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2004 Archives

제지업계가 내부 부진과 수입 관세 폐지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등에서 저가 신문용지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신문용지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문용지 가격은 최근 1년간 톤당 10만원이상 하락했다. 국내 수요도 급감해 출하량은 지난해 11월 기준 103만톤으로 전년대비 13%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 신문용지는 지난해 11월 기준 6329만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118% 이상 늘어났다. 수입 신문용지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관세 폐지의 영향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입종이에 대한 관세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세율이 적용되면서 2000년 8%에서 2001년 7.5%로 낮아진데 이어 2002년에는 5%, 지난해 2.5%로, 올 들어 전면 무관세 시대에 돌입했다. 관세 폐지와 맞물려 환율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수입 신문용지 가격은 2000년 대비 10% 이상 낮아졌다. 이미 생활정보지 등은 수입 신문용지가 상당부분 시장을 대체한 상황이다.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들어 뻌당 가격을 67만원선까지 낮췄다. 이는 지난해 초 78만원보다 10만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팬아시아페이퍼와 보워터한라제지, 대한제지 등도 지난해와 올해 큰 폭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도 고정거래가격이 66만원 이하로 떨어진지 오래됐다”면서 “국제 현물거래가격은 이보다 1∼2만원 더 낮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관세가 전면 폐지된 이상 국내 시장도 국제 시세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수출확대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환율과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면 해외시장에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 비회원국인 국내업체들은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중국의 경우도 지난 1998년에 중국 상무부가 국내 업체에 부과한 8% 이상의 반덤핑 관세가 지난해 9월 5년간 연장되면서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신문용지 수출은 지난해 11월 기준 35만여톤으로 전년대비 144% 가량 늘어났으나 수익성이 거의 없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는 향후 5년간 공급과잉과 출하량 감소, 실적 저하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동안 신문용지 업계의 고전이 예상된다.

top@leejeonghwan.com 이정환 기자

신문용지 수입동향(단위 : 천달러)(자료:관세청)
2000년/1037
2001년/1769
2002년/33226
2003년(11월까지)/63295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은 28일 “증권거래선물위원회가 5% 규정을 위반한 KCC측 지분 20% 전체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며 “3월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을 판가름 짓겠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날 취임 100일째를 맞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만약 금융당국이 법에 따라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외국 자본이나 투기적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을 수없는 안좋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KCC측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조금도 타협할 의사가 없다”며 “증선위 처분만 내려진다면 주총 표대결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15.41%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범현대가도 주총에서 중립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어머니 김문희씨의 지분을 상속하라는 KCC측의 주장과 관련, “이미 지정상속을 받기로 하고 공증까지 해놓은 상태”라며 “50%가 넘는 증여세를 낼 돈이 없어 못받고 있는데 그쪽(KCC측)에서 세금을 내준다면 당장이라도 증여받겠다”고 반박했다.

현 회장은 이날 “그룹의 모체인 현대건설을 장기적으로 되찾아오겠다”고 밝혔으나 “다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엘리베이터 업계가 외국계 자본과 합작하고 있는 것과 관련, “몇군데서 제의를 받았으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대상선의 의결권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증권의 계열 분리와 관련해서는 “근거없는 추측일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 회장은 이날 “회장에 취임한 후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부담스럽다”며 농담을 건네는 등 취임 초기의 경직된 모습을 털어내고 한결 여유와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경영능력 부족이라는 세간의 우려와 관련, “몽헌 회장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단시일내에 업무를 파악하고 적응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 회장은 “용기를 내서 나서지 않았다면 그룹이 지금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취임하길 잘한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top@leejeonghwan.com 이정환 기자

책을 술집에 놓고 와서 한동안 상실감에 허우적거렸다. 서점에 가서 사려고 보니, 좀처럼 엄두가 안났다. 밑줄까지 그어놓고 군데 군데 메모까지 했던 책이라 더욱 아쉬웠다. 결국 어렵사리 기억을 떠올려 찾아간 신촌의 어느 술집에서 책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에 주인에게 책갈피에 꽂혀 있던 구두 상품권을 답례로 건넸다. 굉장히 비싼 책이 된 셈이다.

독후감은 다시 정리하겠지만, 교과서처럼 제대로 공부해야 할 책이다. 누가 세계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거대한 적의 실체가 여기서 드러난다. 공부하지 않으면 결코 이길 수 없다. 문제는 이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다.

아래는 밑줄 쳐놓은 부분을 한줄한줄, 다시 읽어가면서 직접 입력한 메모다. 중요한 부분만 뽑았지만 특히 강조할 부분은 앞에 별표를 붙였다. 숫자는 페이지 번호.


1장, 세계적 기구들의 약속.

36. 세계화 덕분에 전세계인들의 평균수명이 연장됐으며 생활수준 역시 훨씬 향상되었다. 서구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에 설립된 나이키 공장의 저임금 상태를 인력착취로 간주하겠지만 정작 개발도상권의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공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쌀 농사를 짓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다.

36. 반세계화 시위 그 자체는 이러한 정보접근권의 결과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운동가들 사이의 연계, 특히 인터넷 통신을 통해 형성된 연계는 많은 강대국들의 반대에 맞서 국제 지뢰조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36.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잘 규합된 국제적 압력은 국제사회를 압박해 몇몇 최빈국들의 부채를 탕감시켜 주도록 했다. 심지어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때도 있었다.

36. 1992년 자메이카가 우유 시장을 미국에 개방함으로써 자국 낙농업계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그 나라 어린이들이 싼값으로 우유를 섭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37. 세계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종종 그 혜택을 간과한다.

37. 그들에게 세계화는 누가 뭐래도 진전인 것이다. 성장을 원하며 효율적으로 빈곤과 싸우고 싶어한다면 개발도상국들은 반드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37. 빈곤을 줄이겠다는 약속이 20세기의 마지막 10년 동안 거듭됐는데도 실제로 빈곤층 인구는 1억명이나 늘어났다.

38. 아프리카식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제법 정직한 정부를 일구는데 성공했으며 예산 균형을 달성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성공한 국가들조차 그들의 힘으로는 민간투자자들을 유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민간투자가 없으면 그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39. 서방국가들은 가난한 국가들에게 무역장벽을 제거하라고 압력을 넣고는 정작 자신들의 무역장벽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개발도상국들의 수출을 차단해 빈국들의 절실했던 수출 소득을 막았다.

40. 서방은 세계화 의제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개발도상권의 희생을 딛고 불균형한 이득배분을 초래했다.

41.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내려진 결정에는 두가지 측면이 존재하게 됐다. 하나는 서방 제약회사들의 이윤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개발도상국의 정부와 개인은 인상된 약값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43. 세계화는 도대체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그것은 세계의 국가들과 국민들을 한층 더 긴밀하게 통합하는 것이다. 그 통합은 교통과 통신 비용의 엄청난 절감, 그리고 상품, 서비스, 자본, 지식 등의 흐름, 그리고 국경간 사람의 이동에 대한 인위적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44. 세계화를 규율하는 3개 기구, IMF와 세계은행, WTO.

45. IMF와 세계은행은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서 열린 유엔 통화금융회의의 결과로 2차 세계대전 중에 탄생했다.

46. 대공황은 지구촌 전체를 덮쳤고 이는 곧 전례없는 실업증가로 이어졌다. 그 최악의 시점에서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25%가 실업상태였다.

46. 케인즈에 따르면 충분한 총수요의 결여가 경기하강의 원인이었다. 정부정책은 총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즉 통화정책이 비효율적일 경우 정부는 지출증대 또는 세금감면을 통해 재정정책에 의존할 수 있다.

46. 국제통화기금에게는 또 다른 지구차원의 불황을 방지할 책임이 주어졌다. 필요하다면 이 기구는 경기하강 국면을 맞아 스스로의 자원으로는 총 수요를 자극할 능력이 없는 국가들에게 차관 형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46. 최초 구성단계에서 IMF가 기초로 삼았던 전제는 "시장이란 종종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47. IMF는 전세계 납세자들에게 조달한 돈으로 설립한 하나의 공공기관이다. 그러나 IMF는 자금을 모아준 시민들이나 IMF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는다.

47. 주요 선진국들이 IMF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며 오직 한나라, 즉 미국만이 실질적인 거부권을 갖고 있다.

47. 시장이란 왕왕 잘못 작동하기 마련이라는 믿음을 기초로 설립된 IMF는 이제 이념적 열정을 지닌채 어느 누구보다 시장 지상주의를 열렬히 옹호한다. 자기 자식에게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본다면 저승에서 케인즈가 통곡이라도 할 판이다.

48. IMF와 세계은행은 새로운 선교기구가 되었으며 이들 기구의 이념은 두 기구의 차관과 원조가 절실했던 가난한 나라들에 억지로 주입됐다. 가난한 나라들의 재무부와 정부관리의 대부분, 국민들까지 자금을 빌리기 위해 필요할 경우 기꺼이 개종자가 됐다.

48. 1980년대 초반 세계은행 내 연구부서에서 숙청이 발생했다. 그곳은 세계은행의 사고의 방향을 이끄는 곳이었다.

50. IMF는 종종 세계은행을 못마땅해했다. IMF는 해답을 갖고 있었으며 모든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봤다.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를 놓고 세계은행이 토론하고 있는 동안 IMF는 해답을 제공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50. G-7은 미국과 일본,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영국이다. 요즘은 러시아도 회동한다. 이들 7개국은 더이상 세계 7대 경제대국이 아니다. G-7 회원권은 부분적으로 역사적 우연의 문제다.

51. IMF가 본래 임무의 수행에 실패했음은 명백하다. 이 기구는 애당초 하도록 돼 있었던 일, 즉 경기하강에 직면한 국가들에게 기금을 제공하고 그 나라가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로 회복되도록 돕는 일을 하지 않았다.

51. 더군다나 지구촌 불안정에 기여한 것은 IMF가 밀어부쳤던 많은 정책들 특히 설익은 자본시장의 자유화였다. 한 국가가 위기에 빠지면 IMF의 기금과 프로그램은 상황을 안정시키지 못할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52. WTO가 탄생한 것은 1995년의 일이었다. WTO는 다른 두 기구와 현저히 다르다. WTO는 스스로 규칙을 제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무역협상을 위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며 그곳에서 이뤄진 협약이 반스시 지켜지도록 담보한다.

53. 개발도상국을 윽박질러 수입제품에 대해 시장을 열게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수입제품은 그 나라 특정 산업제품과 경쟁할 것이며 그 특정 산업은 자기보다 훨씬 강한 다른 나라 동종 산업의 경쟁에 취약했다. 해당 국가의 산업 및 농업 부문이 강성해져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전에 일자리는 조직적으로 파괴됐다.

56. 그 기구들은 그들이 봉사해야 하는 국가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57. 국가가 IMF에 진 빚을 갚느라 고생하는 개발도상국 농부들, 또는 IMF의 강요에 따라 높아진 부가가치세 때문에 고통을 겪는 에콰도르 사업가들에 있어 IMF에 의해 운영되는 현 체제는 일종의 대표없는 과세다. 인도네시아와 모로코, 파푸아뉴기니의 가난한 사람들이 연료와 식량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삭감당하면서, IMF가 보건지출의 삭감을 강요함에 따라 태국에서 에이즈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이 나라 국민들이 목격하면서,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많은 국민들이 소위 비용보전 프로그램에 따라 자녀들의 학교에 돈을 지불하도록 요구됨에 따라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게 되면서 IMF가 이끄는 세계화 체제에 대한 환멸은 커져만 간다.

58. 워싱턴 합의에 의해 수립된 정책들의 순수효과는 다수의 희생을 바탕으로 소수에게,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 이득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많은 경우 상업적 이익 및 가치가 환경, 민주주의, 인권, 사회 정의 등에 대한 관심을 대체했다.

58. 세계화 그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59. 연방정부는 미국의 성장을 부추기는데 뿐만 아니라 그 이득이 확실하게 널리 공유되도록 하는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59.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모든 국가의 국민들에 대해 책임을 지며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국유화 과정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세계화 과정을 감독할 세계정부가 없다. 대신 우리에게는 세계정부 없는 세계통치라 불림직한 체제가 있다. 그들의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많은 사람들은 거의 목소리도 내보지 못한채 팽개쳐져 있다.

60. 세계화는 형태를 손볼 수 있다.

60. 정당하게 재형성되고 공정하게 운영될 때 세계화는 성장을 지속시킬 뿐만 아니라 성장의 과실이 더욱 공평하게 나눠지는 새로운 세계경제의 창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장, 깨어진 약속.

65. 우리의 꿈은 빈곤 없는 세계. (세계은행의 표어)

66. 한 기구는 빈곤을 뿌리뽑는 것이 그 임무고 다른 기구는 세계 차원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그 임무다. 둘다 3주짜리 임무를 위해 비행기로 날아오는 경제전문가들로 이뤄진 팀들을 거느리고 있다.

