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04 Archives

꽤나 오래된 논란이다. 다시 정리해보자.

김규항의 이야기 = 페미니스트라고 거들먹거리는 어떤 여성들은 부르조아들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사회적 억압에 무관심하다. 만약 당신들이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회적 약자들의 억압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여성 해방과 계급 해방은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문제를 남성와 여성의 대립으로 몰아가서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

'한겨레'가 이 오래된 논란을 다시 끄집어 냈다. 좀 뜬금이 없다. '한겨레'는 김규항을 건드렸고 김규항은 비난을 감수하고 논란에 뛰어들었다. 김규항은 벌쭘했던 모양이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슬픈 마초'라는 글을 썼다. 오해되고 있고 그래서 억울하다는 글이었다.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그도 여성주의를 이해할만큼은 한다는 이야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글을 두고 진보네트워크에서는 한바탕 논란이 붙었다. 조이여울은 '일다' 1주년을 앞두고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한겨레'가 여성운동 매도했다는 이유였다.

델라의 이야기 = 김규항은 여성주의에 관심도 없으면서 여성운동을 비판한다. 그건 주제넘는 짓이다. 진보적인 페미니스트들도 얼마든지 있다. 모르면 지켜봐라. 남성인 당신에게는 여성운동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신기섭의 이야기 = 여성주의자들에게 존경과 말없는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하나만 물어보자. 남성은 여성주의자가 될 수 없는 것인가. 노력하는 불완전한 여성주의자들을 보듬어 줄 수는 없는가.

조이여울의 이야기 = 당신들은 여성운동을 계급 투쟁의 해방꾼으로 매도한다. 당신들은 여성운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성운동을 비판할 때만 여성 민중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다.

조이여울은 아예 김규항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것과 별개로 그의 이야기를 더 정확하게 풀어보면 '우리는 좌파이기 앞서서 여성이다' 정도가 될 거라고 본다. 여성 운동이 설령 중산층 엘리트 운동이면 어떠냐는 이야기기도 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나는 김규항을 이해할 수 있다. 진정성 여부를 떠나 김규항은 여성 해방을 계급 해방과 같은 맥락에서 본다. 그래서 여성주의와 진보운동의 연대를 이야기한다. 여성주의 보다 진보운동에 비중을 두는 그에게 박근혜는 결코 연대의 대상이 아니다. 수구보수 박근혜는 오히려 진보운동의 적 아닌가. 그가 보기에 박근혜가 여자라서 박근혜를 지지하는건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진보운동 보다 여성운동에 비중을 둔다면 박근혜와 연대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회적 성 역할은 오히려 남성에 가깝지만 박근혜는 결국 여성이다. 정치적 성향이나 아버지 박정희의 영향을 떠나서 박근혜의 부상이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한발 앞당겼다고 보는 것은 옳다. 적어도 그 환경을 조성한 것만은 분명하다.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여성주의자들이 박근혜에게 손을 내밀거나 그를 지지하는 것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 그것도 전략이다. 진보운동의 큰 틀로 묶기 보다는 여성운동의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라면 절대 찍지 않겠지만 그들이 박근혜를 찍을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규항의 비난이 주제넘었던 것처럼 델라와 조이여울의 반박도 지나쳤다. 여성주의와 진보운동은 얼마든지 연대할 수 있지만 그 정치적 지평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김규항은 아마 이를 간과했고 델라와 조이여울은 그런 그와 연대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전선이 잘못 그어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은 신기섭이 말한 것처럼 그냥 침묵하거나 델라가 말한 것처럼 그들의 숙제나 제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참고 : '여성운동 보수화'에 침묵을 깨라. (한겨레)
참고 : 슬픈 마초. (김규항의 블로그)
참고 : 좌파 남성과 좌파 여성주의자. (밑에서 본 세상)
참고 : 김규항과 한겨레의 '여성운동 물먹이기'. (일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고 난리다. 1분기 석달 동안 순이익이 무려 3조1300억원에 이른다. 이 엄청난 이익은 과연 누구의 몫일까. 이건희 회장의 몫일까. 아니면 삼성전자 주주들의 몫일까. 삼성전자 직원들의 몫일까.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4조4천억원, 순이익은 3조1300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은 4조89억원으로 그야말로 사상 최대 규모다. 반도체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휴대전화 등이 불티나게 팔린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 인텔보다도 앞섰다. 순이익을 달러로 환산하면 27억2천만달러, 인텔의 순이익은 17억3천만달러 밖에 안된다. 다른 굴지의 정보기술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IBM의 순이익은 16억달러, HP는 8억달러, 델은 6억달러에 그쳤다. 그야말로 삼성전자가 세계 최우량 기업이라고 떠들어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수익모델은 크게 반도체와 TFT-LCD, 정보통신으로 나뉘는데 각각 영업이익률이 43%와 35%, 26%에 이른다. 이만큼 짭짤한 장사를 하는 회사는 세계를 통털어 몇군데 안된다.

실적발표를 하던 날 삼성전자 주우식 상무는 "이 놀라운 실적은 모두 지난 몇년 동안 과감한 선행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주 상무는 "반도체의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고 있는데다 TFT-LCD도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고 휴대전화도 확실한 제품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다"며 "2분기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전자는 이렇게 긁어들인 돈 다발을 도대체 어디에 쓰는 것일까. 삼성전자는 지난해 모두 5조5989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 가운데 8866억원이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빠져나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은 48.9%, 외국인 투자자들이 챙겨간 몫은 모두 4335억원에 이른다. 물론 임직원들에게도 화끈한 돈 잔치를 했다. 삼성전자 등기 임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으로 29억4천만원에 이른다. 성과급도 푸짐하다. 지난 2002년 월 기본급 기준으로 500%의 특별 상여금을 전체 직원들에게 지급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50%의 생산성 인센티브와 50%의 초과이익분배금을 지급했다.

그렇게 펑펑 쓰고도 현금은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7조990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올해도 1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그야말로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7조9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저런 차입금을 충분히 갚고 나도 14조원 이상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땅히 쓸데도 없어 그냥 움켜쥐고 있는 돈이 그렇게 많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하나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기업이 펑펑 쓰고도 남을만큼, 마땅히 더이상 쓸데도 없을만큼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도 되는 것일까. 기업의 목표는 과연 이윤 창출일까. 그렇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스웨덴의 에릭슨이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흥미로운 비교는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에릭슨도 삼성전자만큼이나 큰 회사다. 에릭슨의 모회사 발렌베리 그룹은 에릭슨뿐만 아니라 사브와 ABB, 일렉트로룩스 등 굴지의 대기업을 거느린 재벌그룹이다. 발렌베리 그룹 14개 계열사의 시가총액 비중이 스웨덴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40%를 넘어설 정도다.

삼성전자와 에릭슨은 크게 두가지에서 다르다. 먼저 스웨덴은 연대임금제를 도입해서 에릭슨에 다니는 노동자나 조그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나 임금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생산직과 사무직의 임금도 거의 비슷하다. 연대임금제는 어떤 회사를 다니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삼성전자 노동자의 임금을 지금보다 3분의 1 이상 많게는 절반 가까이 깎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돈이 넘쳐나는 회사에서 노동자들 임금을 깎으라니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스웨덴은 1950년대에 연대임금제를 처음 도입했는데 그때 취지는 대기업들 임금을 깎아서 대외 경쟁력을 갖추자는데 있었다. 대기업들은 절감된 인건비만큼 고용을 늘리거나 신규 투자를 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연대임금제를 도입하면 대기업 노동자들은 임금이 깎이겠지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임금이 늘어난다. 당연히 기업의 부담도 늘어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대기업만 신나는 제도다.

삼성전자와 에릭슨의 두번째 차이는 이익의 사회환원에 있다. 스웨덴에서는 모든 소득의 50% 이상이 세금으로 나간다. 에릭슨처럼 돈을 잘 버는 회사는 당연히 세금도 엄청나게 낸다. 스웨덴에서는 삼성전자처럼 쓰지도 못할만큼 엄청난 이익을 내는 회사가 나올 수 없다.

여기에 중요한 해답이 있다. 연대임금제를 도입하는 대기업은 임금을 깎는만큼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은 문을 닫아야겠지만 대기업은 더욱 규모를 키워나간다. 그리고 그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환원된다. 사회는 기업을 믿고 기업은 사회의 복지를 떠받친다. 그게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의 기본 모델이다. 핵심은 조금 공허하게 들리지만 연대와 화합이다.

정부는 그렇게 거둬들인 엄청난 세금을 아낌없이 복지에 투자한다. 스웨덴에서는 2~6세 아이의 80% 이상이 공공 탁아소에서 자란다. 탁아소 요금은 거의 무료에 가깝다. 진부하긴 하지만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정부가 모든 걸 책임진다.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은 기본이다. 이렇게 하는 일이 많다보니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이 넘을 정도다. 정부가 앞장 서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놀랍지 않은가. 우리는 좋은 회사에 다니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삼성이 해마다 직원들에게 수천만원씩 성과급을 주는 것도 부럽기만 할뿐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모든 노동자들이 비슷한 임금을 받는다. 에릭슨에 다니는 노동자나 이발사나 청소부나 은행원이나 임금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잘버는 회사의 노동자들은 못버는 회사의 노동자를 위해 임금의 일부분을 기꺼이 희생한다. 그들이 임금이 깎이는만큼 사회는 더 평등하게 되고 복지는 더 향상된다. 모두가 평등하게 가난한게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게 넉넉하고 여유롭다는 이야기다. 스웨덴에서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조건의 평등이다.

기업의 이익은 그 기업 회장이나 사장의 몫도 아니고 그 기업 주주들의 몫도 아니다. 그 기업 노동자들의 몫이기도 하고 그 기업이 딛고 서있는 사회의 몫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쓰지도 못할 돈을 짊어지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탓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탓이다. 스웨덴의 관념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이익은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 기업도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사회와 무관하게 기업은 성장할 수 있지만 스웨덴은 연대와 화합의 길을 찾았다. 기업이 사회를 걱정하지 않으면 대안은 없다.

노조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기업에게 노동자와 사회의 복지를 책임지라고 주문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미국의 자본주의는 결국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데 있다. 스웨덴이 무작정 미국의 자본주의를 따라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자칫 삼성전자만 살아남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스웨덴은 특히 발렌베리 그룹 대주주 일가의 주식 의결권을 1000배까지 인정해줬다. 그렇게 그룹의 지배를 인정해주는 대신 이들은 이익을 기꺼이 사회에 환원한다. 발렌베리 그룹의 대주주들은 배당 이익의 50% 이상을 재단을 통해 교육과 여성, 아동 복지에 기부한다.

물론 스웨덴이 최선의 대안은 아니다.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많은 문제와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스웨덴이 스웨덴 나름의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온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현실에 맞는 자본주의를 모색해야 한다.

* 'HR프로패셔널'에 보낸 아르바이트 원고. 취재 좀 하고 공부도 하고 좀더 제대로 써봐도 좋겠다.

