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03 Archives

"그렇게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전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는 몹시 괴롭습니다. 제발 성급하게 저를 탓하지는 마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빈센트 반 고흐, 동생 테오의 부인 요한나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빈센트 반 고흐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그런데 '왼손잡이'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어딘가 이상하다. 이 그림은 고흐가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던 무렵 그의 정신상태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이 그림은 고흐의 그림이 아닐 수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그림의 부분 부분은 모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고흐는 한번 그린 그림을 절대 비슷하게 다시 그리지 않았다. 이 그림은 아래 두 그림을 포함한 고흐의 여러 그림들을 조각조각 짜집기해서 만든 위작일 수도 있다.

몇가지 증거가 있다. 먼저 이 그림은 다른 많은 고흐의 자화상과 달리 고흐가 왼손잡이로 그려져 있다. 자화상은 보통 거울을 놓고 그린다. 그래서 자화상에서 팔레트는 보통 왼쪽에 놓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팔레트가 오른쪽에 놓여있다. 게다가 팔레트 위에 놓인 물감은 고흐라면 절대로 쓰지 않을 지저분한 빛깔을 띠고 있다. 팔레트도 이상하기만 하다. 손가락을 넣는 구멍이 가장자리와 너무 가깝게 붙어 있다. 이런 팔레트는 세상에 없다. 이런 팔레트를 고흐는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서 있는 것도 아닌 굉장히 불편한 자세로 들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우선 머리뼈가 둥글지 않고 군데군데 각이 져있다. 또 유난히 뺨에 살이 없고 홀쭉해보인다. 이마의 방향과 뺨의 방향, 입술과 턱의 방향이 모두 제각각으로 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두눈도 자세히 보면 하나의 평면에 놓여있지 않다는 걸 알수 있다. 게다가 왼쪽눈이 이상하게 좁다. 머리털도 자다 일어난 것처럼 마음대로 뻗쳐있다. 수염이 자란 방향도 아래의 두 그림과 전혀 다르다.

표현 방법의 차이라고 보기에는 고흐의 다른 그림들과 너무 다르다. 옷 매무새를 봐라. 망토 사이로 보이는 흰 셔츠는 망토를 삐뚤게 돌려 입었거나 고흐가 굉장히 뚱뚱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만큼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 그림의 남자는 고흐를 많이 닮기는 했지만 고흐는 아니다. 고흐가 그린 그림은 더욱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그림은 고흐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붓놀림이 굉장히 지저분하다. 빛깔도 조잡하다. 고흐는 결코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이 그림은 계획적이고 용의주도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위작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그림을 그려서 고흐의 작품으로 속여 판 것일까.

'고흐의 증명'을 쓴 고바야시 히데키는 이 그림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누군가가 이같은 위작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가정해본다. 이들이 그리고 싶었던, 또는 만들어 내고 싶었던 건 아마도 정신분열증으로 시달리던 심각한 표정의 고흐였을 것이다. 이 그림에 고흐가 자살을 할 수밖에 없었던 비밀이 숨어있다.

고흐가 정신병을 앓던 무렵, 생레미의 병원에서 그린 자화상은 두개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위 세 그림 가운데 두번째 '북방을 그리며'와 세번째 '불굴의 자화상'일 것이다. 두번째와 세번째의 그림은 위작인 첫번째와 확실히 다르다. 정신병을 앓고 있기는 하지만 뒤의 두 그림에는 현실을 이겨내려는 결연한 의지와 희망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첫번째 그림 '왼손잡이'에는 어딘가 침울하고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심지어 눈의 초점조차도 제대로 맞지 않는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왼손잡이'가 과장되고 왜곡되게 그려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고흐가 죽고 난 2년 뒤, 고흐의 동생 테오까지 죽으면서 고흐의 모든 그림은 테오의 부인 요한나가 관리하게 된다. 만약 이 그림이 위작이라면 요한나가 그 사실을 모를 수 없다. 돈 문제로 그린 위작은 아니다. 고흐의 그림이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은 이 위작이 그려지고 나서 한참이 지난 뒤의 일이니까. 왜 요한나는 이 그림을 묵인한 것일까. 혹시 요한나가 이 그림의 공범이기 때문은 아닐까.

