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02 Archives

작전 시나리오는 주로 ‘주포‘(작전주도세력)가 작성합니다.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을 언제 얼마나 사고, 언제 얼마나 팔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한참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데, 같은 ‘구미‘(조직)의 누군가가 배신을 하거나 다른 구미나 눈치빠른 기관투자가들이 매물을 쏟아내면 작전은 실패할 수밖에 없죠.

시나리오를 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너무 일방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의심받기 때문에 구미에서 돌아가면서 주식을 팔고 사는 일을 반복합니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주식을 10만원까지 끌어올린다고 했을 때, 3만원대까지 산 사람은 4∼6만원대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다시 8∼9만원대에서 되산 뒤 10만원선에서 동시에 터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주가는 10만원까지 수직 상승하지 않고 한두번 숨고르기를 하면서 그래프가 매우 멋지게 그려집니다.

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해 일반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게 될 무렵에 포섭한 애널리스트에게 매수추천 보고서를 내게 합니다. 또한 액면분할이나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추진, 그리고 외자유치나 유무상증자 계획같은 호재성 루머를 만들어 증시에 뿌립니다.

한두 차례 출렁거리다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일반투자자들이 가세하면 작전세 력들은 본격적으로 매도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이미 불이 붙었기 때문에 주가는 떨어지지 않고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물량정리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기미를 보이면 구미들은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상승세를 끌고 나가는 것은 기본입니다. 자금능력이 여의치 않으면 자전거래를 하거나 기관을 끌어들이기도 하면서 주가와 거래량을 늘려나갑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생각만큼 모이지 않거나, 주가가 당초 계획대로 오르지 않을 때는 펀드매니저를 동원합니다.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마지막 단계에서 털지 못한 물량은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받아주는 것입니다.

펀드매니저의 협조를 얻어 매집했던 물량을 무난히 털고 나면 이익분배를 합니다. 이 과정을 설거지라고 부릅니다. 설거지가 끝나면 폭등했던 주가는 폭락하고 뒤늦게 부나비처럼 뛰어들어 상투를 잡았던 선량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반토막 세토막 나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 작전은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의 매매심리와 금융감독원 조사 및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모두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잘 짠다고 해도 평상시에 거의 움직이지 않던 종목이 갑자기 활기를 띠면서 주가가 오르는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작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주포와 구미의 손길이 이들에게도 뻗쳐 있거나 조사 기간이 너무 길어 그 많은 작전을 모두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망가져 가는 시장에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걸려드는 작전 세력이 많지 않습니다.


1단계 : 정보입수, 재료분석, 신뢰성 검토.
2단계 : 투자 종목의 선정.
3단계 : 작전 시나리오 구성.
3단계 : 1차 매집단계로 총알(투자자금)의 30% 정도 매집.
4단계 : 2차 매집단계로 정보를 본격적으로 유출하며 30% 정도의 추가 매집.
5단계 : 매도준비단계로 추가세력 유입, 이동평균선 벌리기.
6단계 : 매도준비단계로 일반인들의 매수세가 가담되며 분할 매도 시작.
7단계 ; 대량거래를 일으키며 물량 털어내기. 장중 급등락과 호가조정(호가공백과 대량매물깔아두기)으로 매도.


나눠먹기식 작전

가장 보편적인 작전이 다. A, B, C, D 세력이 있다면 이되면 A포의 물량을 B포가 받아주고, B포의 물량을 C포가 받아주고, C포의 물량을 D포가 받아 주는 형식으로 물량의 큰 변동이 없이 주가만 올린다. 양쪽에서 동시에 매수주문과 매도주문을 넣기 때문에 눈깜짝할 사이에 거래가 이뤄진다. 투자자들은 좀처럼 눈치를 채기 어렵다. 다만 매매창구를 살펴보면 여러 매매창구에서 규칙적으로 매수 매도가 번갈아 가면서 나타난다. 이때 잘 들여다보면 주포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 있다. 만약 어떤 창구에서 매도 18만주, 매수 22만주 주문이 나오면 물량을 사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매도 22만주, 매수 18만주 주문이 나오면 점차 물량을 줄여가고 있는 것이다.

도미노 작전

기업의 대주주들이 쓰는 작전이 다. 먼저 자신의 지분을 마구 내다팔면서 시장에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주가를 떨어뜨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언론 플레이도 곁들인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회사에 뭔가 큰 악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한다. 주가가 떨어질만큼 떨어지면 대주주는 그동안 내다판 만큼 주식을 싸게 사들인다. 지분은 그대로 들고가면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물량떼기

정부의 정책을 미리 내다보고 쓰는 작전이다. 물량이 많은 대형주를 사들인 다음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고 주가가 뛰어오르면 마구 내다판다. 경기 변동이나 국제 정세, 정치권의 움직임을 내다보는 정확한 정보력이 있으면 단기적으로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오랜 격언을 한껏 활용하는 작전이다.