'포레스트 검프'를 꽤나 비슷하게 흉내냈는데 어딘가 언짢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따뜻한 이야기니까 그냥 보고 감동만 느끼라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감동을 느끼기에는 상황이 너무 어설프고 억지스럽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발사 성한모는 얼떨결에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다. 이발사가 본 대통령은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냥 대통령이고 그냥 마냥 두려울 뿐이다. 대통령이 곧 법이던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그런 대통령의 이발사라는건 이발사에게는 최고의 명예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통령이 어떤 대통령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대통령은 설사병을 하는 사람을 잡아가둔다. 북쪽에서 내려온 간첩들이 설사병을 옮겨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설사병을 하는 사람이 모두 간첩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간첩을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웃어야 할까 언짢아 해야 할까 갈피를 잡기 어렵다. 설사병을 하는 사람들은 어딘가로 끌려가서 지독한 고문을 당하고 재판을 받고 결국 죽는다. 1974년 10월 유신 무렵이다.

그런데 이발사의 아들이 그 설사병에 걸린다. 이발사는 괜한 충성심에 아들을 파출소로 데려간다. 이제 겨우 10살인데 누가 이 아이를 보고 간첩이라고 하겠어? 게다가 나는 대통령의 이발사잖아.

아이는 끌려가서 어른들처럼 전기 고문을 당한다. 여기서 우리가 견딜 수 없는건 아이를 고문하는 권력의 잔인함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고문하는 영화 감독의 상상력의 결핍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냥 따뜻한 이야기니까 그냥 보고 감동만 느끼라고 한다. 몇달만에 돌아온 아이는 고문 끝에 결국 다리를 못쓰게 된다. 이발사 아버지는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들쳐업고 전국 방방곳곳을 떠돌며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다닌다. 이쯤해서 감동의 눈물을 한번쯤 흘려줘야 된다.

온갖 약을 다 써도 아이는 걷지 못하고 돌아온 이발사는 다시 대통령의 머리를 깎기 시작한다. 이발사는 어린아이에게 전기고문을 하는 무자비한 권력과 대통령을 연결시키지 못한다. 그는 분노할줄도 모른다. 아픔을 모두 끌어안고 다만 견뎌낼 뿐이다.

'효자동 이발사'에서 우리나라 현대사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나열되기만 한다. 언뜻 권력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제대로 부딪히지도 제대로 들여다 보지도 않는다. 지나간 역사를 툭툭 건드리고 있을 뿐이다. 아이가 전기 고문을 당하는 장면마저도 마치 동화처럼 그려낸다. 아이가 입에 전구를 물면 파란 불이 들어오고 고문 기술자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쇼란 말인가.

5월 5일 개봉 예정. 상상력의 결핍과 강요된 감동, 빈약하고 무책임한 역사 인식.

열린우리당이 말을 바꾸고 있다. 대책없이 중언부언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랑스럽게 내걸었던 총선 공약까지 마구 뒤집고 있다. 총선을 치른 뒤 보름도 안된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열린우리당은 26일 국회에서 건설교통부와 당정 협의를 열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각종 정책 현안을 논의했다. 열린우리당은 일찌감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여러차례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강력히 반발해왔고 이날 당정 협의에서는 한판 맞대결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주택공급제도검토위원회의 검토 공청회를 거쳐 상반기 중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결정은 7월부터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당초의 단호한 입장에서 크게 물러난 것이다. 공개 여부를 놓고 다시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다.

열린우리당은 총선 직후 승리의 도취감에 들떠있던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주택가격안정과 서민 중산층의 주거복지를 위해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며 "주택공사나 지방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 등 공공아파트의 택지 및 건축원가와 토지공사가 공급하는 택지 원가를 7월부터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가 10일만에 말을 뒤집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정책위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할 경우 민간부분 등의 공급위축이 우려된다"며 "특히 주공의 경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사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기적인 투기 근절방법은 공급을 늘려 투기의 유혹을 없애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교부의 논리 그대로다.

정 의장은 대신 "공공택지의 공급가격 공개는 7월중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나 이는 건교부가 3월말부터 공개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또한 필요이상으로 질질 끌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 인상에 제동을 걸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월 공개한 상암지구 7단지 40평 아파트의 경우 분양원가는 평당 736만원으로 분양가 1210만원의 60.8%에 지나지 않았다. 경실련 등은 도개공과 주공 뿐만 아니라 공공택지 내 민간아파트의 원가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최근 분양이 끝난 용인 죽전과 동백 지구 아파트의 경우 분양 원가는 400만~500만원 수준인데 실제 분양가는 700만원을 웃돌았다. 최근 분양이 진행중인 화성 동탄과 고양 풍동 지구의 경우도 분양가가 턱없이 치솟아 있는 상황이다. 분양원가만 공개돼도 상당부분 분양가의 거품을 뺄 수 있다는게 경실련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의 김성달 간사는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급도 공급이지만 시장의 왜곡된 가격 결정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동산 가격의 이상 폭등 현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김 간사는 "열린우리당의 개혁정책이 실무관료들의 의견에 밀려 후퇴하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에서는 오히려 열린우리당보다 한나라당이 더 개혁적"이라고 평가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도 모두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노동당은 한발 더 나아가 분양가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가 늦춰질 경우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집권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개원 이전부터 무리수를 두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던 정책이 건설업계와 경제안정을 이유로 뒷전으로 물러앉게 될 판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백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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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윤이 쓴 '해동역사'에는 "녹차가 수입되기 전부터 우리 민족은 백산차를 널리 마셨다"고 적혀있다.

기록에는 남아있지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전설의 차를 남봉우씨는 20년 동안 찾아다녔다고 한다. 백산차의 역사는 단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산차의 백산은 백두산의 옛말인 장백산에서 나온 말이다. 백산차는 백두산에서 나는 석남과나 철쭉과의 나뭇잎을 따서 만든 차다.

남봉우씨는 수없이 고전문헌을 뒤진 끝에 2000년 6월 직접 백두산에 올라 백산차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봉우씨는 처음 맛본 백산차의 맛을 "백두산 천지의 물맛이었다"고 설명한다. 수백년 동안 묻혀있던 우리 고유의 맛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백산차는 솔잎과 박하 냄새가 짙게 난다. 기관지염과 감기, 피부병, 생리불순, 위궤양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물망이 있는 찻잔에 끓인 물을 붓고 짧게 우려낸다. 첫잔은 너무 진하니까 그냥 버려도 좋지만 감기에 걸렸거나 코가 막혔다면 그냥 마셔도 좋다. 찻잎은 조금만 넣어도 된다. 한번 마시고 나서도 뜨거운 물을 부어서 열번 정도 더 마실 수 있다.

마시고 난 찻잎은 말려서 모아 두었다가 목욕이나 세수할 때 우려내서 써도 좋다. 여드름에 특효가 있고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값은 50그램에 4만원으로 꽤나 비싸다. 목이 꽤나 아팠는데 덕분에 한결 가벼워졌다.

자료 참고 : 남봉우의 차 이야기. http://www.teastory.co.kr

정은임은 발음부터 특별했다. 'ㅅ' 발음을 할 때면 'ㅊ' 비슷한 'ㅊ' 보다는 좀 가벼운 파찰음이 났다. '정은임의 영화음악'은 더욱 특별했다. '정은임의 영화음악'은 전혀 다른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지난해 10월, 청취율이 낮다고 폐지됐던 이 프로그램이 8년 6개월만에 부활됐을 때 잊혀진 영화와 지나간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정은임의 영화음악'은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6개월만에 이 프로그램이 다시 폐지된다고 한다. '정·영·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8년 6개월 동안 이 프로그램을 기다려왔다. 그 사람들에게도 이번 개편은 어이가 참 없을 것 같다.

엠비시 홈페이지에 실린 개편안의 내용은 이렇다.

접촉도 낮은 프로그램 통폐합, 와이드화
-『정은임의 영화음악』+『송기철의 월드뮤직』→ 『박소현의 All That Music』

아래는 월간 '말' 4월호 기사 가운데. 이오성 기자.

과거의 정영음이 그랬듯 방송과 사회의 모순이 첨예할수록 그의 목소리도 함께 떨리곤 한다. 복귀한 뒤 두 번째 방송을 하던 날의 오프닝 멘트를 듣고 기자는 가슴이 떨렸다.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구요.
새벽 세 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백여 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올 가을에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고공 크레인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주익씨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는 스스로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겨우 매달린 기분으로' 청취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최신유행의 피곤한 수다로 점철되는 FM 방송에서는 물론, 여느 개혁적이라는 매체에서도 이처럼 애틋한 멘트는 듣기 힘들다. 단순히 싸구려 감수성으로 포장할 수 있는 깊이가 아닌 탓이다. 적지 않은 양의 방송 멘트를 써내려가는 일도 때때로 그의 몫이다. 그런 만큼 그에 따른 부담도 함께 돌아온다.

"오늘은 이 이야기 안 하면 목구멍에 가시가 돋힐 것 같다는 날은 꼭 직접 써요. 영화도 시선이 다르면 달리 보이듯이 어차피 방송을 진행하는 제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굉장히 비난 많이 받았어요. 나더러 노동자에 대해 뭘 아느냐. 육체노동자로서의 노동자계급에 대해 뭘 아느냐고 이야기하더군요. 거기에 방송이나 언론의 허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 세상은 마이크나 펜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계급적 기반에 따라 모든 것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거야말로 정말 무시무시한 SF 영화 같은 세상 아닌가요. 모든 것이 나의 물적 좌표에 따라 바둑판처럼 이미 짜여진 세상. 너는 중산층이고, 한 달에 얼마 버니까 얼마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하라는 거죠. 그들을 동정하거나, 연민하는 게 아니라 주위에 손배가압류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 보면 괴롭고, 고민되고 그런 걸 이야기하고 다른 세상을 꿈 꿀 수 있는 거잖아요.

난 비록 잘 먹고 잘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한번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할 수 없나요? 왜 '8학군 기자들' 이야기가 나오겠어요. 방송국에도 정말 8학군 출신 기자들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점점 뉴스에서도 시선이 한쪽으로만 흐르게 돼요. 노동자, 농민 이야기는 그들의 생리나 환경과 맞지 않아서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눈도 돌리지 않고. 말은 심각하지만, 그게 일상으로 돌아가면 전혀 심각한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 옆에서 투명인간화되어 버리는 청소하시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뿐인데."

(영화 평론가 정성일씨 홈페이지에 가면 '정은임의 영화음악' 가운데 정성일씨 출연 부분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my.dreamwiz.com/dorati1/film-index.htm)

쌀 시장 개방 문제와 관련,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현재 국내 소비량의 4% 수준까지 늘어난 의무 수입물량을 6∼8%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올해 20만5천 톤 수준으로 예상되는 수입 쌀이 최대 40만 톤 이상으로 늘어나 쌀 생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22일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관세화 유예 조치를 최대한 연장하되 의무 수입물량을 일부 늘리는 조건으로 다음달부터 개별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6∼8%로 늘리는 조건도 현재로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관세화와 시장 개방을 받아들여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쌀 시장 개방 재협상에 참가 의사를 밝힌 나라는 미국과 중국, 호주 등 8개국, 여기에 파키스탄이 통보 권고 시한을 넘긴 22일 추가로 참가 의사를 밝혀왔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9월말까지 이들 국가와 개별 협상을 마쳐야 한다.

