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고액 연봉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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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의 고액 연봉이 논쟁이 됐다. 한겨레와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등에서 문화기획자 김상수씨의 칼럼을 연속으로 게재하면서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정명훈의 고액 연봉과 특혜에 관심이 집중됐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박원순 시장이 나서서 연봉을 조정하기에 이른다. 안타까운 건 논쟁이 정명훈의 정치적 성향과 20억원의 연봉, 그리고 그의 음악적 역량과 성과를 둘러싼 다분히 주관적인 의견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는 데 있다.

정명훈이 이명박과 친하기 때문에, 그리고 서울시장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를 잘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그럴 거라고 믿는다). 연주회를 한 번 할 때마다 4200만원씩, 연간 20억원(판공비와 기타 경비 포함)에 이르는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비난하는 건 연봉 8천만원을 받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귀족 노동자들이라고 비난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를 키우기 위해 지휘자 한 사람에게 연봉 20억원이나 그 이상을 쓸 수도 있다. 예술의 가치를 단순한 시장논리로 따져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었고 정명훈이 아니면 어디 가서 그 정도 수준의 실력 있는 지휘자를 데려올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향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정명훈이 실력 이상으로 과대평가 받고 있으며 지나친 특혜를 부여받고 있다는 지적 역시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김상수씨는 정명훈이 국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마에스트로의 반열에 들지 못했으며 국제 기준으로 볼 때도 지나치게 많은 연봉과 특혜를 받고 있다고 비난한다. 상임 지휘자 한 사람의 이름값에 기대기보다는 정명훈 수준의 명예 지휘자를 여럿 선임해 연 2∼3회 지휘를 맡기고 평소에는 좀 더 책임감 있는 상임 지휘자를 두거나 여러 객원 지휘자들이 경쟁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서울시향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정명훈의 음악에 대한 평가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음악을 모르면 입을 다물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정명훈이 해외에서 가장 인정받는 한국인 지휘자라는 이유로 과도한 특혜를 받고 있는 건 아닐까, 그를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으로 앉혀두기 위해 필요 이상의 지출을 감수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혹시 그게 우리 안의 문화 사대주의에서 비롯한 것은 아닐까 돌아볼 필요도 있다.

몇 가지 질문을 더 해볼 수 있다.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만드는데 꼭 정명훈이 필요한 걸까. 정명훈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일까. 정명훈이 이 변방의 이름 없는 오케스트라를 맡아주는 게 그렇게 고마워서 최고 수준의 연봉으로 보답을 해야 하는 걸까. 지난 7년 동안 서울시향의 실력이 놀랄만큼 발전했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고액 연봉과 특혜가 정당화되는 것일까.

수준 높은 연주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그건 단순히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가 우리 곁에 있다는 자기만족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도 세계에 내놓을 부끄럽지 않을 수준의 오케스트라 하나 가져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게 꼭 한국인 지휘자여야 하나. 정명훈이 아니면 우리에게 다른 대안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그게 정명훈의 고액연봉과 특혜를 정당화하나. 그렇지 않다.

나는 정명훈의 연봉 20억원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에 대한 과도한 평가와 예우, 그리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불편하다. 김상수씨가 지적한 대로 정명훈의 고액 연봉과 특혜는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토목공사식 문화성과주의의 결과다. 그리고 여기에 클래식 음악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고급문화라는 기묘한 문화 사대주의와 엘리티즘이 결합되면서 본질을 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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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잘 읽었습니다..미묘한 사건을 쉽게 정리해주셨네요~

문화 사대주의 부분은 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잘못 이해하고 계신것 같아서 리플 답니다.

클래식 음악계는 전통적으로 서양인들의 텃세에 가려진 그들만의 리그였습니다. 이 업계(?)에서 한국인이라는 자격으로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이미 위대한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겁니다.

정명훈씨의 음악적인 업적은 솔직히 저도 전문가가 아닌지라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그동안 클래식 계에서 한국이 가졌던 위상을 고려해 보았을 때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일가를 이룬 셈이고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명훈씨가 저쪽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단순히 개인 하나가 성공한 차원이 아니라 그의 후배들이 이후 클래식 업계로 진출할 때 정명훈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있고요.

