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코'는 미국 영화일 뿐일까.

| | Comments (12) | TrackBacks (1)

영화 '식코'의 개봉으로 민영 의료보험과 의료 산업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식코'는 미국 영화일 뿐이고 미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은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한국경제 칼럼에서 건강보험의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영화 '식코'를 둘러싸고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미국 사례를 우리 현실인양 호도하면서 세력 결집의 동인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라며 "국가 전체와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건강보장권의 설계는 감정적 호소와 시각적 조작에 속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주장은 미국은 민영 의료보험이 의료보장의 근간이고 공적 보험이 보조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적 보험이 30년 동안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고 다만 재정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료보장 확대는 원하되 보험료 인상에는 반대하는 국민 여론 앞에 뾰족한 대안도 없다"고 단정 짓는다.

김 교수는 또 "민간보험은 절대 악이고 사회보험은 절대 선이라는 무어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유럽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받는 대가로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질적으로 낙후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적 보험과 사적 보험 사이의 적절한 역할 분담, 의료 부문에의 경쟁 도입, 의료기관 당연지정제 완화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의료산업 선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가 건강보험의 축소를 불러오고 의료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의료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강조했지만 미국에서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그 질 높은 의료 서비스에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20%나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민영 의료보험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은 그야말로 궤변이다. 이 말은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와 혜택을 축소하자는 이야기다. 건강보험의 대안으로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게다가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는 중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의무가입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이야기하지만 건강보험 축소와 민영 의료보험 확대가 바로 미국식 의료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낙후된 서비스보다는 당연히 질 높은 서비스가 좋다. 문제는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것인데 미국처럼 1인당 월 100만 원씩 보험료를 내면 당연히 훌륭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핵심은 민영 의료보험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고 나머지 대다수는 질 높은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건강보험의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너무나도 분명한 것은 민영 의료보험을 활성화하면 건강보험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보다 훨씬 가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민영 의료보험을 활성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지속 가능한 건강 보장권의 설계일까. 김 교수는 영화 '식코'가 감정적 호소와 시각적 조작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교수의 주장은 논리적 왜곡과 기만으로 점철돼 있다.

김 교수는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가 국가 전체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공공부문의 혜택이 거추장스러운 소수 기득권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1 TrackBacks

Listed below are links to blogs that reference this entry: '식코'는 미국 영화일 뿐일까. .

TrackBack URL for this entry: http://www.leejeonghwan.com/media/mt-tb.cgi/1066.

» 민영화는 절대악인가 from foog.com

이 글은 현재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민영화 논리에 대한 반대급부로써 국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수호하자는 주장에 대해 보다 세세한 면에서 그러한 주장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인식에서 쓴 글이다. 필자 역시 아직은 걸음마 수준으로 생각하는 주제이기에 논리가 다소 튈 수도 있고 모순될 수 있지만 아이디어 공유차원에서 공개하기로 한다. 따라서 생산적인 딴죽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공공서비에 대한 민영화(또는 사유화) 또는 공공... Read More

12 Comments

foog said:

정치구도가 어떻게 좌우가 형평성이 맞아야 이런 문제에 대해 양쪽에서 전향적으로 사회적 대안을 도출할텐데 한쪽은 죄다 거리로 내몰렸고 한쪽은 청와대와 국회를 독차지하고 앉아 있으니 전망이 암울할 따름이네요.

민영화찬성 said:

김교수의 논리적 왜곡과 궤변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보시지요.
오히려 식코와 식코를 보자고 선동하는 사람들의 논리적 왜곡과 궤변이
더 눈에 들어오는군요.
김교수 말따나마 과연 민영보험은 악이고 건강보험은 선입니까?
민영보험이 활성화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되면
반드시 미국과 같은 현실이 됩니까?
건강보험이 무조건 축소된다고 악화된다고 자신할 수 있으신가요?
민영보험을 활성화하자는 것은 건강보험이 부담할 영역을 민간보험들이
대신하게 해줌으로써 건강보험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미국의 현실이 두렵다면 건강보험의 보장범위보다 훨씬 적은
보장범위만 담당하도록 민영보험을 규제하면 그만입니다.
민영보험에 대한 규제방법이 아예 없다. 이렇게 주장하지는 않으시겠지요?