고흐가 살아있던 무렵, 그리고 이 그림이 그려졌다고 알려진 그 무렵에 쓴 요한나의 일기를 보자.

"나는 그를 환자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혈색 좋은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다.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던 그는 상당히 단호해 보였다. (중간 생략) 그는 완전히 회복된 듯했다. 남편인 테오보다도 훨씬 건강해 보였다."

그런데 고흐가 죽고 난 23년 뒤 요한나는 회고록 '추억'에서 전혀 다른 소리를 한다.

"고흐는 정신병에서 오는 고통을 더이상 참고 견디지 못해 그만 죽고 말았다. 나로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지나간 기억 가운데 우리는 늘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흐는 가난과 고독에 시달리고 미쳐서 귀를 자르고 결국 자살한 불운한 천재 화가였다. 우리의 그런 기억 한 가운데에는 늘 섬뜩하고 음울한 이 자화상 '왼손잡이'가 있었다. 요한나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뭘까. 요한나는 세번째 그림 '불굴의 자화상'을 첫번째 그림 '왼손잡이'로 바꿔놓았다. 그 결과 우리의 기억에는 정신병을 이겨내고 현실과 맞서 싸우면서 힘에 넘치는 그림을 그려냈던 고흐의 말년은 남아있지 않다. 정신병자의 비참한 최후만 남아있을 뿐이다. '왼손잡이'에 나타난 고흐는 침울한 정신병자의 모습이다. 요한나는 왜 '왼손잡이'를 만들어 고흐를 왜곡해야만 했던 걸까.

'왼손잡이'가 위작이라면, 추론해 보건데 고흐의 죽음은 정신병이 아니라 경제적 문제였을 수도 있다. 고흐를 자살로 몰고 간 사람은 결국 요한나였을 수도 있다.

고흐는 지금, 우리에게 잘못 이해되고 있을 수도 있다.

(서점에서 우연히 고른 오래된 책. 인터넷 서점에서는 결코 살 수 없는.)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더 나아가 예술가로서의 그의 기질이다. 이 말은 그의 생애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모든 작품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은 '과잉'이다. 과잉은 힘, 신경, 거친 표현에서 두루 나타난다. 대상의 특질을 끌어내는 정열, 형태의 대담성과 단순성, 태양을 캔버스에 담은 오만함을 볼 때 그는 분명 강인한 존재고 대담한 남자다. 가끔은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부분도 발견되지만 어떤 때는 깜찍할 정도로 섬세하다. 그리고 그가 그린 작품속에 나타나는 방종을 생각하면 그는 환상가와 태연자약하는 속물에 대한 적이며 그림에 취한 거인이다. 이 남자는 아마도 골동품을 주무르는 일보다도 산을 부수는 일을 선택할 사람이다. 그는 예술이란 협곡에 자기가 직접 용암을 들이부을, 끓어오르는 정열의 소유자다. 엄숙하고 그로테스크한, 거의 병적에 가까운 무서운 광기를 가진 천재다.

알베르 오리에, 고흐가 살아있을 때 쓴 유일하게 고흐를 제대로 평가한 논문, 그 서문.

'평화의 책'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죽게 된 신밧드를 대신해 프로테우스는 일주일동안 붙잡혀 있겠다고 한다. 신밧드가 일주일 안에 책을 찾아서 돌아오지 않으면 프로테우스가 대신 죽게 된다.

'평화의 책'을 훔쳐간 혼돈의 여신 에리스는 신밧드에게 퀴즈를 하나 낸다. 진실을 말하면 책을 돌려주겠다는 것. "만약 책을 되찾으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당연히 돌아가서 프로테우스를 살리겠지. 그러나 만약 책을 되찾지 못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마리나와 함께 도망갈 건가, 아니면 빈손으로 돌아가 죽을 건가."

신밧드의 친구 프로테우스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왕자다. 신밧드는 프로테우스가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프로테우스의 여자친구 마리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신밧드는 그 길로 먼 항해를 떠났다가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마리나를 만나자 마자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평화의 책'을 찾아나선 신밧드를 돕겠다고 따라나선 마리나에게 차갑게 굴었던 것도 그런 속마음을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마리나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신밧드는 거짓말을 한다. "돌아가겠어."