이번 협상은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체결한 쌀 관세화 유예 기간 10년이 올해로 만료되면서 유예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것.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시장을 전면 개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예 기간을 연장하려면 일정 부분 양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의무 수입물량을 추가로 늘리는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체결 당시 정부는 1986∼1988년 평균 소비량을 기준으로 단계별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리기로 협상했다. 의무수입물량은 1995년 5만 톤에서 올해는 20만5천 톤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 나라 쌀 생산량 445만 톤의 4.6% 수준이다.

의무 수입물량을 여기서 더 늘릴 경우 당장 쌀 생산 농가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관세화를 받아들일 경우 당장 타격은 받지 않겠지만 관세율을 해마다 인하하면서 장기적으로 시장을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태국산 쌀은 톤당 평균 225달러, 중국산은 391∼469 달러, 미국산은 515∼539 달러 수준으로 국산 쌀의 3분의 1 수준 이하다. 관세화가 받아들여지면 결국 국내 쌀 생산 농가의 전면 폐업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나라는 얻을 건 없으면서 잃을 건 많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쌀 수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나라들까지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유리한 무역 조건을 끌어내겠다는 속셈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일정 부분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할 전망이다.

전농 이영수 정책부장은 "정부와 여당이 필요 이상으로 저자세로 나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6.9%, 쌀을 제외하면 5%도 안됩니다. 쌀 시장 개방은 400만 농민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주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협상은 관세유예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협상이지 시장 개방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이 아닙니다. 양보를 전제로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식량 개방을 무역의 관점에서 보지 말고 식량 주권의 문제에서 보자는 이야기다. 전농은 이미 4% 수준까지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 추가 개방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농은 이번 협상이 400만 농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보고 결사 반대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전국 농민회 부회장) 국회의원 당선자도 "정부가 관세화 유예를 포기하면 우리 나라 농업은 초토화된다"며 "관세화 유예 지속은 물론 의무 수입물량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쌀 시장 개방 재협상은 지난 2월 한-칠레 FTA 체결에 이어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개혁 정당을 자임하고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정책으로 평가를 받게될 첫 번째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나는 노무현을 찍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최악을 막으려면 차선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고 그 현실적인 판단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른바 비판적 지지였던 셈이다. 그 때문에 나를 '노빠'라고 비난해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민주노동당을 찍었다. 더이상 노무현을 비판적으로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노무현의 한계를 알고 있고 그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탄핵 국면을 뒤집어 주도권을 잡았고 덕분에 나는 비로소 차선이 아니라 최선을 마음놓고 찍을 수 있었다.

한때 노무현 정권은 역대 그 어느 정권보다 개혁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좀더 정확히 따져보자. 노무현은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것처럼 보였을뿐 실제로 아무 것도 바꿔놓지 못했다. 그럴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노무현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아서 제대로 개혁을 추진할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댔다. 그러면서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칠레 FTA도 그랬고 이라크 파병도 그랬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마냥 방관하고 있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전혀 개혁적이지 못했고 사실 많은 부분에서 한나라당과 큰 차이도 없다.

이번 총선을 끝으로 그동안 노무현의 발목을 잡았던 수구보수 세력과 낡은 지역주의도 힘을 잃었다. 더이상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은 이제 소모적인 정쟁을 넘어 제대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노무현에게 개혁의 의지가 있느냐는데 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일까.

우리는 이제 권력을 움켜쥔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 경제 논리 앞에서 신자유주의에 저항할 명분이 이들에게는 없다. 이들은 자동차와 휴대전화 산업을 살리기 위해 농업을 희생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금융 시장을 개방하고 주주 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익을 챙겨주면서 이 모든 변화의 과정이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실업은 늘어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속 확산되는데 아무런 대안도 갖고 있지 않다. 이게 역대 그 어느 정권보다 개혁적인 정권의 실체다. 노무현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경제가 망가지는데 어떻게 더 버티란 말이냐고 반문한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개혁 의지는 딱 여기까지다.

마침내 4월1일에는 칠레 FTA가 마침내 발효됐다. 두 나라는 이제 관세 없이 자유롭게 수출과 수입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칠레에 자동차와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더 싼 가격으로 더 많이 팔 수 있게 됐고 칠레도 닭고기와 감자, 포도와 복숭아 등을 우리나라에 더 많이 팔 수 있게 됐다. 정부는 FTA 체결에 힘입어 칠레에 대한 무역수지가 연간 3억2천만달러 늘어나고 덕분에 국내총생산도 0.005% 이상 늘어날거라고 장밋빛 전망을 마냥 늘어놓는다. 감자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좀 안됐긴 했지만 그들이 좀 희생을 하고 나라가 그만큼 더 잘 살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는 논리다.

자유 무역과 세계화의 매력은 언뜻 짜릿하다. 어릴 때 침흘리며 구경만 했던 바나나를 이제 노점상에서 2천원에 한송이씩 원없이 먹을 수 있게 된 것처럼 개방하면 개방할수록 과일 가격이 낮아질지도 모른다. 내친 김에 쌀 시장까지 개방하면 가난한 서민들 가계 부담이 훨씬 줄어들지도 모른다. 중국 쌀은 1kg에 300원, 20kg 한포대에 6천원 밖에 안한다.

비판만 할게 아니라 이쯤에서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자. 당신이 노무현이라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칠레는 우리나라 수출품에 엄청난 관세를 매기고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휴대전화는 칠레에 더이상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된다. 관세 없이 수출하는 다른 나라랑 경쟁이 되지 않을게 뻔하지 않은가.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덩어리에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FTA를 거부할 명분은 거의 없다. 이게 노무현과 얼치기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다.

힘들고 돈 안되는 농사는 집어치우고 나라 전체가 반도체와 TFT-LCD, 휴대전화만으로 먹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까운 세금을 물지 않고도 마음껏 수출을 할 수 있는 신나는 환경이 됐으니 말이다. 다 쓰러져 가는 농업을 살리겠다고 잘 나가는 자동차나 휴대전화 산업을 죽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모든 언론이 입을 모아 FTA를 통과시키라고 노래를 부르고 모두가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은 결국 FTA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라도 어떻게 감히 FTA를 거절할 수 있겠는가.

칠레 FTA는 시작일뿐이다. 우선 일본과 FTA 협상이 진행중이고 중국과 함께 3자간 FTA를 맺는 협상도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도 싱가포르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인 아세안이나 유럽 연합과 FTA를 맺는 계획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FTA는 대세다.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EAFTA나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FTAA(자유무역지대)를 비롯해 세계는 이미 자유무역의 소용돌이에 빠져든지 오래다. 자본은 국경을 넘고 모든 규제와 보호를 넘는다.

칼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부르조아는 언제나 생산도구를 끊임없이 혁명하고 따라서 사회관계도 혁명한다"고 썼다. 세계화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국경을 넘는 과정이다. 자동차를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자동차를 만들고 감자를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나라가 감자를 만든다. 생산성 없는 산업과 경쟁력이 없는 나라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세계화는 그렇게 착취와 종속이 확산되는 과정이다.

1994년 미국과 북미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한 캐나다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30%에서 60%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농가의 실질 소득은 24% 줄어들었고 농가 부채는 두배 이상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이 캐나다에 투자한 자금의 96.6%는 캐나다 기업을 인수합병하는데 집중됐다. 3천개가 넘는 기업이 미국 기업에 합병됐다. 10년 동안 캐나다의 생산성은 2% 가까이 늘어났지만 임금 상승률은 0.4%에 그쳤다. 실업률은 8.6%까지 올라갔다.

FTA를 찬성하는 사람들 논리의 핵심은 언제라도 개방은 불가피하다는데 있다. 그래서 착취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뛰어들어서 다른 나라를 착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령 착취를 당하더라도 아예 소외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논리도 있다. 당신은 이런 논리에 반대할 수 있는가.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유 무역이 추구하는 자유가 결국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나라들과 그 나라 금융 자본의 자유라는데 주목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자유는 자본의, 침탈의 자유다. 개방하면 할수록 국부의 유출은 피할 수 없다. 경쟁이 심화되면 국가도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 규제 완화와 노동의 유연화, 기업은 신바람이 나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린다. 살아남으려면 기업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더 많은 노동자를 잘라야 한다. 자본은 세계를 넘나들면서 먹을게 남아있는 제3세계 국가들을 쥐어짜고 악착같이 이익을 챙긴다. 개방된 시장에서 가난한 나라들은 경쟁력을 잃고 더욱 가난해진다. 착취당하는걸 알면서도 시장을 열어주고 그나마 남아있는 자원을 송두리째 내준다. 더 부지런히 일하는데도 세계의 빈곤은 더욱 확산된다.

놀라운 사실은 저 유명한 참여연대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주도하는 소액주주 운동도 결국 신자유주의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다는데 있다. 언뜻 재벌과 맞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주주와 투자자들, 그 가운데서도 절대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을뿐이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과 주가 상승을 위해 단기적인 성과에 신경을 써야 하고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을 줘야 한다. 기업의 이익은 그 기업을 끌고온 노동자들의 몫인가. 아니면 그 기업의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들의 몫인가. 신자유주의가 내놓는 해답은 명확하다. 실업이 늘어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격히 확산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를 대변한다.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뿌리는 제법 깊다.

낯설게도 신자유주의에 맞서 우리가 기댈데는 국가 밖에 없다. 이미 국경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세계화의 배후는 미국도 칠레도 그 어느 국가도 아닌 자본이다. 국가는 오랫동안 권력과 억압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자본의 침탈에 맞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보호막이다. 그런데 그 국가가 국민을 버리고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부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자본을 선택할 것이냐. 국민을 선택할 것이냐. 여기서 전선이 갈린다. 자본과 국민을 동시에 끌어안을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는 결국 자본을 선택했다. 내가 '노빠'가 되기를 거부하고 민주노동당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안타깝게도 노무현에게는 자본의 논리를 거부할만한 철학도 용기도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할 때다. 우리 시대의 성장 이데올로기를 되짚어 보자. 우리 국민소득은 과연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늘어나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대국 10위에서 9위로, 8위로 계속 올라서야 하는가. 기업은 영업이익을 지난해 1000억원에서 올해는 2000억원으로 늘려야 하는가. 도대체 왜. 왜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또 지금보다 얼마나 더 잘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자본의 천박한 논리에 휘둘리면서 말이다. 돈에는 색깔이 없다고? 웃기지 마라. 아무런 생각 없는 당신도 공범이다.

우리가 약탈하고 착취하는 자의 입장에 설 수 있을 때, 세계화의 폐해는 도의적인 문제일뿐 경제 논리로는 100% 옳다. 그러나 우리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국민이나 노동자와 여성과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일 때 세계화는 생존의 문제다. 우리가 지금 세계화의 대세에 순응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다. 아무도 우리를 위해 싸워주지 않는다. 국가조차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우리 시대 가장 절박한 화두다.