66. IMF는 대체로 한 사람의 상주대표만 내보내고 있으며 그의 권한은 제한돼 있다.

66. 현대의 첨단전쟁은 신체적 접촉이 없도록 설계된다. 5000피트 고공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사람은 확실히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느끼지 못한다. 현대의 경제운용도 비슷하다. 별 다섯개짜리 특급호텔에 앉아서 별 생각없이 정책을 강요할 수 있다.

67. 위약과 배신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상대방을 믿으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옛 종주국들의 충고는 계속해서 존중됐다. 그러한 현상이 그들의 처방을 믿어서라기 보다는 단순한 습관이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충고에 수반된 경제적인 지원 때문이었는지는 종종 명확하지 않았다.

68.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었으므로 나는 이제 경제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은 갈수록 커지는 세계의 빈곤문제에 있다고 봤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12억 인구, 또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사는 28억 인구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빈곤 없는 세계'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빈곤이 줄어든 세계'라는 좀더 소박한 꿈에 나는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인가.

68. 나는 내게 주어진 과제를 세가닥으로 파악했다. 성장을 부추기고 빈곤을 억제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고안해 내는 일,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개발도상국 정부들과 협력하는 일,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의 이익과 관심사를 진전시키기 위해 선진국들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것이었다.

71. 첫째, 개발도상권의 많은 나라들에게 중요한 것은 흰색이나 검은색이냐가 아니라 다양한 농도의 회색이다. 둘째,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믿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민주적 가치들을 사람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한다.

72. 예산이 규형을 이룬 것처럼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면 심지어 수년간 두자리수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도 A등급을 받을 수 있다.

74. IMF 논리가 지는 문제는 어떤 가난한 국가도 그 나라가 원조로 받아들이는 돈은 아무곳에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그것이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74. 모든 나라는 궂은 날에 대비해 외환 보유액을 갖고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 외환 보유액의 가장 흔한 형태는 미국 재무부 증권, 즉 미국 국채다.

76. 미국과 IMF는 조기상환에 반대했다. 그들이 반대한 것은 전략적 논리 때문이 아니라 에티오피아가 IMF의 승인없이 그런 쪽으로 행동의 가닥을 잡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왜 주권국가가 일일이 IMF의 허가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76. 오랜기간 워싱턴 19번가 IMF 본부에서 외워온 주문은 "투명성과 결과에 따른 판단"이었다.

77. 에티오피아의 은행들을 전부 합쳐봐야 그 규모는 워싱턴 교외의 소도시로 인구 5만5277명의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은행보다 작다. IMF는 에티오피아가 자국 금융시장을 서방 경쟁자들에게 개방하기를 원했을뿐 아니라 이나라 최대은행을 여럿으로 쪼개기를 바랬다.

77.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특정 국가에 진출할 경우 현지의 국내 경쟁자들을 짓밟아버릴 수 있다.

82. IMF의 본래 임무는 세계경제의 안정을 지원하는 것이지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IMF는 개발 이슈에 끼어들기를 그것도 깊숙이 끼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83. 개발도상국들의 개발이슈는 복잡하다. 개발도상국들에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며 설사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작동이 왕왕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83. IMF의 시장 근본주의의 토대를 이루는 표준경쟁모델 속에서는 언제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한다. 노도에 대한 수요가 공급과 일치한다면 비자발 실업이란 없다. 현재 일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일하지 않기로 작심한 것이다.

84. 실업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높은 임금 때문일 것이다. 이 이론에는 임금이 낮춰져야 한다는 암시가 숨어있다. 설사 실업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최저임금에 대한 민중의 요구에 영합하는 탐욕스러운 노동조합과 정치가들에 의해 생기는 것일뿐 시장 자체의 결함에 의한 것은 아니다.

84. IMF 경제전문가들은 그들의 정책이 그 나라에 미칠지도 모르는 단기적 영향 따위는 무시했으며 장기적으로는 그 나라가 좀더 잘 살게 되리라는 믿음에 자족했다. IMF에게는 단기적으로 드러나는 어떤 역경도 과정의 일부분으로서 필수적인 단순한 고통일 따름이다. 치솟는 금리는 당장에는 기아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시장효율은 자유시장을 요구하며 결국에는 효율이 성장으로 이어지고 성장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괴로움과 고통은 갱생 과정의 일부, 한 국가가 올바른 길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때때로 고통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고통 자체가 덕목이 될 수는 없다. 잘 설계된 정책들은 종종 고통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86. IMF식 프로그램에 대한 대안들이 있다. 요구되는 희생이 수준이 합리적일 수 있으며 시장 근본주의에 기초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냈던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

90. 보츠와나와 에티오피아의 사례는 성공과 실패, 부와 빈곤, 이상과 현실, 현상과 가상 사이의 대비의 표상이다.

92. 캉드쉬가 팔짱을 낀채 굳은 표정으로 서 있고 그 아래에 굴욕적인 자세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앉아 있다. 그 불안하기 짝이 없는 대통령은 자국이 필요로 하는 원조의 보답으로 사실상 자국의 경제주권을 IMF에 넘길 것을 강요받고 있었다. 캉드쉬는 그 사진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기자가 사진을 찍고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그것이야말로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카메라와 기자들로부터 떨어져 수행하는 일상적인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IMF 관료들이 취하는 바로 그 자세인 것이다.

93. IMF는 어떤 차입국에 대해서도 대출협약을 맺으면서 대출조건을 강제하는게 아니라 협상한다는 식으로 가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힘이 IMF 손아귀에 있는 일방적인 협상이다.

93. 한국 경제학자들은 IMF가 자국에 강요하고 있는 정책들이 재앙을 몰고 오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 정책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들은 거의 없었다. 뒤에 가서는 IMF도 실수를 시인했다. 그런데도 한국의 경제관료들은 침묵했다. 한국 경제가 회복된 2년 뒤 다시 한국을 방문할 때까지 정부관리들로부터 한마디의 대답도 듣지 못했다. 한국 관리들은 당시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시하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94. IMF는 자기네 돈줄만 묶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IMF는 민간 금융기관들에게 IMF가 한국 경제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민감기금에 의한 투자를 위축시킬 능력도 갖고 있었다. 한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다. 심지어 IMF 프로그램에 대한 한국의 암묵적인 비판조차 끔찍한 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다. 그것은 IMF에게 한국정부가 IMF 경제학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뭔가 주저하고 있고 한국이 그 프로그램을 실제로 이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했다.

95. 한국가의 경제정책을 IMF가 승인하지 않은 한 그 국가에 대한 부채탕감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IMF에게 거대한 힘을 주었으며 IMF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95. IMF의 생각은 단순했다. 큰 목소리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은 IMF의 신성한 전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95. IMF의 견해를 바꿀 확률은 미미했던 반면 IMF 지도자들을 화나게 해서 다른 문제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할 확률은 훨씬 컸다.

96. 국가들은 엄격한 목표관리의 대상이 되었다.

97. IMF 대출에는 한국은행을 정치과정으로부터 더 독립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 은행의 정관을 바꾸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98. 한국에서 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당시 한국 중앙은행은 좀더 독립적으로 뿐만 아니라 독단적을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라는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없었고 잘못 운용된 통화정책이 그 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98. 서울에 있을 때 나는 IMF팀에게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물어봤다. "우리는 국가란 모름지기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는 중앙은행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그들은 대답했다.

99.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은 단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고용과 성장에도 집중해야할 책무가 있다.

99. 미국인이라면 대부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을 정치적 조건을 한국에 강요하고 있었다.

99. IMF는 특정 일본 상품에 대한 한국의 시장개방 일정을 앞당기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이 위기를 타개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에게 이런 행동은 기회포착, 즉 위기 국면은 틈타 IMF와 세계은행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변화를 이뤄내려는 것으로 비췄다.

99.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은 단순히 순수한 정치적 힘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누가 국면을 장악하고 있는지 보여주겠다는 행위로 비쳤다.

99. 조건부는 분노만 낳았지 개발을 일궈내는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101. IMF는 스스로 정치에 초연한척 하려 했다. 하지만 IMF의 대출 프로그램이 부분적으로 정치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101. 대출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었다.

102. 만병통치식 보고서.

103. 그들이 내리는 처방이라야 뻔한 것이었다. 금리를 올려 경기상승의 속도를 낮추라는 것이었다. 미국 경제가 더 빠른 성장, 더 낮은 실업률, 그리고 낮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도록 해준, 당시 미국 경제에 일어나고 있었고 이보다 앞서 10년동안 일어나온 변화를 IMF는 이해하지 못했다. IMF의 충고를 따랐다면 미국은 1990년대 미국경제에 일어난 호황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105. 세계은행에는 다음과 같은 확신이 커져가고 있었다.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책과 프로그램은 개별국가들에 강요될 수 없으며 성공하기 위해 그것들은 그들에 의해 소유돼야만 한다. 합의구축은 필수적이다. 정책 및 개발전략은 해당국가 내부사정에 맞춰져야 한다."

109. IMF는 아직도 시민들의 기본적인 알 권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109. 때로 IMF 프로그램은 해당국가를 이전과 마찬가지로 빈곤상태로 남겨두면서 더 많은 부채와 심지어 가진 자에게 부를 더해줌으로써 소수 지배층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3장, 선택의 자유?

113. 재정긴축, 민영화 그리고 시장 자유화는 워싱턴 합의에서 나온 정책의 3대 기둥이었다.

113. 살인적 인플레이션 아래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이때는 일정 수준의 재정적 기강이 요구된다.

114.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더욱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수단이라기 보다 그 자체로서 목적이됐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필요한 다른 정책들은 배제됐다.

116. 실제로는 시장이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많은 정부활동이 일어나는데도 IMF는 시장이 신속히 일어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가정했다.

117. 실업에는 사회적 비용이 연관된다. 그런데 민간기업들은 이 점을 감안하지 않는다.

118. 민영화가 그토록 광범위하게 비판받아 온 것은 민영화가 종종 새 일자리를 창출하기 보다 기존의 일자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118. 가까스로 일자리를 지키게 된 근로자들 사이에 널리 퍼지는 걱정, 더 넓은 의미의 소외감, 겨우 직장을 유지하게 된 가정의 구성원들에게 가해지는 추가적인 재정부담, 가족부양을 돕기 위해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 등이 그것이다.

119. * 교훈은 단순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교훈을 거듭해서 언급할 것이다. 민영화는 그것이 종종 수반하는 일자리 파괴와 제휴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더 포괄적인 프로그램의 부분이 될 필요가 있다.

120. 사실상, 그들은 미래의 정치가들이 덜어먹을 것 가운데 많은 부분을 오늘 훔칠 수 있었다. 놀랄 것 없다. 가려진 민영화 과정은 국고에 귀속될 액수가 아니라 정부각료들이 스스로를 위해 챙길 액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따라서 경제전반의 효율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121. 무역자유화란 자원을 덜 생산적인 용도로부터 더 생산적인 용도로 움직이게끔 강제함으로써 한 국가의 소득을 높이게 돼 있다. 비교우위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낮은 생산성 용도로부터 제로생산성 용도로 자원을 움직여서는 국가를 부유하게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IMF 프로그램에서 왕왕 발생한 일이었다.

121. 일자리를 파괴하기란 쉽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국제경쟁에 밀려 비효율적인 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생긴 무역자유화의 즉각적인 영향이었다. IMF의 이념에 따르면 비효율적인 일자리들이 제거되면서 새롭고 좀더 생산적인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이었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122. 새로운 기업과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는 자본과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경우 교육의 결여 때문에 후자가, 은행금융의 결여 때문에 전자가 왕왕 부족하다. IMF는 많은 국가들에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122. 동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스스로를 외부세계에 개방했다. 하지만 천천히 순서에 따라 했다. 이들 국가는 세계화의 이점을 살려 수출을 확대했으며 그 결과 남들보다 빨리 성장했다. 그들은 오직 새 일자리가 창출될 때에만 보호주의 장벽들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철폐시켰다.

124.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우루과이 라운드 무역협상의 결과 소득이 2%이상 줄었다.

125. * 오늘날 신흥시장은 총칼의 위협에 의해 개방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 제재위협, 또는 위기를 맞아 절실히 요구되는 지원의 보류를 통해 개방된다.

127.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면서 이들 국가를 금융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던 바로 그 자유화였다. 당시 중국은 현명한 정책 덕분에 이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

130. 자본시장 자유화에는 핫머니를 통제하는 규제의 철폐가 수반된다. 이런 투기성 자금은 공장을 건설하거나 일자리를 만드는데 쓰일 수 없다. 기업들은 빌려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어느때건 빼내갈 수 있는 돈을 사용해 장기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핫머니의 위험 때문에 개발도상국에 장기투자를 하는 것은 덜 매력적이다. 성장에 미치는 나쁜 효과는 한층 더 심각하다.

