 입금 하겠습니다.

항상 잘 될수있다는 용기를 가지시고, 잘 살 수 있는 그날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했으면 합니다. 항상 건강과 행복, 희망이 함께 하길 빌며...

신문, 방송사에서 남한제지나 기타상장기업, 정부, 생방송 공개토론이 주어지면 참석 하겠습니다. 진실은 언제가는 밝혀질것이며, 정의는 반드시 잘됩니다.

신께서 뜻 하신대로 갈수있게 하소서 두손모아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개인주주 박주석.

1. 요즘 지하철 역에는 쓰레기통이 없거나 있더라도 뚜껑이 닫혀 있다. 어처구니 없지만 테러를 막기 위해서다. 쓰레기통을 막으면 테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요즘 지하철 타기가 겁난다.

2. '보도 협조요청'. 어제 오후 회사에 날아온 공문의 제목이다. 발신자는 외교부 산하 테러사건대책본부.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감정을 자극하고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불필요한 감정이라니, 도대체.

3. 알자지라 영문판 뉴스에서 그들은 김선일씨의 머리를 자르겠다고 말했다. 잘라서 우리에게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제밤 우리나라 아홉시 뉴스에서는 머리를 자른다는 말이 빠졌다. 김선일씨 뉴스는 20분 정도, 그리고 곧 일상적인 뉴스가 이어졌다. 오늘의 날씨와 스포츠 뉴스가 이어졌고 늘 그랬듯이 10시에는 미니 시리즈 드라마가 방영됐다. 뉴스는 끝나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참으로 평화로운 월요일 저녁이었다.

4. 노무현 대통령은 김선일씨 구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선일씨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이 잡혀갔을 때도 그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희망하는 것 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건 정말 한심한 일이다.

5. 우리는 이 더러운 전쟁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이라크 국민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파병 철회를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할 수 있다면 김선일씨는 죽지 않을 수 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김선일씨는 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6. 절대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전쟁을 강행해야 할 이유가 뭘까.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사람들은 '국민'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렇게 살려낸 대통령이 지금 국민들의 뜻을 저버리고 있다.

7. 김선일씨가 죽는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다. 그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그다드에 있든 서울에 있든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똑같은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는 더러운 전쟁에 말려들었고 이제라도 전쟁을 그만두는 것 말고는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다. 김선일씨의 다음 차례는 나나 당신이 될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부의 어설픈 개혁 정책이 주주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고 자본 종속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간 '말'은 최근 발간된 7월호, "개혁세력에게 드리는 제언"이라는 기획 기사에서 저투자와 고용 불안,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최근 경제 위기의 실태를 진단하고 IMF 이후 한국 경제의 자본 종속 문제를 심층 분석했다.

IMF 이후 한국경제 시스템의 변화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성장성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옮겨갔고 과잉설비의 경제구조는 과소설비의 경제구조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주주의 이익은 결국 외국계 금융자본의 이익이었고 이같은 변화를 요구하고 강제한 것도 결국 그들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은 주주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고 종속을 더욱 심화시켰다.

5월말 기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식의 시가 총액은 모두 357조원, 이 가운데 외국인 주주 비중은 43.1%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비율이 59.0%에 이르는 것을 비롯해 SK텔레콤과 국민은행, 포스코가 각각 49.0%와 75.9%, 68.6%에 이르는 등 웬만한 기업들은 모조리 외국 자본의 수중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비중은 헝가리와 핀란드, 멕시코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이창훈 동원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을 주주 자본주의의 확산에서 찾는다. IMF를 거치면서 기업의 패러다임이 성장 중심에서 단기 수익 중심으로 옮겨갔고 그 결과 5년 뒤, 10년 뒤가 아니라 당장 올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낼 것인가에 모든 경영목표가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에 밀려 설비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늘어난 이익으로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경비를 줄이거나 아예 생산 설비를 철수해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도 많다. 실업과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성이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데 있다.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지난 몇년동안 국내 대기업들이 거둔 사상 최대의 실적이 IMF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의 결과 경쟁업체가 사라진데 따른 과점경쟁의 혜택과 그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과점의 혜택은 이미 바닥이 드러나고 있고 설비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위기의 본질을 신자유주의와 자본 종속에서 찾는다. 장 교수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금융 자본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어졌다고 본다. 과거 차관이나 대출 형태로 들어왔던 외국 자본이 IMF 이후 주식시장에 파고들면서 직접 기업의 경영권과 지배권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투자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나타났다.

정승일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은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이 저투자와 저성장, 고용 불안의 악순환을 부추겼다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과잉 투자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이 금융 자본의 신자유주의와 결탁하면서 설비 투자를 축소하라는 압력을 넣고 결국 외국인 주주들의 배만 채우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형성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주식 투자한도를 100%까지 허용한 것도 치명적인 실수였다.

수출은 늘어나지만 내수는 부진하고 대기업은 성장하지만 중소기업은 도산하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 자본에 잠식당한 은행은 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고 치명적인 가계 부실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급기야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설비 투자 마저도 주주들의 반대로 좌절되는 어처구니 없는 지경까지 왔다.

월간 '말' 7월호에서는 외국 금융 자본의 횡포와 이 같은 자본 종속의 폐해로 신음하는 한국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의 실태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심층 분석했다.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정책위원의 좌담에서는 1960년대식 종속이론의 오류와 남미와 한국의 차이, 자본 종속의 현 주소와 대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월간 '말', 7월호 예고 기사)

출처 : 알자지라. http://english.aljazeera.net

"Please get out of here, here, here. I do not want to die; I do not want to die. I want to live. My life is important," he shouts.

"여기서 내보내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아요. 살고 싶어요. 내 목숨은 소중합니다."

The captors threatened to behead the captive if the South Korean government would not reconsider its deployment decision within 24 hours beginning Sunday evening.

"Our message is to you, the government of [South] Korea and the Korean people: we call you on to withdraw your forces from our land and not send new additional troops to this land [Iraq]. Otherwise, we will send you the head of this Korean (pointing at the hostage) and heads of your other soldiers will follow," one of the captors said.

"이건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우리는 우리 땅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추가로 군대를 보내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한국인과 다른 군인들의 머리를 당신들에게 보낼 것이다."

'트로이'를 보다.

| No Comments | No TrackBacks

무려 2억달러. 돈을 마구 쳐바른 헐리우드 영화가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그저 그런 흥미거리 영화로 흘려넘기기엔 우연의 일치와 암시가 제법 절묘하다.

3200년전 고대 그리스 시대, 세계 정복의 야심을 품은 미케네는 연합군을 맺어 트로이에 쳐들어 간다. 전쟁의 이유는 좀 어이가 없다.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눈이 맞아 달아났고 이 전쟁은 그에 대한 복수다.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형제다. 이들에게 사실 바람난 헬레네는 그냥 핑계다. 트로이는 해상무역의 시대, 육로와 해로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였고 트로이를 집어 삼키면 지중해를 장악하게 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그의 욕심에 10만 대군이 바다를 건너 트로이를 침공한다. 이 전쟁은 10년 동안 계속된다.

Get Firefox

모질라가 불여우, 파이어폭스 0.9 버전을 발표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기본 테마를 조금 더 깔끔하게 바꾸었고 확장 기능과 테마 관리자를 새로 만들었다. 익스플로러나 넷스케이프 같은 다른 웹 탐색기를 쓰던 사람들을 위해 즐겨찾기나 열어본 페이지 목록, 환경 설정 등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 용량은 더 작아졌다. 4.7메가 밖에 안된다.

불여우를 쓰기 시작하고 석달이 지났다. 나름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맞서 불여우 쓰기 운동을 한 셈인데 이쯤해서 그 경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1. 불여우의 장점.

- 먼저, 탭 브라우징. 나처럼 여러개의 창, 어떨 때는 스무개 가까이 열어놓고 작업하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유용한 기능이다. 익스플로러에서는 작업표시줄에 있는 창을 찾아서 클릭해야겠지만 불여우에서는 딱 맞는 눈 높이에 열려있는 탭의 제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 익스플로러와 비교하면 그 장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익스플로러에서는 클릭하면 페이지가 바뀌거나 새 창을 띄운다. 보고 있던 페이지는 사라지거나 가려진다. 그러나 불여우에서는 오른쪽 버튼을 눌러 새 탭에 링크를 열 수 있다. 보고 있던 페이지는 그대로 남고, 그 페이지 뒤쪽 새 탭에 링크를 띄운다는 이야기다. 굉장히 편리한 기능이다.

- 팝업 광고가 안뜨도록 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결코 이런 기능을 만들지 못한다. 그들은 사용자보다는 기업을 더 중심에 둔다.

- 검색 툴 바도 꽤나 유용한 기능이다. 한글 불여우의 경우, 구글과 야후, 네이버, 다음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검색 툴 바가 달려 있다. 여기에 검색어를 쳐 넣으면 자동으로 이 사이트들에서 검색 결과를 찾아 보여준다. 얼마나 산뜻하고 기발한가.

