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0일, 광장의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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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발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이 탄핵돼 길거리로 나앉았을 때 국민들은 들고 일어나 그를 다시 청와대로 돌려 보냈다. 언뜻 그것은 민주주의의 승리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무현은 줄곧 참담한 실패를 겪었고 국민들은 그에 대한 실망을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로 표출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실 실패한 것은 노무현이 아니라 국민들이었을지도 모른다. 노무현은 김대중의 유업을 이어받아 신자유주의 개혁을 착실하게 추진했고 충분히 성과도 이뤘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최근 논란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역시 절반 이상이 노무현의 작품이다. 이명박은 노무현을 계승한 훨씬 더 능숙한 노무현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의 실패를 이명박으로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었다. 석달도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국민이 이를 깨닫게 됐다. 자,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명박을 몰아내면 우리 국민들에게 다른 어떤 대안이 있나. 노무현도 대안이 아니고 이명박도 대안이 아니라면 박근혜? 손학규? 문국현? 심상정? 노회찬? 아니면 다른 누구?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고민하게 된다. 광장의 시민들은 과연 늘 옳은가. 축제 같은 집회, 성숙한 시위 문화를 만들어 낸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 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끌어내는 이상의 다른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이외의 아무런 공통된 관심사도 없는데 말이다.

시위대는 거리를 지나면서 "이명박 물러가라"고 외친다. 그런데 동시에 이들은 스스로 철저하게 정치색을 배제한다. 청와대로 진격할 것을 주장하거나 경찰 버스 위로 뛰어오르는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순수한 촛불집회를 왜곡하지 말라"며 "비폭력"을 외치기도 한다. 언론은 그런 이들을 "위대하다"고 치켜세운다.

언론은 시민들의 색깔없음이 이들의 힘이라고 말한다. 유모차를 앞세운 젊은 엄마들, 아이를 무등 태운 아빠들, 하이힐을 신은 예쁜 언니들, 당차고 똑똑한 10대들, 씩씩하고 정의감 넘치는 20대들, 믿음직한 예비군들, 이들은 어울려 노래부르고 춤추고 김밥과 생수를 나눠먹고 거대한 다수가 만들어내는 소속감에 감격하고 광장에서 배제된 권력을 마음껏 조롱한다.

그러나 이들이 조롱하는 권력은 실체가 없다. 광장의 동력은 상당 부분 이명박 개인에 대한 감정적인 분노에서 출발하지만 이 정부의 이데올로기와 정면으로 맞서는 데까지는 나가지 못한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면서도 여전히 한미FTA를 찬성하고 여전히 공공부문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믿으며 여전히 이명박의 실용주의에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과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절규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회 양극화와 시장의 실패에도 둔감했고 적자생존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지금 광장은 "나와 내 가족에게 광우병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는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동기에서 움직인다.

이들은 이명박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명박 이외의 아무런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명박이 물러나면 결국 또 다른 이명박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의 대안으로 이명박을 지지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그래서 이 광장은 기쁨 넘치는 감격스러운 축제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를테면 이 광장은 이명박을 부정하고 있지만 정작 심상정이나 노회찬을 이해하는 데까지 나가지 못하고 그렇다고 손학규나 정동영과 타협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촛불집회의 순수성이란 다른 말로 하면 이들이 이명박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더 이상의 아무런 대안도 찾지 못했거나 여전히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이 광장에서 "비폭력"을 외칠 때 이명박에게 이들은 거의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비폭력"은 형식이지 그것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정작 이들의 주장이 아무런 구심점이나 방향도 없고 단순히 이명박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적극적인 대안을 심는 데까지 나가지 못한다면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는 그냥 구호일 뿐이다.

"비폭력"이나 "광장의 순수성" 등을 강조하는 시민들 상당수는 광장에 나온 다른 시민들의 이탈을 우려한다. 이들은 함께 어울리고 권력을 조롱하면서 광장을 가로지르는 꿈 같은 축제를 즐기고 있을 뿐 정작 권력에 맞서거나 권력을 대체할 치열한 싸움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이명박은 결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변혁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축제처럼 즐기면서 아무와도 부딪히지 않고 머릿수만 채워 해결하는 그런 혁명은 없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자위하는 것만으로 빼앗긴 권력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헌법 1조와 2조는 인류의 오랜 역사에 걸친 투쟁의 산물이었고 여전히 투쟁의 결과로서만 유지된다. 지금 광장은 충분히 놀랍고 감동적이지만 2002년 월드컵 때의 광장이나 2004년 노무현 탄핵 때의 광장과 매우 닮았다. 광장의 에너지는 소비되기만 할 뿐 이들을 광장으로 내몬 현실을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어떤 민주주의를 만들 것이냐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구호만 남은 민주주의를 우리는 극복할 수 없다. 폭력을 거부하고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현실과 맹렬히 맞서 싸워야 한다. 지금 광장에 팽배한 낙관주의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지만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인 목표가 제시돼야 할 때다.

