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 결국 CJ가 KT를 이기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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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보면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의 미래가 보인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20년 이상 뒤져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강국의 명성이 무색하게 콘텐츠 판매와 유통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되고 그만큼 향후 성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된다. 외국에 비교해 미디어 산업의 정부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지만 규제 완화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유료방송의 가입자당 매출(ARPU)는 미국이 70달러, 우리나라는 8달러 수준이다. 1위 케이블 방송 사업자(SO)의 점유율은 미국이 50%, 우리나라는 25% 수준이다. 위성방송 점유율은 미국이 33%, 한국이 15% 수준이다. SO의 가입자 제한은 미국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0%, 우리나라는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33%다. 케이블 채널 사업자(PP)의 매출 제한은 미국은 무제한 우리나라는 33%다. 이 숫자들에서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에서 케이블 방송 가입자 수가 줄어들면서 위성방송 가입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1년 기준으로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6150만 가구.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60% 수준이다. 위성방송 가입자 수는 3359만 가구, 33% 수준이다. IPTV 가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36만 가구, 7.3% 수준이다. 전체 유료방송 가입 가구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1억100만 가구. 보급률은 88.3%에 이른다.

최 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추세를 따른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 방송 가입자 수가 완만하게 줄어드는 반면 위성방송 가입자 수가 급증하고 IPTV 가입자 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위성방송은 ARPU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케이블 방송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지상파 방송의 위기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은 CBS와 NBC, ABC, FOX 등이 주도하고 있는데 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를 외주 제작하고 있는데 드라마 1회 제작 단가가 1000만 달러 웃도는 등 제작 단가가 계속 뛰어오르고 있다. 정작 뉴스도 CNN이나 CNBC, MSNBC 등의 전문 뉴스 채널에 밀리고 있다. 지역 방송국(로컬 스테이션)에 지불하는 연 2억 달러의 보조금도 큰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KBS와 MBC, SBS의 3개 방송사의 시청률을 더하면 50%를 웃돌지만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4개 방송사의 시청률 합계가 25%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광고 시장 점유율도 줄어들고 미국처럼 콘텐츠 제작 단가도 치솟는 추세다. 최 연구원은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주식시장에 유일하게 상장된) SBS는 중장기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물론 미국 케이블 방송의 높은 시청률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다. 최 연구원은 "케이블 방송은 광고 수익엔 덜 민감하더라도 가입자 수에 수익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더욱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고 섹스와 폭력, 욕설이 자유롭게 등장할 수 있어 도덕적 논란에도 지상파 프로그램보다 높은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는 6600개의 케이블 방송국이 300개의 채널을 재공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 방송 사업자, 컴캐스트는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이 27%에 이른다. 최 연구원은 "케이블 방송 가입자들이 가격 경쟁력이 있는 IPTV나 위성방송으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지만 수신료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주문형 비디오 매출이 늘어나면서 ARPU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한동안 케이블 방송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연구원은 "케이블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고 주문형 비디오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ARPU가 높아지게 된다"면서 "나만 해도 옛날에는 불법 콘텐츠를 내려 받아 봤는데 한두 번 1000원씩 주고 영화를 내려 받다 보니 요즘은 자연스럽게 유료 콘텐츠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케이블은 아날로그 케이블보다 수신료가 2~3배 비싸다. 장기적으로 아날로그 케이블이 100% 디지털 케이블로 대체될 것으로 본다면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한동안 ARPU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800만 가구나 남아있지만 CJ헬로비전만 해도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가 2년 전 27% 수준에서 지금은 44% 수준까지 늘어났다.

최 연구원은 "(IPTV나 위성방송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케이블 방송 가입자 수가 둔화 또는 감소될 가능성이 크지만 케이블 방송만 놓고 보면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CJ헬로비전이 점유율을 높이려면 77개 권역의 3분의 1과 케이블 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풀려야 한다. 최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규제 환경을 추종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T에서 내놓은 IPTV와 위성방송의 결합상품, 올레TV스카이라이프에 대한 평가도 유보적이다. 우리나라 IPTV 가입자 비중은 23%, 미국(7%)과 비교할 때 이미 상당한 수준인 데다 위성방송이 케이블 방송보다 ARPU를 더 높여 받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최 연구원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케이블 방송은 수신료를 올려 받을 명분이 있지만 위성방송은 한계가 있다"면서 "가입자는 위성방송이 ARPU는 케이블 방송이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 OTT(Over the top) 서비스도 우리나라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든 푹이나 케이블 채널 사업자들이 만든 티빙이 있지만 유료화 전환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만든 다음TV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한때 케이블을 끊고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OTT 서비스로 옮겨가는 케이블 컷팅 현상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케이블 방송 월 수신료가 10만원에 육박하는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최 연구원은 "최근 넷플릭스 주가가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으로 꺾인 것은 영화와 드라마 판권을 가진 디즈니와 소니, 컬럼비아, 워너 등이 공급 가격을 10배 이상 끌어올린 데다 애플과 구글 등이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다만 CJE&M 등이 주축이 된 티빙은 모회사와 계열사들이 직접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는 형태라 넷플릭스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미국은 케이블 방송이 정체상태를 맞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ARPU를 크게 끌어올릴 여력이 남아있다. 위성방송은 가입자가 한동안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ARPU를 끌어올리는 데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유통 경로가 다변화하면서 지상파 방송 광고 점유율이 줄어들고 케이블 채널과 주문형 비디오, N스크린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시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건은 케이블 규제 완화다. 당장 케이블 방송의 점유율 규제를 풀지 않으면 성장 여력이 제한되고 위성방송 사업자, KT가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케이블 방송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MMS(다채널 서비스)나 셋톱박스 없는 디지털 TV, 클리어쾀이나 케이블 채널의 8VSB(지상파 전송방식) 허용 등에 따라 디지털 전환 속도나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업계 판도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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