"너의 마음은 나만큼이나 새까맣다구. 그는 너를 믿고 있는데 너는 그의 여자를 빼앗은 거야." 내기에서 이긴 에리스는 깔깔 웃으면서 '평화의 책'을 들고 사라진다.

내기에 진 신밧드는 이제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마리나와 함께 도망을 가고 싶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신밧드는 결국 프로테우스를 살려내고 대신 죽으러 돌아온다. 그러나 사형수가 신밧드의 목에 칼을 내리치는 순간, 신밧드는 결국 에리스의 퀴즈를 맞춘 셈이 된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정말 즐거운 반전이다.

만화 영화지만 씩씩하고 당당한 마리나는 정말 매력적이다. 신밧드는 너무 도덕적이지 않고 적당히 음흉하고 우유부단하다. 속물이면서도 솔직할 때는 솔직하고 무엇보다도 유쾌하고 밝은 성격이다. 어디로보나 소심한 프로테우스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내가 마리나라도 신밧드를 선택하겠다.

신밧드 :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신기한 것들을 많이 봤지만 아무것도 아니죠, 이 넓은 대양과 비교하면.
마리나 : 이런 게 당신이 원하던 삶이에요?
신밧드 : 그렇지도 않아요. 어려서는 프로테우스하고 세계 해군에 지원해서 시라큐스를 양쪽에서 받들자던 때도 있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삶이 변하더군요. 그는 왕자였죠. 나는... 그래요. 그를 부러워 한 적은 없었죠. 어느날 배 한척이 부두로 들어오기 전까진요. 그 배 위에 그의 미래가 있었죠. 이제껏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웠죠.
마리나 : 뭐가 있었죠?
신밧드 : 당신이요. 당신이랑 그가 만나는 걸 보고는 난 뒤도 안 보고 다른 배를 타고 떠났죠. 지금까지요.

그냥 애들이나 보는 만화일뿐일까. 엄청난 흥행 기록을 올렸다지만 나는 '라이온 킹' 이후로 디즈니의 만화 영화에 더이상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정말 진짜 같다는 것만으로 만화를 즐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만화 영화를 보면서 영화로 담아낼 수 없는 동화적이거나 만화적인 상상력을 찾기 바란다.

멀린은 선명한 흰 줄무늬를 가진 빨간빛 붕어다. 멀린은 넒고 넓은 바다가 두렵고 그래서 아들 니모를 바깥에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니모는 너무 조심스러운 아빠에게 화를 낸다. 아빠에게 보란듯이 용감하게 바깥으로 헤엄쳐가던 니모는 결국 잠수부에게 잡혀가고 니모를 찾아나선 멀린의 긴 여행이 시작된다.

바다에 사는 멀린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잡혀가 어항안에 담겨있는 니모를 구해낼 수 있을까. 발상은 새롭지만 이야기는 너무 뻔하고 딱히 반전도 없이 술술 해피엔딩으로 흘러간다. '미녀와 야수'에서 보여줬던 최소한의 진지함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요즘 디즈니의 한계는 그림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상황 설정과 줄거리가 너무 빈약하다는데 있다. 자칫 디즈니는 그야말로 애들 영화에 스스로의 한계를 지우고 있을 수도 있다.

'여고괴담 3 : 여우계단'을 보다.

소희(박한별)는 예쁘긴 한데, 아무래도 너무 전지현을 닮았다. 전지현을 닮았다는 것 말고는 딱히 개성이 없다. 설정이 그래서 그렇겠지만 소희는 어딘가 유약하고 상처받기 쉬워보인다.

소희는 같은 무용반의 진성을 좋아한다. "진성아, 나는 너만 있으면 돼." 그러나 진성은 착한 소희가 싫다. 국가 대표 선발 대회를 앞두고 발레 연습을 하는 소희는 나비처럼 가볍고 우아하다. 진성은 아무래도 소희를 따라잡을 수 없다. "난 네가 싫어, 넌 정말 재수 없어. 알아?"