- 불여우의 주소 창은 구글의 '운좋은 예감'과 자동으로 연결된다. 인터넷 주소가 아니라 대충 검색어만 쳐 넣어도 구글이 최선의 사이트를 찾아 연결해준다. 이거 꽤나 정확성이 높다. 불여우에서는 '이정환닷컴'이라고 치면 이 곳으로 올 수 있지만 익스플로러에서는 넷피아 따위가 떠서 한글 인터넷 주소를 등록하라고 한다.

- 주소가 아니라 검색어를 대충 쳐 넣어도 가장 맞는 사이트를 골라서 보여준다. 한번 '마이크로소프트와 불여우'라고 쳐봐라. '김규항 남성 페미니스트'라고도 쳐봐라. 어디가 뜨는가.

- 특히 블로거들에게는 불여우만한 웹 탐색기가 없다. RSS 패널을 추가하면 그대로 RSS 리더가 된다. 수십개의 XML 리스트를 간단히 훑어볼 수 있다. 사이트 마다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최신 글의 목록을 확인하고 접속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샤프리더 같은 프로그램 보다 훨씬 작고 가볍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 프레임 따위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장담하건데 굉장히 편하다. 참고 : 한글 RSS 리더 내려받기. (모질라 한글 홈페이지)

-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양한 확장성. 모질라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여러 확장 프로그램 가운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서 마음대로 바꿜 쓸 수 있다. 버튼 디자인부터 툴 바의 위치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2. 불여우의 한계.

- 안뜨는 페이지가 꽤 된다. 불여우의 한계라기 보다는 지저분한 자바스크립트를 남발하는 사이트 탓이다. 프리챌이 가장 심각하고 네이버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뱅킹도 당연히 안된다.

- 그래서 나는 'IE VIEW'라는 확장 기능을 쓴다. 보통 때는 불여우를 쓰다가 제대로 안열린다 싶으면 그 페이지를 익스플로러로 열어서 본다. 이 확장 기능은 지금 보고 있는 페이지를 익스플로러에 다시 열어준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에 추가 메뉴가 생긴다. IE VIEW 내려받기. (모질라 영문 홈페이지)

-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넵튠이라는 프로그램을 쓰는 수도 있다. 조만간 더 개선될 걸로 기대된다. 참고 : 불여우에서 익스플로러 전용 홈페이지 보기. (모질라 한글 홈페이지)

- 메모리도 조금 더 차지한다. 컴퓨터의 사양이 좋을수록 불여우의 성능이 더 발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 컴퓨터의 사양은 그리 좋지 못하다. 똑같은 창을 다섯개 띄웠을 때 불여우는 4만3324킬로바이트, 익스플로러는 3만5264킬로바이트를 차지했다.

- 불여우 사용자가 늘어서일까. 요즘은 불여우를 지원하는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다음은 불여우에서도 웬만한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 있다. 로그인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3. 왜 불여우를 써야 하는가.

참고 : 마이크로소프트와 불여우. (이정환닷컴)

불여우는 우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맞서는 최선의 수단이다.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불여우가 더 편하기 때문에 불여우를 찾는다. 불여우는 익스플로러의 대안이 될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불여우를 쓰고 그래서 더 많은 사이트가 불여우를 지원하기 바란다.

불여우로 보는 인터넷 세상은 분명히 다르다. 불여우를 적극 추천한다.

"Kicking away the radder."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영어로 쓴 책이 얼마 전에 번역돼 나왔다. 사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장 교수를 만나 선물로 받았다. 장 교수는 교환 교수로 1년 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다.

참고 : 대안연대회의 사람들을 만나다. (이정환닷컴)

그는 선진국들이 보호 관세와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으로 성장을 이뤘다고 보고 있다. 그런 선진국들이 그들의 뒤를 따르려는 후진국들에게는 자유 방임과 시장 경제를 강요한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그는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부른다. 그가 보기에 '사다리 걷어차기'는 약탈의 전략이다.

유럽진보정치경제학회, EAEPE가 주는 뮈르달 상을 받은 책이다. 간단히 요점을 정리해 본다.

- 영국의 경우.

영국은 1721년 법률을 제정해 보호관세 제도를 도입했다. 제조업자들의 원자제 수입에 붙는 관세는 줄이거나 폐지했고 관세를 환급해주기도 했다. 제조품의 수출 관세를 폐지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반면, 수입 관세는 파격적으로 올렸다.

영국의 보호관세 정책은 영국의 기술력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때까지 계속됐다. 1815년부터 영국은 다른 나라에 자유 무역 이데올로기를 불어넣었다. 영국이 매우 점진적으로 자유 무역 체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주목하자.

게다가 영국의 자유 무역 체제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세기 초반 미국과 독일이 뒤쫓아오기 시작했고 영국은 1932년 관세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영국의 식민지는 관세 정책을 사용할 수 없었다. 1차 산업품의 생산을 권장하는 정책이 장려됐고 제조업 활동은 금지됐다. 영국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던 식민지 상품들의 수출도 금지됐다. 리스트에 따르면 식민지 국가들은 말 편자의 못을 제조하는 것조차 금지됐다.

- 미국의 경우.

관세 문제도 남북 전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은 1820년 무렵 모든 제조품에 40%에 이르는 관세를 매겼고 이런 보호관세 정책은 제조업 중심의 북부와 농업 중심의 남부 사이에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영국의 제조품을 싸게 살 수 없게 된 남부는 반발했고 급기야 연방을 탈퇴하기에 이른다.

링컨은 1860년 보호주의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고 그 이듬해 남북 전쟁이 터진다. 미국은 19세기 초기부터 1920년까지 강력한 보호주의를 고수했다. 1816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의 관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미국의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 뷰캐넌은 자유무역이 미국적 사고가 아니라고 말했다.

- 독일의 경우.

1879년 비스마르크 수상은 지주들과 중공업자들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관세율을 크게 인상했다. 이 동맹은 철과 호밀의 결혼이라고 부른다. 독일은 보호 관세 뿐만 아니라 기업의 독점권을 인정하고 왕립공장을 통해 저렴한 원료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을 펼쳤다.

- 프랑스의 경우.

나폴레옹 정권의 붕괴 이후 프랑스는 자유방임 정책으로 돌아선다. 그 결과 프랑스는 2차 대전까지 침체기를 겪는다. 정부를 재조직하기 시작한 것은 2차 대전 이후였다. 프랑스는 개입주의 정책으로 산업화를 이뤄냈다.

- 스웨덴의 경우.

스웨덴은 1880년부터 보호관세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관민 합작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업의 관계 배수를 비롯해 철도 공사까지 정부가 개입했다. 1913년 국가 소유의 철도회사가 전체 철도의 33%, 물품 운송의 60%를 책임질만큼 성장했다.

- 일본의 경우.

1858년 일본은 강대국들의 강압에 밀려 불평등 조약을 체결한다. 관세율은 5%를 넘을 수 없었고 자국 무역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정부 주도의 산업 활성화 정책에 나섰다. 1880년대에는 정부 지원금의 36%가 철도 산업에 투입됐고 1906년에는 주요 본선들이 모두 국유화됐다. 불평등 조약이 종결된 1911년 이후 일본은 강력한 보호주의 국가로 변모했다.

일본은 1920년부터 산업 합리화를 실시, 카르텔 결성을 허가하고 기업 합병을 장려했다. 소모적 경쟁을 막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데 목적을 뒀다.

- 도둑에서 파수꾼으로.

1820년대 지금의 선진국들은 현재의 방글라데시(1인당 720달러)나 이집트(1인당 1927달러) 사이의 발전 수준에 있었다.

선진국들은 그들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정책 방향을 바꿔왔다. 따라잡기 기간 동안 선진국들은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외국의 숙련된 노동 인력을 빼돌렸다. 다른 나라가 수출을 금지한 기계를 밀수입하기도 하고 산업 스파이를 고용하고 다른 나라의 특허권과 상표를 계획적으로 도용했다.

그러나 일단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 나면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숙련된 노동인력과 기술 유출을 금지하고 특허권과 상표를 강력하게 보호하기 시작한다. 도둑질을 일삼던 이들이 하나씩 차례로 파수꾼이 된 것이다.

와이스브롯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116개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960년과 1980년 사이 연 3.1% 성장을 보였지만 1980년과 2000년 사이에는 1.4% 성장에 그쳤다. 개발도상국은 바람직한 정책을 사용한 1980년 이후 20년보다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을 사용한 1960~1980년 사이에 더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바람직하다고 강요되는 정책과 제도들은 성장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사실상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는 성장을 멈췄다.

바나나를 먹을 때는 장갑을 끼는 게 좋겠다. 코스타리카와 온두라스의 바나나 농장에서는 5일에 한번씩 비행기로 농약을 뿌린다. 이곳에서 뿌려지는 수많은 농약 가운데는 다른 나라들에서 오래 전에 금지된 파라콰트 같은 독성 농약도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돌(Dole)'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바나나가 대표적이다.