오재미작전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안전하게 주식을 털어내는 작전이 다. A가 먼저 어떤 주식을 100만주 산다. 그리고 그때부터 날마다 500원씩을 더 붙여 1만주씩 내다판다. 그러면 B가 그 주식을 사들인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매수자가 끼어들기 때문에 1만주를 다 받지는 못한다. 그렇게 B가 사들인 주식은 다시 C에게 넘어간다. 날마다 1만주씩 주고 받다보면 몇달 뒤 A는 100만주를 다 팔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주가는 꾸준히 오르게 되고 개인투자자들이 따라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물량은 줄어들게 된다. 100만주를 다 팔고 나면 B에게는 40만주 정도, C에게는 20만주 정도를 사게 된다. 나머지 40만주는 일반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시세차익을 얻는 작전이다.

작전세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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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너무 허술해보이는 작전이었어요. 우리 같으면 이런 작전을 할 때 만만한 펀드매니저를 몇사람 끌어들였을 겁니다. 돈 좀 찔러주면 자기네 펀드야 망가지건 말건 시키는 대로 말 잘듣는 얼치기 펀드매니저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런 펀드매니저가 끼어들면 설거지가 깔끔해집니다. 그래프도 예쁘게 나오고요. 그런데 이번에 델타정보통신을 가지고 논 사람들은 일을 너무 크게 벌린데다 성급했어요. 누울 자리도 안보고 발을 뻗은 거죠.”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번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금융감독원과 경찰의 용의선에 올라있는 사람이다. 작전 경력 8년, 이 바닥에서는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작전의 주도세력은 아니었지만 앞뒤 사정을 샅샅이 꿰고 있었다. 8월29일 오후, 그를 만난 곳은 여의도 증권가의 한 커피숍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음침했다.

작전하는 사람들은 사들인 물량을 털어내는 마지막 뒷처리를 설거지라고 부른다. 이번 델타정보통신 작전에 뛰어든 사람들은 설거지를 깔끔하게 마무리짓지 못했다. 전체 발행주식이 734만주밖에 안되는 회사의 주식을 500만주나 들고 작전을 벌이다 보니 정작 주가를 끌어 올려놓고도 내다팔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통은 이때쯤 뉴스든 뭐든 터뜨려서 주가를 또 한번 떠받쳐줘야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걸 빼먹었어요. 어떻게든 주가가 계속 뛰어오르고 개인투자자들이 따라 뛰어들어야 이익을 챙기고 빠져 나올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 사람들은 너무 경솔하게 움직였어요. 아마 진짜 제대로 작전하는 사람들이 아닐 겁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 서 설거지 당번을 맡은 사람은 방콕을 거쳐 스위스와 영국으로 도망갔다가 잡혀온 안수영씨다. 그는 근무하고 있던 대우증권에서 몇몇 투자신탁회사들의 계좌번호를 훔쳐냈다. 공교롭게도 현대투자신탁운용의 비밀번호가 ‘0000’이었다. 그는 손쉽게 패거리들이 들고 있던 델타정보통신 주식 500만주를 이 계좌에 팔아넘길 수 있었다. 모두 258억원어치였다.

결국 몇시간만에 뻔히 드러날 속임수였다. 난데없이 258억원이나 덤태기를 쓴 현대투자신탁운용이나 대우증권이 가만히 있겠는가. 영국까지 도망간 안씨는 금방 잡혀서 되돌아왔고 안씨와 그 패거리들도 굴비엮듯 줄줄이 걸려들었다. 이번 작전의 실패는 결국 설거지의 실패에서 비롯했다. 이들은 일을 너무 크게 벌렸고 그 뒷감당을 하지 못했다. 그래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찌감치 이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두번이나 하한가를 찍었고 그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좀더 가겠다 싶어서 단타를 치려고 들어갔더니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더라고요. 작전세력 가운데 몇몇이 배신을 때리고 먼저 털고 나간 거죠. 부랴부랴 서둘러 설거지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이번 델타정보통신의 작전은 너무 어설펐다. 이렇게 한달만에 주가를 세배로 끌어올리면 당연히 문제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보통 작전세 력들은 좀더 멀리 내다보고 신중하게 움직인다. 눈에 띄지 않을만큼 조금씩 오랜 시간을 두고 주식을 야금야금 사들이고 팔 때도 시장에 충격을 안주려고 신경을 쓴다. 펀드매니저를 설거지에 끌어들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기대를 낮춰잡으면 얼마든지 마음먹은대로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금만 먹고 빠져나오면 된다는 이야기다. 서슬퍼런 금융감독원도 이런 교묘하고 날렵한 주가조작을 모두 잡아내지는 못한다.