진성은 여우계단에 올라 소희를 제치고 국가 대표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은 실제로 이뤄진다. 소희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다리를 다치고 진성이 소희 대신 대회에 나간다. 진성이 국가 대표가 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소희는 비오는 어느 저녁 병원 창문으로 뛰어내려 죽는다.

무뎌진 어른들은 느끼지 못하는 두려움과 막막함, 그동안 '여고괴담' 시리즈에는 독특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오래된 기억과 민감한 상처를 칼로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이 있었다. 그러나 '여고괴담 3 : 여우계단'에는 온통 시끄러움만 가득했다. 관객들은 소희와 진성의 절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어두운 복도에서 갑작스럽게 뭔가가 튀어나올 때 관객들은 깜짝 놀라기만 할뿐 더이상 무서워하지 않는다. 공포 영화의 뻔한 도식에 관객들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http://www.millim.com/md.htm?sid=mad&tid=GONG&mid=2743

'여고괴담 3 : 여우계단'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음악이다. 타악그룹 공명의 '연어이야기'.

http://www.millim.com/md.htm?sid=mad&tid=GONG&mid=2720

공명, 보물섬.

http://www.millim.com/md.htm?sid=mad&tid=GONG&mid=2719

공명, 공명유희.

'시암 썬셋'을 보다.

| No Comments | No TrackBacks

저게 뭘까. 하늘에서 반짝하고 뭔가 빛난다. 비행기에서 실수로 떨어뜨린 냉장고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함께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던 사랑하는 아내를 깔아뭉개 버린다. 아내는 그렇게 죽었다. 코미디 영화치고는 어딘가 낯설다. 웃기는 상황 같은데 좀처럼 웃을 수 없는.

페리는 페인트 회사의 연구원, 이른바 칼라리스트다. 언젠가 아내와 태국에 놀러갔을 때 아내의 머리칼에 물든 노을 빛을 잊지 못해 그 빛깔의 페인트를 만들어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건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빛깔이야. 아득한 평화의 느낌 말이야."

기억에 남는 장면 몇가지.

호주로 여행을 떠난 페리에게 재수없는 일이 잇따라 일어난다. 사막에 홍수가 나고 버스가 뒤집히고, 길을 잃은 버스 승객들이 거지 몰골을 하고 사막을 걸어 나온다. 비장하면서도 무표정한 사람들, 엉뚱하게 흘러나오는 바하의 성가곡.

여행에서 만난 여자친구 그레이스와 식당에서 밥을 먹던 페리는 포도잼과 마요네즈, 버터, 으깬 감자 등을 차례로 버무려 그레이스가 입고 있는 옷과 똑같은 빛깔을 만들어낸다. 마술 같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그레이스.

어느날 저녁 천둥 번개와 비 바람이 선물처럼 '시암 썬셋'의 페인트를 만들어 낸다. 정말 평화로운 빛깔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페리와 그레이스는 서로에게 페인트를 끼얹으며 장난을 친다. '시암 썬셋' 페인트가 짙게 칠해진 담장과 그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모처럼 핑계를 치고 일찍 들어왔더니, 그 사이에 검찰에서 또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오늘 저녁 7시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게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죽었다. 그 '어리석은 짓'이 오늘 권 전 고문의 체포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정 회장은 죽기 전날 검찰에 불려가서 무슨 이야기를 털어놓았을까. 오늘 권 전 고문이 체포되면서 이제 현대그룹 비자금 '150억원 플러스 알파'에서 알파가 400억~500억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권노갑 = 김대중'이라는 그동안의 도식을 놓고 보면 권 전 고문의 체포로 사건의 불씨는 이제 김대중 정권 전반으로 옮겨붙게 됐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간단명료하다. 2001년 남북 경제협력 사업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현대그룹은 정부에 손을 벌리고 정부는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부는 정부대로 북한에 보내기로 한 1억달러를, 대출받는 김에 현대에 대신 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아마 현대그룹은 따로 비자금을 만들어 권 전 고문 또는 김대중 정권에게 건넨다. 섣불리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오늘 검찰의 움직임으로 보건대, 확실한 물증을 잡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대북 송금 특검은 결국 열지 말아야할 판도라의 상자였을 수도 있다. 결과는 참혹하다. 물고 물어뜯고 모두가 피를 흘리고 쓰러질 판이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면 대북 송금과 김대중 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몇달 동안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고 공과를 따졌다. 그 결과 모두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남겼다. 지난 3월 노무현의 선택으로 돌아가 보자. 노무현은 과연 특검을 허용해야 했을까. 노무현은 과연 원칙을 지켜야 했을까. 아니면 정치는 가끔 원칙을 넘어설 때도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인기를 버리고 좀더 정치적인 판단을 내려야 했을까.

