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04 Archives

교회의 비판은 물론 필요하고 외부 비판도 마찬가지다.

몇일 전에 동생이 홈페이지에 "설교 비판은 가능한가"라는 글을 썼다. 동생은 나처럼 얼치기 크리스챤은 아니다. 문장이 말끔하지는 못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발췌해서 싣는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사람이다. 사람은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다. 하나님 앞에서 죄의 크고 작음에 따라 큰 죄인 작은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의 긍휼을 입어야 할 죄인일뿐이다. 그러기에 실수할 수도 있다. 항상 깨어 기도하지만 잠깐이나마 하나님을 벗어나는 수가 있다. 사람 앞에 하나님의 자리에 있기에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목사의 설교 비판은 필요하다. 설교는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도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외부의 비판 보다는 내부 비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난주 독서토론회에서 함께 읽었던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에도 비슷한 맥락으로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내가 바친 헌금과 새벽 제단에 쌓은 통성기도와 열심히 다닌 부흥회로 최상급의 보상이 약속된줄 착각하고 있다. 철저히 자신만을 위한 기도와 헌금과 부흥회로 하느님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벌써 받을 보상을 다 누린 사람들이다. 하느님과는 상관없는 기도, 이웃의 고통은 아랑곳 않고 오직 나의 출세와 성공만을 위한 기도가 어찌 진정한 기도인가. 그런 기도를 예수께서 언제 가르쳐주었던가."

"이런 인과응보의 신앙은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식의 교훈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수백번, 수천번 부흥회를 해도 한국 교회의 삶이 우리 기독교인의 삶이 언제나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는 까닭이 이런 축복 신앙에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의 교회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로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나의 나라, 나의 민족이 이 지경인데 먼 나라까지 선교사업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허영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지구상에서 한국이란 나라만큼 한국의 민족만큼 고통당하고 있는 민족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제 코가 석자나 빠졌는데 남의 코를 거둬주려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다."

얼치기 크리스챤이라서 그런가 모르겠지만 나는 초상집에 가서 죽은 사람의 사진 앞에 절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의미를 두지 않는 이상 그런 행동이 우상 숭배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죽은 사람과 그의 가족에 대한 마음의 표시 정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권정생은 굳이 하나님이라고 쓰지 않고 하느님이라고 썼다. 김용옥도 언젠가 비슷한 주장을 했고 이외수의 소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독교는 우리가 수천년동안 믿어왔던 하느님을 버리고 하나님을 믿으라고 가르쳤다. 그 결과 하느님은 미개한 우상이 됐고 그 자리를 하나님께 내줬다. 그 차이를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하느님과 결코 다르지 않고 하느님은 곧 하나님이다. 천지 만물과 그 원리를 만들고 주관하시는 그 하나님 말이다. 이런 생각을 교회에 다니는 내 친구들은 범신론이라고 비판한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형식적으로 내는 십일조나 주일 성수를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늘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족과 이웃을 돌볼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그의 기도를 더 기쁘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믿음은 결국 생활에 반영되고 실천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 아닌가.

김규항의 'B급좌파'에서 잠깐 언급되기도 했지만 "물질의 축복"을 달라고 드리는 기도는 정말 끔찍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다만 나와 내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그 기도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믿음은 형식적이다. 예수님이라면 지금 어떤 기도를 드릴까.

과연 교회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사회에 반영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질문해 보자. 쉬운 질문은 아니지만, 교회는 과연 하나님을 섬기는 것 말고 다른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쩌면 하나님은 거기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건 또 하나의 우상이 아닌가.

'우리들의 하느님'은 김규항의 추천도서였다. 김규항은 권정생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의 산문은 한 치의 정치적 혼란도 없다"면서 "사람답게 사는 법을 알고 싶다면 권정생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그런데 독서토론회의 반응은 별로였다. 몇부분을 더 발췌한다.

"기독교가 있는 없든 교회가 있든 없든 하느님은 헤일수 없는 아득한 세월동안 우주를 다스려왔다. 선교사가 하느님을 전파하면 하느님이 거기 따라다니며 머물고 같이 사는게 아니라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부터 하느님은 어디서나 온 세계 만물을 보살펴 오셨다. 하느님은 지식으로 아는게 아니라 자연스레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인간들의 마음이다. 종교는 하느님의 섭리에 따르려는 의지이지 종교가 요구하는대로 하느님의 섭리를 바꾸는게 아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바로 자연의 섭리가 된다. 하느님은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분이 아니라 스스로 계시는 분이라 했다. 그러니 하느님은 곧 자연인 것이다."

"경제정의란 말과 사회주의란 말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함께 일해 함께 사는 세상이 사회주의라면 올바른 사회주의는 꼭 이뤄져야 한다. 몇사람의 혁명가가 하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기독교적 차원에서 경제정의는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성서의 가르침이 그렇고 예수님의 사랑이 바로 이웃과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안동지방은 댐을 두군데 막는 바람에 안개가 끼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무척 추워졌습니다. 초가지붕을 뜯고 나니 참새가 없어지고 지붕속에 살던 능구렁이와 족제비가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쥐가 많아져서 쥐약을 살포해서 고양이가 죽고 다른 가축들이 죽었습니다. 자연은 어느 한군데가 망가지면 연쇄반응을 일으킵니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다보니 땅이 죽고 땅이 죽으니 그 속에 살던 곤충이 죽어 상대적으로 해충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농약을 살포하니 그것이 개울로 흘러들어 많은 물고기가 죽어버렸습니다. 물고기가 죽으니 새들이 죽고 새들이 죽으니 산의 나무들이 또 병이 들고."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은 이렇게 서로 섬기며 살라는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도리어 종의 몸으로 섬기러 왔다고 하셨고 그 말씀대로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찾아다니며 섬기러 왔다가 결국 죽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기독교란 대체 무엇인가. 예수님은 지금 교회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실까."

인도의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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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따부, 너희는 왜 그렇게 가난해? 가난이 지긋지긋하지도 않아? 왜 노력을 하지 않지?"

통역을 도와준 아미따부는 우리 말을 제법 잘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추상적인 질문에는 정확히 대답하지 못합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툭 내뱉는 말. "It's a destiny. (운명이야)"

그래? '자포자기'란 말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알고 있답니다. 어쩌면 자포자기하고도 비슷하답니다.

아무런 욕심도 욕망도 갖지 않는 사람들, 평화롭게 살면서 다만 다음 세상에서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 멀리서 보면 가난에 찌들어 배고프고 지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가까이서 보면 그렇게 밝고 낙천적일 수가 없습니다.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다들 여유가 넘쳐보였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삶을 한껏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3년 전에 인도에 다녀오고 그때 썼던 글의 일부다. 핵 무기를 개발하고 정보기술 산업이 발달한 나라지만 형편없이 가난하고 언뜻 미개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건널목에 차가 멈출 때면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손을 내밀곤 했다. 그러나 몇일 그 사람들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서 내 생각의 많은 부분들이 그냥 편견이었다는걸 알게 됐다.

음식을 손으로 먹는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고 우리가 상추쌈을 손으로 먹는 것처럼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 온 자연스러운 식사 습관이었다. 화장실에서 휴지를 쓰지 않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사람들은 오히려 휴지로 닦는걸 더 불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 닦이지 않고 남아있을테니까. 오히려 물로 씻어내고 손을 씻는게 더 깨끗할 수도 있다. 물론 화장실에서 쓰는 손과 밥 먹을 때 쓰는 손이 또 다르다.

미개하다는건, 아직(未) 열리지(開) 않았다, 또는 개화가 덜 됐다는 뜻일 거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건 우리들의 문화와 생활 습관이 옳다는 전제에서 나온 생각 아닐까. 우리가 그랬듯이 우리들의 문화와 생활 습관을 버리고 미국과 유럽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미개함을 벗어나는 과정일까.

가난은 벗어나야 하고 최소한 굶어서 죽는 사람은 없어야겠지만 이 사람들은 나름의 삶의 방식과 철학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때 나는 했다. 수천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는데 우리가 더럽다고 할 때 더러운 것이 되고 우리가 미개하다고 할 때 미개한 것이 되는 것 아닐까. 가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렇게 갑자기 가난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경제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미국과 유럽의 성장과 약탈 이데올로기가 미개하다기 보다는 야만스럽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영국에게 침탈 당하기 전에 인도는 지금처럼 가난하지 않았다. 제3세계 기아와 빈곤의 책임은 상당 부분 선진국, 특히 초국적 자본의 탓이다. 약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량은 수요의 110%에 이르는데도 해마다 3천만명이 굶어서 죽는다. 100년전만해도 굶지 않았던 나라들이 이제는 굶는다. 밥을 제때 못먹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8억명을 넘어선다.

참고 : 인디언 드림, "네 인생을 바꿔봐!" (이정환닷컴)
참고 : 소프트웨어 강국 인도의 경쟁력 비결. (이정환닷컴)
참고 : "벤처캐피털은 인디언 드림의 젖줄." (이정환닷컴)
참고 : "인도 사람들의 식민지 근성을 활용해라." (이정환닷컴)
참고 : 인도, 2025년 세계 3위 경제대국? (이정환닷컴)
참고 : 세상 바꾸는 200달러짜리 컴퓨터. (이정환닷컴)

민간 차원의 초국적 자본 감시센터가 결성된다.

28일 이찬근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를 비롯해 최정식 UNI-KLC 사무처장, 김원호 금융노조 정책 본부장, 정승일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 등 학계와 노동계 대표 30여명은 전국금융산업노조 대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초국적 자본 감시센터의 향후 사업계획과 추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초국적 자본 감시센터는 1차적으로 금융자본에 집중하면서 초국적 산업자본과 군수자본, 에너지자본, 곡물자본 등으로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감시센터는 초국적 투기자본의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해 고발, 폭로하고 사회 쟁점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국제 비교와 연구, 조사와 교육활동 등을 맡게 된다.

또한 국가의 금융정책 실패와 무책임을 고발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정부정책 감시운동과 책임자 소환운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초국적 자본과 연계된 국내 금융기관의 스톡옵션이나 고율배당 등에 대한 공익 제보 활동과 사회적 규제방안 마련에 나서는 한편 초국적 자본과 국내 금융기관에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촉구하기로 했다.

감시센터는 사안별 연대기구를 넘어 사회적 의제를 해결하는 운동 조직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위해 양대 노총 산하 금융, 증권, 보험 등 노동조합들의 참여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노조나 전문가, 활동가를 비롯해 개별 회원이 참여하는 회원 단체로 구성하되 전국단위 정당이나 사회단체 들과 사안에 따라 연대할 계획이다. 특히 초국적 자본에 반대하는 프랑스의 아탁 등 반세계화 국제기구 등과 수평적 차원에서 연대관계를 맺기로 했다.