* 창원대학교 교지 '봉림문화'에 실릴 원고입니다.

월간 말, 기획 좌담.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의 집권과 수구 보수 세력의 퇴조, 그리고 진보 세력의 원내 진출. 그렇게 17대 총선은 한국 정치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민주노동당의 핵심 두뇌인 조돈문, 정영태 교수와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인 김동춘 교수와 함께 17대 총선의 의미와 전망을 이야기했다. 원내 진출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의 위상과 역할에 논의의 초점이 맞추졌다. 정체성이 불투명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사회
이번 총선의 역사적 의의를 근현대속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1970년대를 개발과 독재, 1980년대를 반독재 투쟁과 민주주의 쟁취, 1990년대를 세계화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숙, 기존 축적 체제의 몰락으로 본다면 2000년대, 특히 17대 총선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교수)
일단 정치권의 주역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어느 선거보다도 변화가 컸다고 본다. 6월 항쟁에 뿌리를 둔 민주화 세력이 의회의 다수파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 그 옆에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 진보정당이 서게 됐다는 점이 이번 총선의 특징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반민주 냉전 세력과 그들의 특정 지역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
이번 선거를 통해 1987년 이후 지연된 민주화가 제한적으로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지역주의로 생명을 연장해 왔던 보수 양당 독재 구조가 허물어지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 결과 개혁적인 자유주의 세력이 의회의 다수파를 장악하게 됐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배제됐던 노동자와 여성이 의회에 진출한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정영태 (인하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1987년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하나씩 마련돼 왔고 이제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문제는 제도와 행동에 괴리가 있을 수 있는데 반공주의나 지역 감정, 유교적 가부장제도 있을 수 있고 사대주의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요소들이 제거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게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의 몫이었다.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완성해야 할 과제다. 노 대통령이 그런 과제를 의식했던 안했던 공격을 받았고 그게 탄핵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선거 결과가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의 승리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적어도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제도와 실천의 일치라는 측면으로 가는 거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더불어 절실하게 요구되는게 실질적 민주주의다. 사회적 시민권을 완성하는 부분인데,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이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사실 구조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 그 공간들이 민주노동당이 치고 들어가는 부분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두개의 과제가 동시에 제기됐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형식적 민주주의의 실질화를 맡았다고 본다면 다른 한축에서는 실질적인 민주화, 민주노동당이 그런 요구들을 잘 잡아냈고 성공했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가 동시에 심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코리아로터리서비스라는 회사를 아는가.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3381억원에 영업이익 233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영업 마진이 무려 69.2%에 이른다. 1천원어치를 팔면 692원이 남는, 그야말로 돈을 긁어모으는 회사다. 우리나라에 이만큼 짭짤한 사업을 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이렇게 돈을 잘버는 회사가 지난 1월 15일 일반 주식 공모를 실시해서 525억원을 더 끌어들였다. 삼성증권이 주간사로 나섰는데 그때 이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몰린 돈이 무려 2조2829억원이나 됐다. 돈이 몰리는 회사니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회사는 국민은행과 손을 잡고 로또를 파는 회사다. 코리아로터리서비스, 줄여서 KLS라고도 부른다. 당신이 2천원짜리 로또 한장을 살 때마다 이 회사는 판매금액의 9.523%, 190.46원을 가져간다. 당신이 로또 1만원짜리 한장을 다 채워서 사면 이 회사는 952.3원을 번다. 놀랍게도 여기에는 판매점에 주는 수수료나 마케팅 비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그건 따로 따로 빠져 나간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은 더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남기태 전 사장. 그는 이 회사 주식 가운데 17.9%, 189만여주를 들고 있다. 1월 공모가 4만2천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려 798억여원 규모다. 2대주주는 범양건영이라는 건설회사인데 남 전 사장은 이 회사 박희택 회장의 사위다. 범양건영의 지분은 12.4%, 550억여원 규모다.

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지금 사장은 남진우씨, 그는 콤텍시스템이라는 정보통신회사의 사장 남일우씨의 형이다. 콤텍시스템과 남진우 사장은 각각 이 회사의 3대와 4대 주주로 있다. 놀랍게도 이 회사는 콤텍시스템에서 단말기를 사준다. 지금까지 콤택시스템에서 구입한 단말기는 모두 6천여대, 앞으로 1만여대를 추가로 구입할 계획이다. 모두 800여억원규모다. 일확천금의 꿈 로또, 이 사람들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이미 그 꿈을 이룬 셈이다.

게다가 이 회사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주당 1만원씩 배당을 줬다. 남기태씨는 배당금만 189억원을 받았다. 남 사장 형제를 포함해 네 주주들이 받은 배당금은 모두 363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올해도 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또가 한장씩 팔릴 때마다 이 사람들이 올라앉은 돈 방석은 더욱 두꺼워진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돈이 넘쳐나는 회사는 확실히 씀씀이도 다르다. 지난 1월 공모 무렵 이 회사 김범수 이사 등 임직원 14명과 관계사 직원 5명 등 19명은 6만3천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주식 매입 원가는 액면가인 5천원, 역시 공모가 4만2천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주에 3만7천원씩을 번 셈이다. 이들의 시세차익은 모두 23억여원에 이른다. 놀랍지 않은가. 게다가 이들이 아직 실현하지 않은 스톡옵션이 18만주나 더 있다. 시세차익은 15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한사람 앞에 평균 7억8천만원 정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로또의 판매대금으로 조성된 공익기금의 운영과 관리도 그동안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지난 3월까지는 로또의 판매금액 가운데 50%가 당첨금으로 나가고 나머지 50% 가운데 9.523%를 코리아로터리서비스가 갖도록 돼 있었다. 국민은행이 2%를 갖고 소매점이 5.5% 정도를 갖는다. 그리고 마케팅 비용으로 따로 3%가 빠진다. 그 나머지 30%가 기금이다.

그동안은 이 기금을 건설교통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10개 기관이 정해진 비율에 따라 나눠가졌다. 이들은 모두 주택복권이나 체육복권 등 종이 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인데 지난해 12월 로또가 도입되면서 기존 복권의 판매액이 줄어들 것을 감안, 로또 판매대금으로 조성된 공익기금을 나눠가지면서 그 손실을 메우기로 한다. 로또를 이른바 연합복권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0개 기관이 함께 운영하고 함께 나눠갖자는 지극히 주먹구구식 발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10개 기관의 기금이 전혀 관리가 안됐다는데 있다. 로또는 국민은행이 대신 판매하고 이들은 판매대금이 들어오면 알아서 나눠갖고 알아서 쓰는 구조였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로또 판매가 10배 이상 늘어나고 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아무도 체계적인 기금운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지난 3월까지 69회 동안 팔린 로또는 모두 4조6882억원 규모, 조성된 기금은 이 가운데 30%인 1조4604억원에 이른다. 이 엄청난 돈이 이들 기관의 예산과 뒤죽박죽 섞여서 계획없이 사용돼 왔다는 이야기다.

조세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특정부처들의 나눠먹기식 기금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상 보다 10배 이상 기금이 늘어났는데도 정부는 전혀 손을 못대고 있다. 엄청난 기금이 은근슬쩍 사라져 버렸다.

김 연구원은 소득의 역진성 관점에서 해법에 접근한다. 로또는 간접세 성격을 띤다. 당신이 로또 1만원짜리 한장을 다 채워서 사면 3천원이 세금으로 빠져 나간다. "로또 뿐만 아니라 복권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소득 분배를 왜곡시킨다는데 있습니다. 정부가 저소득 계층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공공재원을 확보한다는 거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폭넓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기금의 사용용도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저소득 계층의 호주머니를 터는만큼 저소득 계층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온갖 예산과 뒤죽박죽 섞어서 쓸게 아니라 별도의 기금으로 조성해서 여성이나 장애인, 결식아동이나 여러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4월1일 국무총리실 산하 복권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이런 문제들에 손을 대고 있다. 복권위원회는 그동안 여기저기서 발행해온 48종의 복권을 통합 발행하고 기금의 운영과 관리를 총괄한다. 당연히 로또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으로 있다.

복권위원회가 관리할 기금은 올해 8897억원 규모, 복권위원회는 기금의 용도를 결정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우선 그동안 10개 기관이 나눠가졌던 기금은 30%로 줄어들고 나머지 70%는 저소득 지원과 국가유공자 복지, 임대주택 건설 사업 등 새로운 용도를 찾게 된다. 복권위원회 박희근 팀장에 따르면 기금의 운영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철저하게 단위사업별로 타당성과 효과성을 분석하고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이야기다. 복권위원회는 특히 예산사업으로 적절치 않거나 예산으로 지원이 어려운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기금 운용 내역도 분기마다 투명하게 공개된다. 복권위원회는 이같은 기금의 조성과 운용계획이 의결되는대로 국회에 제출해 확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로또의 가격도 오는 8월부터 2천원에서 1천원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1등 당첨금액도 평균 37억원에서 19억원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복권 판매금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58%에 이른다. 이는 0.3%인 미국이나 0.1%인 일본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렇게 복권을 팔아서 조성된 기금은 결코 눈먼 돈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꿈을 담은 소중한 돈이다. 이 돈이 그동안 누구의 배를 불려왔는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복권위원회는 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이익 배분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정통 야당'의 몰락은 참담했다. 초조한 분위기의 민주당 선거상황실은 오후 여섯시 정각 방송사 출구 조사가 발표되는 순간 아예 얼어붙었다.

방송사가 발표한 민주당의 예상 의석수는 9-11석. 당직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민노당에게도 뒤졌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말도 안된다"는 수근거림도 들렸다.

기대를 걸었던 호남지역에서 예상과 달리 득표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던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낙선 가능성이 높다는 TV 보도를 보고 참담함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피곤한 표정의 추 위원장은 팔짱을 낀 채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당직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자 6시30분께 선대위원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소감을 이야기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 위원장은 "개표하는 걸 보고 이야기하자"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직자들은 추 위원장을 에워싸고 "기분도 그러니까 비켜달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남 신안에 출마한 한화갑 의원이나 목포에 출마한 이상열 의원 등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시되자 잠깐 안도하는 분위기였으나 당내 중진인 박상천 의원과 이낙연 의원 등이 예상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이내 침울해지는 등 방송사의 예측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예상대로 민주당의 의석수가 10석 안팎에 머물 경우 민주당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민주노동당에 이어 제 4당으로 추락하는 등 당의 존립마저 불투명한 상황이 된다. 민주당 선거상황실은 당직자와 기자들마저 빠져나가 썰렁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선대위원장 회의를 갖고 잠시 후 대변인을 통해 공식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4월15일 8시30분 현재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9순위로 당선이 유력한 이주희 후보를 만났다. 이 후보는 서울대학교 지구과학 교육과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중이다. 올해 스물다섯살. 2001년에는 매향리 농성단 단장을 맡기도 했다.