이들 농장에서 일하는 남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심각한 피부병과 불임증을 앓고 있다. 포장 부서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바나나를 물에 헹구고 스티커를 붙이는 이들은 손톱이 짓무르는 것은 물론이고 비염과 안질, 위암, 온갖 폐 질환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바나나는 이렇게 제 3세계 노동자들과 그들의 환경을 파괴하면서 만들어진다. 다국적 기업들은 좀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 세계를 떠돌고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존엄성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으면서 착취당하고 병들어 간다. 열심히 일하지만 이들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쥐고 흔들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청와대 만찬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5월 27일, 재벌 총수들은 일제히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이 올해 투자 계획을 17조4천억원에서 19조3천억원으로 늘리는 등 2006년까지 3년간 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LG와 현대자동차, SK그룹이 밝힌 향후 3~5년 투자 계획은 무려 162조원을 넘어섰다. 삼성그룹은 특히 협력업체 지원에 1조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날 노조 사무실에 모여 TV 뉴스를 지켜보던 월드텔레콤 노동자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삼성이 협력업체를 지원한다고요? 웃기는 소리 말라고 하세요." 금선화 노동조합 지회장의 이야기다. 흥분한 그는 말끝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다른 노동자들도 모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노조 사무실은 플래카드와 피켓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지만 무겁고 답답한 정적이 감돌았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벌써 넉달째 이렇게 일손을 놓고 있다.

정성진 교수의 논문을 인용했다가 맥락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서 뺐다. 영어로 쓰여진 미발표 논문 'Trend of Capital Accumulation in Korea after 1997 Crisis'를 참고했다. 재미는 있는데 이번 기사와 방향이 조금 달랐다.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참고 : 주주 자본주의가 문제다. (이정환닷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정성진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IMF 이후 최근의 위기를 단순한 금융 위기가 아니라 자본 축적의 구조적 모순이 심화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교수는 그 근거로 1997년 이전의 이윤율 저하 경향을 들고 있다. 종속은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됐고 IMF를 계기로 본격화됐으며 2000년대 들어 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기업 이윤율은 1970년대 16%에서 1980년대 8%로, 1996년에는 4%까지 꾸준히 줄어들었다. 정 교수는 IMF를 자본가와 제국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한 공격으로 이해한다. 이윤율 저하의 한계를 넘기 위해 경제 전반에 걸쳐 대규모 구조조정을 필요로 했고 필연적으로 IMF와 금융자유화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게 자본의 자가당착적 속성이고 자본 종속의 과정이다. 정 교수가 보기에 이 부분에서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의 차이는 없다.

정 교수는 IMF 이후 조금이나마 늘어난 이윤율을 혹독한 구조조정과 노동자 계급의 착취의 결과라고 본다. 제조업 이윤률은 IMF 이후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2000년 기준으로 여전히 5.7%에 지나지 않는다. 이윤율은 여전히 저하 추세에 있고 정 교수가 지적한 자본 축적의 구조적 모순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2월 1일 블로그를 시작하고 석달 반이 지났습니다. 6월 14일 오후 8시 기준으로 방문자 수는 1만5574 명, 전체 페이지뷰는 10만254번입니다. 뒤늦게 시작한 블로그가 홈페이지를 추월한 셈입니다.

이정환닷컴! 홈 바로가기.
이정환닷컴! 블로그 바로가기.

참고 : 왜 무버블타입인가. (이정환닷컴)

블로그 첫화면에 카운터를 설치한게 2월25일, 모든 페이지에 카운터를 설치해 집계를 시작한게 3월 17일입니다. 3월 17일부터 계산하면 90일만에 10만 페이지 뷰를 돌파한 셈입니다. 하루 평균 173명이 방문하고 1113 페이지뷰를 기록했습니다.

기복은 있지만 이 수치는 최근 들어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래는 6월 들어 14일까지 통계.

SK텔레콤은 지난해 1월 2조4천9백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투자자들의 반발에 밀려 하루 만에 번복한 바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 주가가 폭락하면서 몇시간만에 투자 계획을 전면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몇달 뒤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주주 환원금액을 늘리고 더이상 무리한 설비투자로 투자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SK텔레콤에 대해 매수추천 의견을 냈다.

리만 가설이 풀렸다고 합니다. 각각 1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7가지 문제 가운데 하나가 풀린 셈입니다. 아직 6문제가 더 남아있습니다.

참고 : 루이스 드 브랑게스 '리만 제타 함수' 보고서 원문. (퍼듀대학교, PDF 파일)
참고 : 700만달러를 잡아라. (이정환닷컴)

리만 가설이란.

소수는 1보다 큰 자연수 가운데 1과 자신 밖에는 약수를 갖지 않는 수다. 이를 테면 2, 3, 5, 7, 11, 13, 17, 19, 23, 31 따위 말이다. 소수는 수학과 그 응용 학문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도대체 이 숫자들은 무슨 규칙을 갖고 늘어서 있는 것일까.

독일의 수학자 리만은 150년 전에 소수의 분포가 제타함수의 움직임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z(s)= (1/1)s + (1/2)s +(1/3)s + …… +(1/n)s + ……

리만의 가설은 이 제타함수가 0이 되게 하는 's'가 -2, -4, -6, -8, …… 뿐만 아니라 복소수 's'의 실수 부분이 항상 1/2이 되는 숫자들도 포함한다는데서 출발한다. 이 가설은 15억개의 예제를 만족시켰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이 가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 그는 지금까지 만났던 애널리스트 가운데 가장 논리 정연하고 명확한 사람이다. 한때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는 본부장이 됐다. 3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그가 말하는 시장의 논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 위기냐 아니냐 논란이 많다. 기업들 투자 부진도 심각한 상황이다. 자본 파업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표는 굉장히 좋지만 체감 경기는 그 어느 때 보다 어둡다. 최근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나.

= 우리나라는 IMF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완전 경쟁에서 과점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반도체. 철강, 화학, 자동차 같은 수익 잘내는 사업들이 IMF 이전에 완전 경쟁을 하다가 한개 또는 두개만 살아남으면서 과점 경쟁의 혜택을 보고 있는 거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10년 동안 노사쟁의를 벌이면서 안망한 세계에서 유일한 회사다. 자동차 회사가 세개 있다가 하나 남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좋은 회사였느냐. 아니다. 반도체 회사가 세개 있다가 두개 없어지고 하나 남았다. 철강, 화학, 통신,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통신이 1999년에 이익을 3천억원 냈는데 지금은 가입자수도 줄고 영업환경이 나빠진다고 하는데도 이익이 1조원을 넘는다. SK텔레콤이나 KTF도 마찬가지다. 통신회사 여섯개 있던 거 다 날아가고 두개 남았다.

지금까지는 과점 경쟁의 혜택을 봐왔던 셈인데 이제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기업들이 한국 사회에서 더이상 돈 벌어먹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왔기 때문에 투자를 안하는 거다.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 때는 심각한 성장률의 하락을 겪게 될 거다. 과점의 혜택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 일자리 문제도 좀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일자리가 없는게 아니라 기대 수준이 높아서 그렇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중국이나 다 4%대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특히 심각해 보이는 건 상향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1만달러 수준의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1만5천달러나 2만달러 수준의 일자리를 찾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맨 파워다. 삼성이 세계 2위의 반도체 회사지만 5년 뒤에는 그림이 안 그려진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 공장에서 반도체 생산하는 사람은 외국에서 공부하고온 박사 석사가 아니라 시골에서 올라온 10대, 20대 여성들이다. 이 사람들이 3교대 365일 일하고 있다. 앞으로 5년뒤 지금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인데 이 사람들이 이런 조건을 감당하면서 일을 할 것인가. 기업들도 답답해 한다. 하이닉스 반도체가 왜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려고 하겠는가. 결국 같은 이유에서다.

1만5천달러나 2만달러 수준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정도 되는 수준의 일자리에는 맨 파워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체험하는 불황이 더 심각한 거다.

- 투자 부진과 실업, 두가지로 좁혀서 볼 수 있겠다.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보나.

=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것도 다시 보자. IMF 이후에 들어온 건 금융 자본이다. 금융자본을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주주 이익의 극대화다. 주주가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하고 경영도 투명해야 하고 기업 지배구조도 합리적이어야 하고. 그런데 문제는 이 주주들이 기업과 영원히 함께 갈 수 있느냐. 절대 아니다.

웬만한 기업은 이미 외국인 투자자 지분 비율이 50에서 60, 70, 80%까지 간다. 얘들이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건 결국 자기들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이다. 5년 뒤 시장을 내다 본 설비 투자나 한국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 같은 건 아이 돈 케어다. 당연한 거 아니냐. 내가 5년 동안 갖고 있을 게 아닌데.