발제에 나선 이회수 전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일반은행의 외국인 지분 비율이 38.6%에 이르는 등 초국적 자본의 국내 침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실장은 "정부가 외국 자본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외국자본의 파행성을 규제하는 일체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식시장의 외국인 규모를 설정하는 방안과 자본유입세나 자본이득세 등을 신설하는 방안, 기업을 청산할 때 자본금과 고용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또 배당성향률을 제한하고 자본금 감소를 초래하는 유상감자 금지 등을 포함하는 초국적 투기자본 규제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찬근 교수는 "감시센터의 목적은 국내 자본 시장을 폐쇄하겠다는게 아니라 주주자본의 단기성을 극복하고 중장기 경영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스톡옵션 행사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해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집단적 이윤 배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초국적 투기자본 감시운동을 자본의 시장경쟁 논리를 극복하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으로 자리매김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향후 일정은 다음달 중순께 준비모임에 이어 23일에 '초국적 자본 감시운동의 필요성과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30일께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킬 계획이다. 감시센터는 이르면 7월 초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동훈이에게.

지금 쓰는 글은 지난번 내가 썼던 "2년째 계속되는 '그 페미니즘' 논쟁"이라는 글에 올린 너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야학 게시판에는 "김규항 살리기?"라는 제목으로 올라갔을 거다. 소모적인 논쟁은 정말 피하고 싶다. 핵심을 짚어서 설명 또는 해명할 테니 부족한 부분은 다시 짚어주기 바란다.

참고 : 여성주의와 진보운동의 연대. (이정환닷컴)
참고 : 2년째 계속되는 '그 페미니즘' 논쟁. (이정환닷컴)
참고 : '남성 페미니스트'를 읽다. (이정환닷컴)

논쟁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규항은 2002년 4월 <씨네21>에 쓴 '그 페미니즘'이라는 칼럼에서 이른바 주류 페미니즘을 비판했다. 중산층 인텔리 여성들로 구성된 주류 페미니즘이 사회적 억압과 그 출발점인 계급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이유였다. 주류 페미니즘이 "성적 억압의 보다 분명한 피해자인 하층계급 여성의 고통을 이해할 만한 처지에 있지 않으며 그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비판의 핵심은 최보은의 박근혜 사유론과 맞닿아 있었다. 최보은은 "참정권 행사를 여성의 이해관계에 기반해서 바라보자"며 사실상 박근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김규항은 "그들이 증오해 마지않는 남근주의를 넘어서기는커녕 흉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칼럼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김규항은 한번 반박을 하긴 했지만 그뒤 2년 동안 아예 페미니즘 문제에 침묵했다.

논쟁의 재연은 지난달 <한겨레>에 실린 김규항 인터뷰에서 비롯했다. 주장은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겨레>는 김규항을 건드려 여성운동이 박근혜 연대론이나 현정은 지지운동 등 일련의 보수화 움직임에 대해 왜 침묵하느냐는 비판을 끌어냈다. 김규항은 "진보적이어야 할 여성운동이 보수 수구와 절충될 수는 없다"며 "중산층 엘리트 여성운동의 지나친 주류화"를 비판했다. "남성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여성주의자들 사이의 정서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규항의 인터뷰는 페미니즘 인터넷 신문 <일다>의 조이여울 편집장이 <한겨레>의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조이여울은 "그들은 여성운동이 '부르주아 엘리트' 운동이라는 자신들의 견해를 정당화시킬 때만 '여성민중'을 논한다"고 비판했다. "김규항이 여성운동의 미래와 여성민중을 걱정하는 것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인권을 걱정한다는 것만큼이나 가증스러운 일"이라는 이야기였다. 조이여울은 <한겨레>에 대해서도 "여성운동에 물을 먹였다"고 비판했다.

이 논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김규항은 중산층 여성운동을 비판하지 않는 여성운동의 보수성을 비판했고 조이여울을 비롯한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그런 비판을 여성운동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이 논쟁은 결국 엉뚱하게도 여성운동과 가부장주의의 대결 양상으로 확산됐다. 김규항은 이 논쟁에서 '그들' 가운데 한명이 되고 결국 여성운동 바깥으로 배제됐다. 한때 '노력하는 마초'를 자처했던 그가 스스로를 '슬픈 마초'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언뜻 순교자처럼 보인다.

쉽지 않은 판단이지만 이 논쟁의 핵심은 이렇다. 김규항에게는 이른바 주류 페미니즘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것. 김규항은 여성운동에 진지한 고민도 관심도 없는데다 게다가 남성이기 때문에 그의 여성운동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김규항의 주류 페미니즘 비판은 결국 성차별주의로 전락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김규항은 여성운동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폄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한겨레> 신기섭 기자는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남성 페미니스트>는 남성 페미니스트의 네가지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첫번째는 페미니스트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허식가(the poseur)'다. 이들은 나름대로 관심도 많고 할 말도 많다. 사람들에게 페미니스트로 보여서 얻게 될 혜택은 많지만 잃을 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깊은 반성이 따르지 않는 페미니즘은 이들에게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부분적으로 동의하고 이해한다. 두번째는 직접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이에 자부심을 갖는 내부자(the insider)다. 이들은 가부장주의를 혐오할만큼 페미니즘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부심에서 비롯한 이들의 문제의식은 자기 비판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세번째 유형은 가부장제의 이익을 누리고 있는 동시에 억압을 느끼는 인본주의(humanism)다. 이들은 기꺼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이지만 결국에는 남성의 권력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의 관심은 가부장제의 폐해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마지막 유형은 자기학대자(the self-flagellator)다. 이들은 깊은 지식과 이론을 갖추고 있으며 죄책감과 성차별적 충동을 깊이 반성한다. 문제는 자기 탐닉에 빠져 생산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데 있다. 이들은 인본주의자나 내부자로 물러나거나 아예 여성운동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남성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기는 쉽지만 그는 여전히 가부장제의 수혜자고 그가 속한 남성 집단은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고 기꺼이 누린다. 김규항은 스스로 '내부자'라고 생각했겠지만 최근의 논쟁을 돌아보면 '허식가'나 '인본주의자'로 오해되거나 매도됐다. 김규항은 여성 해방을 계급 해방과 같은 맥락에서 보고 여성운동와 진보운동의 연대를 주장했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 그의 비판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지만 그 자격이 문제가 됐다. 언뜻 그가 페미니스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서 페미니즘을 비판할 자격이 없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여성운동은 흔히 페미니즘의 이론적 근거를 여성의 경험에서 찾는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배제된 여성들의 억압과 고통의 구체적인 경험,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한 성찰과 그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저항의 과정에서 힘들게 얻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논리로 남성들은 페미니즘의 논의에서 배제되고 페미니즘은 결국 여성들만의 페미니즘으로 고착된다.

그러나 <남성 페미니스트>는 누군가를 페미니스트로 만드는 요소가 객관적인 성적 정체성과 결합된 경험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신념과 실천 그리고 태도라고 주장한다. 여성으로서 페미니즘을 인식하고 이해하는게 아니라 페미니스트로서 인식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페미니즘의 핵심은 젠더, 즉 사회적 성별에 뿌리를 둔 권력이 없어져야 한다는데 있다. 이에 동의하고 실천하는 페미니스트는 여성일 수도 있고 얼마든지 남성일 수도 있다.

김규항은 '노력하는 마초'나 '페미니즘 지지자'로서가 아니라 당당하게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선언하고 페미니스트로서 논쟁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여성운동을 비판했던 김규항은 그 비판에서 벗어나 여성운동의 바깥에 서 있었다(김규항은 나중에 이 부분을 시인했다). 자괴감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결국 김규항은 이 논쟁에서 여성운동의 당사자가 아니었다. 결국 그는 가부장주의 마초일 수밖에 없었다. 미묘한 입장의 차이지만 비판의 맥락은 분명히 다르다. 그가 정말 여성운동을 걱정했다면 그는 페미니스트가 돼야 했다.

데이비드 커헤인이 제안한 남성 페미니스트의 세가지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자신을 윤리적으로 복합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로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의지고 두번째는 비판에 대한 개방과 지속적인 자아성찰이며 세번째는 활동가들의 우정과 공동체 의식이다."

이 책의 주장은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규항을 비롯한 남성 페미니스트들에게 유용한 충고다. "여성주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당신의 삶을 더이상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매우 불편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당신의 개인사와 정체성을 재해석하며 또한 새로운 형태의 실천을 허용하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놓인 당신의 자리를 재해석한다.

참고 : 여성주의와 진보운동의 연대. (이정환닷컴)
참고 : 2년째 계속되는 '그 페미니즘' 논쟁. (이정환닷컴)
참고 : 중산층 페미니즘 또는 보수적 여성운동의 비판. (이정환닷컴)
참고 : 편지와 답장. (김규항의 블로그)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가 본격적인 청산과 퇴각 절차를 밟고 있다.

브릿지증권은 25일 공시를 통해 1주에 1천원씩 1500억원을 유상감자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감자 비율은 67.6%. 이를 테면 1천주를 들고 있는 주주는 주식 수가 676주만큼 줄어드는 대신 67만6천원을 받게 된다. 브릿지증권은 시장이 문을 닫은 이후인 저녁 8시30분에 이같은 공시를 내보냈다. 브릿지 증권의 이번 유상감자는 우리나라 증권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BIH는 지분비율은 70.9%인데 처분할 예정인 자사주 19.4%를 빼면 실제로 유상감자를 통해 BIH가 받게될 감자대금은 13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BIH, 브릿지 인베스트먼트 라부안 홀딩스는 미국의 위스콘신 연기금과 홍콩의 리젠트 퍼시픽 그룹 등이 세운 투자 펀드로 본사는 말레이시아의 조세회피 지역인 라부안에 있다.

이에 앞서 브릿지증권은 지난 14일 290%의 무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이번에 발행될 신주는 1주에 1천원씩 모두 1608만주, 브릿지증권의 자본금은 6백88억원에서 2296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무상증자로 늘어난 자본금을 유상감자로 빼내간다는 전략인 셈이다.

월간 『말』은 6월호에서 BIH의 이같은 자산 약탈 전략과 전망을 상세하게 분석한 바 있다. 이번 무상증자와 유상감자 결의는 월간 『말』의 전망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무상증자 규모는 월간 『말』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BIH는 당초 공언했던 12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이번에 빼내갈 계획이다.

브릿지증권은 25일 자사주 처분 계획도 발표했다. 처분 규모는 모두 119억원에 이른다. 브릿지증권은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을지로와 여의도 사옥을 매각해 714억1천만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렇게 마련한 현금은 모두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으로 들어가고 다시 유상감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빠져나갈 전망이다.

BIH의 전신인 KOL, 코리아 온라인 리미티드은 1998년 2월 대유증권을 인수한데 이어 2000년 11월 일은증권을 인수한다. 뒤에 대유증권은 리젠트증권으로 이름이 바뀌고 두 회사는 2002년 1월에 합병되면서 다시 브릿지증권으로 이름이 바뀐다. 2002년 리젠트증권과 일은증권의 합병 당시 두 회사의 자본총계는 4842억원, 그러나 KOL이 두 회사를 인수하는데 들어간 투자자금은 모두 2천2백억원을 조금 넘는 정도였다. 4470억원짜리 회사가 절반도 안되는 2천2백억원에 넘어간 셈이다.

