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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나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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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씨는 돌아와야 한다. 그가 묶어놓은 매듭은 그가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그때야 비로소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김우중씨 가 곧 돌아올 것이라는 소문이 어지럽게 나돌았던 지난 몇달, 되살아난 대우의 망령이 혼란스러운 기억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여전히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들이다. 그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기자는 어딘가에 숨어 귀를 곤두세우고 있을 김우중씨의 생각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2001년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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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노동조합의 대표자고 어쩔 수 없이 누군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지난 1998년, 현대자동차 노조는 277명의 식당 아줌마들을 희생양으로 내세웠다. 노조는 물론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노조는 식당 아줌마들의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대신 회사로부터 식당을 인수해 아줌마들을 다시 고용했다. 식당 아줌마들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이제는 노조에서 월급을 받게 됐다. 언뜻 생각하면 아무도 일자리를 잃지 않는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식당 아줌마들은 억울했을 것이다. 왜 하필 우리가 희생양이 되어야 하나. 우리가 여자라서? 밥짓는 아줌마라서?

200달러짜리 컴퓨터가 뭐 얼마나 대단할까. 영어도 못 알아듣는 택시 기사를 앞세워 앙코르소프트웨어를 찾아가는 길은 그렇게 짜증부터 앞섰다. 앙코르소프트웨어는 방갈로르에서도 가장 지저분한 거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인도 하드웨어 기업 협회 비니 메타 회장이 잔뜩 추켜세우지만 않았어도 예정에 없던 취재는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메타 회장은 앙코르소프트웨어를 인도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마침 비아니 데시판드 사장은 영국 출장 중이었고 대신 마크 마르시아스 부사장이 손바닥만한 컴퓨터를 들고 나와 반겨줬다. 아니나 다를까. 심퓨터라는 이름의 이 컴퓨터는 언뜻 어디서나 볼 수 있는 PDA 보다 훨씬 초라해 보였다. 그렇지만 이 조그만 컴퓨터에 인도의 미래가 담겨 있었다.

- PDA와 어떻게 다른가. 디자인은 훨씬 뒤져 보이는데.
= 심퓨터는 쉽고(Simple) 비싸지 않으며(Inexpensive) 여러 나라 언어를 지원하는(Multi-lingual) 컴퓨터(comPUTER)라는 뜻이다. PDA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속도와 처리 용량은 PDA의 10배나 된다. 인텔의 200MHz CPU가 장착돼 있고 리눅스 운영체제가 들어 있다. 심퓨터는 지난 1998년의 방갈로르 선언의 산물이다.

- 방갈로르 선언이 뭔가.
= 정보기술이 혁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모은 것이다. 우리가 가진 건 사람 밖에 없다. 후진국이 가난과 착취를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정보기술 밖에 없다. 방갈로르 선언은 정보기술 혁명으로 변화를 만들어 보려는 후진국들의 모임이다. 자세한 내용은 http://csa.iisc.ernet.in/bangit/bangdec/index.html에 가면 볼 수 있다. 우리는 먼저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쉽고 싸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뜻이 맞은 사람들이 모여 심퓨터 기금을 만들었고 꼬박 2년반의 개발기간을 거쳐 심퓨터는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 심퓨터의 기능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 심퓨터는 개인용 컴퓨터 보다 훨씬 강력하다. 우선 영어와 힌두어, 타밀어, 칸나어의 네가지 언어를 기본적으로 지원한다. 게다가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쉽게 쓸 수 있도록 음성 인식과 음성 합성을 지원한다. 인도처 럼 문맹이 높은 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컴퓨터다. 이렇게 말을 알아듣고 말을 할 줄 아는 컴퓨터를 200달러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심퓨터의 기술을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우리는 심퓨터가 널리 보급돼서 많은 사람들이 정보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란다.