최근에도 SK텔레콤이 3세대 이동통신에 2천억인가 3천억인가 설비투자를 하겠다고 하니까 양놈들이 다 팔겠다고 해서 결국 취소했다. 이게 말이 되냐. 미래를 내다본 설비투자는 뒷전이고 당장 주주들의 이익을 생각하고 주가를 끌어올리는거다.

- 이게 우리나라에 좀더 특화된 현상인가.

= 우리나라가 제일 심하다. 외국인 지분이 너무 높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4조원씩 산다는데 이 돈이면 최첨단 반도체 라인을 하나 만들 수 있다. 이건 2년반 뒤에 이익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걸로 주식을 사재낀다. 지금 기업들 이익은 상대적으로 다른 놈들이 죽어서 벌어들이는 이익이다. 그런데 그렇게 번 돈을 시장을 재편하는데 쓰는게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챙기는데 쓰고 있다. 가만 내버려둬도 올라갈 주가를 올리는데 말이다.

- 최근 사회 공헌기금 논의는 어떻게 보나.

= 사회공헌기금 내려면 낼 수 있는데 이렇게 정부나 노동자가 내라고 해서 억지로 내는 건 절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니들이 나 돈버는데 보태준거 있냐. 사회공헌기금이라는게 콘센서스가 형성되고 문화로 자리잡아야 내는 거지. 이건 공헌이 아니라 도네이션 택스라는 거다. 다들 웬만하면 이민갈 생각을 하고 있고 이민 안가는 사람들도 생각은 노무현 정권이 40년 동안 가져온 시스템을 앞으로 2년만에 뒤집을 수 있을까. 글쎄요. 2년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갈 거다.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2년만 더 참아보자 그런 분위기다. 그 사이에는 어떻게 하느냐. 일단 현금 싸 짊어지고 기다려보자는 거다.

-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 과잉 유동성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기업들 돈이 많아진 건 사실인데 많은 회사는 많고 없는 회사는 여전히 없다. 돈이 많은 회사는 자사주를 사들이고 주주들도 더 사고 주가가 계속 오른다. 없는 회사는 회사도 못사고 주주도 못사고. 주가는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

- 자본 파업은 실재하는가. 대안은 뭔가.

= 유동성이 400조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위기의 본질은 유동성은 넘쳐나는데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수나 농수산, 중공업 모두 망하고 있다. 어디에도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다.

과잉 유동성이 고수익을 찾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계속 불균형을 낳는거다. 지금처럼 계속 돌아다니면 안되고. 해외로 가야 된다. 나가서 골프장을 사고 집을 사면 안되고 펀드로 가야 된다. 우리 아이디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도 그렇지만 달러가 나가서 돈을 벌어서 새끼를 쳐서 자기 나라로 송금을 한다. 이게 자기 나라로 모두 돌아가면 주식이든 채권이든 폭등을 한다.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니 이런 거 빨리 이뤄지고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해 투자를 하고 부동 자금의 사이즈를 줄이고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베트남이든 중국이든 어디든 투자를 해야 한다. 이걸 빨리 하지 않으면 이런 많은 돈이 돌아다니면서 계속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의사 결정을 빨리해야 한다. 방향을 선명하게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눈치만 볼 거다. 마케팅이 필요하다. 몇명 이상 고용하면 청와대 불러서 대통령하고 밥먹게 해라. 이를테면 100억원 이상 사회공헌기금 내면 신문에 이름 내주고 공원에 공헌비도 세우고 차에다 스티커 붙여주고 정지선 같은 거 위반해도 봐줘라. 대우해주는 분위기가 돼야 된다. 그래야 서로가 도네이션 할 거 아니냐.

돈 100억씩 내면 기부 입학도 허용해줘라. 100억으로 못사는 집 애들 1천명이 공부할 수 있다. 한명이 물 흐려봐야 얼마나 하겠냐. 그러나 그 천재 1천명이 20년 뒤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겠냐. 그렇게 알아서 하게 만들어야지 칼자루 대고 안하면 죽인다고 하면 누가 하겠느냐.

- 노무현은 친 시장적인가. 반 시장적인가.

= 좌파니 우파니 그런 거 관심없다. 이미 정부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고 있느냐. 결코 삼성이나 LG, 현대만큼 안된다.

차떼기 때문에 난리를 쳤는데 그 회사 매출액이 50조다. 광고비가 1조2천억이다. 200억 차떼기, 그거 일주일 광고비다. 그것 가지고 총수를 구속시키네 마네 하는데 주가는 어땠나. 끄덕없었다.

- 정부가 시장에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 정부가 마케팅과 IR을 하는 거다. 아일랜드를 봐라. 대통령이 나가서 돈을 끌어와야 한다. 한국에 들어와서 자본질을 하는게 아니라 제조업을 갖다 놔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는 대통령이 21세기 대통령이다. 그걸 못하고 안에서 돈내라 마라 하는 건 골목대장이다.

자본 시장의 펀드는 고용을 창출 못한다. 그게 아니라 FDI로 바로 들어와야 한다. 인텔이나 HP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장과 R&D 센터를 짓게 만들어야 한다. DHL이 한국을 동아시아 물류 허브로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걸 하느냐 마느냐가 한국 정부 관료가 해야 할 일이다.

북핵 문제 이야기할 때도 포츈 500대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만 20개를 휴전선 근처에다가 돈 한푼 받지 말고 기업당 100만평씩 주면 된다.

- 실업 문제의 대안은 있나.

=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 세금을 안받으면 적자재정이 된다. 고용을 5천명 이상 하면 1년동안 세금 면제해줘라. 삼성전자가 2만명 늘리면 세금 50% 깎아줘라. 경영진들 훈장도 주고. 지들 돈 벌려고 알아서 사람들 쓴다. 그렇게 갈 게 아니다. 실업률 못줄이면 절대 정권 안정 안된다.

- 재벌 개혁은 어떻게 보나.

=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위협이 있다. 삼성그룹도 이미 그린메일링의 위협이 들어와 있다. 독과점이니 뭐니 이야기하는 건 글로벌 시대에 말이 맞지 않다. 규모가 되는 놈만 살아남는다. 삼성전자 이익은 80%가 나가고 20%만 남는다. 개혁 하면 할수록 우리가 차지할 비중은 더 줄어든다. 노동만 대고 자본의 이득은 못보는 구조로 간다.

이미 한국의 메이저 기업은 외국인 지분이 너무 높다. 한국의 대주주와 연기금이 지분을 높이지 않으면 외국인이 나갈 때 상상을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시가총액이 400조, 외국인이 160조, 그 가운데 20%, 20조가 나간다고 치자. 그럼 환율이 폭등하고 물가도 오른다. 우리가 너무 과도하게 팔았고 방어를 못했다.

- 차등의결권은 어떻게 보나.

= 그걸 양놈들이 허용하겠나. 사실 이건희 회장의 지배구조 바꾸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밖에 없다. 아직도 그는 "머지않아 우리 경제는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중국 쇼크나 유가 급등,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같은 문제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오히려 위기 과장론을 경계한다.

그러나 그의 위기 인식은 지극히 단편적이다. 위기는 엄연히 실재하고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과장되기 보다는 잘못 인식되거나 오히려 과소평가 되고 있다. 2004년 한국 경제의 위기는 좀더 본질적이고 구조적이다.

이미 웬만한 국내 기업들은 외국 자본의 수중에 떨어진지 오래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 자본은 5년이나 10년 뒤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높은 수익률만큼이나 위험이 큰 이머징 마켓의 일부일 뿐이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자본은 거의 모두 투기성 단기 자본이다. 이들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가차 없이 주식을 내던지고 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주식 시장은 몸살을 앓는다.

기업들은 자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자들을 자르고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더 많은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의 상당부분은 외국 자본의 몫으로 빠져 나간다. 기업들은 더이상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지난 몇년 동안 기업들은 구조 조정과 과점의 이익을 봤지만 이제 그 이익은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제조업은 공동화로 치닫고 성장의 동력은 한계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본격적인 저발전과 종속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2004년 한국 경제의 위기는 자본의 종속에서 비롯한다. 그 정도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심각하다. 단언컨대 이 위기를 바로 보지 못하면 결코 해답은 없다.

딱히 바쁜 건 아닌데 정말 은행 한번 갈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어제, 퇴근 하고 보니 문 앞에 오늘까지 전기 요금을 안내면 전기를 끊겠다는 살벌한 딱지가 붙어 있었다. 몇일 전에 가스 요금 고지서도 비슷한 딱지가 붙어 날아왔다. 그래서 오늘은 큰 맘 먹고 은행에 갔다. 자동이체를 시키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오래 살 집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왠걸, 요즘 은행에서는 공과금을 안받는다고 한다. 현금 인출기 옆에 공과금을 받는 기계가 있는데 이건 또 자기네 은행 통장이나 카드 밖에 안된다. 꽤나 성가신 일이다. 공과금 한번 내려면 거래하는 은행 지점까지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 같은 경우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은 조흥은행,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 수당이 들어오는 통장은 외환은행이다. 결국 한참을 묻고 헤매고 걸어서 외환은행까지 갔다. 전기와 가스 요금 한번 내는데 그렇게 결국 한시간 반이 훌쩍 흘러갔다.