130. 휘발성 있는 자본흐름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들은 외화표시 차입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외환보유액으로 따로 적립해 놓을 것을 일상적으로 권고 받는다.

131. * 예를 들면 어느 작은 개발도상국의 한 기업이 어느 미국 은행으로부터 금리 18%짜리 단기 차입금을 빌린다고 하자. 그런데 그 국가의 건전성 관련 정책에 따르자면 그 나라는 외환보유액에 1억달러를 추가해야 한다. 대체로 외환보유액은 미국 국채 형태로 보유되는데 금리는 대략 4%다. 사실상 그 나라는 미국으로부터 18%로 돈을 빌려오고 4%로 돈을 빌려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나라 전체 차원에서는 투자로 돌릴 자원이 더이상 없다. 그러나 미국 은행들은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미국 전체로 봐서는 이자로만 1년에 1400만달러를 번다.

131. IMF는 자유화를하지 않고는 국가들이 외국자본, 특히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없을 거라는 허울좋은 논리를 폈다.

132. 투자를 유치하는데 자본시장 자유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중국의 사례에서 증명됐다. 동아시아의 높은 저축률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는 추가자본이 필요하지 않다. 이 지역 국가들은 이미 국내저축을 어떻게 잘 투자할 것인가 하는 힘겨운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132. 국가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외국인 채권자들이 대출금을 회수해 감으로써 해당국가의 경제하강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을 분명 목격했을 것이다.

142. 현대경제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는 스미스의 결론이 맞아떨어지는 전제와 조건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142. 워싱턴 합의에서 나온 정책들은 시장경제의 단순한 모델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것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는 하되 불완전하게 작동하는 경쟁적 균형 모델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정부는 필요하지 않다. 다시 말해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으며 진보적인 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워싱턴 합의에서 나온 정책들은 가끔 신자유주의 또는 시장근본주의로 불린다.

143. 이념은 이런 문제를 무시한다. 이념은 최대한 신속하게 시장경제로 이동하라고만 말한다.

144. 많은 국가들에는 농부들로부터 농산물을 사들여 그것은 국내외로 파는 판매위원회가 있다. 그런데 그 관청은 종종 비효율과 부패의 온상이 된다. 농부들은 농산물 최종 판매가격의 일부만을 받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사업에 관여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가 갑자기 갑자기 그 사업에서 발을 뺀다고 해서 활기차고 경쟁적인 민간부분이 자동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144. 판매위원회가 없어지자 독점체제가 생겨났고 제한된 자본으로는 아예 시장에 진입할 수도 없었다. 농산물을 싣고 갈 트럭을 구입할 능력을 가진 농부는 거의 없었다. 은해잉 없다보니 그들로서는 필요한 자금마저 빌릴 수 없었다. 일부 경우 농부들은 농작물을 수송할 트럭을 구할 수 있었고 시장은 초기에는 제대로 동작했다. 그러나 잠시뿐 이 짭짤한 사업은 현지 마피아의 독무대가 됐다.

145. IMF는 적절한 도로체계가 갖춰지기도 전에 한 아프리카 국가에다 대고 그 나라의 단일 가격제를 폐지하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시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농부들이 받는 상품값은 수송비 부담 때문에 갑자기 낮아졌다. 그 결과 그 나라의 가장 가난한 일부 시골지역 주민들 소득은 곤두박질쳤고 광범위한 고통이 이어졌다.

145. * IMF의 가격정책은 효율성 증대라는 측면에서는 약간의 이득을 가져왔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득을 사회적 비용에 견줘봐야 한다.

146. 예산압박에 직면한 대부분 국가들은 학교 수업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워싱턴 합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그 근거는 이랬다. 통계적 연구 결과 적은 액수의 수업료를 부과해봤자 취학률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누구나 학교에 다닌다는 기대를 갖게되는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수업료가 부과되는한 그런 문화를 창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외부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수업료를 철폐해 버렸다. 그러나 취학률이 치솟았다. 이웃집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을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단순한 통계적 연구가 간과했던 것은 조직적 변화의 힘이다.

149. * 사회적 계약은 공정성을 수반한다. 사회의 이득이 커지면 그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이 그몫을 챙기고 위기를 맞으면 사회의 고통 가운데 부유한 사람들이 그몫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149. 그들은 통화침투 경제학을 신봉한다. 성장의 이득이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흘러내려간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통화침투 경제학은 단순한 믿음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역사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도 없었다.

150. 노벨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는 불평등이 개발과 경제성장에 좋다고 주장했다.

150. * 동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저축률은 높은 불평등을 요구하지 않으며 불평등의 근원적인 증대 없이도 급속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 국가들은 성장이 자동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더 큰 평등이 성장을 부추긴다는 것을 믿었다.

151. * 나는 통화침투 플러스 경제학을 신봉한다.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며 빈곤을 줄이는데 거의 충분하다는 것이다.

152. 이유는 단순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미국 재무부의 영역에 속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그들의 시각을 밀어붙일 수 있도록 허용됐다.

152. IMF는 안정화를 의제로 삼으면서 일자리 창조는 제외한다. 괴세 및 그 역효과는 의제에 올라 있지만 토지개혁은 빠져 있다. 은행을 구제할 돈은 있지만 교육 및 보건 서비스 증진을 위해 쓸 돈은 없다.

153. 소작제도는 의욕을 약화시킨다. 수확한 농작물을 땅 주인과 균등하게 나눠갖는다는 것은 가난한 농부들에게 세금을 50% 매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IMF는 부자들에게 부과대는 높은 세율에 반대하면서 이처럼 숨은 세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153. 토지개혁은 사회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일이다. 재무부를 구성하고 있는 엘리트 관리들, 국제금융기구와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들은 그 변화를반드시 좋아히지만은 않는다.

154. 위기가 전세계를 휩쓸고 지나가자 불안정을 초래하는 제3의 원인이 드러났다. 적절하게 규제하지 못한 금융부분이었다. 그런데도 IMF는 규제완화를 밀고 나갔다.

154. 금융시장은 낮은 인플레이션에 흡족해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빈곤을 우려한 근로자들은 낮은 성장율과 높은 실업률을 반기지 않았다.

156. 빈곤은 대물림 된다. 가난한 농부들은 비료와 고품질 종자가 농사의 생산성을 높여줄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살 돈이 없다.

156. 빈곤에는 무력감이 수반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은 목소리가 없으며 그들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통제권 바깥에 있는 세력들에 의해 부대끼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은 건강상 위험과 끊임없는 폭력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 위협은 자족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다른 빈민들로부터 오기도 하고 권위를 갖춘 경찰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기도 한다.

157. 근로자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위해 투쟁해 온것만큼 열심히 IMF는 그들이 노동시장 유연성이라고 완곡하게 부르는 것을 얻기 위해 투쟁해 왔다.

158. * 정책의 비용을 과소평가한 것과 동시에 IMF는 정책의 이득을 과대평가했다. IMF에게 실업은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에 대한 간섭이 일으키는 증상이다. 다시 말해 노조의 힘으로 인해 임금이 필요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실업을 치유하는 명백한 처방은 임금을 낮추는 것이다. 낮은 임금은 노동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려 더 많은 사람들을 일자리로 내몬다.

159. 정책의 조직적 효과를 감안하지 않음으로써 그 모델들은 사회에 미칠 더 광범한 효과를 감안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취학률에 미칠 효과를 정확히 추산해내는 더 좁은 차원의 노력에 있어서도 실패했다.

160. 정부가 만악의 근원은아니라고 할지라도 분명 해결책보다는 문제의 일부라는 게 IMF의 시각이었다.

162. 수입범위 내에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의 개발의제에는 좋은 것이 많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개혁조차도 조심스럽게 실행돼야만 한다.

162. * 속도 조절하기와 순서 정하기가 무시돼서는 안된다는 것은 이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훈들이 시사하는 것보다 더한 무엇인가가 개발에 있다는 사실이다. 대안적인 전략들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예컨데 그 전략들은 토지개혁을 포함하되 자본시장 자유화는 포함하지 않고 민영화에 앞서 경쟁정책들을 먼저 마련하며 무역자유화에 일자리 창조가 뒤따르는 것을 담보한다.

163. * 이들 대안전략은 시장을 활용했다. 하지만 정부역시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것들은 개혁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하지만 그 개혁은 속도가 조절되고 순서가 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변화를 단지 경제학의 문제로서가아니라 더 광범위한 사회진화의 한 부분으로 파악했다. 또한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개혁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따라줘야 하고 광범위한 지지가 있으려면 그 이득이 널리 분배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63. 국가들은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민주적인 정치 과정을 통해 이들 선택을 스스로 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영향력과 위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알려진 선택들을 그들 자신의 것으로 만들도록 개별국가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국제경제기구들의 과제여야 하고 과제였어야 했다.

163. * 자유의 본질은 누가 뭐래도 선택하고 그것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권리다.

4장, 동아시아의 위기.

167. 1997년 7월2일 태국의 바트화가 무너졌을 때 그것이 대공황 이래 가장 큰 경제위기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10년 동안 바트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대략 25대 1로 거래돼 왔는데 하룻밤 사이 그 가치가 25% 폭락했다. 그러자 환투기가 확산되면서 말레이시아,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강타했다. 그리고 그해 말이 되자 당초 환율 혼란으로 시작됐던 사태가 지역은행과 증권시장, 그리고 심지어 경제전반에 걸쳐 확산됐다.

167. 불행하게도 이 혼란스러운 시기동안 강제됐던 IMF 정책들은 상황을 악화시켰다. IMF는 정확히 바로 이런 종류의 위기를 진화하고 그것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설됐다. 그렇기 때문에 IMF가 많은 면에서 실패했다는 사실은 IMF의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도록 촉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168. 뿐만 아니라 더 안정적이기도 했다. 동아시아는 모든 시장경제 국가들을 특징지은 경기의 지나친 변동에서도 예외였다.

170. 그들은 앞서 25년 동안 이룩된 성공과 관련해 이 지역 정부들의 공로를 인정하기 싫어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실패와 관련해 정부를 탓하는데 신속했다.

171.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든 부르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난 30년간 동아시아 국가의 소득이 증가하고 빈곤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전례없는 일이었다.

171. 성장의 이득은 널리 공유됐다.

171. 그들은 IMF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라는 압력을 좀더 가할 수 있도록 IMF 헌장을 개정해줄 것은 요청하기까지 했다.

173. 위기에는 두가지 친숙한 양식이 있다. 첫번째 것은 놀라운 성장기록을 가진 한국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일어서면서 한국은 성장전략을 수립했다. 그 전략에 힘입어 한국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0년만에 8배가 늘었고 빈곤은 극적으로 감소했으며 모든 국민이 문맹에서 벗어났고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획기적으로 좁혀졌다. 사실 한국전쟁이 끝났을 당시 한국은 인도보다 가난했다.

173. * 그러한 변화의 시기 동안 한국은 자국 금융시장을 단단히 통제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에 밀려 마지못해 자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차입하는 것을 허용했다. 해외차입을 통해 기업들은 스스로를 변덕스러운 국제시장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73. 1997년 말 월스트리트에는 한국이 낭패에 빠졌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한국이 서방은행들로부터 꾼 돈 가운데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에 대해 만기 연장을 얻어내지 못하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부채 상환에 필요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문을 신문에 나기 훨씬전에 들었다.

174.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한국에 돈을 빌려주지 못해 안달하던 은행들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그 예언은 실현됐다. 한국은 정녕 낭패에 빠진 것이다.

174. * 두번째 사례는 태국에 의해 증명됐다. 현지 통화가 절하될 것을 믿은 투기꾼들은 현지 통화를 버리고 달러화로 옮겨간다. 그들이 통화를 팔면 통화의 가치는 하락한다. 그래서 그들의 예언을 확정짓는다. 그러면 정부는 통화를 지지하려고 애쓴다. 정부는 통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보유외환 가운데 달러를 팔고 현지 통화를 사들인다. 그러나 정부는 결국 더이상 팔 달러가 없게 된다. 현지 통화는 곤두박질치고 투기꾼들은 흐뭇해 한다. 그들은 내기를 제대로 한 것이다. 그들은 이제 현지 통화로 다시 옮겨갈 수 있다. 그리고 가뿐하게 수익을 올린다. 이익의 규모는 엄청나다.

174. 투기꾼 프레드가 태국은행에 가서 240억바트를 빌린다. 환율은 달러당 24바트. 그 돈을 10억달러로 환전한다. 일주일뒤 환율이 떨어진다. 이제 달러당 40바트가 된다. 그는 통장에서 6억달러를 꺼내 그 돈을 바트로 바꾼다. 그럼 240억바트가 된다. 그러면 그 돈으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는다. 남은 4억달러는 그의 이익이다.