- 구체적으로 심퓨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 심퓨터는 작지만 강력한 기능을 갖고 있다. 우선 공중 인터넷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카드를 활용하면 공중전화를 쓰는 것처럼 하나의 심퓨터를 여러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다. 농부는 장 보러 가는 길에 들러 추곡 수매가가 얼마인지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고 오토릭샤꾼은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들러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심퓨터가 인도의 정보 격차를 크게 줄여놓을 거라고 믿는다. 지켜봐라. 심퓨터는 인도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 심퓨터를 만든 기술력은 어디서 나오나. 인도는 하드웨어 기반이 취약하지 않은가.
= 맞다. 그렇지만 심퓨터의 기술력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다. 우리가 냉장고나 텔리비전 따위를 만들 꿈은 꾸지 않는다. 이 작은 컴퓨터 안에는 인도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다. 우리는 냉장고는 만들지 못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는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만날 때 인도의 경쟁력은 제대로 빛을 발할 것이다. 심퓨터가 증명해 줄 것이다.

글·사진 방갈로르 = 이정환 기자 jlee@dot21.co.kr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의 쌍둥이 빌딩만 무너뜨린 게 아니다. 테러는 꿋꿋하게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얼굴이 까만 인도 사람들은 언뜻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뜩이나 터번까지 둘러멘 덩치 큰 시크교도들은 테러범으로 오해 받기 딱 알맞다. 갑자기 공항마다 검문 검색이 까다로워졌고 미국 대사관은 비자 발급을 질질 끌었다.

문제는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미국 출장이 잇따라 취소됐고 소프트웨어 수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약속 잘 지키기로 소문난 인도 기업들은 신용에 큰 금이 갔다. 그 사이를 못참고 몇몇 미국 기업들은 거래 업체를 바꾸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들, 중국과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파키스탄이 잽싸게 그 틈을 파고 들고 있다.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 협회, 나스콤은 몇달 전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40% 가량 낮춰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훨씬 더 낮춰 잡아야 하게 됐다. 나스콤이 지난 11월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2분기 매출은 890억루피로 지난 1분기 보다 146억루피, 19.6% 늘어나는데 그쳤다. 성장성이 이미 크게 꺾였다.

정작 문제는 테러 이후다. 많은 기업들이 9월부터 한달 가까이 일손을 놓은데다 그 뒤로도 일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직 집계는 안됐지만 3분기 실적은 훨씬 참담할 것이다.

그렇다고 애꿎은 테러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쯤해서 인도의 성장성의 한계를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은 수출이 70.3%, 그 가운데 62.4%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 덩치는 부쩍 커졌지만 아직까지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마음을 바꾸면 당장이라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른 나라들이 정보기술 거품이 꺼지면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도는 한발 늦게 불황을 맞은 셈이다.

힘겨운 불황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악착 같이 덤벼들고 있다. 값싼 인건비는 더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미국만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기는 자못 심각하다.

“인도는 지금 허황된 신화에 빠져있다.” 독설을 퍼붓기로 유명한 인도 하드웨어 기업 협회 비니 메타 회장의 이야기다. “언젠까지나 값싼 인건비를 내세워 싸구려 하청이나 받아 올 것인가. 자생력 없는 소프트웨어 산업, 하드웨어 산업의 뒷받침 없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계가 분명하다.”

뜯어보면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기형적으로 성장해왔다. 나스콤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매출의 70% 이상이 기술력 없는 싸구려 용역에서 나온다. 25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나 인포시스 같은 큰 기업들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많은 작은 기업들은 아직도 값싼 인건비 말고는 마땅히 내세울 만한 경쟁력이 없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이상 이들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인도의 한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무엇보다도 내수시장이 취약한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인도에 있는 컴퓨터를 모두 모아봐야 630만대 밖에 안된다. 겨우 1천명에 6대 꼴인데 세계 평균 26대, 미국의 500대에는 아직도 한참 모자란다. 인도 사람들에게 컴퓨터는 아직도 엄청나게 비싼 물건이다. 높은 성장성을 떠받쳐 주기에는 아직까지 시장이 너무 좁다.

그럭저럭 ‘사람 장사’는 먹혀 들었지만 제품을 만들어 팔자니 사줄 데가 마땅치 않다. 워낙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데다 마케팅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전략은 도무지 먹혀들지 않는다. 인도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내놓기 훨씬 전부터 윈도우와 비슷한 운영체제를 만들어 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일찌감치 사라져 버렸다. 결국 그렇게 소프트웨어를 직접 기획해서 개발하는 회사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너도나도 손쉬운 하청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파는 나라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뺏길 수 있는 일감들이다.