델타정보통신의 주가조작은 물위로 드러난 빙산의 한조각일 뿐이다.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작전세 력 손을 타지 않은데가 없다는 말은 결코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다만 드러나지 않고 잡히지 않을뿐이다. 이번 델타정보통신 사건 같은 경우는 일이 너무 커졌으니 다르겠지만 보통은 금융감독원에 불려가도 그냥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들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버티죠. 그 가격에 사고 싶어서 사고 팔고 싶어서 팔았다고 우깁니다. 증거가 없는데 금융감독원이라고 뭐 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작전하는 사람들치고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에 든든한 빽 하나 없는 사람은 없어요. 왠만큼 크게 먹지 않으면 그냥 다 넘어가게 돼 있어요.”

그래서 아예 총알받이를 두고 시작하기도 한다. 크게 집어삼키고 1~2년 감옥에 들어갈 셈으로 작전에 뛰어들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평생 먹고 살 돈이 생긴다면 기꺼이 총알받이가 돼도 좋다는 증권사 영업직원들은 어디에나 수두룩하다. 결국 작전 주도세력은 일찌감치 이익을 챙기고 뒤에 물러나 있고 작전 끝무렵에 뛰어든 잔챙이들이 총알받이로 나선다. 이번 델타정보통신의 작전에 뛰어든 안씨도 그런 총알받이 가운데 한명인 셈이다.

“이번에 드러난 사람들은 모두 총알받이들입니다. 작전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주도세력들은 일찌감치 뒤로 내빼고 없어요. 그 사람들은 벌써부터 다른 새로운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엄청나게 큰 사건이긴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돈을 벌었습니다. 총알받이들이 입만 열지 않으면 그 사람들에게는 성공한 주가조작인 셈이죠.”

정작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도 주도세력이 누군가 알지 못한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작전이 드러났을 때 주도세력은 이미 빠져나간 뒤다. 늘 그렇듯이 결국 헛물을 켜는 건 귀 얇은 개인투자자들이다. 미친듯이 뛰어오르는 주가를 바라보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앞뒤 안가리고 덤벼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델타정보통신의 주가가 마구 치솟고 있던 무렵 뚝심왕이라는 아이디를 쓴 사람이 팍스넷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어보자.

안녕하십니까. 뚝심왕입니다. 그간 많은 수익 올리시고 계신지요. 이렇게 메일을 올리는 건 강하게 추천드릴 종목이 하나 있어서입니다.

델타정보통신!

그간 300%의 상승률이 있었고 꾸준히 거래량이 터지고 있지만 엄청난 상승의 비밀이 숨어 있는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알아본 바로는 소위 세력들은 4천원이 넘은 지금 가격대에서도 계속 자전을 돌리며 매집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모한 가격대에서도 매집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목표가가 2만원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임 대표이사가 엄청난 규모의 외자를 유치해서 신규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관련된 방위산업 업체입니다. 이미 수출 물량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목표가를 2만원으로 보는 가장 큰 재료가 있는데 그건 제가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 재료가 노출이 돼버리면 상승의 매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흔히 급등주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데 두려움입니다. 이렇게 추천하는 제가 이 종목을 들고 있기에 매도를 치기 위해 그러는것 아니냐 하는 의혹을 가지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개인적 사정으로 주식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결국은 각자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일입니다. 델타정보통신은 주가 그래프와 거래량으로 보면 무척 겁나고 두려운 종목입니다. 두려운 분들은 구경만 하시고 용기있는 분들만 들어가 보십시오.

주가가 2만원을 넘고 하루 거래량이 1천만주를 넘어서면 그때는 매도를 해야할 시점일 것입니다. 승투를 빕니다.

뚝심왕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지환씨는 델타정보통신 이전에도 국영지엔엠과 대한뉴팜, 일성건설 등 몇건의 주가조작에 깊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사람이다. 이씨가 솔깃하게 들렸을 이 글을 게시판에 올린 때는 이번 작전이 한창 막바지에 이르던 무렵이었다. 주가가 이미 4천원을 넘어섰는데 그는 2만원까지 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결국 주가는 5천원을 조금 넘었다가 맥없이 고꾸라졌다. 그때 게시판에 올렸던 그의 글은 지금 모두 지워지고 없다. 게시판 가득히 이씨를 비난하는 글만 가득 넘쳐날 뿐이다.