175. * 환율이 내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위험이란 있을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 환율이 제자리 걸음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일주일치 이자만 손해보면 그뿐이었을 것이다. 평가절하가 임박했다는 인식이 점점 커짐에 따라 돈벌 기회는 도저히 놓칠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래서 전세계의 투기꾼들이 그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 몰려든다.

175. IMF는 해당국가들이 환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엄청난 액수의 자금을 지원했다. 구제금융 총액은 950억달러였다. 국고에 돈이 충분하다면 그 나라 통화를 공격해봤자 의미가 없을 것이므로 따라서 신뢰는 회복될 것임을 시장이 믿을 것이라고 IMF는 생각했다.

175. 그런데 그 돈은 또 다른 기능을 발휘했다. 그 돈 덕분에 국가들은 서방은행들로부터 꾼 돈을 갚고자 했던 기업들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것은 부분적으로 국가를 위한 구제금융이라기 보다는 국제적 은행들을 위한 구제금융이었다.

176. IMF는 대출금에 조건을 달았다. 대체로 고금리를 포함한다. 여기에다 정부지출의 삭감과 세금인상이 덧붙여진다. 여기에 구조개혁도 포함된다. 경제의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우 개방성 및 투명성 제고, 그리고 금융시장 규제개선 등과 같이 주요한 개혁뿐만 아니라 독점철폐와 같이 중요하지 않은 개혁 등도 요구됐다.

177. 일부 조건들은 당면한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177. 시장에서는 IMF가 구원에 나섰다는 인식을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 들을줄 알고 썼던 약이 효력이 없는 것을 보고 당황한 IMF는 번번히 해당국가가 필요한 개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렇다고 변명했다. IMF의 이런 태도는 관객이 꽉 들어찬 극장에 대고 불이야 하고 소리치는 것과 같았다. IMF의 처방보다는 진단에 더 많이 영향을 받은 투자자들은 도망쳤다.

177. IMF의 비판은 신뢰를 회복시키기 보다 대규모 자본유출을 부추겼다.

177. 위기가 진행됨에 따라 실업은 급증했을뿐만 아니라 GDP가 급감했고 은행들은 줄줄이 폐업했다. 실업률은 한국에서는 4배, 태국에서는 3배, 인도네시아에서는 10배로 뛰었다. 한국에서는 도시지역 빈곤이 3배나 심화됐다. 이 바람에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빈곤에 빠졌다.

179. 지역의 경기침체는 지구촌 전체에 파장을 미쳤다. 세계경제 성장은 둔화됐으며 그와 동시에 원자재 시세가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나이지리아까지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많은 신흥국가들이 깊고 깊은 낭패에 빠졌다.

181. * IMF에 대한 불만은 그 뿌리가 더 깊다. 그것은 IMF가 위기로 이어진 정책들을 밀어붙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런 정책들이 성장을 부추긴다는 증거가 거의 없었는데도 IMF가 그것들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며 그 정책들이 개발도상국들을 엄청나게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증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181. * 그들의 입장에는 자본시장 자유화를 단지 또 다른 형태의 시장접근으로 파악하는 금융시장의 벌거벗은 이기심에 봉사하는 것을 넘어 분명히 어떤 근거가 있기는 있었다.

182. 충격적이게도 자본시장 자유화 주창자들은 한층 더 우스꽝스러운 주장을 들고 나왔다. 자본시장 자유화가 각국의 경제 안정성을 높여줄것이라고 말이다. 그것ㅇ든 자본조달의 원천을 다양하게 허용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82. 자본흐름은 불경기 때는 나라밖으로 빠져나가고 호경기 때는 나라안으로 들어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는 법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가들로서는 외부자본이 필요한 바로 그때 은행들이 대출금을 갚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182. 자유화 이전 태국은 은행들이 부동산에 빌려줄 투기성 자금에 엄격한 제한을 두었다. 태국이 이런 제한을 가했던 것은 자국이 성장을 원했던 가난한 국가였을뿐만 아니라 얼마 안되는 자본이나마 제조업에 투자할 경우 일자리도 만들고 성장도 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83. * 부동산 값이 오르면 은행들은 담보물 가격이 올랐으므로 돈을 더 빌려줘도 괜찮다고 느낀다. 투자자들은 너무 늦기 전에 그 게임에 뛰어들어야겠다고 느낀다. 은행들은 그들에게 그 게임에 쓸 돈을 대준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새 건물을 지어올림으로써 신속한 이득을 노린다. 그러다 보면 결국 과잉공급이 발생한다. 개발업자들은 부동산을 임대하지 못하게 되고 빚을 갚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거품은 터진다.

183. 그러나 IMF는 규제가 시장에 의한 효율적인 자원의 배분을 간섭한다고 주장한다. 자유화 이후에 사실상 그랬던 것처럼 시장이 텅빈 사무용 빌딩을 지으라고 말한다면 그래야 하는 것이다.

183. * 태국은 사회기반시설과 빈약한 중고등 교육체계를 강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공공투자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엄청난 돈이 상업적인 부동산에 낭비됐고 이들 건물들은 아직도 비어있다. 이는 지나친 시장의 열기, 그리고 금융기구들에 대한 정부의 부적절한 감독아래서 발생할 수 있는 광범위한 시장실패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184. * 물론 자유화를 밀어붙인 것은 IMF 혼자만이 아니었다. IMF의 최대주주이자 거부권을 가진 유일 회원으로 IMF의 정책결정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미국 재무부도 독자적으로 자유화를 추진했다.

184. * 한국의 성장은 그 나라 자체에서 발생하는 저축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에 의해 경영되는 자체 기업들을 토대로 이뤄졌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같은 한국의 이웃나라들은 다국적 기업들을 받아들인 반면 한국은 자체 기업을 창조했다.

184. 세계시장에서 성장을 계속하고 그곳에 통합돼 가려면 금융 및 자본시장이 운영되는 방식에 약간의 자유화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한국은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한국은 서툰 규제완화의 위험도 알고 있었다.

185. 우리는 비록 한국의 자유화가 월스트리트의 특별한 이익에 도움이 될지언정 국가적 이익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또 그것이 지구촌의 안정에 미칠 효과에 대해 걱정했다.

185. 일본시장을 개방시키는 일과 관련해 가장 커다란 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은 토이즈알어스가 중국산 장난감을 일본 어린이들에게 팔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일본 어린이들과 중국 근로자들에게 좋은 일이었지만 미국에는 거의 이득이 없는 일이었다.

186. 많은 형태의 시장접근은 미국에는 이득이 되지 않는다. 즉 일부 특정단체들은 엄청난 이득을 누릴지 모르나 국가 전체로서는 별 이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이 실제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은 분명했다.

186. * 미국 재무부는 이겼고 미국과 한국, 세계경제는 졌다. 재무부는 아마도 자유화 그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뒤 이어진 위기에서 드러났듯이 문제는 자유화가 그릇된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188.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환경에서 필요했던 것은 과잉수요의 축소였다. 또 진행중인 동아시아의 불황과 관련된 문제는 과잉수요가 아니라 불충분한 수요였다. 따라서 수요를 죽이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었다.

188. 만약 기업들이 부채를 조금만 갖고 있다면 비록 고통스럽긴 하지만 고금리는 그나마 흡수될 수 있다. 하지만 빚이 많은 상태에서는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이라고는 하지만 고금리를 강요하는 것은 많은 기업들, 그리고 경제 전체에 사망진단서를 끊는 것과 같다.

188. 동아시아 국가들은 감동적인 성장의 기록만 가진게 아니라 앞선 30년 동안 어느 선진국보다 불황을 덜 겪었다. 동아시아 국가들 가우데 두 나라는 마이너스 성장을 오직 1년밖에 경험하지 않았으며 두나라는 30년동안 한번도 불황을 겪지 않았다. 동아시아는 나무랄 일보다 칭찬할 일이 더 많았다. 동아시아가 취약했다면 그것은 새로 얻게 된 것이다. 그것은 대체로 자본 및 금융시장 자유화의 결과고 부분적으로나마 IMF에 책임이 있다.

189.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심각한 경기침체를 맞은 국가를 위한 표준처방이 있다. 정부는 통화 또는 재정정책을 통해 반드시 총수요를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189. 위기의 발생단계에서 동아시아는 거시균형상태였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았으며 정부예산은 균형 또는 흑자였다. 이것은 두가지 명백한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환율과 주식시장의 붕괴, 부동산 거품의 폭발, 그리고 이어진 투자와 소비의 하락은 동아시아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다. 둘째, 경제붕괴는 세수의 붕괴를 낳았으며 예산적자로 이어졌다.

190. 이제 와서 IMF는 자신이 권고했던 재정정책이 지나치게 긴축적이었음을 시인한다.

191. 1930년대 대공환 동안 세계 각국의 경제를 초토화시켰던 근린 궁핍화 정책보다 오히려 더 나쁜 효과를 낸 전략을 IMF는 고안해 냈다. 경기 침체기를 맞으면 무역적자를 줄여야 하며 심지어 반드시 흑자를 내야 한다는 소리를 각국은 들었다. 1930년대와 달리 오늘날에는 설사 불황에 직면해 있더라도 수입을 줄일 목적으로 관세를 올리거나 다른 무역장벽을 치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엄청난 압력이 각국에 가해진다.

195. 정치적 책임이 훨씬 덜했던 IMF 관리들은 동아시아에다 대고 금리 인상을 미국의 10배가 아니라 25배나 강요했다. 금리를 25% 포인트 올리라고 한 것이다. 클린턴이 경기회복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는 환경에서 0.5% 포인트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역 효과에 대해 걱정했다면 불황의 늪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경제환경에서 25% 포인트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역효과에 대해서는 졸도했을 것이다.

195. 한국은 초기단계에서 금리를 25%로까지 인상했다.

195. * 이들 정책의 배후에 있는 논리는 명쾌하지는 않았지만 단순했다. "한 국가가 금리를 올리면 그 나라에 대해 느끼는 매력이 커져 외부 자본이 그 나라로 흘러 들어온다. 자본유입은 환율지지에 도움이 되고 따라서 통화가 안정된다." 그러니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196. 한국에서 위기가 발생했던 것은 외국은행들이 단기 외채의 만기연장에 동의해주지 않았기 때문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의 만기연장 거부는 한국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파산이 논의의 초점이었다. 하지만 IMF모델에서는 파산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파산ㅇ르 고려하지 않고 통화정책과 금융은 논의하는 것은 덴마크 왕자를 논하지 않고 햄릿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196. 실제로 지나친 부채비중은 한국의 약점으로 거듭 지적됐다. 심지어 IMF조차 그것을 지적했다.

196. 금리가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 빚이 많은 기업은 재빨리 파산의 길로 접어든다. 설사 파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채권자들에게 엄청난 액수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당기업의 자산은 빠르게 고갈된다.

197. * 고금리로 인해 고통받는 기업이 늘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을 떠안는 은행도 늘었다. 은행들은 더욱 허약해졌다. 기업 및 금융부문에 증가된 고통은 수요의 감소를 통해 위축적 정책들이 유도하고 있었던 경기하강을 더욱 심화시켰다. IMF는 총수요와 공급 둘다에 있어 동시적인 위축을 감독하고 있었다.

198. 많은 기업들이 지나친 부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산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체 기업의 75%가 곤경에 빠졌다. 태국에서는 은행대출금의 50%가 회수불능상태가 됐다.

201. 위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은행은 대출을 삭감하고 이는 기업의 생산감축으로 이어지며 이것은 다시 산출저하와 소득감소로 연결된다. 산출과 소득이 곤두박질침에 따라 이익은 하락하고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파산으로 몰린다. 기업이 파산을 선언하면 은행의 대차대조표는 악화된다. 그러면 은행은 대출을 더욱 삭감하고 이는 경기하강을 더욱 부추긴다.

201. 악순환에 대한 공포 때문에 각국 정부는 건전성 규제를 통해 금융체제를 강화했다. 그런데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이런 규제에 반대했다. 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을 때 그 결과는 처참했다.

205. * 한국은 외부의 충고를 무시하고 자국의 대형 은행 두곳을 폐쇄하는 대신 자본을 재확충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었던 부분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06. 기업이 파산으로부터 회생할 때까지는 소유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뚜렷한 소유자가 없는 상태에서 현재의 경영진과 옛 소유자들에게는 자산을 빼돌리고 싶은 유혹이 따르게 되며 실제로 자산 약탈이 발생했다.

206. * IMF는 재정적 구조조정을 실질적 구조조정 즉 필수불가결한 결정, 기업이 무엇을 생산해야 하며 기업이 어떻게 그 산출을 생산해야 하고 기업이 어떻게 조직돼야 하는가와 혼동했다.

