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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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데 이어 18일 보해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산규모 업계 1위인 부산저축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자본잠식상태인데다 유동성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특히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최근 하루 1천억원 이상 예금이 인출되면서 '뱅크런'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언론이 이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고 있지만 논조는 미묘하게 다르다. 저축은행 부실의 핵심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경제지들은 미묘하게 핵심을 피하면서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시장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 신문들은 정작 위기의 근본 원인이 부동산 거품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잔액이 2조3568억원으로 전체 대출 잔액 3조2814억원의 71.8%나 됐다. 부산2와 중앙부산, 대전, 전주 등 계열 4개사까지 합치면 이들 5개사의 PF 잔액은 4조2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2009년 6월 말 기준으로 0.37%였던 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지난해 말 7.18%로 치솟고 연체율도 0.83%에서 35.14%로 급등하는 등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은 2007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돌아선 뒤에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규모를 계속 키워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토지 매입부터 준공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턴키 방식 대출이 많았던데다 다른 계열사들까지 끌어들인 뒤라 쉽게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8년 6월 말 기준으로 9610억원이었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2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나면서 연체율도 35.4%까지 치솟았다.

상당수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부산저축은행 등의 부실은 무모한 투자와 금융위원회 등의 관리·감독 실패 탓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조장했던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찌감치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직후인 2008년 하반기부터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것을 우려한 정부는 이를 쉬쉬했고 언론도 문제의 본질을 외면했다.

금융위원회는 부실 저축은행을 퇴출시키는 대신 인수·합병을 지원해 부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했던 것도 폭탄 돌리기의 한 과정이었다. 자산관리공사를 동원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채권을 매입하기도 했고 예금보험기금에 공동 계정을 만들어 저축은행들을 지원하자는 황당한 정책을 밀어붙여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장 뇌관이 터지는 건 막았지만 오히려 부실을 조장하고 더욱 키우는 결과를 불러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8일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감독당국이 저축은행 경영 안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외부환경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저축은행들과 건설회사들의 위험천만한 공생관계를 수수방관해 왔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양도세 중과 폐지를 연기하는 등 꺼져가는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는데 모든 정책을 다 동원했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금리를 동결해 폭탄이 터지는 시점을 늦춰왔다.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였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축은행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을 숨기는데 급급했고 언론도 이를 눈감아 줬다. 대부분 언론이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안일한 대응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최근까지도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저축은행들 부실도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남아있었다. 정부가 개입을 꺼리고 단호한 조치를 주저했던 것도 그런 기대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일보는 18일 사설에서 "부실업체는 신속하게 퇴출시키고 불법대출과 횡령, 배임을 저지른 대주주와 감사는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 "재발을 막는 지름길은 저축은행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19일 사설에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을 적기에 도려내지 못하고 오히려 덮어줘 부실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감독당국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땜질 대응 및 감독 소홀이 부실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언론이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부동산 정책 실패를 문제 삼는 곳은 없다. 대출 규제와 관리·감독의 문제 이전에 부동산 거품을 방조하고 조장해 왔던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언론 보도는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경영, 금융당국의 규제 실패를 비판하는데 그치고 있다. 정부가 일찌감치 부동산 거품을 빼려는 적극적인 시그널을 줬더라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그렇게 늘어났을까.

이명박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건설회사 지원을 확대하는 등 꺼져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쏟아냈다. 보수·경제지들도 앞장서서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주문했다. 가계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준으로 불어나고 대출 연체율도 급증했지만 정부는 출구전략을 늦추면서 거품과 부실을 키워왔다. 그 위험과 파급효과를 제때 경고하지 않은 언론도 공범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큰 관심거리지만 이에 대한 언론 보도도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제 와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규제하고 나서면 건설회사들에 대출 상환 압박이 시작되고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저축은행들의 추가 붕괴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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