IMF 이후 여러 은행이 문을 닫거나 합병 됐고 몸집을 키운 은행들은 앞다투어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거나 비정규직으로 밀려났다. 이제는 돈 안되는 고객들도 찬밥 신세다. 심지어 이자를 주기는커녕 계좌 유지 수수료를 물리는 데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은행들은 직원들의 목을 조르고 고객들의 주머니를 턴다.

이제는 숫제 돈 안되는 공과금 수납 따위는 안해도 좋다는 태도다. 다른 은행으로 가든가 말든가. 그깟 수수료 안받고 사람 하나 자르는게 훨씬 남는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야기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우연히 이야기를 듣고 취재와 인터뷰까지 다 했는데 기사는 쓰지 못했다. 딱히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계약직 노동자 126명은 지난 3월 31일 더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2002년 4월부터 3개월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 왔다. 근무 2년을 하루 앞두고 해고를 당한 셈이다. 모두 기혼 여성이었다. 석달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공과금 수납 업무를 맡아왔다. 오늘 내가 봤던 공과금 수납 기계가 석달 전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셈이다. 이들의 월 급여는 100여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함께 해고된 노동자들 가운데 몇명은 피크 타이머라는 이름으로 다시 취업됐다. 이들은 업무가 몰리는 월말 무렵에만 출근하면서 한달에 42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이 은행 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4800만원, 월 급여로 치면 400만원 꼴이다.

창구에 앉아 있는 직원을 텔러라고 하는데 하나은행의 경우 이미 50% 이상, 국민은행은 100%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됐다. 우리은행도 전체 직원 1만4039명 가운데 3764명이 비정규직이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비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어이 없는 일들이 은행에서는 숱하게 벌어진다.

은행에서 내세우는 변명은 확고하다. 텔러는 단순 업무고 정규직은 좀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은행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영역이 확실하게 구분돼 있다. 북새통 같은 창구에 앉은 직원은 거의 모두 비정규직, 뒷쪽의 넓고 한가한 책상에 앉은 직원들은 정규직. 그 영역을 넘으면 급여가 서너배로 뛴다. 당연히 비정규직은 승진도 성과급도 없다. 여차해서 잘리지나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직원들을 잘라낸 우리은행은 지난해 1조335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 2002년 7799억원에서 70% 이상 늘어난 셈이다. 우리은행만큼은 못하지만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많은 직원을 잘라낸 은행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그래야 살아남는다. 이런 성장의 한계는 결국 분명하겠지만 도대체 멈출 방법이 없다는게 문제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공식 인터뷰는 아니고 아이디어를 얻는 차원에서 간단히 몇가지를 물었다. 장 교수는 올해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진보적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한때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가 1994년에 썼던 '한국 사회의 이해'는 한때 이적 표현물로 규정돼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검찰의 고발로 재판까지 갔다가 결국 2002년 무죄 선고를 받았다.

- 위기다 아니다 논쟁이 한창입니다. 장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위기의 원인은 어떤 것입니까.

= 2000년 3분기부터 시작된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위기의 원인은 공급 사이드가 아니라 수요 사이드입니다. 소득 불평등 심화 확대로 인한 내수 특히 소비 수요의 회복 지연입니다. 김대중 정부는 부동산 투자 활성화와 가계 신용 확대로 민간 소비를 촉진하려 했지만 결국 이것이 더이상의 소비진작을 막는 발목 역할을 하게 된 것이지요.

- 유동성은 넘쳐나는데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 교수님은 최근 진보누리에 기고하신 글에서 노무현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비판하셨습니다. 혹시 장 교수님이 생각하고 계시는 투자 활성화의 대안이나 방향이 있습니까.

=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민간투자는 규제를 완화해도 쉽게 확대되지 않습니다. 적자 재정 지출을 확대해서라도 공공 투자를 확대하는 방법 뿐입니다.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이나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영구임대 공공주택 건설 확대 등이 투자 확대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 재벌 개혁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공식입장은 재벌해체입니다. 그러나 사회변화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벌해체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당장 다국적 자본의 침탈도 큰 걱정입니다. 장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재벌 개혁의 방향은 어떻습니까.

= 재벌해체의 실질적 내용은 재벌가족 소유 및 경영독점기업을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민주적 참여기업의 핵심은 노동자들이 경영과 소유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민주적 참여기업은 재벌의 지배와 외국 자본의 대기업 지배를 동시에 막을 수 있고, 노동자들의 권한을 높여줌으로써 그들의 책임감도 높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 말지는 최근 스웨덴식 사회 대타협 모델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고용없는 성장 시대에 재벌이 사회적 비용을 분담해야 하고 이를 끌어내기 위해 재벌의 지배구조를 부분적으로 용인해줄 수도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이찬근 교수나 대안연대회의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사회 대타협 모델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 현재 재벌들은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세금을 감면해 주기만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사회적 책임은 전혀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런 자세로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찬근교수의 주장은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적 대타협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사회적 힘이 커져서 재벌들이 그 요구에 부응하지 없을 때가 되었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 최근에는 삼성그룹과 청와대가 구체적인 빅딜 논의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만 해도 이 회사는 올해 17조원 가까이 이익을 낼 전망입니다. 이 돈의 상당부분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들에게 빠져나갈 전망입니다. 삼성그룹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어떻게 기업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요.

=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방법은 질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과 함께 고용을 확대하거나 조세 납부 확대를 통해 사회복지 재정기반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전자를 위해서는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서 사내유보를 확대해야 하고, 후자를 위해서는 법인세를 올려서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내 유보를 늘리기 위해서는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계속 고용과 고용 확대에 관심이 큰 노동자들이 소유와 경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 저는 최근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주주 자본주의와 자본의 종속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투자 없이 단기적인 주주의 이익을 챙기는 시스템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주주 자본주의와 자본의 종속을 넘어서는 해법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 주주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개별기업 주식소유구성이나 전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춰 예컨대 최종적으로는 10%선으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초단기적인 대규모 이동에 대해서는 일시 유출입 정지 등 자본통제가 필요합니다.

- 민중의 지지기반을 딛고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부는 결국 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막상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려면 비판의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김대중 정부의 노선을 따르기만 할뿐 구체적인 정책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질문이 좀 애매합니다만 당장 노무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 노무현정권은 공업화 초기 시대로 악화되고 있는 노동자 기본권을 철저히보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전환 등을 실현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공공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셋째, 사회보장 지출을 확대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 등이 될 것입니다.

- 어제 청주에 있는 삼성전기 협력회사를 다녀왔습니다. 몇달 전에 삼성에서 사업부서를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이 회사에도 이전하라는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조의 반발이 심하자 회사측에서 어느날 새벽 설비를 몽땅 뜯어서 중국으로 옮겨버렸다고 합니다. 결국 이 회사는 하루 아침에 개점 휴업 상태가 됐습니다. 1천여명의 노동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고 이 회사는 코스닥 등록까지 지난달에 폐지됐습니다.

-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대기업의 횡포도 횡포지만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은데 대안이나 정부의 대책이 뭐가 있을 수 있을까요. 앞서 장 교수님께서는 정부가 공공투자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대기업에게 투자 동인을 제공할 방법은 없습니까.

= 저임금, 조세인하 등의 방법은 현재 다른 개도국의 임금이 크게 낮아서 임금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별로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기업의 투자 동인은 직접적인 규제완화를 하는 것 보다는 국립대학 통폐합과 교육 투자 등을 교육 개혁 을 통해 우수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등 국내 대기업의 투자 기반을 강화함으로서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공공교육 개선과 노령 대비 등 사회보장 확대는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회적 임금을 높임으로써 기업들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시장 임금을 덜 부담해도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기업경영에도 도움이 됩니다.

= 문제는 사회복지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인데 북구의 경우에는 너무나 완벽한 사회보장이 근로의욕을 저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너무나 미흡한 사회복지가 기업의 임금 부담 증대, 사회적 불안 등으로 경영여건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 또 문제는 이를테면 삼성전자가 해마다 수십조원씩 이익을 내면서도 정작 그 이익의 상당부분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으로 다시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데 있습니다. 자재 구입 등에서 해외 의존 비율도 오히려 높아져만 가는 상황입니다. 저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을 버려두고 중소기업이나 공공부분 투자만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란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드리면 삼성전자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를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바꾸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요.

