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출퇴근을 해볼까.
자전거를 도둑맞고 반년 만에 중고 자전거를 장만했다(동생이 돈을 보탰다). 도둑맞은 자전거는 초고속 인터넷을 설치하면서 공짜로 받은 거라 큰 미련은 없었지만 그래도 비를 맞거나 말거나 도둑을 맞거나 말거나 아무 데나 세워놓고 다니기 좋았는데 막상 그나마 사라지고 나니 아쉬웠다. 차를 사고 나서 특히 운동이 부족하다는 반성에서 나름대로 업그레이드를 한 셈인데 내친 김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생각도 갖고 있다.
이번에 장만한 자전거는 3×9=27단 기어가 장착된 2005년 산 아메리칸이글 AE920 밀라노다. 기어와 체인 휠, 브레이크와 변속레버, 변속기, 허브 등에 모두 데오레 부품을 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던 제품이다. 7005 더블 버티드 된 프레임을 썼고 무게는 12.5kg으로 생각보다 무겁다. 산악용이지만 전에 쓰던 사람이 로드 타이어로 갈아 끼운 덕분에 도로 주행에도 무난한 이른바 하이브리드형이 됐다. 지금은 단종된 모델이지만 한때 가격이 80만원에 육박했다.
(아래 사진은 아메리칸이글 홈페이지에 실린 것. 사진과 달리 무광 까만색이고 로드 타이어가 장착돼 있어 날렵한 느낌은 이보다 덜하다.)

참고삼아 정리를 하자면, 데오레는 세계 최대의 자전거 부품 회사인 시마노에서 만든 부품 등급 가운데 하나다. 시스 < 투어니 < 알투스 < 아세라 < 알리비오 < 데오레 < 혼=LX < 세인트=XT < XTR 순서로 성능이 좋고 그만큼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가장 상위 등급인 XTR의 경우 변속기만 20만원을 웃돌고 제대로 갖추려면 웬만한 승용차 한대 가격에 맞먹지만 초보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의 차이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한다. 보통 데오레 27단부터 본격적인 산악용으로 친다.
또한 완충장치(서스펜션)의 위치에 따라 완충장치가 앞쪽에만 있는 하드테일과 뒤쪽에도 있는 풀 서스펜션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XC < 올마운틴 < 프리 < 다운힐 순서로 등급이 매겨진다. 보통은 XC 하드테일 형태가 대부분이다.

(DEORE is designed to appeal to a wide range of cycling fans by inheriting the key functions of DEORE XT and DEORE LX at a great value. DEORE design blends "Smart & Sharp" forms to complement MTB and trekking bikes. 사진 : 시마노 홈페이지.)