하드웨어 기반 시설도 형편 없다. 초고속 통신망이라고 곳곳에 깔려있기는 하지만 한시간에 1.5달러나 받으면서도 속도는 우리나라의 전화 모뎀 수준 밖에 안된다. 불평없이 진득하게 앉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인도 정부가 지금처럼 하드웨어 투자를 아낀다면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머지않아 고립될 것이 뻔하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인도 사람들은 값싼 인건비 못지 않게 우수 인력이 많다고 자랑하지만 우수 인력의 대부분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빠져 나갔다. 많은 기업들은 아직도 쓸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흔히 잘못 알려져 있지만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13만명의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모두 우수 인력은 아니다. 이삼성인디아의 신진범 소장은 우리나라에 흘러 들어오는 인도 사람들은 인도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질 낮은 인력의 대량생산은 인도의 성장성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도 기회는 남아있다. “인도의 인건비는 아직도 한국의 3분의 1, 미국의 5분의 1 밖에 안된다. 인도는 어떻게든 이 강점을 살려 성장의 발판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수익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나스콤의 필로츠 반드레발라 회장의 이야기다. 나스콤은 여전히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압텍의 프라모드 케라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을 단순한 비용 절감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마라. 아웃소싱은 핵심사업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켜 비즈니스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전략이다. 오랜 경험을 쌓은 인도 기업들은 당신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는 최고의 동반자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성은 아직도 유효할까. 둘러보면 몇가지 긍정적인 신호들이 엿보인다.

파견 근무보다 원격 근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첫번째 신호다. 미국에 건너 가서 하는 파견 근무는 이익률이 20% 밖에 안되지만 인도에서 하는 원격 근무는 50%를 넘어선다. 원격 근무는 지난 91년 5%에서 올해는 44%까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수익성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도 기업들이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인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두번째 신호는 유럽 시장에서 온다. 미국 못지 않게 유럽도 인도의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스콤의 전망에 따르면 2005년 무렵 유럽 쪽 수출 비율은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치열해지는만큼 시장을 넓혀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유럽 쪽을 잘 뚫는다면 한동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 신호는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방향을 돌리는 기업들이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 같은 기업들은 일찌감치 컨설팅 쪽으로 돌아서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판매하려는 기업도 부쩍 늘어났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딛고 하드웨어 산업도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제 ‘사람 장사’에서 서비스와 제품 장사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는 해마다 평균 6%의 경제 성장률을 지켜왔다. 호들갑스런 인도 사람들은 2025년이면 인도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고 큰 소리친다. 물론 그 원동력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될 것이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제 변화에 직면해있다. 여기서 살아남느냐 도태하느냐는 주어진 몇가지 과제들을 얼마나 멋지게 풀어내느냐에 달려있다.

글·사진 뉴델리·뭄바이·방갈로르 = 이정환 기자 jlee@dot21.co.kr

인터뷰 : 이삼성인디아 신진범 소장.

이삼성인디아의 신진범 소장은 하인을 네명이나 두고 산다. 온갖 허드렛일로부터 벗어나는 대가가 한달에 10만원이라면 싸다. 기름 값을 속였다고 운전기사를 호되게 야단치는 신 소장의 모습에서 언뜻 조선시대 양반이 떠오른다.

“인도 사람들 식민지 근성을 제대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은 강자한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한테만 강하죠. 절대 숙이고 들어가면 안됩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짓밟아야 합니다.” 신 소장이 털어놓는 이삼성인디아의 성공 비결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신 소장은 인도 사람들을 함부로 대했다.

이삼성인디아는 지난 6월, 인도 기업인 우샤 마틴 인포테크와 비르투오소 홀딩스와 손을 잡고 이삼성유미트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이삼성유미트를 설립할 때도 이삼성인디아는 5억원을 내고 51%의 지분을 차지한 가운데 다른 기업들은 액면가의 7배수에 45억원을 내고 나머지 49%의 지분을 나눠가졌다. 신 소장의 표현대로 손 안대고 코를 푼 격이다. 이삼성인디아로서는 당장 현지 인맥이 아쉬웠겠지만 끝까지 고개를 빳빳히 쳐들었다.