= 삼성전자의 이익의 일정부분을 노동자소유기금을 적립하고 이를 노동자 주식 취득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십년 정도 계속하게 되면 노동자의 주식보유 부분이 지배적이 됩니다. 또한 삼성전자의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관련 회사 대표 등을 참여하도록 제도화해서 삼성전자의 이익이 주식 소유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배당되지 않도록 하여 사내 유보를 확대하고 중소기업이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으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질문이 아니라 그냥 제 견해입니다. 100%까지 늘어난 외국인 투자 한도를 다시 10%로 줄이는게 가능할까 걱정스럽습니다. 당위성은 있는데 현실적이지 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로서는 아이디어가 안 떠오릅니다.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습니까.

= 외국의 사례는 모르겠지만 논리적으로, 실증적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투명성, 책임성 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 시장의 완전한 개방은 변동성만 높인다는 IMF 연구자들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지금 외국자본에 의한 단기이익 극대화 요구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기본권도 억압받고 주식시장의 불안정도 심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외국인 주식투자허용 상한선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진영 ‘재벌’ 논쟁.

진보적인 학자와 활동가 모임인 ‘대안연대회의’(position21.jinbo.net)가 재벌 지배구조 개혁 방안의 하나로 제기되는 종업원 지주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월간 〈말〉의 인터넷사이트인 〈디지털말〉(digitalmal.com)은 지난 4일 재벌 지배권을 인정하되 대신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사회적 대타협 모델을 대안연대회의가 제기하자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참여연대 등이 비판하는 것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대안연대회의쪽 주장은, 1938년 스웨덴에서 발렌베리 그룹 창업주 일가의 기업 지배권을 인정하되 일자리 창출, 고액 소득세 납부 등 사회적 공헌을 규정한 내용의 ‘살트셰바덴 협약’을 맺은 것을 모델로 삼자는 것이다.

민노·참여연대 vs 대안연대 ‘대립’
재벌과 타협불가 - 지배권 인정해야
종업원지주제 놓고 찬반 엇갈려

반면 민주노동당의 이재영 정책국장은 재벌의 소유와 경영 독점을 해체하고 장기적으로 국민주 형태로 소유를 분산하자는 주장을 폈다. 재벌과 타협은 안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또한 아직은 재벌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대안연대회의를 겨냥해 “진보를 가장한 수구”라고 비판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특히 기사를 쓴 이정환 기자는 자신의 홈페이지(leejeonghwan.com)에 대안연대회의쪽 인사들의 민주노동당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종업원 지주제와 관련해 “주주가 되고 자본가가 돼야 발언권을 행사한다고 하는 사람이 어떻게 진보냐. 자본주의 논리에 뼛속까지 물이 든거다”고 비판했다고 이 기자는 썼다. 또 장 교수는 “억울하면 우리도 돈 벌자고 하는 게 종업원 지주제다. 이런 게 진보정당의 핵심이 될 경우 그건 진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정승일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도 “종업원 지주제가 제일 잘된 데가 미국이다. 자기도 모르게 미국식 자본주의를 따라가는 거다. (노동자는) 소액주주와 무관하게 이해당사자로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을 계기로 진보적 경제정책이 부분적으로라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 또한 커질 전망이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기관지 '소셜리스트 워커(Socialist Worker)'가 6월 5일 발간된 잡지에서 "남한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South Korea swings left)"고 평가했다.

이 잡지는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과 관련, "남한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면서 "민주노동당 내부의 사회주의자들이 의회의 타협을 거부하고 당을 왼쪽으로 끌고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잡지는 "남한 사회가 최근 급속히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촛불 시위와 탄핵 반대 행동에 대규모로 참여한 남한 젊은이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를 쓴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면서 반자본주의·반전 단체인 '글로벌라이즈 레지스턴스' 소속 활동가다. 지난달 23일 한국을 방문해 민주노동당에서 반자본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캘리니코스는 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자유 시장 정책을 추종했고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돕기 위해 군대를 파송하겠다고 서약했다"면서 "실망스러운 인물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의 승리와 무관하게 노 대통령은 자신의 민중적 기반과 재벌, 미 제국주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재벌들은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과 투자에 집중해 왔다"면서 "남한은 중국의 경이적인 경제 호황에 빌붙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이런 전략이 효과적이었지만 최근 중국 경제가 과열되면서 남한도 침체의 늪으로 끌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이찬근 인천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오후 4시였는데 6시부터 수업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다. 인터뷰에 두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5시 30분이 되자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학교 앞 중국 집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는 연신 독설을 퍼부어댔다. 이과두주를 연거푸 서너잔 걸치고 얼큰히 취한 이 교수는 수업을 일찍 끝내고 돌아올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그날 술자리는 저녁 12시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지나치게 정치적인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활동적인 교수도 드물다. 현장을 누비면서 운동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교수가 결코 흔치는 않다. 물론 비판도 많이 받는다. 대안연대회의에서도 좀 과격한 주장을 하는 쪽이고 심지어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는 "진보를 가장한 수구"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다. 이 교수의 주장은 지난번 기사에 많이 반영됐다.

참고 : 고용 못늘리겠으면 비용을 분담해라. (이정환닷컴)

그리고 몇주 뒤 프라자호텔 커피숍에서 장하준 캠브리지대학교 교수와 정승일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을 만났다. 장 교수에게 '사다리 걷어차기'를 선물로 받았다. 영어로 쓴 책인데 최근 번역돼 출판됐다. 이 책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그날 들은 몇가지 흥미로운 논점들을 간단히 정리한다.

이야기를 하면서 과연 이 사람들이 좌파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좀 위험한 주장들도 있다. 장 교수는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의 사촌 동생인데 두 사람의 성향은 정반대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기꺼이 그를 천재라고 인정한다. 그는 대안연대회의의 핵심 브레인이다.

종업원 지주제 어떻게 볼 것인가.

(장하준) 기본적으로 좌우를 가르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집단 의지의 표현으로 정부의 개입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좌파가 정부가 개입하면 안된다고 한다. 이정우 실장 같은 사람이 제일 하고 싶어하는게 종업원 지주제다. 힘 없고 돈 없는 사람이 억울한 일 당하면 억울하면 출세하고 억울하면 돈 벌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안당하게 만드는게 진보지, 그래 억울하면 우리도 돈 벌자고 하는게 종업원 지주제다. 이런게 진보 정당의 핵심이 될 경우에 그건 진보가 아니다.

(정승일) 민주노동당의 송태경 정책국장이 1990년대 초반부터 심혈을 기울여 만든게 이른바 종업원 사회주의다. 이게 민주노동당의 공식 강령이다. 민주노동당에는 그것 밖에 없다.

(장하준) 주주가 되고 자본가가 돼야 발언권을 행사한다고 하는 사람이 어떻게 진보냐. 자본주의 논리에 뼛속까지 물이 든거다.

(정승일) 종업원 지주제가 제일 잘된 데가 미국이다. 자기도 모르게 미국식 자본주의를 따라 가는 거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두가지 있다. 하나는 소액주주로 참여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소액주주와 무관하게 이해당사자로 참여할 수도 있다.

(정승일) 재벌 다 깬 다음에 종업원 지주제 하면 된다고 한다. 소버린 들어오는데 그건 나 몰라라다. 소버린 보고 일단 깨라고 하고 소버린이 다 해먹고 나중에 팔 때 종업원들이 살 건가.

(장하준) 주주 자본주의 다 좋은데 그거 하면서 노동자 편이라는 소리나 하지 말라고 해라.

박정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장하준)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다가 주주자본주의, 중앙은행 독립, 이런게 다 좌파야. 미치겠어. 우파라고 생각하고 그런 이야기하면 모르겠는데 좌파라면서 그런다니까. 정부 개입하지 말자는 것도 유럽에서는 다 우판데 우리나라는 좌파가 그래. 박정희 한거 반대로 해야 그게 좌파니까.

(장하준) 우리나라 개혁세력의 뿌리 자체가 반 박정희다. 박정희의 망령에서 아직 못 벗어났다. 박정희 때는 정당성의 문제였고 1990년대에는 정당성 문제는 해결됐는데 이게 정신분열증 같은게 온거다. 박정희 하던 대로 하면 안되니까 경제 계획도 없애고 뭣도 없애고 해서 다 흐트러 놨는데 아직도 정부 권력은 남아있단 말이지. 그러다 보니까 정부 권력의 부작용이 제일 많이 보이는게 민주화 됐던 1990년대라고.

(정승일) 가장 문제 중에 하나가 시장에 맡기면 경제 성장을 가져다 준다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압축성장해서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스웨덴도 사회민주당 정권이 들어와서 압축 성장했다. 일본도 압축성장했다.

(장하준) 압축 성장 하면 좋은 거다. 성장은 필요하고 성장기의 고통스러운 순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거다. 그게 만능은 아니지만 어느 시점까지 가야 대부분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박정희가 문제는 많지만 무조건 반 박정희로 가는 것도 문제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박정희가 경제성장을 했을리가 없다고 한다. 다 껍데기 성장이었다고 한다.