- 당선되면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이 되는 것인데 지금 소감이 어떤가.
"잘 될 거라고 다짐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될줄은 정말 몰랐다.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에 함께 하게 된다면 가슴이 벅차겠다.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서민을 대변하는 진짜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학생 운동 때부터 가져왔던 꿈을 버리지 않겠다."

- 최초의 대학생 국회의원이 될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앞으로 젊은 세대가 해야할 역할이 더 많아질 거라고 본다. 당 내에서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에서는 더 많은 대학생 국회의원들이 나올 거라고 본다.

- 나이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유세활동을 나가보니 편견이 많은 것 같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내가 해야할 일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당선된다면) 의정활동 계획을 말해달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라크 파병 철수다. 유세하면서 만난 대학생들 대부분이 파병에 반대했다. 생각같아서는 이라크에 가고 싶다. 또 대학생 비례대표의 역할에 걸맞게 앞으로 사학재단 문제나 대학 등록금 문제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청년 실업 문제, 작게는 아르바이트의 최소 임금문제까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다. 교육관련 현안에 대해서도 전교조와 중앙당 정책팀과 협력해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 학생운동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 지역구는 대학이다. 짧다면 짧지만 나는 한시도 빼지 않고 학생운동과 반미운동에 전념해 왔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도 변한 건 없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꿈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믿음을 얻었다. 진보정당은 10년안에 집권할 수 있다고 본다. 모든걸 다 바쳐서 그 꿈을 이루겠다. 희망을 갖자."

- 휴학중인데 복학할 계획은 없나.
"3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1년 반 남았다. 아직 복학할 계획은 없다."

- 4년 뒤에 지역구에 출마할 계획은 없나.
"현재로서는 없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하루 한가치 이상 담배를 피우는 성인 남성이라면 당신이 폐암에 걸려 죽을 확률은 최소 0.28%다. 성인 남성 흡연자 1천명 가운데 3명 정도가 폐암으로 죽는다는 이야기다. 담배를 더 많이 더 오래 피울수록 이 비율은 높아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폐암으로 죽은 사람은 모두 1만2587명, 이들 가운데 90%는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 됐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더라면 죽지 않았을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다. 폐암 뿐만 아니라 남성 암 사망자 가운데 30%, 여성 암 사망자 가운데 5%가 담배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밖에도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으로 담배가 원인이 돼 죽는 사람이 한해 3만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해마다 늘어 2020년이 되면 5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20년 동안 무려 87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담배 때문에 죽을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열집 건너 한집 꼴이다. 놀랍지 않은가.

당신이 하루 두갑씩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다면 당신이 폐암에 걸릴 확률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70배나 높다. 당신 같은 사람 10명 가운데 한명 꼴로 폐암에 걸린다고 보면 된다. 최근 흡연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데도 폐암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지난 수십년 동안의 우리 사회 흡연 문화를 반영한 탓이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서 20년이 지나면 폐암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끊고 난 다음에도 담배의 독성은 15년 이상 체내에 남는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폐암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통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20대 남성의 흡연율은 66.2%에 이른다. 30대와 40대는 각각 61.4%와 55.7%로 20대의 흡연율이 가장 높다. 30대와 40대의 흡연율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20대의 흡연율은 여전히 높다.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더 문제다. 25세 이후 흡연을 시작할 경우 폐암으로 죽을 확률이 비흡연자의 2.5배지만 15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면 무려 18.7배로 늘어난다. 지난해 기준으로 남자 고등학생의 흡연율은 22.1%, 남자 중학생은 2.8%에 이른다.

사회구조를 살펴보면 흡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이제 본격적인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8.4%에서 2020년이면 15%로 두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노동력 부족은 물론이고 노인 인구를 부양하는 1인당 부담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사회보장 제도는 이런 급격한 변화를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젊은 세대는 수없이 담배로 죽어나간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데 젊은 세대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병들어 간다. 이 모든 일들이 지난 10년과 앞으로 20년 사이에 벌어질 일이다. 우리나라의 담배의 폐해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정수 박사에 따르면 흡연은 빈곤과도 무관치 않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못배우고 못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세 이상 성인 79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대졸 이상 남성의 흡연율은 58.2%인 반면 초등학교 졸업 남성의 흡연율은 61.2%로 3%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흡연량도 전문대졸 흡연자가 하루 평균 16.1개피를 피우는 반면 초등학교 졸업 흡연자는 17.2개피로 1.1개피를 더 피웠다. 직업별로도 사무직 흡연자가 16.5개피를 피우는 반면 농어업과 단순노무직 흡연자는 각각 18.4개피와 17.5개피로 흡연량이 더 많았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암 환자는 평균 462만원을 치료비로 쓰는데 이 가운데 80%가 3년 이내에 죽는다. 폐암 환자의 생존율은 15%도 안된다. 흡연은 계급의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담배를 피우고 더 많이 병에 걸리고 더 빨리 죽는다. 금연율과 금연 시도율도 저소득과 저학력 계층에서 훨씬 낮다. 담배를 권하는 사회에서는 빈곤이 흡연을 만들고 흡연은 빈곤을 더욱 심화시킨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올해 5월31일 ‘세계 금연의 날’ 주제를 ‘담배와 빈곤’으로 정했다. 선진국에서 담배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담배가 유행이다. WHO에 따르면 한해 7조7천억개피의 담배 가운데 60%가 개발도상국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이들은 식품이나 다른 필수품을 살 돈으로 담배를 산다. 중국에서는 무교육자가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보다 6.9배나 담배를 더 피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담배 구입비로 지출되는 돈의 3분의 2만 식품 구입비에 쓰여도 1천만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불가리아의 성인 흡연자는 가계 총 수입의 10.4%를 담배 구입에 쓴다.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을 망쳐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건강을 잃는다는 건 노동력을 잃는다는 걸 의미한다. 폐암에 걸리는 순간 이들의 가족은 곧 생계조차 곤란한 처지로 전락한다. 담배는 저소득 계층의 빈곤을 더욱 심화시키고 고착시킨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무도 이들에게 담배의 해악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알려주더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금연운동은 사치가 아니라 절실한 생존의 문제다. 담배를 끊지 않으면 결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나라 금연운동의 역사는 짧다. 미국이 일찌감치 1964년 담배의 해악을 인정하고 담배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비행기나 기차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병원 복도에서 의사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35년동안 4500만명이 금연에 성공하면서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65%에서 23%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꾸준히 늘어났고 미국에서 건너온 수입 담배도 그런 흡연율에 한몫을 했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둔화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7~8년 사이의 일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60%에 육박한다. 세계 최고, 방글라데시나 터키와 비슷한 수준이다.

1994에 발효된 공중위생법과 1995년에 발효된 국민건강증진법은 공중 교통시설이나 공공장소 등에서의 흡연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19세 이하 청소년에게 담배 판매가 금지된 것은 1998년 청소년 보호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물론 이 법은 아직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담배 갑 겉면에 “지나친 흡연은 건강을 위해 삼가자”는 경고 문구가 들어간 것은 1976년부터다. 이 문구는 1989년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제안에 따라 “담배는 폐암 등의 원인이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다”는 좀더 직설적인 문구로 바뀐다. 그러나 이 정도 경고 문구는 눈에 잘 띄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경고의 강도도 외국에 비해 크게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TV 드라마에서 흡연장면을 내보내지 않기로 한 것은 2002년부터다. 이 약속도 종종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WHO 192개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담배규제 기본협약은 담배 광고는 물론이고 담배회사의 후원 및 제품 판촉을 앞으로 5년 내로 금지하거나 철저히 규제할 것, 아울러 담배 갑에 경고문을 표기하고 담배 세금을 인상하고 밀수를 근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40개국 이상이 이 협약을 의회에서 비준하면 이 협약은 국제법의 효력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담배회사의 잡지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담배값 인상 논란은 아직 진행중이다.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배값을 최소 1천원 이상 올라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정경제부 등은 물가인상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흡연할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미국의 담배가격은 평균 4400원, 일본은 2544원, 영국은 6888원인데 우리나라는 1764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연구원은 담배값이 1천원 오르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60.5%에서 51.4%로, 남자 고등학생의 흡연율은 23.6%에서 14.3%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어른보다 청소년 흡연율 저하에 더 실효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담배값 인상이 흡연율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다.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안긴다는 반발이나 흡연권을 앞세운 일부의 주장과 관련해 최진숙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국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담배를 독극물로 보면 해답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흡연은 흡연자 자신에게는 자살행위고 주변 사람에게는 타살행위가 됩니다. 흡연할 권리라는 건 인정될 수 없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담배값을 인상하면 늘어날 4조원의 건강증진 부담금으로 암의 조기 검진과 치료, 금연 프로그램 운영, 암 병원 설치 등의 재원으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는 한발 더 나아가 금연초나 금연침, 니코틴 패치 등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하고 보건소 등을 통해 본격적인 무료 금연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핵처럼 금연과 폐암 치료를 국가가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 박사는 군대에서의 흡연도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5분의 1 가격으로 판매되는 면세 담배를 없애야 합니다. 군대는 비흡연자를 흡연자로 불규칙 흡연자를 규칙 흡연자로 만듭니다. 군대가 젊은이들의 건강을 망치고 있습니다.”

김철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이제 전교조나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도 금연운동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의 불평등은 결국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병에 걸릴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의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그들은 더 쉽게 병에 걸리고 병에 걸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 흡연은 계급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고 질병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좀더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연운동은 흡연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해왔다. “몸에도 안좋은 걸 뭐하러 피우느냐”, “의지가 약하니까 못끊는다”고 비난하는 식이다. 그에 맞서 “차라리 짧고 굵게 살겠다”는 자학과 냉소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흡연율과 폐암 사망률은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0년까지 87만명이 담배 때문에 죽는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방치해 왔다.

흡연은 문화다. 우리 노동 현장에서는 휴식 시간에 다같이 담배를 찾아무는 게 일상화돼 있다. 학교에서는 담배 피우는 아이들을 나무라기 보다 못본척 눈감아주고 이해하고 다독거리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으로 인정받는다. 우리는 흡연에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무관심하다. 이제 좌파적인 상상력이 필요할 때다. 담배는 민중의 적이다. 금연운동은 건강이나 웰빙 이전에 민중의 생존의 문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작업장에서 담배를 몰아내야 한다. 잘못된 문화라면 바꿔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담배의 생산과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좀더 본질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진보진영이 나서야 한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신혼의 질투 많은 남편은 다른 남자들이 아내에게 말만 걸어도 화를 낸다. 남편은 화물선의 선장이다. 배는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강과 바다를 가로질러 끝없는 항해를 계속하고 아내는 언뜻 도시의 떠들썩함이 그리워진다. 결국 배가 항구에 멈춘 사이, 호기심 많은 아내는 남편 몰래 배에서 내리고 아내가 떠났다고 생각한 남편은 화를 내고 서둘러 배를 출발시킨다.

물론 남편은 얼마 못가서 금방 후회한다. 몇시간 뒤 텅빈 항구에 돌아온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남편은 배를 돌리지 않는다. 뭍에 남겨진 아내는 남편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난다. 남편은 넋이 나간 표정이다. "물 속에서 눈을 뜨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보인대요." 남편은 아내의 말을 기억하고 물로 뛰어든다. 양동이에도 머리를 처박는다. 언뜻 아내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다. 보다 못한 선원들이 결국 아내를 찾아 나선다.

