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이라는 이상한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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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이라는 사이트. www.hefty.kr
본사(www.hefty.co)는 독일에 있고 한글 서비스는 얼마 안 된 듯.
흥미로운 건 이 듣보잡 사이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가 341만이라는 사실. 10월22일 166만이었는데 다음날 아침 217만을 찍고 그날 오후 230만을 넘더니 3주만에 100만 추가. 요즘은 거의 하루에 2만~3만씩 늘어나는 추세.

사이트 디자인도 구리고 콘텐츠도 딱히 새롭지 않은데,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이유가 뭘까. 엄청난 좋아요 수에 비교하면 페이지의 활동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런데도 엄청나게 페이스북에 자주 뜬다.

몇 가지 추론을 해보자면 우선 사이트의 실제 제목과 목록에 뜨는 낚시성 제목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이다.

1. 의사들이 그녀의 셔츠 아래에서 믿을 수 없는 것을 찾아냈다. 이 소녀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거라고 했다.
2. 이 의사는 어린 소녀의 심장을 수술해주고 싶어했다. 그러자 그녀의 어머니가 슬퍼하기 시작했다고.

같은 기사에 여러가지 제목이 붙는다. 본문에 뜨는 제목과 목록에 뜨는 제목, 페이스북 링크에 걸리는 제목이 모두 다르다.
낚시 제목이 여러 개인 경우도 있다. 제목 자체로는 내용을 종잡을 수가 없다. 긴 제목+서술형 낚시라고나 할까. 네이버 어뷰징과 달리 페이스북에 잘 먹히는 방식일 수도.

1. 이 여성은 자기 집 창문에 이것을 붙였다고. 이런 천재적인 발상을.
2. 그녀는 초콜렛 한 조각을 오븐 안에 넣었다. 그 결과물을 보면, 당신도 따라하고 싶게 될 거다.
3. 이것만 있다면 당신의 집도 평화로워질 수 있다. 부담감에 눌린 당신을 위한 팁이 여기에.

1. 미용실에서 커트 머리만 수확해왔다면, 오늘부터는 토마토도 수확해보자.
2. 나는 내 머리를 사랑한다. 오늘은 머리 위에 곰 한 마리를 얹기로 했다.
3. 머리를 쓰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장담하건대 어디서든.
4. 한 여자의 머리 뒤에서 큰 눈알 하나가 굴려지고 있다. 대체 왜.

1. 길 한복판에서 7살 난 여자아이가 12미터 이상을 날았다. 그녀가 왜 날았는지 알면, 당신은 울게 될 지도 모른다.
2. 한 여자가 피범벅이 된 채 도로 위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었는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3. 이 엄마는 아이의 잘라진 머리를 다시 붙이려고 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던 것일까.

낚시 제목과 실제 제목이 같은 경우도 있다.

1. 이 남자는 노숙자 남성의 얼굴에 끔찍한 것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경찰관이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끝까지 지켜보시길.

제목에 몇 가지 패턴이 있는데 뭔가를 설명하는 단문, 그리고 가벼운 반전을 기대하게 하는 또 다른 단문.
여러개의 낚시 제목이 뜨는 건 아마도 AB 테스트일 가능성이 크다. 방문자의 IP와 이동 경로를 트래킹해 더 많이 읽을 것 같은 제목을 던지는 것이다.

몇 가지 포인트를 꼽아본다.

0. 일단 글로벌하게 먹히는 콘텐츠. 재미와 별개로, 트래픽 낚시 성공률이 입증된, 그냥 던지면 걸리는 콘텐츠. 그리고 적당히 공유하기 좋은 감동과 교훈, 소소한 정보.

1. 링크를 타고 개별 콘텐츠에 접근하면 좋아요를 누르라는 창이 뜬다. PC는 구석에 뜨지만 모바일에서는 화면을 가릴 정도로 크다. 엉겹결에 누르게 된다.

2. 페이스북에서 이 사이트가 꽤 많이 공유 되는데 자세히 보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유되는 게 아니라 개별 포스트에서 공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글을 읽고 다시 페북으로 돌아와서 공유를 하는 게 아니라 글을 읽다가 바로 공유 버튼을 눌러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유 수가 적지만 개별 포스트 단위로 공유가 많이 되는 것도 이 때문.

4. 그러니까 페북은 링크를 노출하는 통로고 공유는 개별 콘텐츠 단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

5. 실제로 사이트 디자인도 공유 버튼을 눈에 잘 띄는 곳에 크게 배치해 놓았고 기사를 다 읽고 나면 아랫쪽에도 공유 버튼이 있다.

6. 이런 시스템은 몇 가지 강점이 있는데, 페북 좋아요가 실제로 사이트 트래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감안하면(좋아요만 누르고 본문을 클릭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페북은 낚시 밑밥만 깔고 사이트 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는 듯.

7. 페북 포스트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실제 사이트 포스트를 공유하게 하는 전략. (페북 트래픽은 돈이 안 되니까.) 그래서 페북 좋아요 수에 비교하면 페북 포스트의 공유수는 많지 않지만 개별적으로 공유하는 비중이 꽤 높은 듯. (페북은 그냥 떡밥일 뿐).

사실 이런 시스템은 사이트 설계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거지만 애초에 작정하고 트래픽을 긁어모으는 걸 최우선 가치로 잡고 낚시질에 올인하는 전략이 있어야 할 듯. 그렇지만 언론사들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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