이씨가 이번 작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루머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을 이번 주가조작에 끌어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사람들이 작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모두 이렇게 귀 얇은 개인투자자들, 그것도 그래프만 보고 앞뒤 안가리고 뛰어드는 단기투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팍스넷 동호회는 작전의 온상입니다. 동호회 회장이라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루머를 만들기도 하고 아예 돈을 받고 회원들 계좌를 관리해주기도 하죠. 그 계좌들이 모두 작전에 동원되는 겁니다. 처음에는 돈을 제법 벌어주는 척 하다가 이번처럼 때가 되면 뒤통수를 치는 거죠.”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남겼다. 그는 작전을 하지 않으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기껏해야 뒤늦게 따라붙어 작전을 거들다가 이번처럼 된통 물리기 쉽다. 펀드매니저들과 손을 잡고 일해온 그는 간접투자도 결코 믿을게 못된다고 말한다. 왠만하면 코스닥 기업들은 거들떠 보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도 주식투자를 하고 싶으면 철저하게 가치투자를 하세요. 망하지 않을 튼튼한 회사 주식을 사서 쳐다보지 말고 오래오래 묻어두라는 이야깁니다. 그것말고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델타정보통신 사건에서 보듯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아직도 지저분한 작전판이다. 가뜩이나 요즘처럼 주가가 바닥없이 헤매고 있을 때는 작전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당신들에게 솔깃한 정보가 와닿을 때는 이미 작전이 모두 끝나갈 때다. 어디어디에 작전이 붙었다는 소문을 듣거든 차라리 귀를 막는게 낫다. 개미들이 작전에 따라들어가 돈을 벌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델타정보통신 주가조작 사건 전말

델타정보통신 주가조작 사건의 뒤에는 정래신씨가 있었다. 정씨는 지난 7월15일 처남인 임천무씨를 내세워 델타정보통신의 최대주주였던 이왕록씨와 김태주씨, 김청호씨의 지분 270만주를 인수하도록 했다. 전체 주식의 36.8%에 이른다. 이들은 이때 계약금으로 7억원을 주고 나머지 63억원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갚기로 했다. 그뒤 정씨는 다시 임씨의 지분을 장경묵씨에게 넘겼다. 임씨와 장씨는 이들 작전세력들에게 이름만 빌려준 바지사장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델타정보통신의 경영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회사를 통째로 사들여 주가를 띄운 다음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매매차익을 남길 생각이 아예 없었다는 이야기다.

정씨는 이 회사의 주가를 6500원까지 끌어올릴 목표로 지난 7월2일부터 작전에 들어갔다. 7월2일 1310원이었던 주가는 7월15일 2360원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작전세력들 가운데 몇몇이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면서 정씨의 작전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주가가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정씨는 주식담보 대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명동 사채업자들 돈을 끌어들여 주식을 사들였지만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8월22일 주가는 5460원까지 뛰어오른다. 주가도 주춤거리고 돈줄도 막히면서 정씨는 작전을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정씨는 대우증권 영업부 직원인 안수영씨를 끌어들인다. 6억원에 이르는 빚더미에 깔려있던 안씨는 기꺼이 주가조작에 뛰어들기로 한다. 안씨는 23일 아침 신촌의 PC방에서 현대투자신탁운용의 계좌를 훔쳐 델타정보통신 주식 500만주를 사들인다. 그리고 두시간 뒤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탄다. 그러나 안씨는 스위스를 거쳐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국제경찰에게 잡혀 다시 우리나라로 되돌아오게 된다.

주도세력인 정씨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런 모든 상황을 이들은 내다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적지않은 희생을 치르긴 했지만 잡히지만 않는다면 이들의 작전은 성공한 셈이다.

'오아시스'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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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보고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는 참 하나마나 이야기다. 배우니까 연기 잘하는 거야 당연하지 뭐. 그래봤자 결국 연기는 연기 아닌가. 그렇게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영화는 너무 작위적이다. 어쩌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꾸며낸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연기가 그럴듯해 보일수록 영화의 사람들은 더욱 불쌍해 보인다.

'오아시스'는 매우 불쾌한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만큼 너무 억지스러웠다. 자연스러울수록 더 억지스러웠다. '오아시스'가 가져온 불쾌함의 이유를 찾으려면 몇가지 질문이 더 필요하다.

