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는 건 왜 모두 군인들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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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콜레라 파동이 한창일 때 군인들은 하루 세끼 돼지고기로 포식을 했다. 조류독감이 유행이라 수천만마리씩 닭을 파묻을 때 군인들은 아침에는 닭개장, 점심에는 후라이드 치킨, 저녁에는 백숙을 먹었다. 귤 농사가 풍년이라 썩어나갈 때는 귤을 배터지게 먹었고 콩나물 농약 파동 때는 일주일 내내 콩나물 반찬이 올라왔다.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가장 먼저 군대로 들어갈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국방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매입하기로 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지방 건설업체들을 지원한다는 명분에서다. 국방부는 27일 군 관사용으로 쓰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809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809억원은 올해 전체 군 관사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자금 812억원 가운데 99.6%에 이르는 금액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역별 미분양 아파트 규모와 가격 등에 따라 매입 가구 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차피 군 관사는 필요한데 이왕이면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면 건설사들도 지원하고 건설경기도 살리고 신용경색도 풀리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등등 다 좋은 것 아니겠느냐는 발상이다. 이를테면 어차피 세끼 밥은 먹어야 할 텐데 끓여먹으면 상관 없으니까 하루 세끼 닭고기를 먹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발상과 일맥상통한다. 양계 농가도 돕고 그동안 못 먹던 닭고기도 실컷 먹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어차피 책정된 예산인데 말이지.

대부분의 언론이 이 소식을 빼놓지 않고 소개하긴 했지만 그 의미와 배경을 제대로 분석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국방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설업 구조조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부실 건설사들을 하루 빨리 퇴출해야 건실한 건설사들에 돈이 돌고 설비 투자가 살아나서 경기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안 팔리는 아파트를 세금을 털어 사들이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지난해 분양됐던 신규단지 분양가와 인근 시세를 비교한 결과 미분양 분양가는 3.3㎡에 평균 724만원으로 인근 시세 602만원보다 20% 이상 비쌌다. 울산 지역은 52%나 비싼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지방 미분양의 상당수는 교통 여건이나 주변 환경이 턱없이 부실한 경우도 많다. 안 팔리는 아파트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부실 상품을 세금을 털어 사들이겠다고 나섰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검토하고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민간 부문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강남 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한나라당은 "경제 활성화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심도있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당정회의에서 이 내용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련의 위기 대책들은 이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구조조정에 최소한의 원칙조차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일깨워준다. 정부는 애초에 위기의 본질이 자산가격 거품과 공급 과잉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약한 부분을 먼저 쳐 내되 살아남은 부분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에 불을 붙이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동아일보는 28일 1면 "부동산 3대 규제 2, 3월 완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실물경제 위축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설경기의 침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라며 "풀 것과 풀지 않을 것을 빨리 발표해 가닥을 잡아줘야 건설사들이 자구노력을 제대로 하고 관망하던 수요자들도 움직여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보수·경제지들은 정부의 자가당착적 위기 대책을 비판하기는커녕 환호하고 있다. 첫째, 국방부가 쏟아붓는 809억원이 모두 국민들 세금이라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고 둘째, 군인들 관사를 왜 건설 경기를 살리는데 덤으로 매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고 무엇보다도 셋째, 이런 주먹구구식 미분양 대책이 구조조정을 더욱 더디게 할 것이며 넷째, 원칙없는 규제 완화가 오히려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본질적인 고민이 결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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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원래, 안팔리는 상품들은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죠...
눈먼돈으로 사는 것이라 가격에 신경을 안쓰나 보군요. (일부러...)

그런데 10여년전에 군생활한사람인데요, 이상한건, 안팔리는걸 군인에게

준다는 뉴스는 복무시절 전해듣고 있었으나 실제 장병들에게 돌아오는건

양이 미미했다는 기억이 떠오름니다

그 당시 일인당 귤이 2박스씩 돌아간다는 기사가 일반공중파 및 심지어

국방일보에 까지 실렸으나 정작 돌아온건 15명에 2박스여서 황당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글남기고 갑니다...

음 윗분처럼 저도 10여년 전.. 정확히 2000년 봄쯤 상병달고 복무하던 사람입니다.

제 경우는 그때처럼 귤을 원없이 먹어본 적이 없어요.. 거의 인당 한박스 정도는 됐던 거 같아요.. 나중에는 물려서 훈련병들 주고 그랬지요.. (신교대)

그런데 그렇게 먹었지만.. 저역시도 의문이었던 건 일인당 두박스라는데 좀 적은 거 같다... 였습니다. 그때 마침 들려온 소리가... 간부들이 자기집으로 가져간 양도 상당수였다는 것..

아마 윗 분의 경우도 간부들이 많이 빼돌린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ㅎㅎ
02군번입니다.

이정환님 말씀대로 조류독감났을 때 정말 하루 세끼
꾸역꾸역 닭만 (쳐)먹었던 생각이 나네요

저는 01군번인데 자대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맛동산이 매일 소대당 한박스씩인가 나왔었습니다...
그때는 본/포 대기중이라 10여명이 한박스를 먹어치워야 했다는...;;
저희도 겨울에는 귤을 먹다 못해서 썩어 문드러지는 경우도 종종 있을정도로 귤도 많이 먹었고..

한우 이런건 왜? 파동이 안나나 몰라..

이제 와서야 추억이지.. 당시에는 고문이었을 것 같네요..^^;

간단합니다.
군인은 이나라의 밑받침이거든요 (여러가지 의미로)

귤 파동때 1박스당 1천원에 구입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1인당 1박스 의무 구입이었구요.
귤을 너무 좋아했던지라 3박스 정도 먹은 기억 나네요 ㅎ

말년에 1인당 귤 5박스 나왔습니다.
손톱밑이 노래지도록 먹고 또 먹었습니다.
도저히 안되서 귤 내기 족구도 했습니다.
물론 진 팀이 귤을 가져가고 보는 앞에서 먹어야 했습니다.

저는 군대에서 오이 풍년을 경험했습니다.
물먹지 말고 오이를 씹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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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by 이정환 published on January 28, 2009 9: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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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크몬드: 이제 와서야 추억이지.. 당시에는 고문이었을 것 같네요..^^;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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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지나가다: 저는 01군번인데 자대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맛동산이 매일 소대당 한박스씩인가 read more
  • 지나가다: ㅎㅎ 02군번입니다. 이정환님 말씀대로 조류독감났을 때 정말 하루 세끼 read more
  • akernar: 음 윗분처럼 저도 10여년 전.. 정확히 2000년 봄쯤 상병달고 복무하던 read more
  • 3rd king: 그런데 10여년전에 군생활한사람인데요, 이상한건, 안팔리는걸 군인에게 준다는 뉴스는 복무시절 전해듣고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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