“우리한테는 삼성이라는 상표와 넓은 한국 시장이 있습니다. 조금도 꿀릴 게 없죠.” 신 소장은 약아빠진 인도 사람들을 누르지 못하면 인도 진출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삼성유미트는 어떤 회사인가.
=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공 모델인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나 위프로, 인포시스를 그대로 따른다. 인도는 내수 시장이 얇다. 10억 인구 가운데 구매력 있는 계층은 3천만명도 채 안된다.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텐데 많은 기업들이 해외 네트워크가 없어 쩔쩔 맨다. 우리가 큰 소리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의 브랜드와 이곳의 값싸고 우수한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삼성이 마케팅을 배후 지원하고 인력은 필요한만큼 이쪽에서 끌어오면 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모델인가.
= 소프트웨어 서비스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우수한 몇명의 프로그래머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떠맡기지만 미국이나 인도는 다르다. 여기서는 천재 프로그래머 몇명보다는 잘 짜여진 조직력과 팀워크가 더 큰 힘이 된다. 그 조직력과 팀워크를 아웃소싱하겠다는 이야기다. 핵심은 인건비다. 우리와 손을 잡으면 인건비를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

- 아무래도 경쟁이 만만치 않을 텐데.
= 우선 한국의 기업들, 삼성부터 뚫을 거다. 삼성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을 적절히 아웃소싱해서 효율성을 높이라는 이야기다. 충분히 먹혀들거라고 본다. 삼성의 브랜드로 발판을 닦으면서 이삼성 해외 법인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아시아 시장은 아직 무주공산이다. 시장을 제대로 잡으면 이곳 기업들처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로 커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보안 문제나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다들 아웃소싱을 꺼리는데.
= 보안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이 사업은 불가능하다. 모든 자료는 절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또한 비슷한 작업을 1년 이내에 맡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들은 부분 부분은 알 수 있지만 전체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런 작은 작업들이 모아놓으면 하나의 큰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다. 인도의 강점은 값싼 기술력만이 아니다. 잘 짜여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다.

이삼성유미트는 설립 3개월만에 거뜬히 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삼성인디아의 인도 진출 전략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열악한 현실을 돌아볼 때 눈여겨 볼 부분이 많다.

지난해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시장 규모는 57억달러로 55억달러 수준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인도가 수출비중이 67%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는 10%에도 못미친다. 내수시장에 머무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는 경쟁력을 살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뚫고 있다. 이삼성인디아는 그런 인도의 경쟁력을 거꾸로 이용하겠다고 뛰어든 것이다.

이정환 기자 jlee@dot21.co.kr

인터뷰 :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산증인 사우라브 스리바사타바 벤처캐피털협회장

인도 벤처캐피털협회의 사우라브 스리바사타바 회장은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산증인이다. 그는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여러 장의 명함을 책상 위에 죽 늘어놓았다.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협회의 공동 설립자이면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인 잔사의 사장이고 벤처캐피털인 인피니티 벤처 펀드의 사장이기도 하다. 그밖에 여러 크고작은 회사의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각종 법률과 행정조치들을 제안해왔다. 직접 업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요즘 관심을 갖는 분야가 벤처캐피털이다. 그동안의 단순한 하청작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성장성을 찾으려면 초기 벤처기업과 자본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인도의 벤처캐피털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시장의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인도의 벤처캐피털들은 투자규모를 오히려 늘려나가고 있다. 꿋꿋이 홀로서기를 해왔던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자본을 만나 또 한차례 성장성에 날개를 달 순간이다.

- 인도 자본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계산을 해봤더니 올해 1분기에 자본시장에 흘러다니고 있는 돈이 모두 1천억루피, 달러로 하면 22억달러 정도 된다. 지난해를 통틀어 643억루피, 14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인도 자본시장은 미국 경기와 상관없는가? 다들 정보기술의 거품이 빠지면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런 성장은 뜻밖이다.
= 인도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매력 때문일 것이다. 성장잠재력을 놓고 볼 때 인도 시장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저평가돼 있다.