광장의 시민들이 이명박 없는 대한민국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할 때 이명박은 그때 비로소 광장을 두려워할 것이다.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것은 애꿎은 경찰들이 아니라 우리의 빈약한 정치적 상상력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광장의 순수성이 아니라 우리 내면 깊숙이 자리잡은 옳은 것에 대한 열정과 연대에 대한 믿음이다.

2008년 6월10일의 광장은 축제를 넘어 민중봉기나 항쟁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이 현실을 스스로 깨우치고 변혁의 주체로 나서는 일이 결국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광장의 진짜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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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순수성이란 다른 말로 하면 이들이 이명박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더 이상의 아무런 대안도 찾지 못했거나 여전히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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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시민들은 과연 늘 옳은가. 축제 같은 집회, 성숙한 시위 문화를 만들어 낸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 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끌어내는 이상의 다른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이외의 아무런 공통된 관심사도 없는데 말이다." - 이정환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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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따라서 읽게 된 글, 광장의 시민들이 이명박 없는 대한민국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할 때 이명박은 그때 비로소 광장을 두려워할 것이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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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명박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명박 이외의 아무런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명박이 물러나면 결국 또 다른 이명박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광장은 기쁨 넘치는 감격스러운 축제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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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명박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명박 이외의 아무런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명박이 물러나면 결국 또 다른 이명박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광장은 기쁨 넘치는 감격스러운 축제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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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결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변혁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축제처럼 즐기면서 아무와도 부딪히지 않고 머릿수만 채워 해결하는 그런 혁명은 없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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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순수성이란 다른 말로 하면 이들이 이명박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더 이상의 아무런 대안도 찾지 못했거나 여전히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며칠전 여기다 버벅대며 적어보려 했던 촛불집회에 대한 나의 우려를 명쾌하게 대신 설파해준 명문.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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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들은 . . . .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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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명박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명박 이외의 아무런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명박이 물러나면 결국 또 다른 이명박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 동감. 촛불은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우리가 어떤 답을 내릴지 나는 알 수 없지만.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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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Comments

EnJI said:

비록 또다른 이명박이 등장할 지라도, 지금의 브레이크 고장난 이명박만큼은 세워야한다는 생각이죠. 현시점에 당장은 대안이 보이지 않을 지라도, 영웅은 등장합니다. 우리가 지금 모르고 있을 뿐이지요.

null said:

촛불집회에 대해 막연한 답답함의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 후와 대안에 대해 고민해야겠습니다.....

dilemma said:

최근 여러 사이트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있었는데, 가장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누리는 많은 혜택이 선배들의 투쟁으로 얻어진 피와 땀의 결과인데, 사실 그걸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죠. '변혁은 거저 얻는게 아니고, 투쟁의 결과로 존재한다'는 의견에 완전 공감입니다.

선인장^^ said:

100% 공감합니다. 생기발랄한 현재의 촛불시위가 멋지긴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정체되어가는 느낌입니다. 6월10일 오늘도 아마 그동안 했던 말과 같은 말들만 하게 되겠죠. 이대로 얻는 것 없이 흐지부지 되거나, 만의하나 재협상이 이루어진다면 허망하게 흩어져버리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세력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여유수 said:

대안적 권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대한 민심을 폄하하는 것에는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상당히 많은 이들이 쇠고기에 따른 건강문제만을 이유로 촛불을 드는 것이 아닙니다.
대운하, 공공부문 민영화, 의료보험의 문제 등 어찌보면 이론적으로 신자유주의 반대로 정의하고 있지 않은 많은 것들을 현실적인 문제로 느껴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공감이 신자유주의 반대의 출발이 되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대안적 권력은 국민들이 염원하는 것에서도 필요하지만 민주적 권력을 지향하는 자들이 자신의 대안적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과연 쇠고기 정국에서 대안적 능력을 주장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집단이 있습니까?
저는 노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면에서 며칠전 노무현 전대통령이 말한 야당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습니다.

Anonymous said:

동감입니다.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2MB out을 외친다 한들 메아리만 울릴뿐입니다.
좀더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제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이것이 현재의 한계인것 같습니다.보통 기업에서도 대안이나 백업이 없을 경우 그대로 보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죠.
누군가를 선택하기에는 선택의 폭이 좁고 이제는 섣불리 선택하기가 두렵기조차 합니다.진정 영웅은 나오는것인지.지금 사태를 해결하자면 누군가 나와줘야겠죠?

Killy said:

지금 이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거기에 대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바른 답을 낼 수 있게 된다면 이 나라는 바뀔 것입니다.