BIH는 2000년 3월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을 통해 204억원을 빼내간데 이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지분을 49.7%에서 70.9%로 늘렸다. 이어 2002년 11월부터 2003년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유상감자를 통해 805억원을 빼내간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브릿지증권의 자본금은 1164억원에서 68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브릿지증권은 지난해 4월 유상감자를 실시하면서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추가 감자는 없다는 공시를 내보낸 바 있다. 브릿지증권은 이번 유상감자 결의를 통해 이 공시를 번복한 셈이 됐고 증권거래소는 25일 브릿지증권을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 27일 하루동안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BIH의 브릿지증권 약탈 작전은 법적으로 완벽하게 합법이다. 금융감독위원회 등 감독 당국은 손을 놓고 있고 이 회사 노조는 6월 국회가 열리는대로 민주노동당과 협의, 대책 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최악의 경우 매각이나 청산의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승균 노조 부위원장은 "주주총회까지 가면 표 대결로는 대주주를 이길 방법이 없다"면서 "주주총회에서 물리력을 행사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월간 『말』은 20일 발간된 6월호 'BIH의 브릿지증권 약탈작전 전모'라는 기사에서 1998년부터 시작된 BIH의 브릿지증권 약탈 작전 전모를 7단계 전략으로 구분해 알기 쉽게 상세히 소개했다. 아울러 외국계 투기자본의 국내 침투 사례를 집중 분석한 바 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도 임금을 동결한 포스코가 노동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발전적인 노사 합의라는 안팎의 호들갑이 무색하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임금 동결을 계기로 대표성 없는 노조와 일방적인 노사 관계의 문제가 표면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2일 노경협의회를 갖고 올해 임금 동결에 전격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포스코 노경협의회는 "최근 사회 현실을 감안,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등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데 적극 동참하기 위해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노경협의회가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띠지 못하는데다 정작 포스코 노조는 조합원이 23명 밖에 안된다는데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 1992년 해체됐다가 1994년 활동을 재개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포스코의 전체 직원 수는 1만9천여명, 노조 가입률은 0.12%밖에 안된다. 포스코는 노경협의회를 구성, 노동자위원 대표를 뽑고 대부분의 노사 합의 사항을 이곳에서 협의, 처리하고 있다. 노경협의회는 1997년 이후 세차례 임금 동결을 결정한 바 있고 노조는 그 과정에서 아무런 이의 제기도 하지 못했다.

이번 동결을 계기로 노조 정상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포스코 노조정상화추진위원회(노정추)는 임금 동결 합의 다음날 성명을 발표하고 "임금 협상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면서 "노동자들의 합의 없는 임금 동결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노정추는 포스코 이구택 회장과 강창오 사장, 최종태 노무담당 이사, 성대영 노조위원장, 백인규 노경협의회 노동자 대표 등을 '임금동결 5적'으로 명명했다.

노정추는 "노조 가입운동을 벌여 어용노조의 집행부를 해임하고 민주노조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건기 노정추 홍보부장에 따르면 23명의 노조원 가운데 5명이 노정추 회원이거나 노정추 활동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8명은 회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이른바 '어용 조합원'이라는 주장이다.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임원의 불신임에 필요한 정족수는 3분의 2 이상, 따라서 노조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18명의 두배인 36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현재 노정추 지지 노조원 5명에 추가로 31명의 신규 노조 가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노정추의 주장에 따르면 당초 노조 가입 운동을 벌이기로 했던 지난 20일, 신분이 드러난 노정추 회원 3명에게 군산과 서울 등으로 예정에 없던 출장 명령이 떨어졌다. 노정추는 집회를 무산시키려는 회사측의 조직적인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정추는 또 25일에도 회사측에서 30명의 경비들을 동원해 노조 가입 운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영태 노정추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임금 동결 자체보다는 동결되기까지의 과정이 밀실에서 이뤄졌고 현장노동자들을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노경협의회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것은 애시당초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임금 동결을 체결한 뒤에 노경협의회 대표들은 항의 전화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놓고 피해 다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정추의 노조 가입 운동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장 위원장은 "지난 1990년 회사의 강력한 노조 탄압과 탈퇴 압력 이후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 이후 신입 사원 충원이 거의 없었던 것도 이런 상황을 거들었다. 결국 노조 집행부를 불신임하는데 필요한 최소 31명의 추가 가입마저도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노정추 회원은 현재 해고자와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20여명이다. 이들은 공식적인 활동은커녕 심지어 노정추 가입 사실조차도 숨기고 있다. 그만큼 회사의 압력이 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포스코 홍보팀의 김진원 과장은 "노경협의회가 지금까지 잘 이끌어 왔지만 최근 임금 동결과 관련, 직원들 불만이 있는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김 과장은 노정추의 최근 활동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4조3593억원 매출에 1조9805억원 순이익을 올리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 늘어난 4조2850억원, 영업이익은 30.2% 늘어난 1조80억원을 기록했다.

매일경제신문을 비롯한 경제신문들은 일제히 포스코의 임금 동결 합의 기사를 비중있게 다루고 "포스코가 기본 임금을 동결함으로써 다른 사업장의 노사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바람잡이에 나섰다. 특히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임금 동결,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라고 주장했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은 17일 산업자원부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포스코 등 대기업의 임금 동결 발표를 계기로 대기업 임금 동결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번 임금 동결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노정추는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정추는 24일 발간한 소식지 '철의 노동자'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이 임금 동결 반대가 아니라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금 동결을 한다 해도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해야한다. 그것이 노동자의 자존심이고 투쟁성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1천명 가운데 3명이라는 숫자가 과장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참고 : 금연운동, 좌파적 상상력이 필요할 때. (이정환닷컴)

저는 성인 남성 흡연자 1천명 가운데 3명 정도가 폐암으로 죽는다고 썼습니다. 몇가지 통계 자료를 제시하겠습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국립암센터,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들을 놓고 계산했습니다.

1.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사망자 24만2687명 가운데 6만3489명이 암으로 죽고 그 가운데 1만2587명이 폐암으로 죽었습니다. 0.052%입니다.

2. 폐암으로 죽는 사람의 90%가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립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걸리지 않았을 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3.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죽은 사람 가운데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려 죽는 사람의 비율은 0.0468%입니다. 0.052%의 90%로 계산하면 말이죠. 대략 1만1326명 정도가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려 죽습니다.

4. 성인 남성으로 좁혀보겠습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남성의 56.3%, 여성의 3.8%가 담배를 피웁니다. 남성 흡연자는 1362만명입니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66.2%가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남성 사망자는 13만5510명, 이 가운데 암에 걸려 죽은 남성 사망자는 4만488명, 비율은 29.9%에 이릅니다. 폐암으로 좁혀서 보면 9254명, 비율은 6.8%입니다. 지난해에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5. 9254명 가운데 90%인 8329명은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남성의 56.5%가 담배를 피우고 그 가운데 해마다 8329명이 폐암으로 죽습니다. 이 숫자는 2020년까지 꾸준히 늘어날 전망입니다.

6. 폐암 뿐만 아니라 지난해 담배로 죽은 사람은 모두 3만명, 10만명당 25명꼴입니다. 이 숫자는 2020년이면 해마다 5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지난해 3만명에서 2020년 5만명까지 늘어나고 그 뒤로 같은 비율로 줄어든다고 보고 누적해서 계산하면 앞으로 20년동안 사망자 수는 87만명이 됩니다.

7. 지금까지는 좀 포괄적인 분석이었습니다. 좀더 구체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전망을 해보겠습니다. 20세 이상 성인 남성이 폐암으로 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기관, 기관지 및 폐의 악성 신생물로 죽는 사람 통계.

나이전체남성여성
전체12,5879,2543,333
0세000
1~9세000
10~19세752
20~29세251213
30~39세1398158
40~49세573396177
50~59세1,5941,254340
60~69세4,1393,326813
70~79세4,3643,2121,152
80세이상1,744966778
연령미상220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경우.

나이인구 수폐암 사망자 수폐암 사망 비율
20~29세4,165,203120.00029%
30~39세4,526,580810.00179%
40~49세4,018,6553960.00985%
50~59세2,259,3931,2540.05550%
60~69세1,601,3083,3260.20771%
70~79세598,1913,2120.53695%
80세 이상152,9539660.63157%

8.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당신이 남성이라면 20대에 폐암으로 죽을 확률은 0.000295%입니다. 이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서 40대에는 0.00985%로 늘어납니다. 50대가 되면 0.5%이상, 60대가 되면 0.2%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이건 올해의 비율이고 당신의 수명만큼 이 비율을 더해줘야 합니다.

9.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수명은 72.8세, 당신이 20대와 30대를 용케 살아남더라도 70세 이전에 폐암으로 죽을 확률은 결국 모두 더하면 69세까지 0.275%가 됩니다. 성인 남성 1천명 가운데 3명이 폐암으로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10. 여기서도 흡연자로 범위를 좁혀보면 이 비율은 0.440%로 늘어납니다. (0.275%×90%/56.3%=0.440%) 연령대별 분포나 흡연 행태 등을 놓고 좀더 정교하게 계산하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하루 한가치 이상 담배를 피우는 성인 남성이라면 당신이 폐암에 걸려 죽을 확률은 최소 0.44%입니다. 성인 남성 흡연자 1천명 가운데 4명 이상이 폐암으로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담배를 더 많이 더 오래 피울수록 이 비율은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참고할 몇가지 통계.

담배를 오래 피우면 피울수록 폐암에 걸릴 확률은 높아집니다. 당신이 하루 두갑씩 20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면 당신이 폐암에 걸릴 확률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70배나 높습니다. 이 경우, 10명 가운데 한명꼴로 폐암에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25세 이후 흡연을 시작할 경우 폐암으로 죽을 확률이 비흡연자의 2.5배지만 15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면 무려 18.7배로 늘어납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암 환자는 평균 462만원을 치료비로 쓰는데 이 가운데 80%가 3년 이내에 죽습니다. 폐암 환자의 생존율은 15%도 안됩니다. 걸리면 5년 이내에 90% 가까이 죽는다고 보면 됩니다.

빈곤(Bean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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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구루마가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

'빈폴(BEAN POLE)'을 패러디한 '빈곤(BEAN GONE)'이라는 상표의 티셔츠랍니다.
출처 : 티공구 http://www.t09.co.kr

아래는 연합뉴스 기사입니다. 이번에 제가 쓴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참고 : 고용 못늘리겠으면 비용을 분담해라. (이정환닷컴)
참고 : "스웨덴 모델, 이미 한물 갔다." (이정환닷컴)

[연합뉴스 2004-05-20 10:21]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 노무현 대통령 집권 2기를 맞아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개혁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진보적 성향 잡지인 `말'지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을 인정해 주는 대신 삼성전자가 사회공헌 기금 갹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놔 주목된다.