- 인도 벤처캐피털 상황은 어떤가?
= 인도에 서 벤처캐피털이 처음 만들어진 건 1987년이지만 실제로 벤처 투자가 이뤄진 건 90년대 후반부터다. 겨우 첫발을 뗀 상태인데, 나스닥이 망가지면서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이야말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지금은 주식투자보다 벤처투자가 훨씬 매력적인 때다. 앞날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미리 싼값에 뛰어들어 오를 때를 기다려라.

- 요즘 같이 불확실한 때를 이겨내는 전략이 있다면?
= 다들 호들갑을 떨지만 달라진 건 없다. 인도에서 수출 중심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

- 상대적으로 인도의 벤처캐피털은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투자가 필요한 초기단계 기업보다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에 돈이 몰리는 것 아닌가?
=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주식시장이 어려우면 다들 자금회수에 안달하게 된다.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거나 매력적인 실적을 보여주는 기업을 고를 수밖에 없다. 물론 성장성 있는 초기단계 기업을 찾는 일도 게을리하지는 않는다.

- 언제까지나 값싼 인건비로 승부할 수는 없다. 중국도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자신이 있나.
= 인도의 경쟁력은 값싼 인건비만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작업이라도 수행해낼 수 있는 잘 짜여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도의 시스템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이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노하우를 하루 아침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거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단순한 하청작업에 그치지 않고 직접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거나 컨설팅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켜보면 알겠지만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또 한차례 격동기를 맞게 될 것이다.

뉴델리=글·사진 이정환 기자 jlee@dot21.co.kr

“우리는 실기만큼이나 이론수업에도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그건 컴퓨터가 많지 않기 때문이겠죠.”

첫번째는 뭄바이에서 만난 컴퓨터 학원 압텍(Aptech)의 프라모드 케라 사장의 자랑 섞인 이야기, 두번째는 방갈로르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김철수씨의 김빼는 이야기다. 성공회대학교 3학년인 김씨는 1년 과정으로 압텍에서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

김씨가 보기에 압텍의 교육과정은 우리나라보다 크게 뛰어난 부분은 없다. 그렇지만 분명히 다르긴 다르다. “결과만 놓고 보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 나라 사람들은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후딱 만들어놓고 나중에 에러 잡느라고 시간을 다 허비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꼼꼼하게 계획을 짜고 효율적으로 일을 나누어 맡습니다. 나중에 보면 여기가 훨씬 더 빠르고 깔끔하죠.”

김씨의 말처럼, 인도의 경쟁력은 오히려 컴퓨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길러진 ‘습관’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만들었다 뜯어고치기를 되풀이하는 우리나라 프로그래머들과 달리, 인도인들은 컴퓨터를 쓸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에 완벽한 밑그림을 그려놓아야만 한다. 김씨는 인도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새삼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의 원천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만큼 효율적으로 협업과 분업을 이루지 못한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끄는 힘은 잘 짜여진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짜여 있으면 예측이 가능하다. 일을 역할에 따라 나누어 맡고, 계획에 맞춰 진행할 수 있다. 우리는 소비자가 바라는 시간에 정확히 제품을 내놓는다.” 인도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 인포시스의 나라야마 머시 사장이 한 말이다.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은 값싼 인건비에서 비롯된 것이 틀림없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처음에는 컴퓨터 몇대를 들여놓고 단순한 데이터 입력 따위를 대신해주는 것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기술력과 효율성에서 이들을 따라갈 만한 회사가 그리 많지 않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카네기 멜론 소프트웨어 연구소가 매기는 소프트웨어 개발능력 등급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회사는 23개다. 그 가운데 15개 회사가 인포시스나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위프로 같은 인도 회사들이다.