207. * IMF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 정부가 재정적 구조조정에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서는 안되며 실질적 구조조정에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서는 안되며 실질적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과잉상태인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줄이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외부의 경영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시관리 훈련을 받은 국제관료들이 기업구조조정 전반,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해 특별한 통찰력이 있다고 믿을 이유가 내게는 없었다.

207.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 2년이라는 놀랄만큼 빠린 기간안에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 가운데 놀랄만큼 큰 부분을 대상으로 재정적 구조조정을 완료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IMF 전략을 따랐던 태국의 구조조정은 생기를 잃었다.

209. 불황이 깊어 가는 가운데 식품 보조금의 삭감 때문에 유발된 폭동으로 인해 갈기갈기 찍기는 사회는 식품보조금이 부활된다고 해서 다시 통합되지는 않는다.

210. 경제불황을 방지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에 관한 문제였다.

210. 1998년 가까스로 위기를 면한 대만과 싱가포르는 2001년 위기에 빠졌다. 이에 반해 한국은 그들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210. 미국과 독일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 세계적 경기침체를 맞아 어느 누구도 제도적 장치나 허약한 정부 따위를 침체의 원인으로 들먹이지는 않았다. 이제 그들은 그런 경기변동이 언제나 시장 경제의 한 부분을 차지해왔음을 기억해 낸것 같다.

213. 심각한 침체에 빠진 경제는 회복과정에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받지는 못한다. 오늘의 불경기가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심지어 20년 후라고 해도 기대가능한 소득은 그만큼 더 낮아진다. IMF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생활이 더 나아지지는 않는다. 불경기의 효과는 오래간다.

213. 한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현재의 불경기가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현재의 산출만 적어지는 것이 아니라 향후의 산출또한 그만큼 더 적어질 가능성이 있다.

214. 말레이시아는 IMF 프로그램에 합류하기를 꺼렸다. 그것은 부분적으로 그 나라 관리들이 외부인들에게 휘둘리기 싫어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보다는 IMF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997년 위기 초기에 미셀 캉드쉬 IMF 총재는 상황을 실제로 분석해보지도 않은채 말레이시아 은행들이 매우 허약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선언했다. 이 나라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5%로 높았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강력한 규정을 만들어 은행들이 이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게끔 해놓고 있었다.

215.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 나는 보고서를 쓰면서 곤혹스러워하는 IMF 직원을 본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총재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실제 조사된 증거와 일관되게 보고서를 꾸밀 수 있을까 하고 그는 고심하고 있었다.

217. 정부가 뭔가 진지한 일을 하려면 자유 자본시장에 기초한 기강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던 비판자들이 또다시 틀렸음을 말레이시아 정부는 증명했다.

218. 중국은 독자노선을 걸었던 또다른 국가였다. 인도와 중국이 지구차원의 경제위기에서 참화를 면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두 나라 모두 자본통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본시장을 자유화한 개발도상국에서 소득이 준 반면 인도는 5%가 넘게 중국은 8% 가까이 성장했다.

220. * 한국은 표준 IMF 처방대로 은행을 폐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말레이시아 정부처럼 기업구조조정에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았다. 게다가 한국은 환율반등을 방치하기 보다 낮게 유지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으로 하여금 외환보유액을 다시 구축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외환보유액을 채우기 위해 달러를 사모음으로써 한국정부가 원화의 가치를 억눌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국은 수출을 유지하고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환율을 낮게 유지했다. 게다가 한국은 물리적 구조조정과 관련해 IMF의 충고를 따르지 않았다. IMF는 반도체 생산을 업으로 삼는 기업들보다 자신이 세계 반도체 산업에 대해 더 잘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다 대고 과잉설비를 신속히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총명하게 이 충고를 무시했고 반도체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경제가 회복됐다. IMF의 충고를 따랐더라면 회복은 훨씬 더뎠을 것이다.

225. * 나라면 금융구조조정의 문제에 전적으로 다르게 접근했을 것이다. 금융의 흐름을 유지하는 일을 주된 목표로 삼고 기존 부채의 상환동결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부채 구조조정으로 결국 한국의 경우 주효했다.

226. 앞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엄청난 비용을 쓰면서 실패한 IMF의 계획보다는 그 성공확률이 높았으리라는 것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227. IMF의 위기 접근방식은 대부분의 국가들에게 민간 및 공공부채라는 유산을 남겼다. 그것은 한국을 특징지은 지나치게 높은 부채를 진 기업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좀더 조심스러운 부채 수준을 지닌 기업들마저 경악시켰다. 수많은 기업을 파산으로 몰아넣은 터무니없는 고금리는 심지어 중간정도의 부채수준조차 대단히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 결과 기업들은 자기금융에 더욱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실제에 있어 자본시장의 효율성은 낮아질 것이다. 이것역시 시장 효율성 개선을 위한 IMF의 이념적 접근이 낳은 희생물이다. 그리고 대단히 중요한 것은 생활수준의 향상이 둔화되리라는 것이다.

5장, 누가 러시아를 잃어버렸는가.

235. 미래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중산층은 초토화됐고 정실 자본주의와 마피아 자본주의가 새롭게 생겨났다. 그리고 언론자유를 포함해 의미있는 자유를 갖춘 민주주의의 탄생이라는 한가지 성취도, 특히 과거 독립적이었던 TV방송국들이 하나둘 폐쇄되는 가운데 연약한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236. 사람들은 이미 매우 불합리한 것으로 드러난바 있는 옛 종교 마르크스주의의 대체물로 새 종교 시장근본주의를 들고 나왔다.

241. 전쟁으로부터 평화로의 전환과 공산주의로부터 시장경제로의 전환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243. 케케묵은 경제학 교과서는 종종 시장경제에 마치 세가지 필수요소 즉 3P, 가격(price), 사유재산(private property), 이익(profits)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경쟁과 더불어 3P는 동기를 제공할뿐만 아니라 경제적 결정을 조정하며 개인들이 원하는 것을 기업이 가능한 최소비용으로 만들도록 담보한다.

246. 공산주의 실패를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은 명쾌했다. 중앙계획은 실패할 운명이었다. 왜냐하면 간단히 말해 어떤 정부기관도 경제가 잘 작동하는데 필요한 관련정보를 수집하고 유통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유재산과 사유이익이 없는 상황에서는 동기가 결여됐다. 막대한 보조금 및 자의적으로 책정된 가격과 결합된 제한적 거래제도는 체제자체에 왜곡이 만연했음을 뜻했다.

247. 중앙화된 계획을 분산화된 시장체계로 대체하고 공유제를 사유제로 대체하며 거래를 자유화함으로써 왜곡을 제거하거나 적어도 줄인다면 경제산출의 분출이 초래되리라는 논리가 도출됐다. 군비삭감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더더욱 많은 여지를 제공했다.

247. 시장경제에 보조를 맞추려는 열정에 힘입어 1992년 대부분의 가격이 하룻밤 사이에 자유화됐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저축을 쓸어갔으며 거시안정이라는 문제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끌어올렸다. 2차충격요법 즉 인플레이션 끌어내리긱 불가피했다. 그 결과 통화정책의 강화, 즉 금리인상이 요구됐다.

249. 1989년 이후 러시아의 GDP는 해가 갈수록 하락했다. 짧게 끝날 것 같았던 전환과정의 불황이 10년 넘게 지속되는 장기불황으로 바뀌었다.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250. 민영화 그리고 이에 따른 자본시장의 개방은 부의 창출이 아니라 자산약탈로 이어졌다.

251. 러시아의 민영화란 값진 국가자산을 친구들에게 양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부입장에서는 대단히 수지맞는 장사다. 그 반대급부가 현찰인지 정치자금인지 상관없이.

253. 근로자들은 일하는 척만 했고 기업들은 임금을 지불하는 척만 했다. 임금은 대규모로 연제쵔고 기껏 임금을 받는다고 해도 그것은 현찰보다는 종종 현금으로 지급됐다.

253. 국민과 국가 전체에게 과대평가된 환율을 재앙이었다. 하지만 신흥 기업가 계급에게는 축복이었다. 벤츠 승용차와 샤넬 핸드백, 수입 이탈리아 식품을 살 때 루블화를 더 적게 지불해도 괜찮았다. 돈을 국외로 반출하려는 지배계급에게도 과대평가된 환율은 축복이었다.

254. 러시아 사람 대다수가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개혁주의자들과 IMF 고문관들은 초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한 나머지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어떤 환율변화에도 강력히 저항했으며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수많은 달러를 러시아에 퍼부을 용의가 있었다.

255. 나는 IMF보다 시장을 훨씬 덜 신뢰한다. 그래서 나는 "어느 통화이건 관계없이 위험이 반영된 차입비용은 실제로 같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

257. 세계은행과 IMF는 겉으로는 부패한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것에 반대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케냐 같은 나라는 부패를 이유로 대출이 거절된 반면 그보다 훨씬 큰 규모로 부패가 자행된 러시아 같은 나라들에게는 계속해서 대출이 이뤄졌다.

258. IMF는 부패와 부패에 수반돼 그 돈에 대해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해 모른척하는 것 같았다. IMF는 실제로 환율을 과대평가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 돈 덕분에 자신이 이런 환율을 2개월 이상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IMF는 러시아에 수십억달러를 제공했다.

258. 대출이 실행된지 3주가 지나자 러시아는 일방적으로 지불정지와 루블화 평가절하를 선언했다.

259. 러시아의 붕괴에 대한 놀라움은 붕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IMF 일부 관리들을 놀래켰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운 프로그램이 작동할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다.

261. 거시경제학은 IMF의 강점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도 IMF는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는 다른 실패를 부추겼고 거대한 몰락에 크게 기여했다.

266. 오늘날 러시아에는 세계 최악, 다시말해 반봉건적 전통에 기초한 라틴 아메리카에 버금가는 수준의 불평등이 조성돼 있다. 러시아는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최악의 상태에 도달했다. 산출은 엄청나게 줄었고 불평등은 엄청나게 늘었다. 게다가 미래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극도의 불평등은 특히 그것이 사회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때 성장을 저해한다.

283. 단지 지금에 와서야 우리는 "누가 러시아를 잃어버렸는가", "그렇다면 왜"라는 질문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6장, 불공정한 공정무역법과 기타 해악.

295. IMF가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안정화였다. 하지만 IMF는 성장의 방법에 대해 제시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298. 실패한 정책들이 단지 우연은 아니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러시아에 많다. 그 실패는 계획적이었으며 러시아의 알짜를 도려내기 위해 위협세력으로서의 러시아를 영구히 제거하기 위해 의도됐다는 것이다.

306. 러시아는 단기속성과정으로 자본주의를 배웠다.

307. 미국은 무역 자유화 없이도 성공했다. 가끔 들리는 것처럼 무역은 좋지만 수입은 나쁘다. 그들은 경쟁이 절대 필요하다고 배웠다. 하지만 미국에 의한 어느 민영화 시도에는 오래고 오랜 세월이 소요됐고 결국 그 진의마저 의심 받았다.

7장, 시장으로 가는 더 나은 길.

312. 국영은행들이 계속해서 민영화된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줬다. 국가가 선호하는 기업들의 경우 대출이 쉽게 이뤄졌으며 그 덕분에 민영화된 기업들은 혹독한 예산 압박에 시달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 기업들은 진정한 구조조정을 미뤘다.

322. 그들은 같은 주문, 안정화, 민영화, 자유화를 계속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반복했다.

327. 효과적인 기업의 재국유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재국유화에는 이전에 발생했던 것보다 더욱 적법한 규제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331. 경제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이상세계가 아니라 반드시 현실세계에 바탕을 둬야 한다. 정책은 이상세계에서 어떻게 이행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토대위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이행될 것인가에 따라 설계돼야 한다. 러시아가 그 지도자들에 대해 그들이 내린 결정의 결과와 관련지어 책임을 묻기 시작하듯이 오늘날 우리도 우리의 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평가가 우호적일 것 같지는 않다.

8장, IMF의 다른 의제들.

337. GM회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찰리 윌슨은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은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미국 자본주의의 독특한 관점을 표현하는 상징이 됐다. IMF도 비슷한 관점, "금융계에서 세계경제에 좋다고 보는 것은 세계 경제에 정녕 좋으며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관점을 가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39. * IMF 바깥의 경제학계에서는 정부 행동의 시장실패 이론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발전시켜왔다. 이 이론은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집단적인 행동이 필요한 이유를 밝혀내려 시도한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그 이론은 개별정부들이 세계의 경제적 복지에 기여하지 못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개별정부들이 힘을 합치는 조화된 노력으로 종종 국제 기구들을 통해 이뤄지는 세계적 집단행동이 어떻게 상황을 개선하는지를 밝힌다. 그러므로 IMF와 같은 국제기구를위한 국제적 정책에 대해 지적으로 조리있는 견해를 갖추는 데는 시장이 실패할지도 모를 중요한 사례를 파악해 내고 특정한 정책들이 이러한 실패가 가져오는 손상을 어떻게 피하거나 최소화하는가를 분석하는일이 요구된다. 나아가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데 시장실패가 일어나기 전에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그리고 시장실패가 발생할 때 그것을 치료하는데 특정한 개입사례들이 어떻게 최선의 길이 되는지 보여줘야 한다.