(정승일) 박정희 정책 중에 상당부분은 스웨덴이나 핀란드가 썼던 거다. 사회민주당 정권의 기본 정책이 생산시설의 국유화 아니냐. 엄청나게 정부가 개입한 거다. 시장경제의 기본을 상당 부분 부인하는 거다. 유럽은 국영기업이 굉장히 많다. 한국이나 일본이 제일 적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바람직한가.

(정승일) 개혁 세력에게 질문하고 싶은게 혁신주도형 경제라는데 그 혁신은 누가 주도하는 거냐. 옛날에는 투입 주도형이라고 해서 생산 시설을 늘리고 노동 투입을 늘리면 될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안그랬다. 이거 거짓말이다. 세계적으로 연구개발비가 3% 넘어가는데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혁신 주도형이다.

(장하준) 강철규 같은 사람들은 정부가 개입하면 다 실패한다고 말한다. 시장주의도 독성이 강한 시장주의다. 재벌 비판하고 그런게 지배추구 이론이라고 뷰캐넌이니 하는 보수파들 가운데서도 좀 너무 한다고 하는 애들이 하는 건데, 어디서 그런 걸 잘못 배워와 가지고 말이야. 그러면서 또 좌파라고 할 거 아냐. 미치겠다니까.

(이정환) 아직도 정부 주도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건가. 시장주의자들은 정부의 개입이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이야기한다.

(장하준) 가능한게 아니라 필요한 거다. 아전인수로 해석해서 그렇다. 재벌들은 도움은 받더라도 간섭받기 싫으니까 그런 시대 지났다고 하는 거고. 좌파들은 박정희랑 반대로 해야 하는 거니까 정부 주도 안된다고 하고.

(정승일) 민주노동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하자. 그 정부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뭐냐. 소버린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할 거냐. SK는 어떻게 잡을 거냐. 좌파라는 건 자본을 통제하는 거 아니냐. 뭘로 통제할 거냐. 시장이 좌파 정권 편들겠다. 민주노동당은 정신 못차리고 있다. 우리사주 그거 하나 밖에 없다.

(정승일) 자유주의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개입하지 말라는게 핵심이다. 인신이나 사장의 자유 같은 인권 문제는 자유주의의 일부분이다. 진중권 같은 사람들 조심해야 된다. 이거 같은거 아니다. 시장에 모든 걸 맡겨서 관치경제가 없어지면 그게 민주주읜줄 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말부터 모순이다. 자유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승일) 참여연대 김상조 선생이 맨날 한국은행 통계 인용하면서 이자보상비율, 이자를 못내는 기업이 4분의 1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경제개혁이 덜 됐다고 한다. 그 기업들 죽이자는 이야기다. 왜 살려주냐 이거다. 모럴 헤저드라 이거다.

(장하준) 그거 정말 편한 포지션이다. 다 망하게 해야 된다고 하고 그럴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런 일이 안일어나면 개혁이 덜 됐다고 한다. 그야말로 19세기 자본주의다.

대안연대회의는 최근 조직 개편을 하고 조돈문 인하대학교 교수를 운영위원장으로 유철규 성공회대학교 교수를 정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책은 매맞는 아내들에 대한 어쩌면 익숙하고 뻔한, 그러나 한번도 제대로 고민해 보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가정폭력과 아내폭력의 차이를 이야기하자. 가정 폭력이라는 말은 모순을 담고 있다. 가정은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곳이고 거기서 벌어지는 폭력은 당연히 옳지 못하다. 문제의식은 여기서 더 확장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굳이 아내폭력이라는 말을 쓴다. 그냥 가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아니라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에 주목한다. 왜 남편은 아내를 때리는 것일까. 이건 좀더 일반화한 구조적인 질문이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한번이라도 남편에게 맞아본 아내의 비율이 적게는 30.9%에서 많게는 61.3%에 이른다. 평균을 내보면 50%가 넘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때리는 남편과 매맞는 아내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내를 때리는 남편은 흔히 멀쩡해 보인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기도 하고 능력도 있고 도저히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만큼 겉으로는 얼마든지 합리적이고 인간적이다. 알콜 중독자나 인격 파탄자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집에 와서는 아내를 때린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아내폭력은 극소수 남편의 일탈의 문제인가. 그렇다고 하면 문제는 결국 그들의 문제다. 그 남편은 아마 아픈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일 거다. 정신병원으로 보내거나 치료를 받으면 되고 그 부부는 극단적일 경우 이혼하면 된다. 그러나 수많은 다른 가정에서 아내폭력은 여전히 계속된다. 결코 본질적인 해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좀더 구조적인 문제제기를 시도한다. "아내를 왜 때리는 것일까"를 묻지 말고 "아내를 때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를 묻자는 이야기다. 심지어 "아내폭력은 유사 국가인 가족에서 행해지는 통치행위로 고문이나 테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많은 남편들이 아내가 맞을 짓을 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때린다. 아내들은 맞지 않기 위해 남편의 눈치를 본다. 아내들은 자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아내라는 직업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아내폭력은 일상적이다. 폭력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가부장제도가 빚어낸 권력구조는 그 뿌리가 깊다. 아내폭력은 우리 시대와 우리 사회,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상 아내폭력은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멀쩡한데도 아내를 때리는 남편, 이 사회에서는 우리는 누구나 잠재적인 폭력남편이고 매맞는 아내다.

"경영권을 뺏자는게 아닙니다. 5%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만 경영권을 행사하라 이겁니다."

민주노동당 이재영 정책국장이 입을 열었다. 이 국장은 최근 재벌의 사회 대타협 논의와 관련, 지배구조 개선과 재벌 해체가 선결돼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대안연대회의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스웨덴식 사회 대타협 모델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이 국장은 재벌 해체 문제에 대해서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거듭 재확인했다.

스웨덴식 사회 대타협 모델은 1938년 스웨덴의 사회민주당 정권이 발렌베리 그룹 창업주 일가의 지배권을 인정해주는 대가로 일자리 창출과 기술 투자에 앞장서고 최고 85%의 높은 소득세를 내는 등 사회적 공헌에 합의한 과정을 말한다. 이른바 살스세바텐 협약이라고도 한다.

월간 『말』은 6월호에서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를 인정해주고 사회공헌기금 등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기업이 직접 고용을 늘리지 못한다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고 기업과 사회가 공존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참고 : 고용 못늘리겠으면 비용을 분담해라. (이정환닷컴)

이 국장은 금융 자본이 중심이 돼 지주회사 형태로 발전한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과 우리나라 재벌은 발생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이 스웨덴 모델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재벌의 도덕성과 경영 능력 부재다. 과거 삼성자동차의 실패나 SK의 분식회계를 비롯한 총체적 경영 부실의 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국장이 보기에 재벌의 지배 구조를 인정해주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자는 주장은 이런 비합리적 경영의 폐해를 묵인하자는 말 밖에 안된다.

이 국장은 "외국 자본에게 넘어가기 전에 재벌의 소유와 경영 독점을 해체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민주 형태로 소유 분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최근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대우종합기계의 경우도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노동자 인수와 종업원 지주제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두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민주노동당의 이같은 완고한 입장에 대한 대안연대회의의 반응은 한마디로 안타깝다는 것이다.

정승일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외국계 자본이 호시탐탐 국내 기업들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데 지금 재벌을 깨서 어쩌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 정책위원은 "민주노동당이 주주 자본주의에 맞서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안연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하준 캠브리지대학 교수도 민주노동당의 종업원 지주제 논의와 관련, "주주가 되고 자본가가 돼서 경영권을 행사하자는게 어떻게 어떻게 진보냐"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그건 억울하면 돈 벌라는 자본주의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안연대회의 주장의 핵심은 "장기 전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고부가가치 투자를 하면서 초국적 자본에 맞설 수 있는 국내의 대안은 사실상 재벌뿐"이라는데 있다.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재벌의 이익과 지배권을 보장하는 대신 국내 경제의 안정을 위해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자는 논리다.

대안연대회의와 반대 입장에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나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등이 있다. 대안연대회의가 재벌의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는 반면 이들은 아직 멀었다고 반박한다.