흑백으로 보는 바다와 안개는 꿈을 꾸듯 아득하다. 줄거리는 간단하면서도 매우 선명하고 경쾌하다. '라탈랑트'는 대표적인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 가운데 하나다. 장 비고는 장 콕토, 장 엡스텡과 함께 프랑스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꼽힌다. 아방가르드(avant-garde) 또는 전위 예술은 1차 세계대전 무렵 자연주의와 고전주의의 전통에 맞서 나타난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등의 예술사조를 말한다.

시적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영화는 장 비고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단편 영화를 포함해 평생 네편의 영화를 찍었고 29살에 죽었다.

어떤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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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병에 잘 걸린다. 못배운 사람이 더 빨리 죽는다.

김철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의대를 졸업할 때만 해도 그는 내과 전문의가 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의사가 되고 나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그들의 고통을 조금 줄이거나 죽음을 조금 지연시키는데 그칠 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질병의 치료는 사후적이고 결국 한계가 있다. 죽어가는 사람을 치료하는 일 못지 않게 병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환경을 바꾸는 일이 더 절박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우리는 병에 걸릴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의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그들은 더 쉽게 병에 걸리고 병에 걸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릴수록 의사는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는 이런 이상한 모순을 견뎌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병원을 떠나 공공보건과 예방의학 사업에 뛰어든다. 그는 환자를 만나는 대신 수많은 보고서를 만들고 의사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다. 질병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면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나 건강의 불평등은 결국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과 무관하지 않다. 그도 그런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난치 또는 불치의 고질적인 질병과 그는 맞서고 있는 셈이다.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민주노동당과 찬성하는 열린우리당의 연대는 과연 가능할까.

울산남갑 선거구에서 추진됐던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후보 단일화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했던 윤인섭 민주노동당 후보가 돌연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제안을 철회한 것.

윤 후보는 지난 8일 울산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TV토론에서 "부패 청산을 위해 진보와 개혁 세력이 손을 잡아야 한다"며 정병문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고 정 후보가 이를 적극 받아들이면서 단일화 방안 등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듯 했다.

MBC 등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의 정 후보가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의 최병국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앞서고 있는 가운데 탄핵 열풍이 수그러들면서 둘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윤 후보가 열린우리당과 연대할 경우 전세를 뒤바꿔놓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25∼30% 수준, 민주노동당 윤 후보의 지지율은 9% 수준이다.

윤 후보는 "정 후보가 이라크 파병 등에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면 한나라당의 당선을 막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다급한 정 후보는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윤 후보의 이 같은 돌출행동은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한나라당 최 후보측은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난했고 민주노동당과 윤 후보의 홈페이지에는 "보수여당과 연대하려거든 후보직을 사퇴하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급기야 단병호 비례대표까지 나서서 "정강 정책이 다른 열린우리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당의 정체성에 문제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결국 윤 후보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후보 단일화 제안을 공식 철회했다. 윤 후보는 "후보 단일화는 실패했지만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지난달 말 열린우리당 김두관 경남도지부장이 반 한나라 전선 구축 차원에서 제안한 연대 제의를 거절한 바 있다. 당시 김두관 지부장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출마하는 창원을에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 테니 민주노동당도 거제에서 후보를 내지 말아달라고 제안했으나 민주노동당의 단호한 거절로 무산됐다.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과의 연대에 대해 "불가능하고 관심도 없다"는 입장이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정치적 입장이 판이하게 다른 열린우리당과 같은 길을 걸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진보와 개혁 연대'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울산남갑의 후보 단일화 논의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주노동당 중앙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윤 후보가 벌인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결국 구독료를 현실화해 달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도대체 구독료 올리는데 꼭 법까지 만들어야 합니까? 논리가 너무 빈약해요. 이래 가지고 어떻게 법안을 통과시키겠습니까?"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영화인들이 집단으로 민노당 지지 선언을 하고 공식 지원활동에 들어갔다.

박찬욱·봉준호 감독과 영화배우 오지혜씨 등 영화인 226명은 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는 노동자와 농민, 서민의 이해를 대변할 정당이 필요하다"며 "시종일관 개혁적이고 철저히 민주적인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영화인 선언'에는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와 김광수 청년필름 대표를 비롯해 황철민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등 영화인 30여명이 참석했다. 지지 선언에는 영화감독과 배우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와 촬영감독, 동시녹음 기사, 영화평론가 등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대거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배우 가운데서는 문소리, 오지혜, 정찬, 오윤홍씨 등이, 영화감독 가운데서는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변영주, 이미연 감독이, 영화평론가로는 정성일, 김소영, 이명인, 남인영씨 등이 참여했고 프로듀서로는 강봉래, 김광수, 류진옥, 오기민, 현경림씨 등이, 촬영감독으로는 김영철, 김우형, 조용규씨 등이 참여했다. 이밖에 권은선 서울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와 홍효숙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최영재 스크린 문화연대 사무차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선언은 과거 스크린 쿼터 투쟁 이후 최대의 영화인들의 집단 정치행동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이 땅의 민중이 수구세력과 지난한 싸움에서 얻어낸 민주주의의 성과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열린우리당에 돌아가고 있다"며 "들끓는 국내외 여론을 외면하고 앞장서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더이상 기대할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적인 통일을 지향하고 보다 공정한 부의 분배를 이룰 수 있는 정당을 지지한다"며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할 정당이 민주노동당뿐임을 분명하게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을 기획한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앞으로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지원활동을 위해 창원과 거제, 울산 등의 유세장을 찾아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선거 유세를 돕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심상정, 단병호 민노당 비례대표 후보와 노회찬 민노당 선대본부장 등 민노당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노회찬 본부장은 "꿈을 만드는 것이 영화라면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진보정당이고 민주노동당"이라고 말했고 심상정 후보는 "그동안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는 사치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제 진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하나로 뭉치게 됐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이날 박찬욱 감독 등에게 명예 홍보대사 임명장을 수여했다.

한편 당초 참석이 예정됐던 영화배우 문소리, 정찬씨와 변영주 감독 등은 일정 관계상 불참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언론사 취재진 50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아래는 지지선언에 참여한 영화인 명단.

강미자 편집기사, 강봉래 프로듀서, 강석필 서울영상위원회 로케이션지원팀장, 강혜정 <발레교습소> 제작실장, 고영범 감독, 고영재 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실장,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권경원 <새천년 건강체조> 감독, 권은선 서울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김곡 <자본당선언> 감독, 김광수 프로듀서, 김권 독립영화 감독, 김균희 명필름 해외배급팀장, 김난숙 동숭아트센터 영상사업팀장, 김노경 전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 김대승 <번지점프를하다> 감독, 김도혜 부천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동원 <송환> 감독, 김동원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 감독, 김선 <자본당선언> 감독, 김선민 편집기사, 김성은 마술피리 기획개발팀, 김성호 <거울속으로> 감독, 김소영 영화평론가, 김수현 <귀여워> 감독, 김영덕 부천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철 촬영감독, 김용균 <와니와 준하>감독, 김우형 촬영감독, 김정영 프로듀서, 김진아 블루스톰 기획실장, 김태완 <사과> 제작부장, 김태용 <여고괴담두번째이야기> 감독, 김현정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정책홍보팀장, 김현철 <무림고수>제작실장, 김혜숙 프로듀서, 김화범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팀장, 남선호 <영화감독이 되는 법> 감독, 남수영 스틸기사, 남인영 영화평론가, 남태우 대구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남태제 독립영화 감독, 류승완 <아라한장풍대작전> 감독, 류진옥 프로듀서, 모성진 서울영상위원회 로케이션지원팀, 문건영 영화저작권 전문 변호사, 문소리 영화배우, 민규동 <여고괴담두번째이야기> 감독, 민병훈 <벌이 날다> 감독, 박기용 <낙타(들)> 감독, 박성호 프로듀서, 박정식 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실, 박종환 조명감독, 박준용 씨네와이즈 기획실, 박준표 부천국제영화제 스탭, 박지예 동숭아트센터 영상사업팀, 박찬욱 <올드보이> 감독, 박혜경 영화사 봄 마케팅 팀장, 박흥식 <인어공주> 감독, 변영주 <발레교습소> 감독, 봉준호 <살인의추억> 감독, 서동진 서울퀴어아카이브 대표, 손소영 부천국제영화제 프로그램팀, 송일곤 <거미숲> 감독, 신다영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제작실장, 신창길 프로듀서, 신혜은 프로듀서, 심재현 <연인> 감독, 심현우 청년필름 기획실장, 심희장 씨티극장 기획실장, 안수현 프로듀서, 양동명 명필름 배급실장, 양정화 여성영화인모임 사무차장, 염정석 <광대버섯> 감독, 오기민 프로듀서, 오승욱 <킬리만자로> 감독, 오승환 부천국제영화제 스탭, 오윤홍 영화배우, 오은실 프로듀서, 오주은 인디스토리 마켓팅 팀장, 오지혜 영화배우, 우연주 영화인회의 사무국, 우정태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유종미 독립영화 감독, 윤미희 시나리오 작가, 윤성호 <제국> 감독, 윤영진 부천국제영화제 스탭, 이마리오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장, 이명인 영화평론가, 이무영 <휴머니스트> 감독, 이미연 <버스 정류장> 감독, 이성강 <마리이야기> 감독, 이송희일 <굳 로맨스> 감독, 이수인 <고독이몸부림칠때> 감독, 이수정 프로듀서, 이용기 세방현상소 현상부장, 이우정 프로듀서, 이원식 블루스톰 연출스탭, 이윤정 TTU 기획실장, 이은실 <아이스케키>프로듀서, 이정례 마케팅, 이정아 마술피리 기획개발팀장, 이종필 미술감독, 이종필 미술감독, 이종호 명필름 제작실장, 이주훈 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 이진숙 프로듀서, 이진우 독립영화 감독, 이해광 부천국제영화제 스탭, 이혁래 감독, 임상수 <바람난 가족> 감독, 장문일 <행복한 장의사> 감독, 전승일 애니메이션 감독, 정병각 <세븐틴> 감독, 정상민 <그때 그사람> 조감독, 정서경 시나리오 작가, 정성일 영화평론가, 정윤철 <초원의 집>감독, 정지연 영화평론가, 정찬 영화배우, 조광희 변호사, 조근식 <품행제로> 감독, 조민호 <정글쥬스> 감독, 조성봉 <레드헌트> 감독, 조성우 음악 감독, 조성제 독립영화 감독,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규 촬영감독, 조지은 부천국제영화제 스탭, 조진아 영화사 봄 제작실장, 주유신 영화평론가, 최두영 촬영감독, 최영재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차장, 최영택 촬영감독, 최용락 음악감독, 최진성 독립영화 감독, 최진호 감독, 한철희 동시녹음 기사, 함성원 편집기사, 허경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 현경림 프로듀서, 홍기선 <선택> 감독, 홍효숙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황윤 다큐멘터리 감독, 황철민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팥쥐는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다. 2억원짜리 아파트를 단돈 6천만원에 마련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나머지 1억4천만원은 20년 동안 달마다 나눠서 갚으면 된다. 지난 3월15일부터 도입된 모기지론이 그 해답이다.