이번 논쟁을 보면서 지나친 정치논리,20억이라는 숫자 같은 외면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한국에 있어서 정명훈이 지니는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빠져 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예술계라는 곳이 다분히 정치적이고 당파성이 강한 곳이라 인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명훈씨의 가치를 따질 때는 이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젛명훈 씨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생각보다 커요.

실력 이상으로 과대평가 받는다니..어이가 없네요.
정명훈씨 커리어는 우리나라 모든 지휘자들을 합한것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세계에서 몇손가락 안에 드는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서 내년부터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구요.
정명훈씨는 10년전에 프랑스에서 연봉 13억을 제의 받았었고 서울시향 때문에 커리어에 도움되는 외국 스케줄을 포기해 왔습니다.
김상수씨는 전혀 쓰지 않았지만 부산 소년의집 오케스트라를 도운 일이나 북한 어린이 돕기,유니세프 활동등 나름 자선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 분입니다.
본문에 정명훈 수준의 지휘자를 여럿 선임해 2~3회씩 지휘를 맡기자고 하셨는데 이는 NHK Symphony (서울시향 예산의 2배)에서도 힘든 일입니다.
오케스트라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이 글을 보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한국에서의 정명훈의 가치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 분 실력을 폄훼하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그렇게 외국에서 인정받는 분이니 연봉의 액수를 따지는 게 실례라고 받아들이는 이런 분위기가 문화 사대주의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정명훈이 서울시향을 살리려고 연봉을 희생해 가면서 봉사하고 있는 건가요? 그래서 서울시민들이 정명훈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정명훈은 훌륭한 분이니까 고액 연봉을 받아도 된다는 식으로 덮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 정명훈이니까 연봉을 많이 줘도 된다.
2. 그 정도 연봉으로 정명훈 같은 실력 있는 지휘자 못 데려온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1번과 2번은 살짝 충돌하는데요. 이게 왜 충돌하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본에서 받는 개런티는 더 비쌉니다.
서울시향 오느라 도쿄필 고문직은 사임했고 일본 공연도 90% 이하로 줄었습니다.

봉사,감사 이런 얘기 한적 없습니다.
외국 좋은 스케줄 마다하고 서울시향 스케줄 잡느라 포기한게 많다는것은 클래식 팬들이라면 아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곡해하지 마세요.

정명훈의 실력을 평가절하하는 게 아니라는 전제 아래, 서울시향 스케줄 때문에 외국의 좋은 스케줄을 포기한다는 건 저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한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라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아서 문제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1년 내내 출퇴근을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객원 같은 상임 지휘자라는 게 논란이 됐었죠. 지나가다님도 잘 아실 테니 여러차례 반복됐던 논쟁을 여기서 되풀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김상수씨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리있는 지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연봉을 깎자는 취지의 이야기가 아니었을 텐데 본질과 다르게 흘러가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상하게 클래식은 항상 세금의 특혜를 받는 군요.

18세기 유럽귀족문화의 끝물을....

아..김상수씨의 글을 곧이곧대로 믿으시는군요.
그럼 저도 할말 없습니다.

http://blog.naver.com/leclair/10127763639

왜 당신 같은 진보는 상대방의 의견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 거에요? 설마 이 글도 시향 직원이 썼으니 그와 한 패라고 생각해서 안 읽는 건 아니겠지...

열심히 노력해서 그 정도 지위에 오른 사람이 그렇게 고까운 겁니까?

'꼭 한국인 지휘자가 아니면' 외국 지휘자를 데려오라는 것 같은데, 그거야말로 문화 사대주의 아닌가요?

이미 '미디어오늘'이 숭상하는 그 트위터 상에서 또 어느 정도 김상수의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을 논박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의 주장이 팩트와 다르다면, 언론인으로서 무엇보다 그런 주장을 인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01/h2012011021003824370.htm

이것도 좀 읽어보고 생각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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