이제 앞으로 한동안 우울하고 참담한 뉴스들이 잔뜩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지독한 뉴스들에서 벗어나고 싶겠지만 이미 사건은 터져 나왔고 벗어날래야 도무지 벗어날 방법은 없다.

아무래도 이렇게 비가 많은 여름은 처음인 것 같다. 말짱하게 해가 떴다가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던 비가 뚝 그치기도 하고. 올 여름 들어 우산을 다섯개째 샀다. 오늘은 매점 언니가 아는척을 했다.

매점 언니 : "어머, 어제도 우산 사지 않았어요? 또 잃어버렸어요?"
이정환 : "아뇨. --; 집에 두고 나왔어요.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죠?"

그러나 비는 퇴근 무렵 그쳤고 결국 새로 산 우산은 그냥 가방에 넣어 왔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친구랑 영화도 봤다. 집에 돌아와서는 인터넷으로 드라마 '여름 향기'를 봤다. 멀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그 원칙을 확실히 지킨다. 할일이 많을수록 자꾸 딴짓을 하게 된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여름 향기'는 대충 이런 줄거리다. 혜원(손예진)은 민우(송승헌)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뛴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그 심장이 민우의 죽은 옛날 애인의 심장이라서 그렇단다. 그러나 혜원에게는 이미 약혼자 정재(류진)가 있고 또 정재의 여동생 정아(한지혜)는 민우를 좋아한다. 그런데도 혜원과 민우는 사랑에 빠진다. 좀 한심한 상황이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등장 인물들에게 좀처럼 감정 이입이 안된다는데 있다. 도대체 혜원과 민우는 상황 파악을 할줄 모른다. 운명적인 사랑에 눈이 멀었다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무래도 어딘가 어설프다. 어쩌면 저렇게 솔직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할까. 설레고 애틋하다기 보다는 어딘가 병약하고 자폐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열려있지 못하고 닫혀있고 어딘가 우울하고 침울하다.

민우에게 사랑하는 약혼자를 빼앗긴 정재가 그나마 좀 제 정신으로 보인다.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사람을 어떻게 돌이켜 세울 수 있을까. 정재는 혜원을 이해하는 척하면서도 괴로워하고 질투하고 또 어쩔 수 없이 오래 기다린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 아닌 것 같은데 시청자들은 정재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정작 주인공들, 혜원과 민우를 미워하게 된다. 두사람은 서로에게 내게 더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두 사람은 감정을 너무 쉽게 드러내고 지루한 대사를 마냥 늘어놓고 게다가 시청자들의 참을성을 넘어설만큼 시간을 너무 끈다.

혜원 : 술과 사랑의 닮은 점 알아요?
민우 : 취한다!
혜원 : 내 의지대로 안된다!
민우 : 그리고 때론 용기를 내고 싶다!

혜원 : 이번엔 어 그러면 기차하고 사랑하고 닮은 점 해볼래요?
민우 : 음... 아 맞다! 때때로 이렇게 흔들린다!
혜원 : 그러네, 흔.들.린.다!

민우 : 아까 기차하고 사랑하고 닮은 점 대답 안했잖아요.
혜원 :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민우 : 그러네.

혜원 : 커피하고 사랑하고 닮은 점 알아요?
민우 : 글쎄요...
혜원 :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종류가 무지 많다.
민우 :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기 어렵다.
혜원 : 온도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뜨거운게 가장 맛있다.
민우 : 중독된다. 커피나 사랑이나 다 끊기가 어렵다.
혜원 : 철이 들어서 시작한다.
민우 : ...
혜원 : 일회용도 먹을 만하다.
민우 : 비가 오면 더 생각난다.
혜원 : 분위기에 약하다.