인포시스는 지난해 18만3천장의 이력서를 받아, 그 가운데 3천명을 뽑았다. 신입사원들은 14주 동안 호된 훈련을 거치면서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인포시스 신입사원의 첫월급은 50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정도면 인도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10억이 넘는 인구 가운데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데 취직했고 최고의 월급을 받으니, 일하는 분위기도 신날 수밖에 없다.

방갈로르 외곽의 일렉트로닉 시티에 자리잡은 인포시스는 자부심과 활력이 넘쳐흐르는 젊은 회사였다. “이 사업은 결국 사람 장사다. 우리는 최고 수준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만큼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머시 사장의 자부심에 걸맞게 인포시스는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인포시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억6780만달러, 순이익은 805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각각 50%와 35% 늘어났다. 순이익률은 30%를 훌쩍 넘어섰다.

소프트웨어 강국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도 정부는 일찌감치 지난 1986년 소프트웨어 산업의 잠재력을 알아채고, 적극적이면서 파격적인 육성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허용했고, 소프트웨어 수출에 대한 소득세를 100% 면제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 기술단지(STP)를 설립했고, 이것이 제 역할을 해줬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5년 동안 소득세도 면제받는다. 이곳에서는 외국인이 100% 지분을 소유하는 것도 허용된다.

값싸고 우수한 인력을 마음껏 끌어다 쓸 수 있는데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래서 외국 기업들이 물밀듯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IBM, 시스코, TI, 노텔,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인도에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설립했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인포시스나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위프로 같은 회사들은 그 틈새를 파고들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말씀만 하세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만들어드립니다.” 아무런 기술력도 창의력도 없는 인도가 값싼 인건비를 내세워 뛰어들 수 있었던 유일한 시장이었다.

시작은 초라했지만 성장은 눈부셨다. 운이 따랐던지 실리콘밸리의 인력난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미국인 한사람 몫의 돈을 주고 10명을 고용할 수 있는데다 12시간의 시차 덕분에 미국이 잠든 시간까지 밤새도록 작업을 굴릴 수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인도의 매력이었다. 게다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영어가 공용어라 말도 잘 통한다. 마침 Y2K(2000년 인식오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감이 부쩍 늘어났다. 인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착실하게 야금야금 노하우를 쌓아나갔다.

미국 기업들은 이제 인도와 손을 잡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인포시스 같은 회사들은 단순하고 따분한 하청작업을 넘어, 제품 기획과 개발에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제일 먼저 인도에 들고 와서 시험해본다.

성장성은 아직도 남아 있다. 미국 경제가 움츠려들면서 이곳 분위기도 조금 가라앉았지만, 방갈로르에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인도소 프트웨어기업협회는 2008년 무렵이면 시장이 850달러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57억달러에서 15배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전망이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듯 지난 몇년 동안 3천개가 넘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새로 만들어졌다. 직접 미국에 줄을 댄 회사는 1천여개, 나머지 회사들은 큰 회사에서 쪼개져 나오는 작은 일거리들을 받아다가 생계를 꾸려나간다.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언뜻 초라해 보이지만 그래도 굉장히 많이 남는 장사다. “다들 그럭저럭 순이익률이 20%를 넘는다. 우리는 지금 3500만달러 매출에 700만달러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 투자하는 퍼스트 벤처캐피털 인디아의 가우라브 달미아 사장의 이야기다. 이만한 회사가 증권거래소에 올라가면 5천만달러는 쳐준다고 한다. 인도의 벤처캐피털은 이런 회사들에 투자해 보통 30%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대박을 터뜨리는 건 아니지만 큰 위험 없이 제법 짭짤한 재미를 볼 수는 있다.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세계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이제 시작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 봇물을 이룰 태세다.

정보기술 혁명에의 희망은 한국에서는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인도에서는 아직도 기세가 드높다. 신문을 펼치면 온통 정보기술 기업들의 광고로 도배돼 있다. 인도의 정보기술 혁명, 그 성공에 대한 열망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뭄바이·방갈로르=글·사진 이정환 기자 jlee@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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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소프트웨어산업 매출현황 (단위:백만달러)
/내수/수출
1995년/350/485
1996년/490/734
1997년/670/1083
1998년/950/1750
1999년/1250/2650
2000년/170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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