이는 최근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이 정치웹진 `서플라이스'와의 인터넷 대담에서 "대기업과 불법적이지 않고 부도덕한 방법만 아니라면 거래를 해서라도 투자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것과 유사해 이른바 진보진영에서도 경제난을 맞아 `기업관'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20일 발간된 `말'지 6월호는 `대안없는 한국경제 "삼성만 잡으면 된다"'라는 기사를 통해 고용없는 성장시대를 맞아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없다면 기업이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내놓는 것이 기업과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이같이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말'지는 "정부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구조를 파격적으로 인정해주고 삼성전자는 자발적으로 사회공헌 기금을 내도록 끌어내야 한다"면서 "경영이 투명하고 합리적이라면 그룹의 지배권이야 사실 아무래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 잡지는 "이 회장 일가가 삼성전자를 세계 최우량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그들에게 삼성전자를 맡기는 게 옳다"면서 "지배권을 얼마든지 인정해 주고 삼성전자에게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떠안기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려면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변칙상속 혐의, 공정거래위원회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추진 등 많은 약점을 안고 있는 이건희 회장을 움직여야 한다며 "정부가 이제 이들을 풀어주고 양보와 화합을 끌어내야 할 때"라고 잡지는 주장했다.

이 회장 일가의 지배권을 보호해 주기 위해 투표권이 일반 주식보다 훨씬 큰 `황금주' 제도를 도입하거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전면 해제하고 삼성생명의 상장을 인가하는 등 정책적으로 이 회장 일가의 우호지분을 늘려주는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말'지는 "지금 정부가 목을 맬 것은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익의 사회환원"이라면서 삼성전자가 경영권 안정의 바탕아래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경우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집권 2기를 맞는 노무현 정부의 개혁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대대적인 경제 개혁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재정경제부 등 그동안 신자유주의 기조의 정책을 고집해왔던 경제 관료들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문불출했던 지난 2개월 동안 노 대통령이 경제 공부를 했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청와대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케인즈와 하이에크, 리스트, 슘페터를 주로 공부했다. 케인즈가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반면, 하이에크는 시장경제와 법치원칙을 신봉한 대표적인 자유주의 이론가다. 리스트는 관세와 보호무역을 강조했고 슘페터는 기술혁신을 주창했다. 짧은 시간 동안 꽤나 복잡하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소화한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 다음날 국민 담화에서 노 대통령의 첫마디는 역시 '경제'였다. 이날 노 대통령이 표방한 이른바 '혁신주도형 경제'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공공 부문과 시장이 함께 성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시장을 개혁하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조리를 말끔히 정리하겠다는 것. 그렇게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노 대통령은 "원칙을 지켜내지 못하고 기본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그 원칙과 기본이 무엇인가 노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보여주지 못했고 이날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지금 무엇인가를 '혁신'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신자유주의와 사회적 합의, 그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신자유주의 논리에 젖어있는 경제 관료들이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상 일련의 개혁 정책들이 정책 입안 과정에서부터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경제 부처 관료가 타 부처를 식민화하고 있다. 복지나 노동, 교육 문제가 모두 예산 문제로 귀결되고 결국 경제 문제로 치환된다. 관료 엘리트의 충원이나 형성과정이 미국의 일방적인 영향에 놓여 있었고 개발 독재 시대부터 착근돼 왔기 때문에 체질개선은 정권의 문제를 넘어선다."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개혁 정책이 결국 경제 관료들에게 설득 당해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이 과반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열린우리당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의원들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그들의 불만을 설득시켜 지금 모델로 계속 갈 거다. 경제 브레인에 의해 설득 당하는 구도로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 거다.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그렇게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 거다.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 모델로 너무 많이 나간 거다. 노무현 정권이 되돌리는 게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지도 없다."

신자유주의 기조를 버리지 못하는 이상 구조적인 변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정책 보좌관으로 재정경제부에 파견돼 1년 가까이 청와대와 재경부사이의 의견 조율을 맡았던 전아무개씨는 이런 부정적인 전망을 다시 확인해준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재경부에서 노무현 정부의 분배 우선 정책은 한마디로 "씨도 먹히지 않는 분위기"라는 이야기다.

청와대 앞 카페에서 만난 그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과 관련, "아무런 담론이 없다"고 규정했다.

"사실 노무현 정부와 재경부는 의견 충돌조차도 없었다. 담론이 없으니 충돌할 부분이 없는 건 당연하다. 지난 1년 동안 청와대는 재경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다. 그나마 부딪혔던 부분이라면 신용불량자 문제와 부동산 대책 정도다."

재경부에서는 신용불량자 문제나 부동산 대책까지도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하다. 심지어 공교육을 폐지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국장급 관료들도 있다. 지난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한-칠레 FTA나 경제자유구역법 등 일련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도 결국 재경부의 의지대로 모두 통과됐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재경부의 손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은 참여정부 2기에서도 여전하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에 보낸 기고문에서 "개혁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최근 아시아개발 은행 총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분배와 성장 가운데 성장이 우선이라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는 등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재경부와 사사건건 충돌을 피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이른바 '혁신주도형 경제'를 표방하고 뭔가를 제대로 '혁신'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맞서 싸워야할 적은 재경부의 관료들과 그들의 신자유주의 논리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그동안 최소한의 철학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두달의 휴식 끝에 의욕은 넘쳐 보이지만 결코 만만한 싸움은 아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어떤 사람들은 바이킹을 처음 탔을 때의 공포감을 평생 잊지 못한다. 두고 두고 그 공포감을 떠올리며 그때 바이킹을 타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후회하곤 한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무서운 영화, 이를테면 '링'에서 귀신이 티비 밖으로 기어나오는 장면을 보고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충격를 받았다고 한다. 정신적 '데미지'다. 그런 상처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 카에다의 미국인 참수 동영상도 그럴 것이다. 동영상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기사만으로도 충분히 참혹하고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다. 목을 자른 사람들의 적의(敵意)는 미국 뿐만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시간이 지나도 이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일까.

비난은 그 다음의 일이다. 알 카에다의 미국인 참수는 아부 그라이브 포로 수용소에서 벌어진 미군의 포로 학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아마 이 사실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 카에다는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를 자르는 이 끔찍한 범죄를 직접 공개했다. 숨기고 싶었던 범죄와 알리고 싶었던 범죄. 여기에 해답이 있다. 전쟁을 계속하고 싶은 사람들과 전쟁을 중단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진실.

드러나지 않았을뿐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방법으로 죽어가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상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끔찍하게 죽을 수밖에 없다. 알 카에다는 미국인의 목을 벴지만 나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나는 그 상처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외면하고 싶지만 바로 봐야 한다. 참담한 일이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이미 졌다. 스페인이 철군한데 이어 영국도 철군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군대를 보낼 계획이다.

대학교는 한창 축제 기간이다. 18일 저녁 7시, 성신여자대학교에서는 김윤아 콘서트가 열린다고 한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이 학교 애들은 5월 18일이 무슨 날인가 모른단 말인가.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건 정말 아니다.

나는 김윤아 팬이지만 김윤아도 싫어지려고 한다. 다른 대학교도 요즘 다 이런 분위길까. 성신여대 애들을 비롯해 대학생들도 다 싫어지려고 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2004년 5월 14일 대통령(노무현)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아래는 결정문 요지 전문.

스웨덴 모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이야기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전자에서 현장 경험을 쌓고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최석포 우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월간 『말』에 대안연대회의와 대담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 연구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발상부터 틀렸다. 삼성전자가 사회공헌기금을 내면 얼마를 내겠는가. 1조원? 2조원? 그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대타협 모델도 좋지만 그건 경쟁력 약화와 직결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고 최악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이건희 회장과 경영진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 차등 의결권이나 황금주 제도도 현실성이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꼴을 보고 싶은가.”

최 연구위원의 대안은 원론적이다. 그는 시장의 문제를 시장의 논리로 풀자고 주장한다. 국부 유출이 그렇게 걱정스러우면 좋은 주식을 외국인들 내주지 말고 더 많이 사라는 이야기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온갖 연기금과 기관 투자자들이 나서서 삼성전자를 사들였으면 외국인 지분 비율이 이렇게 높지 않을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엄청난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삐딱하게 볼 것 없다고 주장한다. “남는 이익으로 자사주를 사는 건 세계적 추세다. 배당은 그대로 주주들에게 빠져 나가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그대로 주가에 반영된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지 않는 이상 이익이 회사에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최 연구위원은 스웨덴 모델의 문제의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좀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다시 한번 발상을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은 선심 쓰듯 사회공헌기금을 몇푼 내놓는게 아니라 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 산업을 국내에 유치하고 더 많은 고용과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데 있다. 그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국내 경제가 함께 사는 길이다. 그러려면 삼성전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참고 : 고용 못 늘리겠으면 비용을 분담해라. (이정환닷컴)

무버블타입 3.0이 발표됐습니다. 원고 마감을 앞두고 일분일초가 아까운 틈에 궁금함을 못참고 결국 업그레이드를 하고 말았습니다. --; 보시다시피 템플리트를 바꾸지 않는 이상 겉보기에 달라진 건 거의 없습니다.

업그레이드 방법은 굉장히 쉽습니다.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파일을 받아서 압축을 풀고 디렉토리까지 통째로 덮어쓰세요. 그 다음 'mt-upgrade30.cgi'이란 파일을 실행시키고 로그인 해서 리빌드를 한번 해주면 끝납니다. CGI 파일들의 접근권한을 755로 설정하는 것 잊지 마세요.

템플리트나 플러그인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밖에 별도로 수정한 파일이 있다면 일단 덮어쓰고 따로 다시 고쳐주는게 좋을 겁니다.

무버블타입 개발자들은 3.0 버전이 구글이나 야후의 검색 엔진에 더욱 친화적으로 설계됐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업그레이드를 하고 나서도 기존의 템플리트를 그대로 쓴다면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CSS 중심으로 구성된 블로그라면 템플리트를 쉽게 바꿀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템플리트를 비교해가면서 하나하나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관리자 메뉴는 확실히 더 편리해졌습니다. 먼저 코멘트와 트랙백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메뉴가 있습니다. 또 스팸 코멘트를 막는 기능도 강화됐습니다. 코멘트 하나 다는데 인증을 받아야 한다니 좀 번거로워 보입니다. 물론 이 기능은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3.0 버전부터는 새로운 신디케이션 포맷, ATOM도 지원됩니다. 이밖에도 CSS 구현 기능이 강화됐다고 하는데 2.66 버전과 차이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관리자 메뉴가 넓고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듭니다.

참고 : 관리자 메뉴 화면 보기.

3.0 버전에서는 새로운 파일 저장방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글 제목과 파일 이름을 같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지금 이 글이 './2004/05/'라는 디렉토리 밑에 '무버블타입_3.0_설치_완료.html'라는 이름으로 저장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글이 깨져서 문제지만 해결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지금의 2.66버전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가는 옵션도 있습니다.

문제는 파일 저장 방식을 바꾸면 그동안의 링크가 다 깨진다는데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한글 문제만 해결된다면 멀리 내다보고 한번 갈아엎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은 5만5천3백79명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4천9백만원, 지난해 이들이 받은 임금만 무려 2조7천2백86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지난해 43조5천8백억원어치 물건을 팔아 이 많은 임금을 주고도 5조9천6백억원을 남겼다. 잘 나가는 회사의 직원들이 이만큼 빵빵한 연봉을 받는 것은 언뜻 당연해 보인다.

이 회사의 실적은 올해 들어 더욱 눈부시다. 지난 1분기 석달 동안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무려 3조1천3백억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행복한 고민은 이제 이 많은 돈을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다.