모기지(Mortgage)는 '저당', 론(loan)은 대출이라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집을 저당 잡히는 조건으로 집을 살 돈을 빌리는 셈이다. 집값의 70%까지 10년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처음 도입되지만 전세 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모기지론이 보편화돼 있다. 돈을 모아서 집을 산다기 보다는 일단 들어가 살면서 월세 개념으로 모기지론을 천천히 갚아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제 발상을 바꾸자. 집살 돈을 모으느라 평생을 쏟아붓지 말고 지금 집을 사서 들어가라. 달마다 갚아나갈 자신만 있다면 지금부터 얼마든지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 내집 마련은 결코 남들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돈인데 어느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궁색하게 살지 말고 폼나게 살자는 이야기다.

모기지론의 이자는 1년에 7% 수준인데 달마다 나눠서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한다. 1억4천만원을 20년동안 나눠서 갚으려면 달마다 100만원씩을 내면 된다. 절대 적은 돈은 아니지만 평생 벌어도 살까 말까 까마득했던 아파트를 지금 당장 살 수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더도 말고 딱 집값의 30%만 있으면 된다.

그동안 은행 대출이 길어봐야 3년 만기고 그때마다 대출을 갱신하거나 원금을 모두 갚아야 하는 것과 달리 모기지론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나눠서 갚는 초장기 대출이다. 대출 금액도 파격적이다. 2억원 한도에서 집값의 7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금리는 은행마다 다르지만 7% 수준의 확정금리고 대출기간이 15년 이상이면 이자납부액에 대해 최고 1천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 혜택을 감안하면 이자는 6%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신청 자격도 까다롭지 않다. 모기지론은 20세 이상이고 집이 없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집을 저당 잡히는 거라 신용불량만 아니라면 집 주인에게 어느정도 연체 기록이 있어도 괜찮다. 다만 달마다 갚는 원금과 이자가 월 소득의 3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원리금이 100만원이라면 소득이 30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연대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부부의 소득을 합쳐서 계산할 수도 있다.

또 이미 대출 받은 대출을 모기지론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3년 뒤에 갚아야 할 대출금을 20년 동안 나눠갚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에는 전환만 가능하고 대출 금액을 늘릴 수는 없다. 모기지론으로 구입한 집을 전세로 다시 내줄 수도 있지만 대출 금액이 그만큼 줄어든다. 2억원짜리 집을 1억원에 전세로 내주려면 집값의 70%인 1억4천만원에서 1억원을 뺀 나머지 4천만원만 대출 받을 수 있다.

물론 여유만 되면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5년 안에 대출금을 갚게 되면 1~2%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모기지론을 받게 되면 무조건 5년 이상은 들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혹시라도 시중 금리가 떨어지고 더 낮은 금리의 모기지론이 나오면 갈아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역시 5년 미만이면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또 하나 문제는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로는 모기지론을 받을 수 없다는데 있다. 모기지론은 집을 저당잡히는 조건으로 받는 대출이라 아직 지어지지 않은 집을 저당잡힐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금과 중도금은 따로 해결해야 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중도금 대출과 모기지론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파트에 입주하고 소유권을 확보한 다음에야 모기지론을 받을 수 있다.

6억원이 넘는 집은 대상이 안되고 특히 전용면적 25.7평이하의 국민주택 규모 집이 우선 대상이다. 모기지론을 붓고 있던 집을 중간에 남에게 팔게 되면 집을 사는 사람이 다시 대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연체. 일정 기간 이상 연체가 계속되면 주택금융공사에서 집을 경매에 붙여 대출금을 회수한다. 모기지론이라는 애매모호하면서도 그럴듯한 이름이 붙여졌지만 결국 모기지론은 저당 대출이다. 제때제때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언제라도 소유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는게 좋다.

모기지론의 한계는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데 있다. 요즘 부동산 시세로 보면 3억원 정도는 줘야 서울 강북에서 20평 후반대, 강남에서 10평 후반대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모기지론으로 최고 2억1천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가운데 한달에 130만원씩 꼬박꼬박 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억1천만원은 모기지론으로 떼운다고 해도 나머지 9천만원은 또 어떻게 마련한단 말인가.

모기지론의 혜택은 아직까지 서민의 몫은 아니다. 집값의 70%까지 대출해 준다고 하지만 이는 최대 한도일뿐 실제로는 40~50% 수준에 그친다고 보는게 옳다. 5천만원만 있으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팥쥐의 꿈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은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다. 다만 언젠가는 결국 집을 사겠다는 목표가 서 있다면 모기지론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모기지론의 개요.

- 신청자격 : 만 20세 이상의 무주택자 또는 1주택 소유자
- 자금용도 : 주택구입, 소요자금보전, 기존대출의 장기전환
- 대출한도 : 2억원 이내
- 대출비율 : 집값의 70% 까지
- 상환능력 : 매월 대출상환액이 소득의 1/3 이내
- 대상주택 : 고가주택(6억원 초과)은 제외되며,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25.7평이하)를 우선지원.

월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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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놀다가 내일부터 새 회사에 출근합니다. 월간 '말'이라는 잡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말'지는 오래전부터 일하고 싶었던 매체고 제 나름으로는 많은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http://www.digitalmal.com

어제 환영회 자리에서 가방을 잃어버렸습니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가 들어있었는데 새로 사야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이마에 상처가 생겼네요. 어디에 부딪힌 걸까요. 권투선수 같습니다.

월간 '말'은. (두산대백과 사전에서)

1984년 12월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결성된 뒤, 이듬해 6월 15일 이 협의회의 기관지로 창간호가 발행되었다. 진보적 성격을 띤 월간지로, 정치에 대한 대항매체가 전무하던 시절에 각종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제도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한 민중의 진실을 알리는 데 주력하였다.

1989년 2월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뒤, 이듬해 2월 월간말(주)을 설립하면서 주식회사로 전환하였다. 판형은 4·6배판이며, 분량은 240여 쪽으로, 2002년 2월 현재 통권 제188호까지 발행되었다.

개혁을 선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론지, 남북 7,000만 겨레에게 사랑받는 민족지, 민중 생존권의 파수꾼이자 재벌 개혁의 감시자, 21세기의 비전을 제시하는 희망의 청사진을 지향한다.

창간 이래 각종 불합리한 사회제도와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데 적극 앞장섰고, 특히 1986년 9월에는 군사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해 이듬해 6월항쟁의 불씨를 제공하는 한편, 1987년 12월에는 특집호를 발행해 '폭력과 조작의 진상-부정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부패상을 폭로하기도 하였다.

"당신이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변화의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결국 당신의 몫이다." / 노암 촘스키,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가운데.

'뉴욕 타임즈'는 노암 촘스키를 "이 시대에 살아있는 가장 소중한 지식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노암 촘스키의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를 밑줄을 그어가면서 세번 읽었습니다. 그 노암 촘스키가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이정환닷컴 블로그처럼 무버블타입 2.661로 만들었네요. 노암 촘스키의 블로그는 블로그의 무한한 가능성의 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관심을 갖고 지켜보세요.

노암 촘스키의 블로그 바로 가기.

노암 촘스키 번역 블로그. 바로 가기.

노암 촘스키와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에 대한 다른 설명은,
참고 : 인권영화제에 가다. (이정환닷컴)

왜 무버블타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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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버블타입은 새로 글을 쓸 때마다 HTML로 된 하나의 독립된 페이지를 만들어 낸다. 대부분 게시판 프로그램이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하고 그때 그때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불러들여 페이지를 잠깐 만들었다가 없애는 것과 다르다.

무버블타입은 완성돼 있는 페이지를 그냥 보여주기만 하면 되지만 게시판 프로그램은 페이지를 보여주려면 먼저 CGI나 PHP 따위를 굴려서 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건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링크를 클릭할 때 볼 수 있는 건 거의 비슷하지만 클릭하기 전에 페이지가 이미 존재하는 무버블타입과 달리 게시판 프로그램에서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을뿐 페이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꽤나 심각한 차이다. 검색엔진은 무버블타입이 만들어낸 페이지는 읽을 수 있지만 게시판 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나 있지도 않은 페이지는 읽지 못한다. 검색엔진은 무버블타입이 만든 페이지를 각각 독립된 정보로 인식한다. 무버블타입은 각각의 페이지를 링크로 연결한다. 다른 블로그와 트랙백을 주고 받으면서 무버블타입의 링크는 더욱 늘어난다. 링크에 비중을 두는 구글 같은 검색엔진은 무버블타입이 만든 페이지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당신이 만든 모든 페이지가 검색엔진에 노출된다고 생각해보라. 그때 당신의 블로그는 더이상 당신의 일기장이 아니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당신의 신변잡기를 블로그에 늘어놓지 마라. 블로그는 오해되고 오용되고 있기도 하다. 네트워크를 쓰레기로 오염시키지 마라.

이제 블로그의 정의가 명확해진다. 블로그는 당신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1인 미디어다. 당신의 블로그는 네트워크와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열려 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블로그는 독자를 끌어 모으겠지만 쓰레기를 쏟아내는 블로그는 네트워크의 사회악이다. 지나가는 독자를 가끔 끌어들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블로그는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대중이 미디어를 직접 소유하고 담론을 만들어 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블로그를 통해 네트워크에 우리의 생각과 주장을 쏟아낸다. 무버블타입을 주제로 쓴 이 글은 몇일 뒤에 구글의 검색엔진에 걸려들 것이다. 무버블타입이라는 주제로 정보를 검색하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은 구글의 링크를 클릭하고 이정환닷컴의 이 페이지에 접속할 것이다. 나는 지금 네트워크라는 거대한 협업 시스템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블로그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본다.

"권력투쟁은 앞으로 더욱 더 지식의 배분과 그 접근기회를 둘러싼 투쟁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식이 어떻게 누구에게 흘러가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권력남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지도 못하고 내일의 기술이 약속해주는 보다 살기 좋고 민주적인 사회를 창조하지도 못할 것이다. 지식의 장악이야말로 인류의 모든 조직체에서 전개될 내일의 전세계적 권력투쟁에서 핵심문제인 것이다." / 엘빈 토플러, '권력이동' 가운데.

무버블타입이 게시판 프로그램과 다른 것처럼 무버블타입이 꿈꾸는 네트워크는 네이버나 엠파스의 네트워크와 다르다. 네이버나 엠파스 블로그는 회원 블로그 사이에 수많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지만 그 네트워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네트워크처럼 폐쇄적이다. 무의미한 콘텐츠가 대책없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정보는 정보의 가치를 얻지 못하고 흘러다니다가 결국 파묻힌다. 네이버나 엠파스 블로그는 아직도 확장된 커뮤니티 그 이상이 아니다. 커뮤니티에 만족하고 싶으면 네이버나 엠파스에 계속 머물면 된다.

