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밖에서 TV와 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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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국회의원 선거 직후 팟캐스트 '나는꼼수다' 프로듀서 출신 김용민씨는 "우리도 방송을 만들자"고 선언했다. 조중동이 뿌린 마타도어를 KBS와 MBC 등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선거 판세가 뒤집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든 국민TV가 다음달 1일 TV 방송 개국을 앞두고 있다. 뉴스타파나 국민TV 같은 대안 방송이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고 의미도 크다. 그러나 애정이 깊은 만큼 그 한계를 명확히 짚을 필요도 있다.

먼저 뉴스타파를 보자. KBS와 MBC, YTN 등 해직 기자들이 모여 만든 뉴스타파는 어느 정도 맨 파워와 콘텐츠가 담보된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과거 잘 나가던 시절 KBS '추적 60분'이나 MBC '시사 매거진 2580' 이상의 영향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향력의 의미는 뒤에 설명하기로 한다.) 뉴스타파는 크고 작은 특종을 많이 터뜨렸고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특종 이외의 이슈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3월25일 기준으로 뉴스타파 유튜브 채널의 누적 조회 수는 1155만8620건, 구독자는 6만2525명이다. 지난해 1월4일 기준으로는 738만8255건에 2만3514명이었다. 뉴스타파는 최근 출범 2주년을 맞았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구독자는 꽤 늘었지만 조회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년 동안 뉴스타파가 유튜브에 업로드한 동영상은 665건인데 평균 조회 수를 환산하면 1만5589건이다.

뉴스타파 1회가 34만9772건, 그리고 1년 전 강정마을 특집이 40만1323건을 기록했지만 유튜브 기준으로 10만건이 넘었던 방송은 전체 스무건이 안 된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조세회피지역 특종 보도도 10만4849건에 그쳤다. 다음TV팟에서는 5만2000건으로 절반 수준이다. 팟빵이나 아이튠즈 같은 오디오 팟캐스트로도 유통되지만 유튜브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유통 채널을 모두 더하면 평균 조회 수는 3만건 정도로 추산된다.

물론 단순 조회 수가 영향력 척도는 아니고 평균 조회 수 3만건도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다. 뉴스타파 후원회원도 3만명 수준이다. 뉴스타파의 경우 다른 언론에 인용 보도되면서 큰 이슈로 확산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다른 언론이 받아주지 않으면 이슈가 되지 않고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언론의 관행으로는 웬만한 단독 특종이 아니면 다른 언론을 인용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뉴스타파는 특종과 발굴 취재에 전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에 쟁쟁한 거물급 언론인들이 포진돼 있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상시적으로 발굴 특종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독자들이 뉴스타파에 기대하는 건 단순히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조중동이나 한겨레·경향이 쓰지 않는 전혀 다른 어떤 것들인데 그런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우리 사회의 뉴스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이슈의 휘발성도 너무 크다. 유튜브는 훌륭한 방송 플랫폼이지만 한계도 많다.

출범도 하기 전에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게 미안하지만 국민TV도 비슷한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TV에는 나꼼수의 DNA가 흐른다. 흔히 '노빠'나 '깨시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지지 기반이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노빠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정치 집단이다. 정치적 한계는 분명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정치를 이야기하려면 노빠를 안고 가거나 버리고 가거나 선택을 해야 한다. 국민TV가 노빠들을 끌고 간다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최초 언론 협동조합을 표방한 국민TV는 아직 정식 개국도 안 했는데 조합원이 2만명이 넘고 출자금도 37억원 이상 모였다. 1년 앞서 지난해 4월 먼저 개국한 라디오 방송은 청취자 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물적 토대는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TV의 한계는 콘텐츠다. 대안 방송을 표방한 이상 적어도 JTBC 뉴스 정도의 존재감은 보여줘야 할 텐데 최근까지 확보된 TV 제작 인력은 20명이 조금 넘는 정도다.

국민TV는 처음 논의 때만 해도 조합원들에게 셋톱박스를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언젠가부터 뉴스타파처럼 유튜브와 모바일 중심으로 콘텐츠를 유통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우리나라는 지상파 직접 수신비율이 5%가 채 안 된다. 이미 집집마다 유료방송 셋톱박스가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국민TV 셋톱박스를 설치하려면 기존의 셋톱박스를 떼어내야 한다. 셋톱박스를 나눠준다는 발상 자체가 지나치게 순진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물론 나꼼수의 광범위한 지지 기반이라면 이미 웬만한 종편 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스마트TV 시대가 확산되면 굳이 케이블 채널을 받지 않아도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팟캐스트와 TV는 차원이 다르다. 뉴스타파도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지만 아무리 좋은 뉴스라도 30분 이상 화면을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TV 시대에는 가능했지만 모바일에서는 그게 더 안 된다.

뉴스타파나 국민TV가 제대로 조중동 종편에 맞서려면 유튜브를 넘어 TV 시장에 뛰어들어 주류 채널들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가 린포워드(lean forward) 디바이스라면 TV는 여전히 린백(lean back) 디바이스다. TV는 그냥 틀어놓고 보면 되지만 모바일은 켜놓고 들여다 봐야 한다. TV는 몇 시간씩 마냥 틀어놓고 있을 수 있지만 컴퓨터 앞에서 한 시간씩 뉴스 동영상을 보려면 상당한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하다.