실적발표를 하던 날 삼성전자 주우식 전무는 "이 놀라운 실적은 모두 지난 몇년 동안 과감한 선행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주 전무는 "반도체의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고 있는데다 TFT-LCD(초박막 액정 표시장치)도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고 휴대전화도 확실한 제품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다"며 "2분기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상 최대의 실적, 화려한 파티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 인텔보다도 앞섰다. 1분기 순이익을 달러로 환산하면 27억2천만달러, 반면 인텔의 순이익은 17억3천만달러 밖에 안된다. 다른 굴지의 정보기술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IBM의 순이익은 16억달러, HP는 8억달러, 델은 6억달러에 그쳤다. 이 정도면 삼성전자가 세계 최우량 기업이라고 떠들어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사업 부문은 크게 반도체와 TFT-LCD, 정보통신으로 나뉘는데 각각 영업이익률이 43%와 35%, 26%에 이른다. 이만큼 짭짤한 장사를 하는 회사는 세계를 통틀어 몇군데 안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모두 8천8백66억원의 배당을 나눠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 비율은 48.9%, 이들이 챙겨간 몫은 4천3백35억원에 이른다. 물론 임직원들에게도 화끈한 선물을 안겨줬다. 지난해 삼성전자 등기 임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무려 29억4천만원에 이른다. 성과급도 푸짐했다. 지난 2002년 월 기본급을 기준으로 500%의 특별 상여금을 전체 직원들에게 지급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50%의 생산성 인센티브와 50%의 초과이익 분배금을 지급했다.

그렇게 펑펑 쓰고도 현금은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7조9천9백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1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그야말로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7조9천2백억원을 신규 설비투자에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런저런 차입금을 갚고 나도 14조원 이상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땅히 쓸데도 없이 그냥 움켜쥐고 있는 돈이 그렇게 많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파격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무려 1조9714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했다.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수조원 가까이 사들이면 시중에 유동물량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치솟는다.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하고 나면 주식의 가치가 더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조원 가량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한데 이어 올해부터 해마다 3조원 이상의 자사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다만 주가 상승과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마구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과연 기업이 이렇게 펑펑 쓰고도 남을 만큼, 마땅히 더 이상 쓸데도 없을 만큼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도 되는 것일까. 기업의 목표가 이윤 창출이라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고용 없는 성장, 잘 나가는 기업이 책임을 분담해라

최근 민주노총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8명이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1명 꼴도 안된다. 이런 열악한 비율은 지난 10년 사이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1993년 211만명에서 2002년 127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비율로 따지면 17.2%에서 8.7%로 줄어들었다. 대기업이 고용을 줄이고 있고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중소 영세 사업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놀라운 통계는 또 있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1989년 27.8%에서 지난해 19.0%로 줄어들었다. 반면 제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7~1998년 32% 안팎에서 2000~2002년 36% 이상으로 급증했다. 돈은 더 많이 벌면서 사람은 더 적게 뽑는다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생산성과 고용은 반비례 한다. 즉 고용을 줄여야 더 많은 돈을 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게 고용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직원 수는 1997년 5만8천명에서 1년 뒤 4만2천명으로 줄어들었다. 그 뒤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1997년 수준에 못 미친다. 반면 매출은 1997년 18조여원에서 지난해에는 43조여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직원 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매출은 10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결국 대안은 하나뿐이다. 기업이 더 이상 직접 고용을 늘릴 수 없다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그게 기업과 사회가 공존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먼저 삼성전자를 잡아야 한다. 삼성전자만 잡으면 다른 기업들도 모두 따라오게 돼 있고 그래야 이 복잡한 딜레마를 넘어설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중이 제 머리를 깎을 수는 없는 법. 결국 정부가 나서서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구조를 파격적으로 인정해주고 삼성전자가 자발적으로 사회공헌 기금을 내도록 끌어내야 한다. 경영이 투명하고 합리적이라면 그룹의 지배권이야 사실 아무래도 좋다. 이 회장 일가가 삼성전자를 세계 최우량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그들에게 삼성전자를 맡기는 게 옳다. 지배권을 얼마든지 인정해주고 삼성전자에게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떠안기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필요하다면 정부는 이 회장 일가의 목을 죄고 협박이라도 해야 한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자. 그게 출발이다.

약점을 건드려서 이건희를 움직여라

정부는 이미 이 회장 일가의 약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변칙 상속 혐의. 검찰은 지난 2000년 참여연대 등이 이 상무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이래 3년 6개월 가까이 이 사건을 미뤄오다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지난해 12월 1일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박노빈 에버랜드 사장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지난 3월 첫 재판이 시작됐고 이 회장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의 공소시효는 모두 정지된 상태다. 삼성그룹은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일단 칼을 뽑은 이상 원칙대로 한다면 이 회장이나 이 상무의 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 SK그룹의 부당내부거래와 편법증여 등의 혐의와 관련, 최태원 회장을 전격 구속한 선례가 있는 만큼 이 회장 일가의 사법처리도 검찰 또는 정부의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결국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장의 지분 비율은 1.85%, 이 회장 일가와 계열사 지분까지 모두 모아봐야 12.41% 밖에 안된다. 만약 이 가운데 삼성생명 지분 6.05%를 빼면 6.36%로 줄어든다.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는 결국 이 회장 일가의 지배권 축소와 직결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 회장 일가의 목을 충분히 조르고 있다. 이제 이들을 풀어주고 양보와 화합을 끌어내야 할 때다. 그게 지금 정부가 내걸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 회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또 아무도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외국 자본에 맞서 우리나라 경제를 지켜낼 수 있는 대안은 재벌 그룹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영진의 전면 교체가 검토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 비율은 5월 13일 기준으로 57.4%, 4월 한때는 60%에 육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사실상 최대주주는 11.7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의 시티뱅크다.

정창원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국인 주주들은 이익 앞에서 얼마든지 하나로 뭉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회장 일가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을 해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삼성전자 외국인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률은 해마다 90%를 훨씬 웃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 회장의 지배권을 뺏는 순간 삼성전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에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삼성전자의 경영권 위기는 결코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지금 정부가 목을 맬 것은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익의 사회 환원이다. 핵심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말고 필요하다면 강제하거나 동인을 제공하고 그만큼 반대 급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재벌 그룹을 해체할 수 없고 해체할 이유도 없다면 돈 잘 버는 재벌 그룹을 마음껏 이용하라는 이야기다.

만약 정부가 이 회장 일가의 합의를 끌어내고 안정적인 지배권을 보장해 준다면 삼성전자는 주주들에게 맞설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설득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략적으로 설비 투자를 하는 한편 지금처럼 주주들에게 최고 수준의 배당과 투자 수익률을 약속하고 지키면 된다. 그 나머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그게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이를 이끌고 있는 이 회장 일가가 맡아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 이 회장은 기업의 지배권도 지키고 사회에 공헌도 하고 가문의 명예도 빛내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얻는다.

물론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의 일부분을 내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연대 임금제도의 도입이나 노동자의 경영 참여 보장 등 기업과 사회의 연대와 타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삼성전자가 먼저 나서고 다른 기업들도 뒤를 이어야 한다. 그게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를 넘어서는 유일한 해법이다. 정부는 기꺼이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건희 회장 지배권 인정해 주자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찬근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을 성공 사례로 든다. 스웨덴은 발렌베리 그룹 대주주 일가의 주식 의결권을 최대 1천배까지 인정해줬다. 이른바 차등 의결권 제도다. 그렇게 그룹의 독점적인 지배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이들은 이익을 기꺼이 사회에 환원한다. 발렌베리 그룹의 대주주들은 배당 이익의 50% 이상 많게는 85%까지 재단을 통해 교육과 여성, 아동복지 부문에 기부한다.

대주주 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기꺼이 정부와 노동계에 협조한다. 연대임금 제도의 도입이나 노동자의 경영 참여도 스웨덴에서는 가능했다. 사회와 무관하게 기업은 성장할 수 있지만 스웨덴은 연대와 화합의 길을 찾았다. 기업이 사회를 걱정하지 않으면 대안은 없다는데 발렌베리 그룹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주주와 정규직이 이익을 나눠먹는 주주 자본주의 구조를 넘어 기업과 사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이익을 나누는 사회 대타협 모델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영국 등 유럽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황금주(Golden Share)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지난 2월 취임 직후 “외국계 투기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황금주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황금주 제도는 통신이나 금융 등 국가 기간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소수 지분만으로도 주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도 “금융 등 기간산업체를 외국계 자본이 인수할 경우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해도 방치될 우려가 있다”며 황금주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황금주, 적대적 인수합병의 방어수단

삼성전자를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본다면 황금주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정부가 이 회장 일가의 지배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황금주 제도가 폐지되는 추세라거나 관치 금융의 부활이라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외국계 투기자본의 시장 교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제도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적대적 인수합병이 늘어나면서 시장 원리와 국가자본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부딪히는데 우리나라는 사실상 방어수단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황금주 제도의 도입과 관련, 외국계 자본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걸로 예상된다. 김 위원은 “유럽 국가들은 서로 연대하면서 황금주 제도 폐지 요구를 저지하고 있지만 법 개정부터 시작해야 하는 우리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제도 도입부터 벽에 부딪히기 쉽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전면 해제하고 삼성생명의 상장을 인가하는 등 정책적으로 이 회장 일가의 우호지분을 늘려주는 방법도 있다. 최석포 우리증권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과 투자신탁회사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전략적으로 매입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최 연구위원은 특히 펀드의 동일종목 투자 제한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한다. 금융감독원 규정에 따르면 공모 펀드는 동일종목에 신탁자산의 10% 이상을 투자할 수 없다. 실제로 국내 대부분 펀드가 삼성전자 주식을 10%씩 가득 채워서 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23만원 언저리에서 60만원까지 치솟는 동안 국내 기관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는 걸 뻔히 지켜보면서도 주식을 거의 사지 못했다. 이익의 대부분은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챙겼고 지분 비율도 50%를 훌쩍 넘어섰다. 국내 펀드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아우성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정부는 IMF 이후 외국 자본을 들여오려고 안달을 했지만 실제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 자본은 국내 경제에 기여한 부분 보다 빼내간 부분이 훨씬 많다.