참고 : 한광옥,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이정환닷컴)

한광옥 재판 때문에 물어볼게 있어서 판사실에 올라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 김병운 부장판사.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맑고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이보다 훨씬 건강해 보인다고 했더니 풍류도 이야기를 꺼냈다. 김병운 판사는 인사동에 누더기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무슨 도사한테 풍류도를 배웠다고 한다.

김병운 판사가 직접 시범까지 보이면서 가르쳐준 태공유수(太公有水)를 여기 소개한다. 고조선부터 내려온 우리나라의 전통 수련 방법이라고 한다. 나보고 소질이 있어 보인다면서 무슨 기 수련 같은 거 해본적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

태공유수는 손으로는 하늘의 기운을, 발로는 땅의 기운을 받아들여 배꼽아래 단전에 힘을 모으고 온몸의 기운을 새롭게 하는 수련 방법이다. 나를 한그루의 나무라고 생각해 보자. 두발은 나무의 뿌리, 몸은 나무의 기둥, 두팔은 나무의 가지.

1. 두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선다.
2. 두발을 오른쪽으로 45도 각도로 돌리고 무릎을 조금 구부린다.
3. 윗몸을 오른쪽으로 90도 각도로 돌린다.
4. 두팔을 눈 높이까지 나란히 들어올리되 주먹 하나 들어갈만큼 사이를 벌린다.
5. 허리를 뒤로 휘지 않도록 곧바로 세운다.

처음에는 5분도 힘들지만 나중에는 30분까지 버텨낼 수 있다고 한다. 태공유수는 몸을 뒤틀어 막혀있는 기를 다시 흐르게 하는 수련 방법이다. 몸이 안좋은 사람은 땀이 흐르기 마련이다. 온몸이 당기는 느낌이 들면서 어깨와 허벅지가 몹시 아프지만 끝나고 난 다음 잘 풀어주면 오히려 온 몸에 힘이 솟는 걸 느낄 수 있다.

풍류의 어원은 최치원의 난랑비서문에서 나왔다고 한다. 풍류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선사'는 남아있지 않다. 사람들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올 뿐이다.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하는데, 이 교를 베푼 근원에 대해서는 선사에 자세히 실려있거니와, 실로 이는 유교와 불교, 선교, 삼교의 가르침을 내포한 것으로 뭇 생명과 호흡하고 이들을 감화시킨다"

토요일 저녁에 하는 '느낌표'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몇년 동안 토요일 저녁에 집에서 텔레비전을 본 일이 없으니 대충 이야기만 들었을뿐 사람들이 왜 그 프로그램에 열광하는가 나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주 토요일 처음으로 '느낌표'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이 요란하고 어수선한 프로그램을 10분도 견뎌내지 못했다. 사람들이 왜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는가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젠가 느낌표 추천도서라는 '괭이부릿말 아이들'도 사서 읽었지만 어딘가 심드렁했다. 그냥 취향의 차이일뿐이라고 생각한다.

퇴근길에 '씨네21'을 사서 읽었는데 마침 김규항씨의 글 가운데 '느낌표' 이야기가 있었다. 발췌해서 옮긴다. 이 글 맨 아래에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녹색평론'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꼭 사봐야 할 잡지다. 읽고 난 다음에는 무기력과 실의에 빠진 얼치기 지식인들과 입만 살아있는 사이비 진보주의자들끼리 서로 돌려 읽는 것도 좋다.

격월간이고 1년 구독료는 3만원인데 조금도 책 값이 아깝지 않다. http://www.greenreview.co.kr 여기에 가서 구독신청을 하면 된다. 신청하면 책과 함께 지로용지를 보내준다.

나는 언젠가 이런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몇달 전 나는 내가 마음의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 텔레비전에 한방 먹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강아지똥', '몽실언니', '한티재하늘'의 권정생 선생이다. 몇달전 '느낌표'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선생의 책 '우리들의 하느님'을 선정하고 출판사인 녹색평론사에 연락했다. "최소 20만부를 준비하고 표지엔 '느낌표 선정도서'라고 박아주고, 어쩌고..." 그러나 녹색평론사에서는 "책이 그렇게 팔리길 바라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텔레비전은 다시 권정생 선생에게 연락했다. 결과는 끔찍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행복한 경험 가운데 하나가 책방에서 자기 손으로 책을 고르는 일인데, 왜 그런 행복한 경험을 텔레비전이 없애려는 거냐."