스마트TV 시대가 오고 주문형 비디오 시장이 확산돼도 한동안 사람들의 TV 시청 행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태블릿이 신기하고 재미있어도 아직 TV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특히 뉴스와 스포츠는 여전히 '본방사수' 문화가 살아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저녁 9시가 되면 습관적으로 뉴스를 본다. 그리고 그 뉴스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의식과 사고를 지배 당한다.

물론 뉴스타파나 국민TV 같은 대안 방송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처럼 사람들이 뉴스타파의 특종 보도라는 사실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드러난 팩트가 살아서 움직이고 뉴스에 살이 붙고 확산되면서 결국 존재감을 드러내게 돼 있다. 뉴스는 뉴스 자체로 생명력을 갖는다. 뉴스타파를 직접 보지는 않아도 뉴스타파의 인용 보도나 뉴스타파의 기사를 소스로 한 기사들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말은 곧 역설적으로 다른 신문이나 방송에서 인용해주지 않으면(그럴 만한 이슈를 터뜨리지 못한다면) 자력으로 이슈를 키우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모든 이슈를 다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 전략, 주류 언론이 놓치고 있는 영역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렵고 그래서 그만큼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나 국민TV의 제한된 시청자로는 지상파와 종편의 이슈 어뷰징에 대항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와 국민TV는 TV 바깥에서 TV와 싸울 게 아니라 TV 안으로 들어와서 싸워야 한다. 그러려면 케이블이나 IPTV에 채널을 잡고 들어가야 하는데 가뜩이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사 보도 채널을 규제하겠다고 으르렁거리는 상황에서 상당한 충돌을 감수해야 한다. 설령 채널을 받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종편이 15~19번의 황금 채널을 받았던 것과 반대의 이유로) 채널 번호가 뒤로 밀려나고 방송 내용을 두고도 심의와 제재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흔히 PP라고 부르는 방송채널사용사업이 지난 2001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지만 종합편성과 보도전문, 홈쇼핑 채널 등은 승인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승인 사업자가 17개, 등록 사업자가 163개나 된다. 누구나 방송은 할 수 있지만 뉴스는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진입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런 이유로 조중동은 방송을 갖게 됐지만 한겨레는 하니TV 같은 거나 만지고 있고 뉴스타파나 국민TV는 유튜브 팬덤에 안주하고 있다.

존재감이 희박한 RTV도 대안 모델로 검토할 수 있다. 시민참여 방송을 표방한 RTV는 2002년 첫 방송을 내보낸 이래 해마다 공익채널에 선정돼 연 12억원 가까이 제작 지원금을 받았지만 2009년 공익채널에서 탈락하면서 지원금이 끊기고 40여명이었던 상근인력이 2명으로 줄어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에는 뉴스타파와 고발뉴스, 팩트TV 등 여러 독립 언론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받아 반복 재방송하면서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RTV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다. 그러나 거대 자본이 장악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RTV의 위상은 초라하다. 케이블에서는 100번 바깥으로 밀려났고 그나마 기본형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서는 무려 채널 번호가 531번이다. 시청률은 케이블과 위성방송을 통틀어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고 그야말로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만약 뉴스타파나 국민TV가 단독으로 채널을 받기 어렵다면 RTV를 주류 플랫폼으로 가는 교두보로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RTV가 채널 번호 20번쯤을 받고 종편과 나란히 배치된다면 RTV를 통해 나가는 뉴스타파나 고발뉴스 등의 영향력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 굳이 RTV가 아니라도 다른 퍼블릭 액세스 채널을 만들고 또 늘려나가면 된다. 중요한 건 플랫폼은 공정해야 하고 콘텐츠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무너진 공영방송과 종편의 보수 동맹(JTBC는 일단 예외로 하더라도)에 맞서려면 애초에 왜 아직까지 정부가 방송의 보도 기능을 승인제로 묶어두고 있는지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0년 미디어법 투쟁 때 조중동에게 방송을 줘서는 안 된다고 싸울 게 아니라 방송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싸웠어야 했다. 조중동에게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아니라 진입 규제가 곧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뉴스타파나 국민TV가 TV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려면 정부의 낡은 규제와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누구나 기자가 되고 누구나 신문을 만들 수 있는데 방송은 왜 안 되나. 공정성이 문제라면 진입을 규제할 게 아니라 케이블이나 IPTV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채널 번호를 지정하고 접근을 제한하는 횡포를 규제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 공정성이 문제되는 채널은 보지 않거나 채널을 뒤로 빼거나 아예 지울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면 된다.

모바일도 좋고 유튜브도 좋고 셋톱박스도 좋지만 제대로 방송을 하려면 결국 TV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왜 TV 바깥에서 TV와 싸우려고 하나. 뉴스타파나 국민TV 뿐만 아니라 한겨레도 방송을 하고 경향신문도 방송을 해야 한다. 슬로우뉴스도 원한다면 방송 채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유튜브에서 멋진 방송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정치 권력과 거대 자본, 플랫폼 사업자들의 결탁으로 구축한 방송 독점을 깨는 게 핵심이다.

온갖 스마트 디바이스와 주문형 비디오가 TV를 대체할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사람들이 TV를 외면하는 건 TV가 재미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재미있는 콘텐츠가 TV 바깥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도 된다. TV 바깥에서 TV를 넘어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TV 안에 들어가 TV를 전복하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거실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TV를 저들에게 내주고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방송을 만들면 된다"는 김용민씨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그 콘텐츠를 유통시킬 플랫폼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낡은 기득권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방통위와도 싸우고 방통심의위와도 싸워야 한다. 싸울 명분은 충분하다. 선택은 소비자들이 하겠지만 적어도 진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게 조중동 종편의 특혜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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