기업과 사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이익을 나누는 사회 대타협 모델

지난해 11월 미국의 『뉴스위크』는 “삼성전자와 이건희가 한국 경제를 부활시켰다”는 요란한 커버스토리를 내보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7월 36만2천원에서 올해 들어 한때 63만7천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반년 만에 두배 가까이, IMF 직후 3만원이었던 주식이 20배 이상 오른 셈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무려 43%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만원어치를 팔면 4천3백원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반도체 공장의 설비 가동률은 이미 100%를 넘어선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유럽 시장에서 핀란드의 노키아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11%에서 16%로 높아진 반면, 노키아는 38%에서 35%로 줄어들었다. 세계 1위의 휴대전화 회사와 경쟁해서 월등하게 이기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이다. 이제 남은 건 노무현 정부의 결단과 함께 이 회장 일가가 국민 기업의 경영진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을 깨닫는 일이다. 기업도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다. 기업의 이익은 그 기업 회장이나 사장의 몫도 아니고 그 기업 주주들의 몫도 아니다. 그 기업 노동자들의 몫이기도 하고 그 기업이 딛고 서있는 사회의 몫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쓰지도 못할 돈을 산더미처럼 짊어지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탓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탓이다. 삼성전자의 잉여 이익은 사회에 환원되고 삼성전자는 그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어쩌면 우리의 유일한 대안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참고 : "스웨덴 모델, 이미 한물 갔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국부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눈 뜨고 코 베어 간다더니 멀쩡한 회사가 통째로 넘어가는데도 마냥 지켜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정부 당국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수천억원의 자산을 약탈 당할 위기에 놓인 브릿지증권의 경우는 정말 참담하기 짝이 없다. 이 회사 대주주인 BIH, 브릿지 인베스트먼트 라부안 홀딩스는 지난 4월 22일 이 회사의 을지로와 여의도 사옥을 GE부동산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714억1천만원에 이른다. 브릿지증권은 멀쩡한 건물을 팔아넘기고 그 건물에 세를 들어사는 신세가 됐다. 브릿지증권 노조는 외국계 투기 자본이 회사의 자산을 빼돌리려 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야말로 알맹이는 다 빠져 나가고 껍데기만 남게 될 판이다.

곧 망할 회사도 아닌데 이렇게 자산을 내다파는 대주주의 의도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 회사 임직원들 조차도 BIH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미국의 위스콘신 연기금과 홍콩의 리젠트 퍼시픽 그룹 등이 세운 페이퍼 컴퍼니라는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본사는 말레이시아의 조세회피 지역인 라부안에 있다. 5월 15일 현재 BIH가 보유하고 있는 브릿지증권 지분은 전체 주식의 70.9%에 이른다. 주주총회의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19.4%를 포함하면 90.3%, 사실상 회사의 전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사회도 전체 이사 7명 가운데 윌리엄 다니엘 사장을 비롯한 5명이 BIH에서 임명한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를 비롯해 회사의 모든 경영 권한이 결국 BIH의 수중에 놓여있는 셈이다.

BIH의 향후 계획은 이렇다. 먼저 회사의 돈 되는 자산을 모두 팔아 최대한 현금을 늘린다. 그 다음 6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규모 무상증자를 실시하고 뒤이어 대규모 유상감자를 실시한다. BIH는 이같은 계획으로 1200억원 이상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브릿지증권 노동조합에 통보한 바 있다. BIH는 당당하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금 매각 또는 청산의 수순을 앞두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BIH의 브릿지증권 약탈 작전의 첫출발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잡하지만 제대로 읽는게 좋다. 눈 뜨고도 코를 베이는 세상 아닌가.

1단계 전략, 헐값에 사들이기

BIH의 전신인 코리아 온라인 리미티드, KOL은 1998년 2월 대유증권을 인수한데 이어 2000년 11월 일은증권을 인수한다. 뒤에 대유증권은 리젠트증권으로 이름이 바뀌고 두 회사는 2002년 1월에 합병되면서 다시 브릿지증권으로 이름이 바뀐다.

KOL이 한국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1998년은 IMF의 충격으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던 무렵이었다. KOL이 당시 대유증권의 대주주였던 대유통상 이준영 회장 등으로부터 대유증권 지분을 사들였을때 인수단가는 한주에 8천원, 대유증권의 시가총액은 모두 692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98년 12월 기준으로 대유증권의 자본총계는 1730억원에 이르렀다.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팔려나간 셈이다. KOL은 1백49억원을 들여 이 회사 지분 21.5%를 사들이고 일약 최대주주로 부상한다. KOL은 그 이듬해 대유통상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다. 이때 들어간 돈은 5백20억원. 이밖에 시장에서 사모은 주식과 유상증자를 포함해도 KOL이 대유증권을 인수하는데 들어간 돈은 1천2백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헐값에 팔려나가기는 일은증권도 마찬가지였다. 제일은행의 자회사였던 일은증권은 예금보험공사에 넘어갔다가 공개입찰을 통해 다시 KOL에 넘어간다. 당시 입찰 가격은 주당 1만6천원, KOL은 1093억원을 들여 일은증권 지분 48.8%를 사들인다. 2000년 12월 기준으로 일은증권의 자본총계는 2677억원, 역시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2002년 리젠트증권과 일은증권의 합병 당시 두 회사의 자본총계는 4842억원, 그러나 KOL이 두 회사를 인수하는데 들어간 투자자금은 모두 2천2백억원을 조금 넘는 정도였다. 4470억원짜리 회사가 절반도 안되는 2천2백억원에 넘어간 셈이다.

2단계 전략, 대규모 배당

KOL이 대유증권을 인수한 이듬해는 증권시장 사상 최대의 호황이었다. 대유증권은 8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2년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KOL은 2000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한주에 700원씩의 배당을 결의한다. 주식 액면가 1천원 기준으로 70%에 이르는 배당은 전무후무한 최대의 배당 기록이었다. 당시 KOL의 지분은 보통주와 우선주가 각각 42.7%와 46.6%로 KOL이 받은 배당금액은 모두 204억원에 이르렀다. 사실상 초기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이때 회수한 셈이다.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하면서 KOL은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2001년 3월 KOL은 일은증권 이사회에서 KOL의 자회사에 자금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다. KOL은 종합금융그룹을 표방하면서 부도위기에 놓여있었던 해동화재와 경수종금 등을 잇따라 인수했으나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다. 당시 KOL이 요구했던 자금은 1천2백억원 규모. 일은증권이 KOL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일은증권 또한 도산의 위기에 직면했을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당시 일은증권의 홍준기 사장과 이사들은 이들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강력히 반대했고 장장 12시간여의 회의를 거친 끝에 피터 에버링턴 이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보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결국 그해 주주총회에서 일은증권의 경영진은 대폭 물갈이 된다.

KOL은 지난 2000년 진승현 게이트에 깊숙히 개입, 주가 조작 혐의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진 멜론 리젠트그룹 회장은 검찰의 소환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결국 KOL에서 손을 털고 나간다. 리젠트그룹의 뒤를 이어 KOL을 넘겨받은 사람은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높은 윌버 로스. IMF 무렵 우리 정부를 상대로 외자 유치를 도와주겠다는 사기를 치면서 수천억원을 챙긴 수치스런 역사의 장본인이다. 윌버 로스의 교묘한 사기 수법은 KOL의 브릿지증권 약탈 작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3단계 전략, 자사주 매입과 소각, 대주주 지분 늘리기

경영권을 장악한 뒤 KOL은 본격적으로 지분 늘리기에 나선다. 지분 늘리기의 대표적인 전략은 자사주의 매입과 소각이다. 돈을 주고 주식을 사는게 아니라 회사의 자산을 빼돌려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는 교묘한 수법이다.

일은증권은 2001년 한해 동안 46만주, 모두 28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리젠트증권과 합병 때도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두 회사 주식을 모두 167억원어치 사들였다. 리젠트증권과 일은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브릿지증권은 이렇게 사들인 주식을 지난해 7월 모두 소각한다.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이야기는 실제로 불에 태우는게 아니라 장부에서 사라진 것으로 처리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주식이 사라지는만큼 남아있는 주식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이를테면 전체 주식 1만주 가운데 당신이 5천주를 갖고 있을 때 회사가 자사주 2천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전체 주식은 8천주로 줄어들고 당신의 지분 비율은 50%에서 62.5%로 늘어난다.

회사 자산을 쏟아부어 자사주를 사들인 다음 사들인 그 자사주를 소각하면 그만큼 대주주의 지분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사실상 공짜로 주식을 더 받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으로 브릿지증권의 자본금은 1천24억원에서 8백7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 줄어든 자본금의 상당 부분은 대주주의 몫이 됐다. BIH의 지분 비율은 놀라지 마시라, 2002년 49.7%에서 2004년 5월 현재 70.9%까지 늘어났다. 5월 12일 종가 27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388억원어치의 지분이 늘어난 셈이다. 믿기지 않지만 이 모든게 완벽하게 공짜다.

4단계 전략, 유상감자

BIH의 전략은 유상감자에서 제대로 빛을 발한다.

감자는 증자의 반대말이다. 자본금이 줄어들면서 회사의 규모도 그만큼 줄어든다. 감자는 무상감자와 유상감자로 나뉘는데 무상감자는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주주들이 손해를 보고 그만큼 회사의 재무구조는 좋아진다. 이를테면 2 대 1로 무상감자를 하면 주식 2주가 1주로 줄어들고 회계장부의 자본금도 같은 비율로 줄어든다. 자산은 그대론데 회사의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규모에 비해 자산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유상감자는 정반대다. 자본금을 줄이되, 그만큼 주주들이 자산을 나눠갖는다. 주주 입장에서 볼 때 2 대 1로 유상감자를 하면 주식은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그만큼 회사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 무상감자는 자본금이 회계장부에서 줄어들뿐이지만 유상감자는 줄어든 자본금만큼 실제로 자산이 빠져 나가 주주들에게 흘러 들어간다.

브릿지증권은 합병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세차례에 걸쳐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결국 합병 당시 1천1백64억원에 이르렀던 자본금은 절반 남짓한 688억원으로 줄어들었고 그 돈은 모두 주주들이 나눠가졌다.

시장의 비난을 의식한듯 BIH는 2002년 한때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상장이 폐지되면 브릿지증권의 주식은 더이상 증권거래소에서 사고 팔 수 없게 된다. 대신 증권거래소의 까다로운 규정을 만족시킬 필요도 없고 중요한 경영사항을 공개할 필요도 없다. 사실상 대주주가 마음놓고 회사를 쥐고 흔들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셈이다.

당시 BIH의 음모는 노조와 소액주주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지만 최근 거래량 부족으로 또 다시 상장 폐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주주와 자사주의 지분이 90%가 넘어 거래량이 증권거래소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브릿지증권 직원들은 우리사주조합을 결성, 지분을 사모으면서 거래량을 늘려 상장폐지를 막아낸 바 있다.

5단계 전략, 자산 매각

올해 들어 BIH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을지로와 여의도 사옥을 내다판 것이 시작이다. 매각 대금은 714억1천만원에 이른다. 브릿지증권은 멀쩡한 건물을 팔아넘기고 그 건물에 세를 들어사는 신세가 됐다. 이유가 뭘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상쩍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BIH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사옥을 매각했다. 을지로 사옥의 감정가격은 540억원, 여의도 사옥의 감정가격은 230억원으로 모두 770억원 규모다. 부동산의 시세가 감정가격보다 20% 이상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수백억원 이상 싸게 팔린 셈이다. 사옥은 GE캐피털의 100% 출자법인인 GE부동산에게 팔려나갔다.

게다가 BIH는 공개입찰의 관행을 무시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옥을 매각했다. BIH는 지난 2002년에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브릿지증권 송파 사옥을 감정가보다 25%나 높은 가격에 매각된 바 있다. 왜 이번에는 공개입찰을 실시하지 않았을까.