340. 30년전 세계는 변동환율 제도로 전환했다. 그 전환의 배경에는 다른 물가와 마찬가지로 환율도 시장세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타당한 이론이 있었다.

341. 시장이 지나친 비관주의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IMF의 지적에 나는 동의한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이 지나친 낙관주의를 나타낼 수도 있으며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곳이 단지 환율시장만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342. * 어떤 사람이 돈을 따면 그만큼의 돈을 다른 사람이 잃게 되므로 평균적으로는 제로가 되는 위험천만한 행위일 것이다. 투기를 수지맞게 만들어 준 것은 IMF의 지원을 받는 정부로부터 흘러나오는 돈이었다. 예컨대 IMF와 브라질 정부가 1998년말 환율을 과대평가된 수준으로 유지하느라 소모한 약 500달러의 돈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 돈은 공중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그 돈은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어떤 투기꾼은 따고 어떤 투기꾼은 잃는다. 하지만 투기꾼들 전체는 정부가 잃어버린 것만큼 돈을 딴다. 어떤 의미에서 투기꾼들의 투기를 부추긴 것은 결국 IMF다.

344. * 어느나라 정부가 재정흑자를 내면 그때는 민간저축을 초과하는 민간투자로부터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민간 부문의 한 기업이 금리 5%로 100만달러를 빌려 20% 수익을 내는 어떤 사업에 그 돈을 투자할 경우 기업이 빌린 100만달러가 그 당시에 그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투자는 빌린 돈을 갚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업이 판단착오를 일으켜 수익률이 3% 또는 0%라고 해도 문제는 없다. 그렇게 되면 채무자는 파산하게 되며 채권자는 대출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는다. 이것은 채권자에게는 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국가의 정부 또는 IMF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345. 대규모 무역적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것은 해당국가가 해마다 돈을 빌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345. 한 국가에 자동차 구입붐이 일어 자동차 살 돈을 조달하느라 엄청난 차입을 하고 있었는데 외국인들이 그 자금의 공급을 거부하면 자동차 구입붐은 멎고 무역격차는 좁혀진다. 하지만 그러한 조정이 그토록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좀더 일반적이다. 그 국가가 단기자금을 차입했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 경우 채권자들은 앞선 시기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그들이 빌려줬던 돈을 지금 당장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 돈이 소비열풍을 위해 쓰였건 그것은 채권자들과 상관없는 일이다.

352. 최선의 방어는 공격.

353. 나는 자본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믿지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나는 자본시장이 IMF 경제전문가들이 대체로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355. IMF는 금융계의 시각과 이념을 가지고 문제들에 접근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자연적으로 금융계의 이익과 밀접하게 일치한다. IMF의 핵심인물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금융계 출신이다. 그리고 그 핵심인물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이익을 위해 잘 봉사한 뒤 보수가 후한 일자리를 찾아 금융계로 떠났다.

358. * 아시아 금융위기 때 미국과 유럽 채권자들에게는 신나는 일이었다. 그들은 태국이나 한국의 은행과 기업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고는 흡족해 했다. 아니면 그들은 적어도 떼일뻔 했던 돈을 조금이라도 더 건졌다. 하지만 그것은 태국이나 한국의 근로자들과 납세자들에게는 그다지 신나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IMF 대출금으로부터 많은 이득을 보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낸 세금이 IMF 대출금을 갚는데 쓰이는 것을 보았다. 혼내주고 모욕하는 형국으로 환율을 지탱불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외국인 채권자들을 구제하느라, 그 수십억달러가 쓰인 뒤 그들의 정부가 지출을 삭감하라는 IMF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 나라가 경기침체에 빠져 근로자 수백만명이 실직한 뒤 가난한 사람들에게 연료 및 식품보조금을 지급하려고 그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돈을 찾을 때 돈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IMF에 대해 그토록 분한 감정을 품는 것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364. * 1990년대 초반 미국 재무부는 자본주의의 세계적 승리를 선포했다. IMF와 더불어 미국 재무부는 올바른 정책들을 추종한 국가들에게 그들은 성장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자본주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과 그들이 채택했던 나쁜 정책들에 있었음이 보일 수 없는한 동아시아 위기는 이 새 세계관에 의문을 던졌다. IMF와 미국 재무부는 문제가 개혁과 자본시장 자유화의 실행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개혁이 충분히 깊이 수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었다고 주장해야만 했다. 위기 경험 국가들의 허약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실수들로부터 책임을 회피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제를 더욱 깊이 추진하는데 그 경험을 이용하고자 했다.

9장. 온전한 세계화를 향하여.

369. 오늘날 세계화는 많은 빈민들을 위해 작동하고 있지 않다. 환경의 많은 부분을 위해서나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 작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369.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세계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럴싸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369. 동아시아의 성공은 세계화, 특히 무역의 기회, 그리고 시장 및 기술에 대한 접근의 증대에 기초했다. 세계화는 보건의 증진을 이뤘으며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큰 사회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활동적인 세계 민권사회를 이룩했다. 문제는 세계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있다.

371. 은행 구제에 쓸 돈은 수십억달러나 있지만 IMF 프로그램의 결과 직장에서 쫒겨난 사람들으리 위해 지급할 소액의 실업보조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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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무역관련 고려사항은 환경을 포함해 모든 다른 것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발견한다.

377. 허약한 정부와 너무 많이 참견하는 정부는 안정과 성장 모두를 해쳐왔다. 아시아 금융위기는 금융부문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났으며 러시아의 마피아 자본주의는 법과 질서의 기본을 강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경제체제 전환국가들에서 필수적인 제도적 기반 없이 추진된 민영화는 부의 창출은커녕 자산 빼돌리기로 이어졌다.

380. 자유시장에 대한 단순한 믿음.

380. 자유로우며 속박받지 않는 시장을 믿는 사람들에게 자본시장 자유화는 명백히 바람직한 것이었다. 그것이 성장을 촉진한다는 증거는 필요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것이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증거는 단지 조정비용 가운데 하나로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받아들여야만 할 고통의 일부분이라고 하여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 뻔했다.

384. * 게임의 법칙을 세우면서 국제경제기구들 내부에는 상업적 금융적 이익과 사고방식이 지배했다. 또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바라볼 때는 특정한 견해가 지배했다. 그 견해는 선진국들 내부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개발도상국과 전환경제국들에게는 강요되고 있다.

386. 세계화가 당초 취지대로 작동하게끔 만드는데 요구되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지배구조의 변화다. 이것은 IMF와 세계은행에 대해서는 투표권의 변화를 요구하며 온통 통상장관의 목소리만 판을 치고 있는 WTO와 재무장관들의 목소리만 판을 치는 IMF와 세계 은행을 개혁할 것을 요구한다.

389. IMF는 속성상 자연스럽게 비밀주의에 기울어 있다. 공공기구라고는 하지만 중앙은행은 전통적으로 비밀주의를 선호해왔다. 공개주의가 불문율인 학계와는 대조적으로 금융계에서는 비밀주의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통한다.

391. 다음과 같은 속담을 상기해보라. "햇볕은 가장 강력한 방부제다."

402.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자본시장 자유화의 위험인정. 두번째, 파산 개혁과 지불정지. 세번째, 구제금융에 대한 의존 축소. 네번째, 은행 규제의 개선. 다섯번째, 위험관리 개선. 여섯번째, 안전망의 개선. 일곱번째, 위험관리 개선.

402. 단기 자본흐름이 엄청난 외재성을 부과하며 그 비용은 거래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부담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403. 채권자에 친숙한 파산개혁을 강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그것은 위기를 당한 국가들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할뿐만 아니라 약효가 지속될 것 같지 않은 약일뿐이다.

404. 파산과 지불 유예를 활용한다면 대규모 구제금융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대규모 구제금융느 자주 실패했다. 그 돈은 서방 채권자들이 정당한 수준 이상으로 빚을 되돌려 받는 것을 담보하는데 쓰였거나 과대평가된 환율이 정당한 수준 이상으로 오래 유지되게끔 담보하는데 들어갔다.

417.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세계화를 향해.

417. 세계 통합의 속도는 중요하다. 좀더 점진적인 과정을 밟아나간다는 것은 전통적인 제도와 규범이 새로운 도전에 의해 압도당하기보다는 그것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418. 개발도상국들은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가질 것을 강요당한다. 그래야만 정책의 우선순위가 고용증대보다는 인플레이션 완화에 두어져 시장이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일 추진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가들에게는 선택권이 있으며 그러한 선택 가운데는 그들 스스로 국제자본 시장에 노출시키고 싶어하는 선택도 있을 수 있다.

419. 오늘날 세계화는 전세계에 걸쳐 도전받고 있다. 세계화에 대한 불만이 존재하며 그런 불만은 정당하다. 세계화는 선을 위한 힘일 수 있다.

419.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세계화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일자리가 파괴되고 생활이 더욱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삶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통제범위 바깥에 있는 세력에 맞서 갈수록 무력해지는 자신의 존재를 느꼈다.

420. 대공황 때 자유시장 주창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시장은 자기규정적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주어지면 경제적 번영은 재개될 것이다." 이러한 소위 먼 미래의 가능성만을 기다리다 삶이 망가진 사람들의 비참함은 어떻게 하나. 케인즈는 시장이란 자기교정적이 아니거나 적어도 적절한 시간의 틀속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업은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정부 개입이 요구됐다. 케인즈는 웃음거리가 됐다. 그는 사회주의자이자 시장 비판자로 공격받았다. 하지만 어느 의미에서 케인즈는 맹렬한 보수주의자였다. 그는 시장에 대해 근본적인 신뢰를 지니고 있었다.

423. 개발도상국들은 그들의 복지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들은 비록 풍족하지는 않을지라도 수입범위에서 생활하도록 예산을 운영할 수 있으며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많은 이득을 안겨줄지 모르겠지만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치르도록 강요하는 보호주의 장벽을 제거할 수 있다. 그들은 외부 투기꾼이나 내부 기업부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강력한 규정들을 시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들은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법부, 민주적인 책임의식, 개방성과 투명성, 그리고 공공부문의 효율성과 민간부문의 성장을 압박해온 부패와의 절연등을 구현할 효과적인 정부기관이 필요하다.

424. 국제사회에 요구할 것은 오직 이것이다. 누가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그들 스스로 결정을 반영하는 방식처럼 그들 스스로 선택할 욕구와 권리를 국제사회가 수락하라는 것이다. 그들 자체의 상황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파산 법률과 구제장치를 채택하도록 장려하고 선진국들에 의해 선진국들을 위해 설계된 표준 모형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돼서는 안된다.

424. 필요한 것은 지탱가능하고 공정하며 민주적인 성장이다. 개발은 소수의 사람들이 부자가 되도록 돕는 것이 아니며 국가의 엘리트들만 살찌우는 몇몇 무의미하고 보호받는 산업을 창설하는 것도 아니다. 개발은 사회를 변모시키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며 모든 사람들의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보건과 교육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425. 만약 우리가 세계화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사람들의 정당한 우려에 귀기울인다면 만약 우리가 그들을 위해 세계화가 작동하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세계화가 작동하도록 만든다면 만약 우리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성공시킨다면 그때 우리의 목청은 반드시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수수방관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세계화와 그 불만,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종연구원.

요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이 은근히 인기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정말 지지리도 야구를 못하는 구단이었다. 해태 타이거즈의 불성실한 팬이었던 나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꽤나 비웃었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있다. 도대체 만년 꼴찌 주제에 슈퍼스타즈라니, 이름까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기록을 뒤져보니 삼미 슈퍼스타즈는 1982년 첫해, 깜짝 놀랄만한 기록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18연패, 원정 최다 21연패, 최저승률 1할8푼8리. 시즌 최소 302득점, 최소 637안타, 한 팀에 최다 16연속 패, 1경기 최다 20실점, 최다 12 사구 허용, 최다 38 안타 허용, 사상 첫 노히트노런 패, 첫 단독 홈스틸 허용 등등. 삼미 슈퍼스타즈는 3년만인 1985년 청보 핀토스로 이름이 바뀌면서 짧지만 파란만장했던 역사를 접는다.

그런데 무려 22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누군가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야구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였다"고 말한다면 꽤나 난감한 일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플레이를 펼치고 혜성처럼 사라져 간 구단"이란다. 다른 어디도 아니고 바로 그 삼미 슈퍼스타즈가.