'우리들의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삶의 길잡이가 될 책이니 그 책이 거기 소개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면 좋은 일이다. 그 책을 팔아 벌 막대한 돈도 녹색평론사와 권정생이라면 더 좋은 책을 내고 더 좋은 글을 쓰는 일에나 쓸 테니 역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유익들을 거리낌없이 거부했다. 그런 유익들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런 유익들을 얻기 위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다른 가치 때문이다. 그 가치는 오늘 인간의 위엄을 스스로 접고 사고 팔리는 물건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텔레비전 / 김규항, 씨네21 2003년 8월5일자 가운데.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니까 하루 한시간 남짓 책 읽을 시간이 된다. 몇일 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상권과 하권을 사흘만에 읽었다.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그만큼 열심히 읽었지만 읽고 난 다음 돌아보니 별다른 울림이 없다. 하루키의 책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요즘은 들고 다니면서 볼만한 책이 별로 없다. 그래서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다시 읽고 있다. 흔들리는 전철에서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지만 그렇게 아무렇게나 펼쳐 읽어도 늘 새롭고 힘이 넘쳐난다.

"치열한 싸움은 계속된다. 삶이 있고 열정이 있고 목적과 기능과 경험이 있는 한 진보는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일부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이 명백한 사실을 피할 수 없다. 한 개인은 인류 전체의 일부이자 그가 살고 있는 당대 사회적 자연적 환경의 일부인 것이다."

나는 스콧 니어링의 굳은 신념이 부럽다. 막연하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옳다고 확고하게 믿는 것을 직접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몇차례에 걸쳐서 지금 읽고 있는 '스콧 니어링 자서전'을 비롯해, 스콧과 헬렌 니어링 부부가 쓴 '조화로운 삶',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소박한 밥상' 등을 읽고 몇 부분을 더 발췌한 다음 총평을 쓰기로 하겠다.

아래 사진은 스콧과 헬렌 니어링 부부가 직접 지은 돌 벽돌 집 앞에서 플루트를 불고 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이다.


나는 왜 사회주의자가 되었는가 / 스콧 니어링.

나는 인간에게 최대한 창조적이고 건설적 차원에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협동적 사회유형을 계획하고 건설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사회적 관계는 각 개인의 성격과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회의 진보는 그 구성원 모두를 개선하고 발전시킨다. 따라서 어느 공동체에서나 사회를 의식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최우선 과제다. 나는 사회주의라는 사회적 변화가 인간의 행복과 안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회주의자로서 나는 공동체 전체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제의 부분들은 공동체가 소유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믿는다. 간선도로, 우체국, 학교, 보안림 등은 공익을 위해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 철도, 전화, 전력, 공장, 석유, 광물 같은 공동사업들은 인민이 소유하고 인민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

둘째, 미국의 대기업가들은 정치권력에 의지해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공동생산기술에서 기인하는 막대한 이윤을 누린다. 자본주의 국가를 지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윤 추구자들의 왕국은 사회적 생산기구들, 광산과 공장, 철도, 그리고 대량 유통의 수단들을 사회가 소유하고 관리할 때만 청산될 수 있다.

내가 사회주의자가 된 세번째 이유는 사회학적인 것이다. 개인주의적인 사기업 사회는 19세기 내내 경쟁을 부추겨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 사회는 전쟁이라는 가장 차원 높은 경쟁을 통해 파괴와 살인이라는 끔찍한 수확물을 거둬들였다. 사회학적으로 보자면, 협동을 사회적 사고와 행동의 중심에 두고 경쟁을 효과적인 협동을 위한 하나의 하위개념으로 보는 정책의 급반전 없이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이렇게 경쟁을 협동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사회주의다.

마지막으로 내가 사회주의에 찬성하는 네번째 이유는 인생의 참된 목적과 관련이 있다. 이것을 윤리적 이유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인간은 왜 지구상에 존재하는가. 인간이 자신의 숙명을 다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는 목적을 따져보기 위해서 인생의 주된 목표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가능한 한 자신의 숙명에 순응하며 살고 동료들에게도 자기와 똑같은 기회가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시각을 예술과 학문의 발전에 적용시켜 보면 간단한 노동공식이 도출된다.

