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언론을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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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언론을 망치고 있다." 이 말은 사실 절반 정도만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승은 태터앤컴퍼니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언론사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으니까요. 언론사들이 네이버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측면도 있고요. 분명한 건 2009년 1월 네이버 뉴스캐스트 이후 온라인 언론 환경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40개 언론사들의 온라인 트래픽을 분석해 봤더니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절반 이상의 트래픽을 네이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문자의 90% 이상이 네이버에서 유입되는 언론사도 많았습니다. 네이버가 갑자기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중단하기라도 한다면 온라인 독자가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는 이야기죠.

참고 : 뉴스캐스트 2년, 페이지 뷰 늘었지만 충성도 낮아졌다. (이정환닷컴)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네이버 첫 화면에서 언론사 뉴스 사이트로 링크를 걸어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상당한 트래픽을 언론사들에 내주고 있는 셈이지만 덕분에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됐죠. 이건 쟤네들이 편집하는 거란 말이야. 우리는 그냥 포털일 뿐이라고. 이런 식이죠. 정부에 괜히 밉보일 일도 없고요.

그래서 독자들이 뉴스 제목을 클릭하면 새 창이 열리면서 온갖 광고로 범벅이 된 뉴스 사이트가 뜨게 됩니다. 특히 임플란트나 비뇨기과, 성형외과 광고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죠. 그래서 대부분 언론사 사이트에서 1회 방문당 페이지 뷰가 2건을 넘지 않습니다. 기사를 쑥 훑어보고 재빨리 창을 닫아버리기 때문이죠.

여기서 중요한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뉴스캐스트에서 뉴스를 읽는 독자들은 더 이상 뉴스를 브랜드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제목으로, 콘텐츠 자체로 소비하죠. 조선일보나 한겨레의 기사를 읽는 게 아니라 그냥 적당히 제목만 보고 끌리는 기사를 클릭하게 됩니다. 그게 중앙일보 기사인지 경향신문의 기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겁니다.

뉴스 어뷰징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제목으로 장사를 해야 하니까요. 좋은 기사를 쓰는 것도 좋지만 일단 섹시하고 자극적인 제목을 내걸어야 손님이 몰려오니까요. 조중동, 한겨레, 경향 등등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달마다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씩 더 버느냐 덜 버느냐의 차이를 만드니까요.

연예·가십성 기사도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인기 검색어가 뜨면 잽싸게 베껴다가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아내기도 하고 연예인 미니 홈피나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놓고 5분만에 기사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언론사들이 '꿀벅지'를 팔고 '숨 막히는 뒷태'를 팔아 장사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걸 저널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도 많이 약화됐습니다. 독자들은 이제 어느 신문 1면에 뭐가 났는지 큰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언론사들이 앞장 서서 톱 기사를 트래픽 장사에 팔아먹고 있는데 말해 뭐하겠습니다. 그만큼 뉴스의 선별 기능이 중요하게 돼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소비한다는 독자들도 늘어나고 있죠. 언론의 위기를 언론사들이 자초한 셈입니다.

미국에서는 수천개 언론사들이 문을 닫았다는데 우리나라 종합 일간지는 문 닫은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광고주들과 직간접적인 유착이 관행화된 덕분이죠. 발행부수도 줄고 광고도 줄었지만 온갖 드러나지 않는 협찬과 후원으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종이 신문들은 사실 광고 효과 대비 수십 수백배의 광고비를 뜯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형적인 종속 관계가 기득권을 옹호하는 논리로 지면 전반에 반영되고 정부 정책까지 뒤흔듭니다. 독자들이 외면하는 언론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독자들이 신문을 읽지 않고 사회적 의제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류 언론이 몰락하고 아직 그 대안이 나타나지 않은 과도기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면, 네이버가 주류 언론의 붕괴를 앞당기는 측면도 있습니다. 네이버가 언론사들에게 나눠준 트래픽은 뉴스를 파편화하고 전통적인 의제 설정 기능을 무력화합니다. 소셜 네트워크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죠. 새로운 형태의 언론이 나타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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