브릿지증권 노조는 뒷거래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대료를 터무니 없이 높게 지급하고 있다는게 그 근거다. 노조에 따르면 브릿지증권은 사옥 매각 이후 기존보다 30% 이상 높은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멀쩡한 사옥을 헐값에 내다 팔고 그 사옥에 터무니 없이 비싼 임대료를 주고 세를 들어산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준영 노조 위원장은 자산을 빼돌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증권회사는 자본금이 최소 500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 브릿지증권의 자본금은 여러차례의 자사주 소각과 유상감자로 이미 688억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더이상 빼내갈 자본금이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이번에 건물을 매각한 것은 고정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만들고 자본금을 늘리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BIH는 회사에 미래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이대로 가면 회사는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더이상의 자본 유출은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노조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비정규직 직원이 많고 그나마 노조 가입율도 낮아 파업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우리사주조합이 1%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90%가 넘는 막강한 지분으로 버티고 있는 대주주에 맞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노조는 5월 9일 다니엘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6단계 전략, 무상증자와 유상감자

지난 4월 4일 BIH는 브릿지증권 노조에 앞으로의 자금 회수 계획을 알려왔다. 브릿지증권의 사장을 비롯한 모든 경영진은 철저하게 BIH의 지시를 받는다. 사실상 허수아비 경영진인 셈이다. 노조와 협상하는 일도 사장이 아니라 BIH가 직접한다.

BIH의 계획은 이렇다. 먼저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린 다음 유상감자를 통해 그 자본금을 빼내간다. BIH의 이번 목표는 1천2백억원이다. 1천2백억원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조가 도와준다면 올해 11월까지는 자본금을 빼내가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BIH는 이번 협상에서 상장폐지와 매각을 공공연히 거론했다. 시키는대로 따라오라는 사실상의 협박이기도 했다.
BIH는 5월 30일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오는 6월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무상증자와 유상감자 안건의 상정될 전망이다. 주주총회의 표 대결에서 노조가 이길 확률은 전혀 없다.

증자는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로 나뉜다. 유상증자는 새로 주식을 만들고 주주들에게 팔아 자본금을 늘린다는 말이고 무상증자는 회사의 자산을 자본금으로 돌린다는 말이다. 자산이 줄어드는만큼 자본금은 늘어난다. BIH는 이번에 사옥을 팔아 만든 현금 자산을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으로 돌릴 계획이다. 자본금을 빼내가기 위한 사전 단계다. 자본금이 부족하면 자본금을 늘려서 빼가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브릿지증권의 자본금은 6백88억원, 만약 100% 무상증자를 하면 자본금은 1천3백76억원으로 늘어난다. 1천2백억원을 빼내가기 위해서는 증자 비율이 더 커질 수도 있다. 200% 무상증자를 할 경우 자본금은 2천64억원으로 늘어난다. 무상증자에 성공하면 BIH는 또 다시 대규모 유상감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경우 최소 자본금 5백억원을 남겨두고도 1천5백억원 이상을 빼내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7단계 전략, 상장폐지와 매각 또는 청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브릿지증권의 자본총계는 3천6백68억원에 이른다. 반면 발행 주식 전체를 합한 시가총액은 1천8백34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주가는 낮지만 자산이 굉장히 많은 알짜배기 회사라는 이야기다. BIH 입장에서는 그만큼 빼내갈 자산이 아직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빼내갈만큼 자산을 빼내가고 나면 다음 수순은 매각 또는 청산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증권회사 인수 의사를 밝힌 농협에 매각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조에서는 최악의 경우 BIH가 회사를 청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회사를 청산해도 BIH는 3천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 BIH는 이미 회사의 미래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여러차례 증명된 바 있다.

상장 폐지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거래소는 월 평균 거래량이 전체 주식의 1% 이하거나 소액 주주의 지분 비율이 10% 미만일 경우 상장을 폐지한다. 지난해 우리사주조합의 도움으로 거래량을 늘려 상장 폐지를 막기는 했지만 6월 30일까지 소액 주주의 지분 비율을 늘리지 못할 경우 브릿지증권은 결국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BIH 입장에서는 상장이 폐지되면 마음놓고 매각을 하든 청산을 하든 할 수 있는 셈이다. 한때 자진 상장폐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만큼 이렇게 자동적으로 상장 폐지 되는 상황이 BIH에게는 오히려 고맙게 생각될 수도 있다.

노조는 상장폐지나 청산을 막기 위해 사생 결단의 태도로 맞서고 있고 BIH는 이를 담보로 1천2백억원의 자금 회수 계획을 관철시킬 계획이다.

돌아보면 브릿지증권은 외국계 투기 자본의 손을 타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자본총계는 4천4백78억원에서 3천6백68억원으로 줄었고 앞으로 1천2백억원이 더 빠져나갈 전망이다.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는 셈이다. 전국에 깔려 있던 지점은 39개에서 29개로 줄었고 직원수도 8백14명에서 6백20명으로 줄었다.

투기자본의 도덕성도 문제다. BIH가 과거 자회사였던 리젠트종금 등의 부실 책임과 관련, 부실 금융기관 대주주로 지정되면서 브릿지증권까지 그 덤터기를 쓰게 됐다. 랩 어카운트 장외 파생상품이나 자산운용사 설립 등 금융감독원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규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또 BIH가 2백억원의 책임 분담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자칫하면 증권업 허가까지 취소될 위기에 놓여있다. 어처구니 없게도 BIH는 회사의 생존을 위한 2백억원은 내지 않으면서도 투자금의 회수를 위해 1천2백억원을 빼내 가겠다고 우기고 있다.

완벽하게 합법… 막을 방법 없어

BIH의 브릿지증권 약탈 작전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실상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놀라운 것은 BIH의 브릿지증권 약탈 작전의 이 모든 과정이 완벽하게 합법이라는 사실이다. 주목 받지는 못했지만 브릿지증권 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태는 숱하게 많다. 만도의 대주주 JP모건은 지난해 12월 자사주 소각과 유상감자를 통해 5백14억원을 빼내갔다. JP모건은 이미 투자비용의 두배 이상을 챙겼다. 지난 3월에는 OB맥주의 대주주 인터브루가 역시 유상감자를 통해 무려 1천6백억원을 빼내가기도 했다. 유상감자 한번에 전체 자본금의 60% 이상이 빠져 나갔다.

이에 앞서 2002년 5월 서울증권의 대주주인 퀀텀인터내셔널펀드는 액면가 대비 60%의 배당을 결의, 2백67억원을 챙긴 바 있다. 이 회사는 배당 결의가 발표되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재빨리 보유지분을 팔아치우는 순발력도 돋보였다.

메리츠증권은 더욱 기가 막힌다. 이 회사는 최근 한주에 700원씩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배당총액은 2백35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백13억원밖에 안됐다는데 있다. 벌어들인 것보다 두배 이상을 배당으로 빼내가는 셈이다. 심지어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15배를 배당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대주주인 파마그룹의 몫이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렇게 엄청난 이익을 챙기면서도 이들 외국 자본은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따라 우리나라에는 세금 한푼 물지 않는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 당국에서는 유상감자나 투기자본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 조사조차도 없다. 외국의 사례는 어떤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도 전혀 없다.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 배준수 사무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이번 브릿지증권 사태를 전담하고 있다.

"국수주의적으로 생각하지 맙시다. 외국 자본은 다 악이고 국내 자본은 선이다, 이런 시각 문제 있습니다. 외자 유치 해달라고 난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투기 자본을 문제 삼습니까. 문제는 많지만 막말로 그놈들 하나 빠져 나간다고 해도 전체 시장에 별 영향은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기회에 증권사 구조조정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한심한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브릿지증권의 경우는 명백한 자산 약탈이고 심각한 국부 유출이다.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다른 대책은 없나.

"투자자가 기업의 가치를 올려서 이익을 남기고 팔고 나가는 것은 당연하죠. 고민은 하고 있는데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규제를 한다고 합시다. 무슨 기준을 두고 어떻게 규제할 겁니까. 그러다가 외국 자본 다 빠져 나가면 어떻게 합니까."

결국 외국 자본을 다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고 투자한만큼 이익을 챙기려는 건 자본의 속성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찬근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이런 시각에 강력히 반대한다.

"유상감자를 통한 자본 유출을 막는 입법 장치가 필요합니다. 유상감자를 금융당국의 인허가 사항으로 만들면 됩니다. 긴급한 상황일 경우에만 유상감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최근 몇년 사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실시한 기업에 대해서는 유상감자를 금지시킨다거나 하는 입법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 교수는 국내에 들어온 외국 자본의 95%가 단기 투자 이익을 노린 투기자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 투기자본은 투자금의 회수와 이익 실현에 매달릴뿐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들은 기업이 지불해야 할 비용을 외부화시키고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하는 경우도 많다.

IMF 이후 외국계 투기자본의 투자 성적표를 살펴보면 국부 유출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가늠할 수 있다.

독일의 알리안츠 그룹은 하나은행에 1천2백63억원을 투자해 3천억원 가까이 벌어들였다. 칼라일 그룹도 한미은행에 4천9백억원을 투자해 6천2백억원을 벌어들였다. 칼라일 그룹은 BIH처럼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에 본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어느 나라에도 세금 한푼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밖에도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에 투자해 원금의 두배가 넘는 9천2백억원을 벌어들였고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해 8천억원을 벌어들였다. 뉴브릿지캐피털은 단돈 5천억원에 제일은행을 인수하고 정부에서 18조원의 공적 자금을 받아냈다. 뉴브릿지캐피털의 투자 이익은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펀드에게 금융기관의 대주주 자격을 부여하지 말 것, 악성 투기자본의 국내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것, 감독기관을 구성해 외국 자본의 경영상태를 꾸준히 점검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밖에 외환거래세나 주식거래세,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스톡옵션의 행사를 제한해 주주와 경영진의 이익 나눠먹기 고리를 끊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노조의 경영참여를 보장, 주주 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자유화 시대에 이 교수의 이런 지적은 언뜻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시장의 원리는 냉혹하고 정부 당국은 이를 거스를 의지도 힘도 없다.

누가 회사의 주인인가. 이들은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 주인은 회사의 미래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회사야 껍데기가 되든 말든 회사를 팔아치워서라도 주인은 이익을 챙긴다. 주주 자본주의의 실상은 이렇게 참담하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철저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지만 나는 박근혜 연대론이나 현정은 지키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그것도 여성운동의 한 전략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을 비판하지 않는다.

최근에 드는 생각은 중산층 여성운동도 여성운동의 한 갈래일 수 있고 좌파 운동과 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여성주의의 큰 방향에서 좌파 여성운동과는 서로 연대할 지점이 있지 않을까.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서로 연대할 수도 있고 전선이 그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맥락에서 김규항 같은 좌파 진영에서 중산층 여성운동을 비판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의 비판은 일리가 있고 그가 남성인 것과 자칭 얼치기 여성주의자인 것은 비판의 자격과 무관하다. 비판할 자격을 따지는 것은 좀 치졸한 일이다.

그러나 김규항과 일다의 전선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 김규항은 중산층 여성운동을 비판하지 않는 좌파 여성운동을 비판했고 일다는 그런 비판을 여성운동이 보수화하고 있다는, 여성운동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얼핏 좌파 여성운동이 중산층 여성운동을 감싸고 도는 모양새다.