이정환 said:

여유수님과 다른 여러분들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죠. 축제를 넘어설 때가 된 것 아닐까요. 최근 촛불집회를 둘러싼 논의들은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sominus said:

많이 감상적이죠. 특히나 아 옛날이여(불과 몇달전이지만)하며 노무현 정부의 향수를 떠올리는 것은 무척 당혹스런 점입니다.(이명박 퇴진이야 당연한것이지만...)

이러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필요했던 일입니다. 언급된것처럼 불행하게도 변혁은 댓가, 특히나 피의 댓가를 요구합니다. 이를 대치할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되는것은 당연합니다.

깜장비 said:

변혁은 거저 얻는 게 아니다. 투쟁의 산물이다...에 공감동감..확인합니다.

이성기 said:

촛불이후의 정국에 대하여 고민하다가 며칠 전에 아고라에 작성한 글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1770825&pageIndex=1&searchKey=daumname&searchValue=%EC%9D%B4%EC%84%B1%EA%B8%B0&sortKey=depth&limitDate=0&agree=F

1.새로운 국정지표 - 소비지출감소를 통한 국민의 경제적 스트레스 경감. 소비지출의 두개의 축인 교육비와 부동산비의 축소.
2.새로운 정당 - 인터넷 정당.

zellig said:

촛불 집회에 모여 있는 사람들 중 그런 변혁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얼마 안될 것 같습니다. 단지 소고기와 기타 몇 가지 문제 때문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걸 기대하는건 아닐까요? 민주주의를 명시적으로 깨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반사 작용임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요. 진보의 시각에서 볼 때, 참 아까운 기회일 것 같긴 합니다만.

꿈을그리는사진가 said:

정말 노무현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나라당이 17대 국회때 비준하려고 했던 FTA도 노무현이 한일이고,
쇠고기 문제 또한 30개월 미만으로 착실하게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명박이가 엎어 버렸습니다.
엎어 버렸다는 정황이 확실히 들어 나고 있죠..
미국축산협회회장도 30개월 이상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수입한다고 하니 엄청 좋아했었죠...
실제적으로 노무현이가 추진했던 모든 정책에 있어서 한나라당은 반대했고,
그 또한 끝까지 반대하는 정책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반대를 하다가 진짜로 표결에 임할때는
슬그머니 찬성표를 던진 한나당이야 말로 나라꼴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것이 아닌가요?
지금 보수정권이 집권을 하고 있지만 집권하게 된것도 그들이 똑똑해서라기 보다,
10년 동안 위의 말한 방식대로 주구장창 두둘긴 결과가 아닙니까....
그렇다고 노무현이가 100% 잘했다고도 생각하진 안습니다.
다만 노무현의 실패라고 이야기하기 보다
책임을 묻는다면 한나당에게도 50%의 책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호 said:

공감합니다

rhb said:

촛불집회 '관람'을 가보았습니다. 그들이 왜 촛불을 드는지 명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감상에만 젖어 동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관찰'의 차원에서 가보았습니다.

촛불집회가 누가 정치색이 없다고 했는지요? '반정부'라는 정치색을 충분히 띄고 있었습니다. 진보 정당이나 운동 단체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이때가 기회다, 싶어 반정부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무엇이 진실에 가까울지, 무엇이 우리를 더 낫게 할지, 여전히 아리송합니다. 정치적 상상력이 정말 절실히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촛불집회 같은 이런 형식을 통해 국민의 정치적 현 주소를 알게 된 것은 정말 옳은 일인 듯 합니다. 새로운 대안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오손 said:

촛불집회는 이제까지 변방에 머물렀던..선거에 관심없었던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던것 같습니다..과거에 민주화를 주장했던 학생운동이 한켠으로 비켜나고 님비현상만 심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자신들의 의사표출을 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싶어하는..정치의식을 깨운것 만은 사실입니다..촛불집회의 우리들이 지금껏 이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하여 그것을 비하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정치색이란 말씀은 퍽이나 걱정이 되는군요..색깔론이 생각나기 때문이지요..물론 이들이 어떤 대안이나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시민들의 정치의식이 향상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행동이 일어난다면..이 단체는 과거의 일반적 시민단체나 이익단체와는 다른 성격을 띌수 있으며..현대민주주의와는 또다는 형태의 발전이 있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JUN said:

이번기회에 꼭 또 다른 무언가를 이루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
저는 선뜻 동의하기 힘드네요.

각자 생업에 종사하던 남녀노소가
도저히 그냥 넘어가기 힘든 정부 정책의 실책을 반대하는 명분에
뜻을 같이해서 서울광장에 함께 모였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열망을 정권에 전달하여 굴복을 (거의) 받아냈습니다.
전현직 정치권 인사들이 모처럼 다같이 국민의 무서움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정권이 공식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면
국민들은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 아닐까요?
꼭 국민들이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요?