1. 종두는 왜 공주를 다시 찾아갔을까. 꽃다발까지 사들고서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주인 없는 집에 문을 따고 들어갈 생각을 했을까. 종두는 그때 공주를 강간할 생각이었을까.

2. 종두는 공주를 강간하려고 했다. 종두는 정말 공주가 예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오랫동안 여자가 그리웠기 때문일까. 공주가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3. 공주는 왜 그런 종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을까. 외로웠기 때문일까. 종두가 예쁘다는 말을 해줬기 때문일까. 종두 말고 관심을 가져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종두 같은 사람마저도 그리웠단 말인가.

4. 종두는 공주를 사랑했을까. 공주는 종두를 사랑했을까. 사회와 사람들에게 소외 당하고 있다는 공감 때문이었을까. 그만큼 둘다 의지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까. 사랑이란 그런 것일까.

5. 종두와 공주의 섹스는 끔찍하다. 뇌성마비 장애인의 섹스라서가 아니다. 그들의 섹스에는 따뜻함과 애정이 깃들여 있지 않았다. 공주는 그 메마른 섹스에서 과연 오르가즘을 느꼈을까.

6. 핏자국 묻은 담요는 왜 보여주는 것일까. 공주가 처녀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유치하고 천박한 발상이다.

7. 잔인한 일이다. '오아시스'는 어쩌면 뇌성마비 장애인을 조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오아시스'가 결국 가식과 위선으로 뒤범벅된 한갖 영화일 뿐이기 때문이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영화는 현실을 교묘하게 비웃는다. 그런 비웃음을 맞받아칠 분별력이 사람들에게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모른척 속아넘어가 주는 것일까. 이래저래 굉장히 기분나쁜 영화다.

소수는 1보다 큰 자연수 가운데 1과 자신 밖에는 약수를 갖지 않는 수다. 이를 테면 2, 3, 5, 7, 11, 13, 17, 19, 23, 31 따위 말이다.

크리스티안 골드바흐는 어느날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웠다. 이를 테면 4 = 2 + 2, 6 = 3 + 3, 8 = 3 + 5, 10 = 3 + 7, 12 = 7 + 5, 14 = 7 + 7처럼 말이다. '골드바흐의 추측'는 굉장히 큰 짝수에도 들어맞는다. 100 = 53 + 47, 210000 = 17 + 20293처럼 말이다.

그러나 모든 짝수가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당신은 굉장히 많은 짝수를 계산해볼 수는 있지만 결코 모든 짝수를 다 계산해볼 수는 없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당연히 맞을 것 같아 보이지만 과연 그런가 하고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아무도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지 못했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수많은 젊은 수학자들의 재능을 빼앗아갔다.

페트로스 파파크리토스도 그랬다. 파파크리토스의 젊음은 골드바흐의 추측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빛나는 재능도 마찬가지로 사라져버렸다.

'누가 나보다 먼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해버리면 어떻게 하지?' 그는 늘 조바심을 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아무런 논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 그는 게으르고 무능력한데다 쉽게 어울리기 힘든 사람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좋다, 증명은 거의 다 끝나간다. 일단 그동안 해놓은 것만 정리해서 내놓자. 나를 무시했던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 아마 다들 깜짝 놀랄 걸.'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벌써 몇년 앞서 그 이론을 먼저 만들어 낸 다른 젊은 수학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분할이론'이 골드바흐의 추측을 푸는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거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그 이론을 써서 골드바흐의 추측을 먼저 풀어버릴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그의 욕심이 결국 그를 잡아삼킨 셈이다.

그는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그는 엉뚱한 핑계를 찾는다. 파파크리토스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증명할 수 없는 명제일 수 있다는 두려움을 벗어버리지 못한다.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라는 게 있다. 참인 명제도 항상 증명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모든 젊음을 쏟아부었던 골드바흐의 추측이 증명할 수 없는 명제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불완전성 원리는 한술 더 떠 증명가능한 명제인지 아닌지는 증명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고도 말한다.

파파크리토스는 그 뒤로 수학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미친 사람처럼 바닥에 콩을 잔뜩 늘어놓고 알듯모를듯한 수수께끼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던 파파크리토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그러나 사람들이 빗속을 뚫고 달려가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그는 이미 죽은 뒤였다. 수많은 콩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과연 그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아직까지도 증명되지 않았다. 그리고 파파크리토스는 잊혀졌다.

"우리는 알아야만 하고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수학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Wir mussen wissen, wir werden wissen. Inder Mathematik gibt es kein igonorabimus.) / 데이비드 힐베르트.

참고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읽다. (이정환닷컴)
참고 : 이정환의 원주율 공식.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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