일다는 그동안 여성운동 내부에서 중산층 여성운동에 대한 비판이 충분히 있었다고 반박했지만 김규항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여성운동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김규항이 난데없이 비판이 없었다고 비판하고 나서는 것은 좀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고 부당해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여성운동의 보수성을 비판하는 전선이 여성운동과 가부장주의의 전선으로 변질된다는데 있다. 비판을 해도 우리가 한다. 우리는 비판할 수 있지만 너희는 비판하면 안된다는 전선이다. 여성운동의 보수성에 대한 비판은 결국 여성운동에 대한 공격으로 왜곡돼 해석되고 김규항은 어쩔 수 없는 가부장주의자로 매도된다.

이런 전선에서 기꺼이 좌파 여성운동은 중산층 여성운동을 끌어안고 김규항과 맞선다. 최근의 논란은 언뜻 외부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스럽고 폐쇄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도 있다. 김규항은 얼떨결에 순교자가 된다.

여성운동의 전선은 일상의 곳곳에 있다. 나는 일다가 여성운동을 대변한다고 보지 않고 마찬가지로 박근혜 연대론이나 현정은 지키기도 여성운동의 한 갈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여성운동의 최전선은 오히려 일상이라고 본다. 김규항이 나름대로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비롯할 것이다.

나는 일상의 최전선에서 실제로 많은 여성과 남성의 의식 가운데 김규항이 비판한 중산층 페미니즘의 논리가 파고 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판의 방식에 문제는 있지만 그렇다고 비판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김규항은 분명히 얼치기 여성주의자고 또 상당부분 가부장주의자일 수도 있지만 그를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정은 지키기에 나서는 사람들 못지않게 여성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 아닐까.

다시 정리하면, 여성운동와 좌파 운동은 얼마든지 연대할 수 있지만 그 정치적 지평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깊이 들어가면 중산층 여성운동과 좌파 여성운동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연대할 부분과 비판할 부분이 있고 때로는 서로의 전선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 그걸 넘어서면 소모적인 논쟁이 된다.

참고 : 시민의 신문 인터뷰. (김규항의 블로그)
참고 : 여성주의와 진보운동의 연대. (이정환닷컴)

무버블타입 홈페이지에 베타 테스팅 신청을 했더니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왔습니다. 풀 버전의 용량은 1.16메가바이트, 업그레이드 버전의 용량은 750킬로바이트입니다. 내친 김에 풀 버전을 새로 설치해봤습니다. 지금 보시는 캡쳐 화면은 관리자 모드, 첫 화면입니다. 코멘트와 트랙백 메뉴가 추가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버전을 설치해볼까 하다가 3.0의 새로운 기능이 궁금해서 처음부터 새로 설치하고 기존의 데이터를 임포트했습니다. 한글 설정을 조금 바꿨을 뿐, 템플리트도 처음 설정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2.66 버전 보다 조금 더 컬러풀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일단 겉보기에는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관리자 메뉴는 확실히 더 편리해졌습니다. 먼저 코멘트와 트랙백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메뉴가 있습니다. 또 스팸 코멘트를 막는 기능도 강화됐습니다. 코멘트 하나 다는데 인증을 받아야 한다니 좀 번거로워 보입니다. 3.0부터는 새로운 신디케이션 포맷, ATOM도 지원됩니다. 이밖에도 CSS 구현 기능이 강화됐다고 하는데 2.66 버전과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3.0 버전에서는 새로운 파일 저장방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글 제목이 파일 이름으로 저장됩니다. 이를테면 지금 이 글이 './2004/05/'라는 디렉토리 밑에 '무버블타입_3.0_베타_3_테스트.html'라는 이름으로 저장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글 제목은 깨져서 나옵니다. 방법이 있겠지요? 물론 지금의 2.66버전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가는 옵션도 있습니다.

기본 템플리트는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버블타입 개발자들은 3.0 버전의 템플리트가 구글이나 야후의 검색 엔진에 더욱 친화적으로 설계됐다고 강조합니다. 템플리트를 건드린다는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지만 3.0의 강점을 충분히 구현시키려면 여기서 출발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이벤트 정치가 또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에는 장애인이다.

정 의장은 지난 2일 열린우리당 당선자들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을 방문하고 "장애인 복지 문제와 관련,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정 의장이 봉사활동을 자청, 직접 장애인을 목욕시키겠다고 나서면서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정 의장은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맨발로 목욕탕에 들어섰고 발가벗고 누운 송아무개씨를 목욕시키기 시작했다. 언론사 카메라들은 정 의장이 송씨를 목욕시키는 장면을 그대로 담아냈다. 정 의장이 목욕을 시킨 송씨는 선천성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연합뉴스 등이 "장애아"라고 표현한 것과 달리 30세였다.

언론사 카메라는 집요하게 정 의장의 뒤를 쫓았다. 쏟아지는 플레시 세례 속에서 송씨는 눈을 감지 않았고 옆에서 정 의장을 거들던 최성 당선자는 "유명한 분한데 너 머리 감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목욕탕 타일 바닥에 벌거벗고 누운 장애인의 인권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이날 정 의장의 봉사활동을 담은 사진은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오르는 것은 물론 동영상으로 MBC 노컷뉴스에 오르기도 했다. MBC는 이 동영상을 '정치권과 가정의 달'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내면서 송씨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았다.

YTN은 '돌발영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보도하면서 "장애인은 소품이 아닙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비판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YTN도 선정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장애인 단체들은 4일 각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들 언론사의 사진과 동영상이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열린우리당과 해당 언론사에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성명서에서 "당 인기몰이에 영합해 장애아동을 이용한 열린우리당의 무지한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중 앞에 발가벗겨진 장애인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과연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열린우리당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열린우리당과 해당 언론사에 5일 18시까지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관련 사진 삭제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도 "시청률에 급급해 약자의 현실을 최대한 이용해 선정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방송의 못된 습성을 뜯어고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전문 언론을 표방한 에이블뉴스는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언론 보도를 보고 장애인계가 충격에 빠졌다"며 "여러 장애인 단체들이 속속 성명을 발표하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외국계 투기자본의 횡포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을지로 입구 브릿지증권 11층, 플래카드와 대자보가 어지럽게 나붙은 가운데 노조원들이 40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 매각 또는 해체의 수순에 직면해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브릿지인베스트홀딩스)는 지난 22일 을지로 사옥과 여의도 사옥을 GE부동산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714억1천만원에 이른다. 브릿지증권은 멀쩡한 건물을 팔아넘기고 그 건물에 세를 들어사는 신세가 됐다. 브릿지증권 노조는 외국계 투기 자본이 회사의 자산을 빼돌리려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BIH는 미국의 위스콘신연기금과 홍콩의 리젠트그룹 등이 세운 투자 펀드로 말레이시아의 조세회피 지역 인 라보안에 본사를 두고 있다. BIH의 지분은 전체 주식의 70.88%에 이른다. 자사주를 포함하면 사실상 90%가 넘는다. 브릿지증권의 이사는 모두 7명인데 이 가운데 윌리엄 다니엘 사장을 비롯한 5명이 BIH에서 임명한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우리사주 조합을 결성해 올해 3월까지 1% 가량의 지분을 확보했으나 정면 대응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급기야 29일 브릿지증권 이사회는 6월15일 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대규모 유상감자 안건이 논의될 전망이다. 유상감자는 무상감자와 비슷하지만 회사가 주주들에게 돈을 주고 주식을 사들인다는데서 다르다. 회사의 자산이 줄어든만큼 주주들은 돈을 챙긴다. 그러면서도 주주들의 지분 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BIH는 노조에 이같은 계획을 통보한 바 있다. BIH는 이번에 1200억원을 회수하는 조건으로 올해 11월까지 구조조정 및 추가 자본 감소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BIH는 이번에 들어온 건물 매각대금으로 대규모 무상증자를 실시한 다음 유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계획이다. BIH는 이같은 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나 매각,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늘어놓기도 했다.

노조는 사실상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 파업에 들어갔으나 비정규직이 많고 노조 가입율이 낮아 회사에 큰 타격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승균 노조 부위원장은 "주주총회까지 가면 표 대결로 BIH를 이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의 자산을 1200억원이나 빼돌리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BIH가 이번 유상감자를 통해 자산을 빼돌린 다음 회사를 헐값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농협 등이 증권사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브릿지증권의 자산은 모두 36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여기에 400억원 규모의 증권거래소 회원권을 포함하면 모두 4천억원 규모다. BIH가 브릿지증권에 투자한 원금은 모두 2200억원 규모. BIH는 이미 대규모 배당과 주식매수 청구 등으로 이 가운데 647억원을 회수한 상태다. BIH는 결국 1500여억원으로 90%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4천억원 규모 회사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노조는 투자자금 회수가 여의치 않을 최악의 경우 BIH가 회사를 청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BIH로서는 청산을 하면 오히려 돈을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BIH의 이같은 횡포에 대해 정부 또한 속수무책이다. 금융감독원 증권감독국 이원관 팀장은 "주주총회를 통한 유상감자는 적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BIH의 전신인 KOL(코리아온라인)은 1998년 대유증권을 인수한데 이어 2000년 일은증권을 인수했다. 뒤에 대유증권은 리젠트증권으로 이름이 바뀌고 두 회사는 2002년에 합병되면서 다시 브릿지증권으로 이름이 바뀐다. 약탈은 1999년부터 시작됐다. KOL은 주주총회에서 70%의 고배당을 결의했다. KOL은 초기 투자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이때 회수해 갔다.

이어 2002년 7월 BIH는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본 감소와 자진 상장 폐지를 결의한다. 이같은 결정은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주식 매수청구가 쏟아졌다. 브릿지증권은 회사 자산을 쏟아부어 그 주식을 사들였다. 이렇게 사들인 주식은 지난해 5월과 6월에 거쳐 대부분 무상소각된다. 그 결과 회사의 자본은 크게 줄어들었고 대주주인 BIH의 지분 비율은 더욱 높아졌다.

주목할 부분은 BIH의 지분이 51%에서 90%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BIH가 직접 주식을 사모으지 않았다는사실이다. BIH는 이사회를 통해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사도록 결의하고 자사주가 모일만큼 모이면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했다. 결국 그만큼 BIH의 지분비율은 올라간다. 사실상 회사의 자산이 BIH에게 그대로 빠져나간 셈이다. 그렇게 2002년 11월부터 2003년 8월까지 9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805억원이 빠져나갔고 브릿지증권의 자본금은 1164억원에서 68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최정식 사무금융연맹 사무처장은 "브릿지증권의 자본 약탈은 외국계 투기자본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최 처장은 "브릿지증권 뿐만 아니라 만도나 OB맥주 등에서도 외국계 투기자본이 유상감자를 통해 회사의 자산을 약탈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찬근 인천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헐값 매각과 탈세, 고배당, 감자를 통한 회사 자금 탈취 등 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유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감자 조치를 인허가 사항으로 규제하고 회사의 자산 탈취에 대한 법적 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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