저는 MB정부가 탄핵을 받을 만큼 잘못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쇠고기 문제를 잘 마무리 한다는 전제하에..)
탄핵을 할 것이 아니라면
이제 그들의 정당한 권력에 다시 정치/행정을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지난 한달간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도 이제 좀 쉬고 제 할일을 또 해야겠네요.
물론 '그들'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점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겠네요.


ps. 이번 시위가 멀리는 4.19부터 가까이는 87년 6월 항쟁으로 계승된
선배님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을 토대로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는 이번에 초기 시위를 주도한 청소년들이 87년 대학생들의
아들딸들이고, 따라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억압에 대한 저항을 알게모르게
교육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공상도 해봅니다.

더파아란 said:

전체적으로 이번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현재로는 정치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걸로 읽히네요. 민중봉기나 그에 준하는 정치적 항쟁은 일시에 발생하는 걸까요? 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시간은 순간 끓어 오르는 시간에 비해 무척이나 깁니다. 지금은 이러한 과정은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집회에 얼마나 어떤식으로 참여(관찰?)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정치세력화 될 수 없음에 폄하되는 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물이 아래서 위로 갈 수 없듯 역사에서도 기나긴 시간동안 자연스레 흘러갈 흐름이 생길 것입니다. 시대에 오버하지 않는 진보를 기대해 봅니다.

김유강 said:

퍼갈게요 좋은 글이라 다른 분들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紅 said:


저는 집회를 통해 무언가 얻을수 있다는 의견에 회의적입니다.

현 체제 하에서 유일무이한 실력행사 수단은 선거라고 봅니다만,
이 유일한 기회를 너무나 가볍게 여겼던 것이 돌이킬수 없는 과오라 생각합니다.
물론 과오를 범한 주체는 국민이고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또한
국민 개개인의 사고에 있다고 봅니다.

과연 집회가 계속될지...
과연 대통령을 끌어내릴수 있을지...
그러고 나면 무엇을 할지... 그러고 또 실망하면 5년후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같은 오류를 범하고...

집회에는 나가지만 이런 생각을 떨칠수가 없군요.
나오시는 분들도 소고기 문제를 빼면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분들도 많을듯 하고요.

넥스트 said:

이정환 기자님을 몇년간 쭉 지켜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오늘 이정환 기자님 글을 몰수 하려고 합니다.
이정환 기자님의 의지를 좀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
이글을 몰수해서 내가 쓴것처럼 옮길것입니다.
제가 고민하고 있는것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료는 언젠가 막걸리로 대신하겠겠습니다.

더나은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초조감 said:

아 이때 뭘 빨리 해야 하는데... 라는 초조감.
좌파들의 그 초조감은 결국 어디 가지 않는군요.
결국 제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니까. 빨리 이용해서 한탕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공감가는 글 잘봤습니다. 과연 대안은 무엇일까요?
모두가 고민해야할 문제인것 같습니다.

우미인 said:

다른 게시판에서 이 글을 읽고 이정환 기자님 문장에 반하여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요 몇달 간 읽었던 글 중에 가장 명료하고 물 흐르듯 매끄러우면서도 동시에 에너지가 넘치는 글이었습니다. 감동적이에요.

세라비 said:

대안이 없다고 비판하는 일은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요. 심상정과 노회찬은 과연 다수가 동의하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애초에 촛불집회 자체는 제도 민주주의와는 정반대의 것이고, 그것이 제도의 결과로 결집되는 것은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어느 정도는 귀기울이게 만들었고, 민중의 힘이 살아있다는 것을 정치인들에게 깨닫게 했다는 것이 성공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대통령의 교체라는 대안은 촛불집회를 똑똑하게 기억하고, 아마도 다음 대선에서 실천되리라고 생각합니다.

Killereco said:

다음 대선에서 실천되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떼기당, 이명박의 비리등 각종 약점에도 불구하고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한나라당에 지지를 표한 국민입니다.
이명박에 대한 지지는 경제살리기고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내동네 집값 올리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심리를 제가 생각하기에는 무슨 짓을 해도 내가 배부르면 된다는 그런 심리인것 같습니다. 물론 내가 위험한 먹거리를 먹는 것은 안된다는 한계는 있지만 말입니다.
교육 문제, 부동산 문제도 결국은 내 자식이 성적을 잘 받고 내 집 값만 오르면, 정책들이 위험하지만 않으면 용서하고 찍어준다는 그런 정서 같습니다.
정말 대안이 없다고 비판하는 일은 너무나 쉽지만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너무나 어렵군요.
그렇지만 이번에 대안을 마련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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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by 이정환 published on June 10, 2008 12:54 AM.

경제 살리랬지 누가 푼돈 나눠 달랬나. was the previous entry in this blog.

컨테이너 차벽은 시민들의 분노를 막지 못했다. is the next entry in thi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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