이제 와서 돌아보면, 1980년대에 야구는 사람들에게 시대의 아픔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오락이 아니었을까. 야구 말고 다른 무엇이 그때 사람들을 그만큼 열광하게 할 수 있었을까. 비웃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뛰었던 꼴찌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를 기억하는 일은 그래서 어딘가 쓸쓸하다.

마침 삼미 슈퍼스타즈의 패전 전문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패전 전문 투수라니, 참.

다 진 게임에만 나오는 투수는 무슨 생각으로 공을 던질까.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모두가 포기한 게임을 용케 살려놓았을 때 그는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뻤을까.

삼미특수강 직원었던 감사용은 지금까지 전무후무한 아마추어 출신 프로야구 선수다. 3년 동안 1승 1무 16패 1세이브를 기록했다고 한다. 싸이더스에서 만드는 이 영화의 제목은 '슈퍼스타 감사용'이다. 생각 없는 코미디 영화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해의 프로야구를 생각하면, 나는 도무지 삼미 슈퍼스타즈를 잊을 수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야구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것이었고, 또 그런 이유로 야구를 꽤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그를 쓰기 시작한 지금은 2001년. 세상은 그 해의 프로야구에서 19년이나 멀어졌고, 이젠 그 누구도 삼미 슈퍼스타즈를 기억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플레이를 펼치고 혜성처럼 사라져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회원일 것이다. 삼미로서는 당연한 일이고 나로서는 감히 가문의 영광이라 말할 수 있겠다.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가운데.


감사용 보다는 한참 뒤 일이지만, 나는 해태 타이거즈의 4번 타자 외야수 박재용이 좋았다. 청각 장애인인 박재용은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다.

언젠가 박재용이 심판하고 싸우는 장면이 티비 카메라에 잡혔다. 심판이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를 질러대고 심판의 말을 못알아듣는 박재용은 멍한 표정으로 포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오랫동안 그의 그 표정은 기억에 남았다.

나는 또 언젠가 그가 9회말 동점에서 뽑아낸 정말 영화 같았던 역전 만루홈런을 잊을 수 없다. 청각 장애인인 그가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까지, 그리고 4번 타자가 되기까지 겪었을 고독과 노력을 생각하면 새롭게 힘이 솟곤 했다.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그때 그 만루홈런은 정말 짜릿했다.

'실미도'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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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누가 강우석 감독에게 물었다. 왜 당신은 '투캅스' 같은 저질 코미디 영화만 만드는가. 강우석은 대답했다. '투캅스' 같은 영화 한편 만들어서 성공하면 다른 영화 세편을 만들 돈이 남는다. 지금은 예술 영화 만들 때가 아니다. 일단 살아남아서 영화를 많이 만들고 우리나라 영화 산업을 살리고 봐야 한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벌써 10년전 일이다. 그때 강우석의 전략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강우석은 '투캅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영화 투자와 제작으로 돌아섰고 제법 큰 수익을 거둬들였다. 그의 회사 시네마서비스는 코스닥에 올라갔고 강우석의 주식 평가액은 2004년 1월, 200억원을 넘어섰다.

돌아보면, 그의 성공은 좀 배가 아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화를 뭘 알아요? 기껏 '투캅스' 같은 영화에나 열광하겠죠. 나는 그의 그런 건방진 태도가 싫었다. 나는 그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우석은 끝까지 부인하고 있지만 '투캅스'는 프랑스 영화 '마이 뉴 파트너'를 완벽하게 표절했다. 나는 강우석을 용서할 수 없었다. 창의성이 없는 건 그렇다 치고 표절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투캅스' 하나로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떠올랐다.

돌아보면 강우석의 영화는 모두 '투캅스'처럼 과장되고 억지스럽다. '공공의 적'도 그렇고 '실미도'도 그렇다. 나는 강우석 영화의 잇딴 흥행 기록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왜 그의 영화는 이렇게 인기를 끄는가. 왜 우리는 그의 영화를 안볼 수 없는가. '실미도'는 아주 형편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안봐도 딱히 아쉽지 않을 영화다. 개봉 한달도 안돼서 500만명이나 기를 쓰고 봐야할 만큼 그렇게 훌륭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실미도'의 놀라운 흥행을 보면서 나는 강우석과 시네마서비스를 비롯한 몇몇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가 대중매체와 영화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실미도'는 실화다. 나는 지난해 북파공작원들을 직접 인터뷰한적도 있다. http://www.leejeonghwan.com/cgi-bin/read.cgi?board=article&y_number=454&nnew=1

정말 영화 같은 사건이지만, 이를 영화로 만들 때 관건은 해석이다. 사건만으로 영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실미도'는 역사를 다루면서도 그 해석에 실패했다. 주제는 마냥 거창한데, 그 주제를 풀어내는 화법은 마치 '투캅스'처럼 서툴기만 하다. 장면 장면 감동은 남지만 영화를 총괄하는 메시지가 없다. 강우석은 지난 10년 동안 흥행의 기법만 어설프게 배운 모양이다. 그는 감독 보다는 영화 투자나 제작이 더 어울린다.

영화 마지막 부분, 수류탄이 터지기 직전 부대원들은 앞다투어 수류탄 위로 몸을 던진다.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친구가 물었다. 이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까.

글쎄, 모두 이미 한번씩 죽은 사람들이었으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또 죽을 수 있다고 모든 미련을 버린 사람들이었으니까. '실미도'는 그렇게 아무런 희망도 없이 끝으로 치닫는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면 그건 아마 우리가 갈 곳 없는 이 사람들의 절망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형 당하거나 평생 감옥에서 썩을 쓰레기 같은 놈들이니까, 그냥 아무렇게나 죽여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손쉬운 편견은 끔찍하다. 그런 편견에 맞서는 절망과 분노는 기꺼이 무모한 죽음으로 치닫을만큼 뿌리가 깊다. '실미도'는 이 사람들의 절망과 분노를 제대로 짚어내야 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어설픈 구성은 집요하게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쉬리'나 '공동경비구역'의 무게감을 흉내내려는듯, 분단 현실을 서툴게 덧칠했지만 도무지 갈피를 못잡는다. 문제의식 없이 애매한 피해의식만 늘어놓으니 당연히 비장감도 떨어진다. 등장인물은 지극히 피상적인데다 낯설만큼 격앙되고 과장되기만 할뿐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독의 시선도 중구난방이다.

흥행의 목적으로 역사를 차용했을 뿐, 해석 없는 역사 이야기는 무의미하다. 좋은 영화는 돈을 쏟아붓는다고 되는게 아니다. 흥행에 성공할지언정 '실미도'는 기억에 오래 남을 좋은 영화는 아니다. 억지 흥행은 '투캅스' 시리즈만으로 충분했다.

건설장비 업계의 중국 굴삭기 특수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중국내 굴삭기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부개발계획과 2008년 올림픽 등으로 적어도 향후 2년간 50% 가까운 매출 성장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굴삭기는 모두 2만9555대. 이 가운데 국내업체의 시장점유율은 44.4%로 이미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잠식한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가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한 굴삭기는 각각 7011대와 6116대로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3.7%와 20.7%로 일본의 고마츠(18.2%)나 히타치(15.3%)를 크게 앞질렀다. (그래프 참조)

중국 굴삭기 시장은 2002년부터 해마다 70%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여왔다. 1999년 4828대에서 4년사이 6배 이상 성장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는 당시 전액 현금거래가 일상화돼 있던 중국에 분할판매 방식을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또한 영업직원들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와 생산직원들에 대한 생산장려금 제도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2000년부터 선발주자였던 일본업체들을 따라잡기 시작해 2002년부터는 명실상부한 굴삭기 종주국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굴삭기는 일본이나 독일제품에 비해 품질이 전혀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5∼1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제3공장을 건설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오는 6월 제3공장 1차 완공에 이어 2006년까지 연산 2만대 규모의 설비를 확보해 중국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종합기계도 이미 지난해 산둥성 옌타이시의 현지공장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 연산 1만2000대 규모의 설비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중국 공장을 중국 뿐아니라 유럽과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top@leejeonghwan.com 이정환 기자

중국 굴삭기 시장 규모 (자료 : 중국 공정기계협회)
/전체시장규모/현대중공업/대우종합기계
1999년/4828대/630대/1115대
2000년/6575대/1088대/1425대
2001년/9849대/1970대/2173대
2002년/1만7439대/3898대/3832대
2003년/2만9555대/7011대/6116대

2003년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이 있어서 더욱 특별했던 한해였다.

특별한 감상은 없다. 다만, 굉장히 신나고 신기하고, 무엇보다도 용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나는 과연, 이길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 모든 걸 내걸고 싸울 수 있을까. 싸우다가 죽어도 좋을만큼 이 전투는 그렇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

만화 같은 이런 영화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건, 우리가 승리의 확신 없이는 현실에 맞서 싸울 용기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질 줄 알면서도 싸울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진짜 용기가 아닐까.

함께 영화를 본 금융연구원의 최공필 박사는 날마다 오크족 못지 않은 막강한 적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허풍을 떨었다. 그의 적들은 일차적으로, 위기를 의식하지 못하는 정부 관료들이다. 그는 지금이 IMF 무렵보다 더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한다. 경제는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그는 위기를 넘어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날마다 수많은 보고서를 만들고 정책 제안을 내놓지만 받아들여지는 건 하나도 없다. 그에게 권력의 독선에 맞서는 일은 오크족과 싸우는 일 못지 않게 절망적이다. 그래서 그는 일에서 겨우 벗어나는 토요일 저녁이면 만신창이가 된다.

위기는 우리나라처럼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애매하게 걸터앉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이제 맞서 싸울 적조차 명확하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한다. 희생양은 일차적으로 가계와 노동자다. 그 와중에 기업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고 난리법석이다. 경제는 빠른 속도로 양극화되지만 언뜻 위기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늘은 뒤늦게, 경숙과 달훈이 형과 조촐하게 모여서 최 박사의 생일 파티를 했다. 하시는 일에 올해는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를 건넸다.

약 500억원 규모의 지하철 2호선 전동차 교체사업 공개입찰이 28일 예정된 가운데 선발업체인 로템과 후발업체인 디자인리미트가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로템과 다자인리미트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조원과 700억원 정도로 추산돼, 이번 입찰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신규사업자인 디자인리미트가 로템의 아성을 깨기 위해 저가수주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출혈경쟁과 저가입찰 논란도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철도차량업체들의 빅딜로 인해 로템이 지난 5년간 전동차시장을 거의 독점해온 가운데 시장 진입을 위해 신규업체인 디자인리미트의 저가 공세가 예상되고,로템도 수성을 위해 출혈을 감수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전동차 1량당 낙찰가격이 기존의 평균 12억원에서 8억원 가량으로 3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가격은 지난해 9월 로템이 평균 14억원에 수주한 지하철 9호선 전동차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까운 수준이다.

최근 조달청에서 제시한 입찰 추정가격도 493억원으로 당초 지하철공사가 잡은 예산 634억원보다 141억원이나 낮아져 가격 인하압력이 더욱 거세졌다. 조달청이 추정한 1량당 평균가격은 8억3000만원 가량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낙찰가격이 7억원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로템 관계자는 “8억3000만원은 적자가 불가피한 가격”이라며 “일정부분 적자를 감수할 계획이지만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량당 평균 가격이 17∼20억원에 이르는 외국 전동차 시장에 비해 국내 전동차 가격은 결코 비싸지 않다”며 “후발주자인 디자인리미트가 과도한 출혈경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대해, 디자인리미트측은 “그동안 로템이 독점체제 아래서 폭리를 취해왔다”며 “가격 거품을 빼면 8억원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남기면서 제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디자인리미트는 지난 98년 해태중공업을 인수후 철도차량 제작에 뛰어들었고,최근 일본 히다치사와 제휴를 통해 전동차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편, 이번 입찰물량은 지난 80년 첫운행에 들어가 25년의 내구연한(2005년)이 임박한 차량들의 교체물량으로 신형 전동차 54량과 개조 전동차 15량 등 총69량이다. 입찰결과는 2월초에 발표된다.

top@leejeonghwan.com 이정환 기자

지하철 전동차 교체예정 현황(25년 내구연한 기준)
(자료:서울시지하철공사)

2005년까지 44량
2010년까지 516량
2015년까지 344량
2020년까지 944량

새해부터 수입제지에 대해 관세가 전면 폐지됐으나 제지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제지업계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인쇄용지는 22만톤으로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들어오는 백상지가 전체 63%가 넘는 10만톤에 이른다. 그러나 백상지는 이미 지난해 11월 무역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향후 3년간 2.80∼8.99%의 반덤핑관세가 부과돼 있는 상태. 따라서 백상지의 경우 관세가 폐지되더라도 가격 인하 효과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부 백상지 수입국가의 경우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국내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수입제지에 대한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세율에 따라 2000년 8%에서 2001년 7.5%로 낮아진데 이어 5%와 2.5%씩 낮아져 올해부터는 0%, 전면 무관세 시대로 접어들었다. 또한 한솔제지나 한국제지, 신무림제지 등 국내 주요 제지업체들은 수년전부터 무관세 시대에 대비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경쟁력 강화에 힘써온만큼 관세 폐지에 따른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입제지의 시장점유율이 다소 높아질 걸로 예상되지만 진입장벽을 뚫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종이와 판지를 포함한 전체 지류의 수입규모는 87만톤으로 국내 출하량 925만톤의 10%에도 못미치는 규모. 이들 10%도 대부분 저가의 신문용지나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고급지가 대부분으로 신문용지 제조업체를 제외한 국내 제지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전망이다.