1. 육신을 위한 의식주는 표현과 개발과 창조를 위한 노력에 비하면 훨씬 덜 중요하다.

2. 따라서 사회는 현재 도로, 가로등, 도서관, 공원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게 생활에 필요한 것, 의식주와 교육, 의료 서비스를 제공토록 한다.

3. 각 개인에게는 자신이 소비하는 물자와 서비스를 스스로 처리하고 노인, 병자, 어린이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일상적인 노동을 하게 한다. 그러는 한편 개인에게 표현, 개발, 개선과 창조라는 자신의 주요 과제에 주된 에너지를 집중하게 한다.

이 방식을 따른다면 삶의 무게 중심이 재화를 얻는 것에서 창조적인 활동으로 옮겨갈 것이며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적인 투쟁, 지금 서구 세계의 심장을 좀 먹어 들어가고 있는 투쟁이 서로 도우며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한 협동적인 노력으로 억제될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간은 자신의 생활방식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키게 될 결정에 주기적으로 직면해 왔다. 식인 풍습을 버리기로 한 결정이나 노예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 등이 바로 그런 성격을 띄고 있었다. 착취를 일삼지 않겠다는 결정도 앞의 두가지 결정에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결정이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미국 사회는 토지와 광산, 공장 같은 것들의 개인 소유와 타인의 노동이 제공하는 임대료, 이자, 배당금으로 나태한 기생생활을 할 수 있는 개인 소유자의 권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비윤리적이며 불공평하다. 또한 지난 반세기 동안의 공황과 전쟁이 분명하게 말해주듯이 이런 시스템은 백해 무익하다.

만약 서구 문명이 살아남는다면 서구 문명은 한사람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한사람을 위하는 협동의 기반 위에 서게 될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업들을 반드시 공동체가 소유하고 계획하고 관리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물자와 서비스는 그것이 부족할 때는 공정하게 배급돼야 하고 풍족할 때는 사회질서의 기본원칙에 따라 각 개인에게 필요한만큼 아낌없이 제공돼야 한다.

'나를 위한 나의 것'이라는 사기업의 공식 아래서 성장한 사람들은 '우리를 위한 우리의 것'이라는 사회주의 공식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런 장애를 넘어 나는 인류가 개인 경영에서 집단 경영으로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큰 발걸음을 내딛을 때가 왔다고 본다.

세계 여러곳에서는 일부러 이런 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이 있다. 북아메리카 사람들은 기술적으로는 이런 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것에 반대하고 있다.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고 있는 북아메리카의 완고한 반동주의자들이 공황과 군비 지출, 전쟁 참화라는 황폐함과 부정에서 깨어 사회주의를 채택한 성난 인민 대중에게 외면당할 때 인류는 행복해질 것이다.

스콧 니어링 자서전. 실천문학사. 244~248페이지.

Contact

all@leejeonghwan.com

About this Archive

This page is an archive of entries from August 2003 listed from newest to oldest.

July 2003 is the previous archive.

September 2003 is the next archive.

Find recent content on the main index or look in the archives to find all content.

Recent Comments

  • Top Places to visit in new york: I am absorbed in this affair and would like to read more
  • Top 5 places to visit in new york: I am absorbed in this affair and would like to read more
  • anonymous: Deschanel plays currently starring in "New Girl",Timberland Boots, the Fox read more
  • anonymous: Amazing things here. I'm very glad to peer your article. read more
  • anonymous: I do accept as true with all of the concepts read more
  • smart lipo: 제를 요구하자 구글이 유튜브 한국 서비스를제를 요구하자 구글이 유튜브 한국 read more
  • anonymous: As a group of au? Blow enseitern of Williamsburg is read more
  • anonymous: Pretty great post. I just stumbled upon your weblog and read more
  • anonymous: I'm really impressed along with your writing abilities and also read more
  • anonymous: I am no longer certain where you're getting your information,http://www.letterbeads12.net/, read more
This blog is licensed under a Creative Commons License.

Information

Powered by Movable Type 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