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위축 등 부정적인 영향" 한승수 총리 주장이 외신 분석으로 둔갑.
연합뉴스가 4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를 인용, "촛불시위에 빠진 한국이 아시아의 '이 빠진 호랑이'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촛불시위에 빠진 한국… 날개 꺾인 '불도저'"였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즈의 원문 기사의 제목은 "Stalled in Seoul: How protests have humbled South Korea’s 'Bulldozer'"였다. 번역하면 "곤경에 빠진 서울: (촛불)시위는 어떻게 한국의 불도저를 굴복시켰나" 정도의 의미가 된다.
두 제목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연합뉴스는 '한국이 촛불시위에 빠졌다'는 표현을 썼는데 파이낸셜타임즈는 '촛불시위가 이명박 대통령을 멈추게 했다'는 표현을 썼다. 기사를 들여다 보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연합뉴스는 "(파이낸셜타임즈가) 경제성장 지체와 물가 폭등, 원화가치 하락 등 최악의 대내외적 경제여건 속에서 촛불시위에 빠진 한국이 아시아의 '이 빠진 호랑이'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즈의 기사에는 "촛불시위에 빠진"이라는 문장이 없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South Korea’s economic growth is slowing, inflation is surging and the currency is weakening: the one-time Asian tiger has lost its roar."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정책이 집권 초기에 좌초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연합뉴스의 번역 기사는 한국의 경제 위기가 촛불집회 때문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 미묘한 차이를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불도저를 멈춘 것은 촛불시위다. 그러나 불도저가 멈췄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경제도 어려운데 불도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불도저를 멈춘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회 분위기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는 문장도 원문에는 없다. "촛불시위가 장기화되자 주변 지역 상인들이 볼멘 소리를 내놓기 시작했으며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촛불시위 현장을 지켜본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라는 문장도 원문에는 한승수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돼 있는데 연합뉴스는 발언의 출처를 빼고 파이낸셜타임즈의 분석인 것처럼 번역했다.
파이낸셜타임즈 기사의 핵심은 "한때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이 대통령은 도로를 건설하고 버스전용차로를 만드는 투박한 사업이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예민한 과제보다 훨씬 더 쉽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깨닫게 됐다"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보수진영이나 진보진영 모두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역시 본문에 없는 내용이다.
결국 두 기사는 전혀 다른 내용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촛불집회가 어떻게 불도저를 멈췄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연합뉴스는 촛불집회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실패했다는 결론을 끌어내고 있다. 같은 기사를 인용한 경향신문의 기사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경향신문은 "'제동 걸린 불도저'… 파이낸셜타임즈, 이명박 정부 현주소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원문의 의도를 비교적 충실히 반영해 보도했다.
기사를 쓴 연합뉴스 정묘정 기자는 "기사가 워낙 길다보니 발췌 번역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총리의 주장을 파이낸셜타임즈의 분석인 것처럼 인용한 것에 대해서도 "잘못 읽힐 소지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오늘 중앙일보 사진 조작 사건도 그렇고,
언론이 제대로 언론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하는 것,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자기 입맛대로라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할 텐데...
씁쓸하네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면 기자가 자격이 없는것. 고교수준의 영어실력만 있어도 저렇게 잘못된 내용이 나올 수가 없는데 저렇게 완전 다른 기사를 써놓다니요. 기자가 고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동안은 막연하게 연합뉴스는 비교적 '정치'로부터 자유롭다고 느꼈었는데 최근들어 정말 이상하다 싶은 기사들을 부쩍 자주 접했습니다. 지금은 그 어떤 언론도 음으로든 양으로든 정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나 보네요.
이런 오역의 경우 정정 보도는 어떻게 처리 되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의 경우 이런 사실 오보에 대해서 사후적으로 철저히 검증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정정보도 시스템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만약에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라면 추후에 정정보도가 된 경우 정정보도를 같이 내보내는지? 아니면 정정보도로의 링크라도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해외 언론 인용 보도는 상당 수가 오역이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언론사에 어떻게 연락하면 될까요?
우리나라 총리는...
자신이 국내정세에 대해 안좋게 말한 내용이 외신으로 전해져,
국내정세를 더 안좋은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안할까요?
저런식의 입맛대로 번역하고 기사쓰는거라면 저도 기자할 수 있겠네요. =ㅁ=
하여튼 그 놈의 따옴표 신공은 정말 질릴 정도네요
맞불/ 연합뉴스가 정치로부터 자유롭다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 통신사업자로 지정되서 국가예산으로 일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눈치를 안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국회의 눈치를 안 볼 수 있을까요? 일반 언론사보다 더하면 더하겠죠. 물론 통신사라는 특성상 사실보도 위주이기 때문에 조중동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은 안 그렇더라도 언제든지 정부의 영향력아래 통제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