결국 무버블타입이 유일한 대안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네트워크에 접속해 당신의 생각과 주장을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과 공유하고 지식과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작업이다. 무버블타입으로 만든 블로그는 독립된 정보 생산 단위가 된다. 굳이 네이버나 엠파스에서 허우적거릴 이유가 없다.

공적 공간인 블로그와 사적 공간인 게시판을 병행할 것을 추천한다. 바깥으로 열려있는 블로그와 머물러 있는 게시판은 분명히 다르다. 써야할 글도 다르고 읽는 독자도 다르다.

참고 : '권력이동'을 읽다. (이정환닷컴)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에서 몇 문장을 옮겨봅니다. 오래된 책이라 번역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참된 말 - 이는 곧 일이며 실천이다 - 을 한다는 것은 세계를 변혁시킨다는 것이다. 이때 행해지는 말은 일부 소수인들의 특권이 아니고 만인의 권리라는 뜻이다. 어느 인간이나 홀로 참된 말을 할 수는 없으며 그가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그들에게서 빼앗아 버리는 규정된 행위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대신해' 참된 말을 할 수도 없다.

대화란 세계가 매개체가 되어 세계를 '이름짓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인간들 사이의 만남이다. 따라서 세계를 '이름짓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반대로 '이름짓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는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들의 말할 권리를 부정하는 사람들과 말할 권리를 상실당한 사람들 사이에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기네 말을 이야기할 원칙적인 권리를 상실한 사람들은 우선 이 권리를 되찾고 이같은 비인간화하는 침해가 계속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인간들은 자기네 말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세계를 '이름지음'으로써 세계를 변혁하게 된다면 분명 대화는 인간들이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찾는 길이다. 대화란 이처럼 실존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화는 대화자들의 일치된 사고와 행동을 변형하고 인간화해야 할 세계에 전달해주는 만남이기 때문에 이 대화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망각을 '예탁하는' 행위로 전락시킬 수도 없고 토의자들이 그저 '소비시킬 뿐인' 사상 교환으로 변질시켜서도 안된다. 대화는 하나의 창조행위다. 이것을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지배하는 교활한 지배도구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취생들을 위한 간편 요리 조리법, 여섯번째. 팽이버섯과 고추 볶음.

<재료>
팽이버섯 한봉지, 고추 다섯개, 식용유.
후라이팬, 뒤집개.

<요리법>
1. 고추를 세로로 쪼갠 다음 씨를 깨끗이 빼낸다. 세로로 길게 자르고 3센티 길이로 다시 자른다.
2. 팽이버섯도 3센티 길이로 자른다.
3.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른다.
4. 고추를 먼저 볶고 충분히 익으면 팽이버섯을 집어넣고 살짝 익힌다.
5. 팽이버섯이 너무 익으면 낭패.

<참고사항>
1. 식용유를 너무 많이 붓지 말 것. 필요한만큼 조금.
2. 그냥 잠들기 출출한 저녁, 밤참으로 좋고 가벼운 맥주 안주로도 좋다.
3. 무엇보다도 아삭아삭 씹히는 볶은 고추의 맛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 좋다. 팽이버섯의 신선한 맛과 향을 함께 즐겨보도록.
4. 고추는 꼭지와 함께 뾰족한 끝 부분도 잘라 버리는게 좋다. 농약이 흘러내려 맺히는 곳이라고 한다.
5. 팽이버섯은 송이버섯의 일종으로 겨울버섯이라고도 하고 영어로는 벨벳스템이라고 한다. 인공 송이버섯은 소나무 톱밥에서 자라는데 생육온도가 6~7°C로 농약을 전혀 치지 않아도 병충해가 들지 않는다. 기혈을 보충하는 작용이 있어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고 한다. 비타민 B1과 B2, E도 풍부하다.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 다행인 것은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부쩍 높아진 덕분에 지난 여러 선거처럼 한나라당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을, 이른바 비판적 지지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있다. 이제 차선을 비판적으로 지지할게 아니라, 최선을 지지하자. 당신의 신념에 맞는 정당을 골라 밀어줘라. 그 한표 한표가 모여서 세상이 바뀐다.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정책으로는 거의 구별이 안된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자. 어떤 정책에서는 오히려 새천년민주당이 열린우리당 보다 더 진보적이고 더 개혁적인 것처럼 보인다. 어느 당이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진정으로 대변하고 있는가 판단해 보자. 당신이 노동자거나 사회적 약자라면 선택은 분명해진다.

아래는 KBS에서 만든 정당 지지성향 분석 설문 자료를 표로 만든 것. 이제 정책을 보고 뽑자.

1 국가 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반대찬성적극찬성적극반대
2 대북 경제지원은 북한핵문제와 연계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반대반대적극찬성적극반대
3 통일 이후에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찬성찬성적극찬성적극반대
4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적극찬성적극찬성반대적극찬성
5 선거연령을 현행 만 20세로 유지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반대적극반대적극찬성적극반대
6 호주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반대반대적극반대적극찬성적극반대
7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반대반대찬성적극반대적극찬성
8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반대찬성찬성적극반대적극찬성
9 인터넷 자유게시판에서 실명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반대찬성적극찬성적극반대
10 토지에 관한 사유재산권 행사는 제한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찬성찬성반대적극찬성
11 고소득층에서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반대찬성찬성찬성적극찬성
12 동일노동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차별을 폐지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찬성찬성반대적극찬성
13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찬성찬성반대적극찬성
14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허가 기간을 현행 3년보다 늘려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반대반대반대찬성적극찬성
15 공기업은 민영화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찬성반대찬성적극반대
16 신용불량자의 채무를 줄여주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찬성반대반대적극찬성
17 기업의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적극찬성찬성반대찬성적극반대
18 고교평준화는 유지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찬성찬성반대적극찬성
19 핵발전소는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반대찬성반대반대적극찬성
20 자립형 사립고를 증설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찬성반대찬성적극반대
21 학원강사의 학교 내 보충수업 출강을 허용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반대찬성찬성적극반대
22 대학기여 입학제는 도입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자유민주연합민주노동당
찬성찬성반대반대적극반대
자료 : 이정환닷컴! http://www.leejeonghwan.com

이제는 아무도 감히 흑인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유태인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차별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여자와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차별이 옳지 않지만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자로 일할 무렵,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음란하고 난잡한 쇼를 벌이는 플레이보이 클럽에 여 종업원으로 잠입해 취재를 한다. 스타이넘에 따르면 그곳에서 여성은 '바니 걸'으로서만 가치가 있고 '바니 걸'은 거의 가치가 없었다.

이 잠입 취재는 두고두고 스타이넘을 괴롭혔다. 기사는 정확했지만 결국 남성들의 싸구려 호기심을 만족시키는데 그쳤고 '바니 걸' 출신이라는 애꿎은 오해와 비아냥이 끊이지 않았다. 스타이넘은 철저하게 객관적이려고 했지만 그 객관적인 시선은 결국 남성들의 시선이었다. 여성들의 이야기도 그렇게 남성들의 설명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모든 여성들이 결국 '바니 걸'처럼 살고 있다는 걸 깨달은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1960년대만 해도 커피숍에 혼자 앉아있는 여자는 쫓겨났다. 남자 없이 혼자 밖에 돌아다니는 여자는 매춘부 밖에 없다고 다들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편견은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 끊임없이 싸우고 반박하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나가라고 하면 못나가겠다고 맞서야 한다. 나는 매춘부가 아니고, 설령 매춘부더라도 여기서 커피를 못마실 이유가 없으니까.

어느날 스타이넘은 낙태가 죄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낙태는 합법이고 모든 여성은 임신을 피할 권리 못지 않게 임신에서 벗어날 권리도 있다. 스타이넘은 죄책감을 벗어버리고 페미니즘에 눈을 뜬다.

그때까지 스타이넘은 남자들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고민했고 실제로 살아남았다. 이제 스타이넘은 어렵게 편입한 남자들의 사회에 소속감이 희미해지는 걸 느낀다. 남자들 사회에서 느꼈던 모멸감과 수치심의 정체가 드러나고 어디선가 환한 빛이 비추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스타이넘은 그때 비로소 자신이 외롭지 않다는 걸 알았다.

여성은 여성에 의해 이야기돼야 한다. 여성들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1971년 스타이넘은 페미니즘 잡지 '미즈'를 창간한다.

"여기에는 그들이 느끼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들, 늘 밖에 나가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바로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 것들이 공개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씌여 있었다."

"여성도 사람이다. 여성도 밥하고 설겆이하고 청소하는 것 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미즈'의 주장은 언뜻 가볍다. 그래서 여성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와 달리 '미즈'는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중산층 여성들을 위한 호화스럽고 겉만 번드르한 잡지라는 비판이 있었고 페미니즘의 현안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좀더 사회 주류에 가까운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운동의 내부를 더 자세히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페미니스트를 위한 페미니즘 잡지와 페미니즘에 바탕을 둔 여성 잡지의 경계에 '미즈'는 있었다. '미즈'의 페미니즘은 결국 특정한 페미니즘일 수밖에 없었다. 스타이넘은 그렇게 중립을 지켰고 중산층 여성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많은 여성들의 생각을 바꿨다. 대중성 확보 차원에서 '미즈'의 중립은 옳았다. '미즈'는 여성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만들었고 1973년 미국은 낙태법 개정안을 폐지하기에 이른다.

"남성 우위는 체계적인 지배형태다. 그것은 그냥 나쁜 태도가 아니라 물질적인 토대를 갖춘 일련의 제도화된 관계다. 남성은 권력과 특권을 누리고 있고 다른 모든 지배계급처럼 자기 이익을 방어할 것이며 따라서 그런 세력에 도전하려면 혁명적인 여성운동이 필요하다." / 엘런 윌리스, '미즈'의 편집자.

스타이넘은 올해 70살인데도 여전히 아름답다. 그는 예쁘지 않은 페미니스트들보다 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그래서 다른 페미니스트들의 질시를 받기도 했다. 언론은 그런 그를 한껏 띄우면서도 철저하게 조롱했다. 스타이넘은 비난에 아랑곳 없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었고 늘 남자들을 갈아치웠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그는 남자를 잘 잡아 성공했다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스타이넘의 미모가 '미즈'의 성공에 큰 몫을 했다는 걸 부인하기는 어렵다. 페미니즘 운동은 못생긴 여자들이나 한다는 편견을 스타이넘을 깨뜨렸다. 언론은 스타이넘에 열광했고 스타이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다. 스타이넘은 가장 예쁘고 그래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페미니스트였다. 유쾌한 상황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랬다. 스타이넘은 이론가기 보다 행동가였고 어떻게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가 잘 알고 있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이 전기문은 꽤나 지루하다. 소소한 일상을 마냥 늘어놓는 가운데 정작 생각과 사상의 동기는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스타이넘과 '미즈'의 주장조차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다. 서술에 힘이 없고 번역까지 어설프다. 혹시라도 사서 읽을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 책 값도 무려 2만3천원이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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