(XTR. Three letters representing the pinnacle of mountain bike technology. Since its debut XTR has been the absolute standard for lightness, durability and performance. XTR is the benchmark by which all other off-road components are judged. And we've just moved it up again. 사진 : 시마노 홈페이지. XTR은 얼핏 봐도 포스가 다르다. XTR로 부품을 맞추고 이에 어울리는 프레임을 쓰면 1천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좋은 자전거에 욕심을 내다보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데오레에 XC 하드테일 수준이면 어디 가도 꿇리지 않을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기어나 변속기 등 구동부 부품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정작 전문가들은 가격 대비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비포장 길을 달릴 일이 많다면 완충장치에 좀 더 투자하는 편이 좋고 입문용이라면 알투스나 아세라 정도로도 충분하다. 출퇴근이나 주말 나들이 용도로 쓸 계획이라면 굳이 산악용이 아니라 로드 바이크를 장만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아래 사진은 OMK MTB 홈페이지에 실린 자전거 주요 부품. 문제가 되면 바로 삭제할 계획. 아이콘을 클릭하면 부품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 가운데 일부.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바퀴를 굴리는 몸은 체인이 매개하는 구동축을 따라서 길 위로 퍼져나간다. 몸 앞에 길 몸 안의 길로 흘러 들어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에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도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으 몸속으로 밀어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 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다음은 김훈의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말아라' 가운데 일부.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속도와 사람의 관계는 순결하다. 속도와 힘은 오직 다리품을 팔아서만 나온다. 자전거는 엔진이 없다. 자전거의 엔진은 사람의 심장과 허파와 두 다리다. 힘은 인간의 몸에서 나온다. 자전거는 인간의 몸의 한계를 넘는 속도를 낼 수 없지만, 몸의 한계 안에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다.
차대번호 : KDM05D0652.
MODEL : AE920 MILLANO
SPEED : DEORE FULLSET 27-SPEED(FRONT : 3 X REAR : 9)
FRAME : ALLOY 7005 DOUBLE BUTTED
HEADSET : INTERGRATED HEADSET FORGED END
FORK : RST GILA - T5
CHAINWHEEL : DEORE FC-M510
BRAKE : DEORE BR-M510
FRONT HUB : DEORE HB-M510
REAR HUB : DEORE FH-M510
SHIFT LEVERS : DEORE SL-M510
FRONT DERAILLEUR : DEORE FD-M510
REAR DERAILLEUR : DEORE RD-M510
CASSETTE SPOCKETS : DEORE CS-HG50-9
HANDLEBAR : CARBON RISER TYPE
STEM : A-HEAD TYPE CARBON
SEAT POST : CARBON W/CLAMP
PEDAL : ALLOY BODY
RIM : ALEX XT-16 DOUBLE WALL 32H , W/CNC SIDE WALL
TIRE : FRANCE MICHELIN TIRE
SADDLE : BODY GEOMETRY SADDLE
SPOKE : STAINLESS STEEL SP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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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는 분께 10만 원에 업어 온 Giant 탑니다.
아는 게 없어서 그냥 탔는데 지금 보니까 제 자전거도 '데오레'를 쓰네요.
꽤 괜찮은 자전건가 보네요.
그런 것도 모르고 탔으니...
네. 데오레면 훌륭하죠. 다만 위에 쓰기도 했지만 비싼 자전거가 더 잘 나가는 자전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좀 더 빠르고 좀 더 가볍고 좀 더 승차감이 좋겠지만, 근본적으로 패달을 밟고 두 바퀴를 굴려서 가는 건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뭐랄까. 좋은 오디오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물론 음질은 더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음반을 듣느냐일 것이고 그 음악을 어떻게 감상할 것이냐겠죠. 암튼 저도 비싼 자전거가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타야겠습니다.
한국에서 자전거 타려면 목숨걸고 타야한다는...;
그렇죠. 저도 아직 도로로 주행할 엄두는 안 나고요. 중랑천과 청계천, 한강 둔치에서만 탑니다. 만약 자전거로 출근을 하려면 중랑천을 타고 나와 청계천을 지나 옥수역 쪽에서 한강 둔치를 타고 양화대교나 성산대교까지 내려와 강을 건너야 합니다.
(방금 MBC 기획 특집을 보니 파리에는 2만개의 자전거 대여소가 있고 연 4만7천원만 내면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나 자전거를 빌려타고 아무데나 반납을 하고 말이죠. 지하철 정기권이 월 8만7천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무료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파리에만 자전거 도로가 371km라고 합니다. 거기 비교하면 우리 서울에는 자전거 도로라고 할만한게 뭐 있나요.)
차량 도로 확보한다고 인도를 줄이고, 그것마저도 절반으로 쪼개어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서울....
- 서울의 경우 자전거 도로 확보보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인도 확보가 더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 자전거 도로 확보 이전에 관련 법규 정비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지금 법률로 따지면 자전거의 경우 차량에 적용하는 법규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자전거 이용자들의 교육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 문화가 없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중국 베이징의 경우 그 복잡한 도시에서 자전거와 챠량들이 조화롭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조화라는 것의 이면에는, 차량 이용자들은 자전거를 신경쓰고 자전거 이용자들은 차량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전거 이용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하다못해, 지하도의 경우에도 자전거를 쉽게 끌고 내려갈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니까요.
파리나 암스테르담의 경우...도시 크기나 규모면에 있어서 서울하고 비교할 것도 안되기 때문에 비교 대상으로 좋은 예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나가는 것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릴때 가끔 싸이클을 끌고 도로 주행한 경험은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차량 수도 훨씬 많이 증가했고, 그래서 지금은 그럴 엄두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부디, 자전거 끌고 도로로 나서지 않으시기를....시내에서 버스들 사이로 곡예하며 주행하는 자전거들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은, "미쳤구나".. 이거 하나입니다.
저도 자전거 타는걸 좋아하는지라 무척이나 반가운 글이군요. 저는 집에서 직장까지의 거리가 5㎞ 조금 넘는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거의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약 15㎞ 정도 거리여서 가끔 자출했지요.) 저의 출퇴근길도 딱히 자전거도로가 정비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통행량이 적은 이면도로를 골라 타니 큰 생명의 위협 없이 무난한 자출길이 되고 있습니다. 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다 보니 시내버스 타고 갈 때보다도 빨리 도착하는 시간상 이점도 있고, 아침의 노곤함에서 깨어나 일하는 기분도 매우 좋습니다. 아무쪼록 이정환 님도 새로 장만한 멋진 자전거가 아침 저녁으로 생기를 불어넣는 기분 만끽하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채승병님, 오랜만입니다. 저의 자출 코스는 거의 30km가 되는 거리라서요. 약간 부담이 됩니다.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