국가별로 보면 전체 인쇄용지 수입물량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39.0%으로 가장 많고 일본(21.4%)과 필란드(9.2%), 중국(8.9%)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핀란드의 경우 잡지용지 등 고급지가 대부분으로 국내 제지업체와 충돌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인도네시아나 중국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제품에 비해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반덤핑 관세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신문용지의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신문용지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팬아시아페이퍼의 경우 지난해 수입제지의 영향으로 뻌당 단가를 70만원선에서 60만원선으로 10만원 가까이 낮추기도 했다. 가격을 낮추면서 수입물량이 다소 주춤해진 상태지만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잇따른 무가 일간지 창간 붐에도 불구하고 주요 일간지들이 발행면수를 줄이면서 수요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대 제지공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7일 신년회에서 외국기업의 공세와 제지업계 위기론을 타파하기 위한 ‘제방론’ 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제지업체들이 합심해 ‘둑’을 만들고 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기업의 공세와 침체된 세계 9위 수준에 올라있는 국내 제지업계 경영환경을 극복하자는 것. 제지업체들은 내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그동안 주요 수출국이었던 중국뿐만 아니라 호주와 일본 등 수출지역 다변화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등 관세 폐지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top@leejeonghwan.com 이정환 기자.

10원짜리 동전을 10번 던져서 어쩌다가 10번 모두 앞면이 나왔다면 11번째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앞면이 나올만큼 나왔으니 이제 뒷면이 나올 때도 된 걸까. 아니면 여전히 앞면이 나올 확률이 높은 걸까.

흔히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로또에 가장 많이 나왔던 숫자가 37이라니까 왠지 37을 빼놓으면 안될 것만 같다. 그래서 그동안 나왔던 숫자들을 놓고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가며 이번주에 당첨될 숫자를 골라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동전을 100번 던져서 100번 모두 앞면이 나왔다고 한들 101번째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여전히 814만5060분의 1이다.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도박이 비슷하다. 각각의 패는 모두 독립적이고 그동안 어떤 패가 나왔든 당신은 다음패를 결코 예측할 수 없다. 동전의 앞면이 잇따라 10번이나 나오는 것처럼 아주 가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여러차례 패를 돌리면 돌릴수록 확률은 이론값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카드로 하는 도박은 조금 다르다. 카드 게임에서 에이스는 모두 네장이다. 당신이 에이스를 뒤집었다면 남은 에이스는 석장, 다음에 에이스가 나올 확률은 분명히 조금 줄어든다. 카드게임에서 각각의 패는 독립적이지 않다.

MIT의 똑똑한 공부벌레들이 카지노에 빠져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계산만 제대로 하면 다음에 나올 패를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다. 포커나 훌라는 변수가 많아 어렵지만 간단한 블랙잭이라면 충분히 붙어볼만하다.

MIT 전기공학과 3학년이었던 케빈 루이스와 그의 친구들은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가스까지 날아가 수억원씩을 벌어들였다. 그들은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최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흥청망청 날려버렸다. 여기에 그 놀라운 기술을 소개한다. 굉장히 간단해서 MIT의 천재들이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술이다.

블랙잭은 카드의 합이 21을 넘지 않되 21에 더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왕의 얼굴이 그려진 카드는 모두 10으로 치고 에이스는 1이 될 수도 있고 11이 될 수도 있다. 게이머는 두장의 카드를 받고 난 다음 카드를 한장 더 받을까 말까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딜러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카드 두장의 합이 17이 안되면 무조건 한장을 더 받고 17이 넘으면 그만 받아야 한다.

컴퓨터를 돌려 계산해 보면 높은 숫자의 카드가 많이 남아 있을수록 게이머에게 유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통계적으로 딜러가 가진 카드의 합이 21이 넘어 게임에 질 확률은 28%라고 한다. 만약 딜러에게 높은 숫자의 카드를 줄 수 있다면 21을 넘길 확률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딜러는 17이 넘기 전에는 무조건 카드를 한장 더 받아야 하니까 말이다. 관건은 그동안 낮은 숫자의 카드가 얼마나 많이 나왔고 그래서 앞으로 높은 숫자의 카드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높은가를 가려내는데 있다.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숫자 2부터 6까지 낮은 숫자의 카드가 한장 나올 때마다 1을 더한다. 10이나 에이스, 왕이 그려진 카드는 나올 때마다 1을 뺀다. 이 지수가 높으면 그동안 낮은 숫자의 카드가 많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카드를 기억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카드가 한장 뒤집힐 때마다 차곡차곡 1을 더하거나 빼는 일은 중학생만 돼도 할 수 있다. 만약 한벌 이상의 카드를 한꺼번에 섞었다면 지수를 그만큼 나눠준다. 게임이 충분히 진행되고 남은 카드가 얼마 안될수록 지수의 적중률은 더 정확해진다. 그때가 기회다.

게임을 계속하면서 때를 기다리다가 지수가 충분히 높아지면 판돈을 크게 늘리면 된다. 이를테면 지수가 낮을 때는 1만원씩 좀스럽게 걸다가 지수가 10 이상으로 높아진다 싶으면 500만원씩 과감하게 건다. 이른바 카드 카운팅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결코 속임수도 불법도 아니다. 케빈 루이스와 그 친구들은 이를 수학이라고 부른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만 이길 확률은 확실히 높다. 동전 던지기나 로또 따위와는 비교도 안된다.

케빈의 패거리들은 카지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른 테이블에 흩어져서 지수를 세다가 지수가 10이상으로 높아진다 싶으면 손짓으로 케빈을 불렀다. 부잣집 아들 행세를 했던 케빈은 앉자 마자 1천만원이든 2천만원이든 아낌없이 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케빈이 억수로 운이 좋다고 생각할뿐 카드 카운팅 따위를 했으리라고는 결코 의심하지 못했다. 게다가 라스베이가스에는 수백개의 카지노가 있다. 너무 많이 땄다 싶으면 다른 카지노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테이블 가득히 쌓인 엄청난 금액의 칩 더미, 사람들의 환호성, 화려한 네온사인, 최고급 호텔과 리무진과 최고급 샴페인 그리고 파티. 이 모든 것들이 1994년에서 1998년 사이에 벌어진 실화다.

케빈과 그 친구들처럼 뻔뻔할 자신이 있다면 이번 설 연휴에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아가 슬롯머신 따위는 거들떠 보지 말고 블랙잭에 도전해보자. 마음속으로 지수를 매기고 푼돈을 잃으면서 기회를 기다려라. 그리고 이제 됐다 싶으면 판돈을 한도금액까지 올려라. 다만 너무 많은 돈을 따서 카지노를 화나게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들이 당신의 얼굴을 기억해두고 출입금지 명령을 내릴지도 모르니까. 좀 심한 경우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로 끌려가는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그런 일도 가끔 있는 모양이다.

케빈과 그의 친구들에게 습격을 당한 카지노들은 사설 탐정을 고용해 이들을 추적했고 이들의 사진은 미국의 모든 카지노에 뿌려졌다. 그들은 이제 어떤 카지노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됐다. 고스란히 돈을 잃어줄 카지노가 결코 아니다.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FTA,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ssosiation).

FTA를 통과시키라고 온통 난리법석이다. FTA를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반응은 썰렁하다. 농민들이야 생존권의 문제겠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으로 FTA를 반대할 이유가 딱히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는 왜 FTA를 반대하지 못하는 것일까.

FTA가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산업이 몰락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농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농민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평생을 땅을 일구면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돈 몇푼을 집어주면서 땅을 떠나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과연 언제까지 경쟁력 없는 농업을 계속 지켜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한다. 이미 엄청나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으니 더이상 보호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농부의 아들인 용철이와 재문이는 끝까지 FTA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다.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마냥 달려갈 수는 없다. 용철이는 정부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재문이는 국회 앞에서 가스통이라도 터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어떤 방법으로도 FTA를 막을 수 없다는걸 잘 안다. 현실은 현실. 대책 없는 원론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병수는 우리 가운데 누가 감히 FTA에 반대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누가 지금 감히 자동차 산업과 휴대전화 산업을 희생해가면서 농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 모든 나라가 FTA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우리만 고립돼도 좋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닥친 문제는 휴대전화 산업이냐 농업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FTA는 대세다. 우리는 FTA에 반대할 수 없고 FTA는 결국 통과될 수밖에 없다. 칠레와 맺는 FTA는 시작일뿐이다. 자본은 국경을 넘고 모든 규제와 보호를 넘는다.

지하철 역마다 수억원씩을 들여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가식이든 뭐든, 소수와 약자를 위한 배려가 많은 사회, 나눌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성장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의 원칙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다.

왜, 당신은 안전할 것 같은가. 농민들이 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가 언젠가 장애인들이 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로, 또는 장애인들은 그냥 집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더 넓게는 노동자와 여성과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짓밟는 논리로 확산되지 않을까 나는 두렵다.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을 말하는 이 사회의 냉담함에 나는 오싹함을 느낀다.

자본은 영세한 산업을 몰락시키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부를 한곳에 집중시킨다. 그렇게 기본적으로 지켜져야할 가치들을 희생하는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결국 해답은 세계적 연대밖에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멈추려면 동시에 멈추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도대체 세계적인 연대는 어떻게 가능할까.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시대의 성장 이데올로기를 되짚어 보자. 우리 국민소득은 과연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늘어나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대국 10위에서 9위로, 8위로 계속 올라서야 하는가. 기업은 영업이익을 지난해 1000억원에서 올해는 2000억원으로 늘려야 하는가. 도대체 왜. 왜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또 지금보다 얼마나 더 잘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자본의 천박한 논리에 휘둘리면서 말이다. 돈에는 색깔이 없다고? 웃기지 마라. 아무런 생각 없는 당신도 공범이다.


믿기지 않지만 자본은 이미 언론까지 암묵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 아닐까. 최근 언론의 FTA 관련 보도는 지극히 자본의 시각에 바탕하고 있다.


세계적인 연대를 위해 나는 한가지 제안을 한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다시 되짚어 보자고 말만 하지 말고 정말 다시 되짚어 봐야 한다. 나는 지금 우리 모임 같은 토론 소모임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되짚어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수많은 토론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서로 소통하고 단단히 연대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를 낳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 시스템만이 자본의 세계 지배에 맞서 세계적인 민중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던 조선업계가 저가수주 경쟁의 후유증을 겪을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선가가 크게 떨어졌던 지난 2002년에 수주된 선박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건조돼 앞으로 수년간 조선업계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조된 선박의 70% 이상이 비교적 선가가 높았던 2000년 하반기∼2001년 상반기에 수주한 선박으로 높은 수익성을 안겨줬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 건조될 선박들은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평균 선가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조선공업협회에 따르면 35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 2000년 4150만달러에서 2001년에는 3600만달러, 2002년에는 3300달러까지 선가가 크게 떨어졌다. 초대형컨테이너선의 선가도 7650만달러에서 2002년말 635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선박의 수주에서 건조까지 2년∼2년6개월까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동안 공격적으로 저가수주 경쟁에 나섰던 업체들은 앞으로 수년간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게다가 대부분 업체들이 낮은 선가에 대규모 수주를 통해 앞으로 3년 이상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추가 수주 여력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증권 이종승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2006년까지 인도예정시점을 기준으로 한 평균 건조선가는 지난해보다 9∼11% 가까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발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부분 선박의 선가가 2001년 수준까지 회복되긴 했지만 지난해 선가 인상은 2006년 이후에나 제대로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오히려 올해는 환율 하락이나 인건비와 선박용 후판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쳐 있는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의 지난해 말부터 물량위주 수주를 지양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07년 물량까지 일부 수주, 작업량이 포화상태에 이른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5억달러로 낮춰잡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건조될 선박의 선가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매출액 대비 2% 정도는 생산성 향상으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보다 36% 가량 줄어든 44억5000만달러로 잡았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는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선박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top@leejeonghwan.com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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