김기원 교수는 대안연대회의를 겨냥해 "진보를 가장한 수구"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기업과 총수를 구분해야 한다"며 "총수의 준범죄적 행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기업의 돈을 내놓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재벌 개혁의 방향은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 대안연대회의가 주장하는 것처럼 협박이나 구걸을 통해 비합리적인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지난해 SK사태를 거론하며 "재벌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혁을 통해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강화 등 재벌 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top@leejeonghwan.com

6월 3일, 대우종합기계 노동자들이 결국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졸속 매각 반대와 이해 당사자 참여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주장은 꽤나 새롭다. 어차피 팔려나갈 회사라면 노동자들이 직접 회사를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야기다. 이들은 이른바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노동자 인수를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상 초유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주가 7천원을 기준으로 대우종합기계의 시가 총액은 1조1756억원. 이번에 매각될 자산관리공사와 산업은행의 지분은 이 가운데 57%인 6700억원에 이른다. 물론 노동자들에게는 이만한 돈이 없다. 이들은 일단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한꺼번에 사들이고 그걸 앞으로 10년 동안 받게 될 상여금 등으로 나눠 갚겠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가 되고 노동자의 경영 참여도 비로소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거지를 쓰고 있을뿐 6700억원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 거냐는 이야기다. 심지어 자산관리공사는 이들에게 입찰의향서 조차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마감된 예비입찰에서는 11개 업체가 의향서를 냈지만 이 회사 노동자들은 결국 불참했다. 아무도 이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들은 나름대로 구체적인 계산을 갖고 있다. 먼저 산업은행의 지분은 굳이 서둘러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매각할 지분은 자산관리공사의 지분 35%, 모두 4115억원 정도로 줄어든다. 대우종합기계의 전체 노동자 4400여명이 해마다 360만원씩 내면 10년 동안 1584억원을 모을 수 있다. 여기에다 회사가 나머지 절반을 부담한다고 하면 벌써 3천억원을 훌쩍 넘는다. 또 6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이 각각 1억~2억원씩을 출자하면 1천억원 정도는 쉽게 끌어 모을 수 있다. 회사의 지급보증을 받아 대출만 받을 수 있다면 당장 4천억원 정도 만들기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쉬운 일도 결코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실제로 이 회사 노동자들이 아닌 다른 누가 회사를 사들이더라도 일시불로 4천억원을 지불하는 일은 거의 없을 거라는데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부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온갖 특혜와 지원을 끼워주면서 헐값에 알짜배기 회사를 내다파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이번 대우종합기계 매각 과정에서 정부는 의도적으로 이 회사 노동자들을 차별 또는 배제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자들의 기업 인수는 결코 공허한 이상이 아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그룹은 그 좋은 사례다. 1991년에 나온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에 담긴 주장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유효할뿐만 아니라 어쩌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몬드라곤 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은 주식회사가 아니다. 회사가 아니라 아예 협동조합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게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몬드라곤 그룹에는 당연히 주식도 없고 모든 의결권은 주주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갖는다. 주주총회 역할을 하는 조합총회에서는 모든 조합원들이 똑같이 1표씩 의결권을 행사한다. 급여는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가장 적게 받는 사람의 4.5배를 넘을 수 없도록 조합의 정관에 규정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몬드라곤 그룹은 공업 협동조합 133개와 교육 협동조합 8개, 농업 및 소비자 협동조합 6개를 거느리고 있다. 조합원 수는 일부 비정규 계약직 노동자를 포함해 7만4천여명, 지난해 매출은 104억유로, 우리 돈으로 15조5천억원에 이른다. 스페인에서 7위 규모다.

몬드라곤 그룹의 강점은 이익과 손실의 공유에서 나타난다. 147개 조합의 이익과 손실 상당 부분은 모두 한데 모아서 공유되고 적립되거나 배분된다. 돈 잘버는 조합이 못버는 조합을 지원하고 때로는 적자를 메워주는 일도 있다. 그룹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느 조합에 소속돼 있든 임금은 크게 다르지 않고 고용 불안의 위험도 전혀 없다.

노동자들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몬드라곤 그룹은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흔히 효율성이 늘어날수록 고용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건 몬드라곤 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다른 주식회사들은 노동자들을 자르고 손쉽게 인건비를 줄여 이익을 늘리지만 몬드라곤 그룹에서는 조합원을 자르면 다른 조합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급여의 90%에 이르는 실업수당을 줘야 한다. 한 조합에서 잘려도 그는 여전히 조합원이다. 결국 몬드라곤 그룹은 계속해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건 꽤나 중요한 차이다. 다른 주식회사들은 사람을 자르고 그 잉여이익을 주주들이 나눠갖지만 몬드라곤 그룹에서는 그 잉여이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다른 주식회사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사람을 자르지만 몬드라곤 그룹에서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이익을 낸다. 수단과 목적의 차이다. 역시 이들 조합과 그룹의 주인이 조합원 즉 노동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몬드라곤 그룹의 창립자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는 성장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조합들 사이의 연대라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세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특정 기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것, 공동체의 영역을 확대할 것, 그리고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경제제도의 건설에 도전할 것.

몬드라곤 그룹과 비교하면 대우종합기계가 넘어야 할 고개는 아직도 까마득하다. 연대는커녕 아무도 관심도 갖지 않는 정말 외로운 싸움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동자의 기업 인수와 한발 더 나아가 종업원 지주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의미있는 시도다. 대우종합기계 노동자들은 좀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당신들은 지금 역사를 바꾸고 있다.

성광야학 독서토론회 12번째 기록.

1992년, 대학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무겁게 드리워 있었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도서관이나 강의실로 숨어들었다. 대학 1학년이었던 나는 딱히 공부에도 취미가 없었고 그렇다고 넘쳐나는 자유를 마냥 즐길만큼 분방하지도 못했다. 치열하지도 못했고 아무런 지향도 신념도 없었다. 이념의 부재를 1992년은 다른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했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흘러갈 뿐이었다.

'B급좌파'에서 김규항은 말한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정신세계의 가장 치명적인 특징은 자본주의를 기정사실화하는 일이다. 물론 그런 현상은 전적으로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를 사회주의 자체의 실패로 규정하려는 우파 한국인들의 욕망에 좌파 한국인들이 비굴하게 합의한 결과다."

돌아보면 1992년의 패배감을 극복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럭저럭 얼치기 지식인 흉내로 무력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던 나는 1997년 성광야학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무엇인가 희망하게 됐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와서 돌아보면 분명히 그렇다.

1990년대를 많은 사람들은 1980년대의 격렬한 기억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1980년대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들은 다만 체념하고 순응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했다.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그때 우리는 달리 저항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B급좌파'는 그 쓸쓸하고 암울했던 1990년대를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

"어머니는 당신 아들이 좌익 인텔리가 되기를 바랬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좌익도 인텔리도 되지 못했다. 좌익인 듯할 뿐 좌익이 아니며 인텔리인 듯할 뿐 인텔리가 아니다. 글만 쓰면 파시스트를 저주하고 중산층을 까고 지식인을 비꼬고 근로대중을 한없이 지지하지만, 그 글은 방구석에 앉아 세상을 재단하는 부도덕을 깔고 있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실패했다. 이제 늙고 병든 어머니는 아들의 곤궁함에 노심초사하면서 출근한 며느리를 대신해 조용히 아이를 본다. 어머니는 더 이상 불의나 비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매일 그 불의와 비굴과 교접한다. 돈이 된다면 재벌에도 몸을 팔고 파시스트에게도 웃음을 판다. 다만 이따금, 아주 이따금씩만 더러운 꼴에 생지랄을 할 뿐이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김규항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1990년대 우편향의 바람에 편승해 서글플만치 졸렬하게 우리의 정신을 청산했다. 엉거주춤 B급의 좌파로 머물러 투덜거리고 대안 없는 불만을 쏟아놓을 뿐이다.

'B급좌파'는 '씨네21'의 권말 칼럼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 연재됐던 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그때만해도 김규항의 글쓰기는 무척 새로웠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을 김규항은 부인하고 비판했다.

좌파로 산다는 것은 우리 안의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일이다. 우리가 옳다고 받아들였던 것들과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발상을 전환하고 비판하고 바꿔나가는 과정이다. 인권과 노동과 여성 문제, 조선일보 문제, 기득권과 특권층, 그리고 계급의 문제, 지역 감정, 소수자와 소외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잃지 않는 일이다. 꿈을 잃고 매몰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성찰하고 저항하고 치열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오롯히 맑게 깨어서 지향하고 신념해야 한다.

몇 부분을 발췌한다.

Contact

all@leejeonghwan.com

About this Archive

This page is an archive of entries from June 2004 listed from newest to oldest.

May 2004 is the previous archive.

July 2004 is the next archive.

Find recent content on the main index or look in the archives to find all content.

Recent Comments

  • Top Places to visit in new york: I am absorbed in this affair and would like to read more
  • Top 5 places to visit in new york: I am absorbed in this affair and would like to read more
  • anonymous: Deschanel plays currently starring in "New Girl",Timberland Boots, the Fox read more
  • anonymous: Amazing things here. I'm very glad to peer your article. read more
  • anonymous: I do accept as true with all of the concepts read more
  • smart lipo: 제를 요구하자 구글이 유튜브 한국 서비스를제를 요구하자 구글이 유튜브 한국 read more
  • anonymous: As a group of au? Blow enseitern of Williamsburg is read more
  • anonymous: Pretty great post. I just stumbled upon your weblog and read more
  • anonymous: I'm really impressed along with your writing abilities and also read more
  • anonymous: I am no longer certain where you're getting your information,http://www.letterbeads12.net/, read more
This blog is licensed under a Creative Commons License.

Information

Powered by Movable Type 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