또한 많은 사람들이 유럽과 같은 공보험 시스템을 아주 찬양해 마지 않습니다만
김교수 지적처럼 유럽이 공보험에 들어 평등한 의료시스템을 누리는 댓가로
낙후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왜 말하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실력있는 의사들은 미국으로 유입됩니다.
대우가 훨씬 좋은 미국으로 유럽의 좋은 의료진이 유출되는 것이죠.
영국 NHS는 무상의료라고 좋아하지만 영국 국민들은 NHS의 의료서비스에 아주
불만이 많습니다. 수술을 비롯한 중요한 의료행위의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실력있는 의사들의 해외유출로 유입된 파키스탄, 인도출신 의사들의 실력과
서비스가 너무 형편없다는 것 등등으로 영국국민들 사이에서는 NHS를 가리켜
"사람잡는다"라고 표현한다더군요.

사정이 이렇다면 민간의료시스템의 장점인 신축성과 효율성, 높은 의료의 질
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대신 미국식의 단점은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죠.
무조건 사적의료보험이나 민간의료 시스템은 미국식이고 사회악이다 이렇게
단정지을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비록 형평성에 조금 어긋나더라도 최상의 의료가 존재한다는 사실,
미국에서 개발한 약 덕분에 수많은 난치병들이 치료가능한 질병이 된다는 사실
도 공평하게 생각해야 하겠죠.

조금 균형있는 시각이 아쉽습니다.

공보험찬성 said:

민영화찬성님이야 말로 균형있는 시각을 가져보시죠. 미국이 형평성에 조금 어긋난게 아니라 아주 많이 어긋납니다. 5천만명이 보험가입을 못하고 있고, 가입한 2억5천만명도 질좋은 의료서비스 못받습니다. 아파 죽어서 정신이 없어도 자기가 가입한 병원 외우고 있어야 하고, 공짜로 태워주는 구급차를 골라야 합니다. 이게 질좋은 서비스인가요?
그리고 미국에서 개발한 약 덕분에 가능하다고요? 신약개발도 공공연구로 돌려야 합니다. 이들이 신약개발보다 마케팅에 2배이상 힘을 쏟고 있고, 그 덕분에 신약값만 더올라간다는 사실은 모르시죠? 그리고 그들이 연구개발해서 얻는 특허들이 사실 알고보면, 공공기금으로 연구되는 대학같은데서 헐값에 사와서 먹는다는 사실은 모르시나보군요.
오히려 신약개발도 공공연구기관으로 집중해서 많은 사람들이 특허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게 고쳐야 하지. 그걸 무조건 제약회사의 연구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쓸데없는 경쟁과 과도한 효과의 마케팅으로 인한 부작용이 늘고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민간의료보험이 효율성이 높다는것도 일종의 환상입니다. 그 효율성이라는게 필요한 의료보험을 어떻게 해서든 안주는쪽으로 간다는 사실을 간과하셨네요.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이나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둘 다 비효율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의료의 질이라는게 한달에 수백만원의 보험료를 내서야 받을 수 있으면 뭐합니까? 10%정도만 풍족하게 혜택받겠고 나머지 사람들이야 죽던지 말던지 내버려두라는건가요? 미국식 단점이라는게 민영화에서 나오는 효율성 즉 이익극대화에 있는데 그걸 어떻게 극복합니까? 민영기업보고 국민들을 위해서 이익을 줄이라고 할껍니까? 잘생각해보십쇼.

ㅡ.,ㅡ said:

헐 직장에서 해고되면 보험에 가입을 못하게 되어 엄청난 의료비가 나가게 되고, 직장의료보험비도 한국의 사회보험보다 엄청나게 비싼 현실은 왜 굳이 무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영.

상식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에서 불량 가입자(허약체질, 동일 종류의 질환을 앓은 적이 있음, 하여간 뭐라도 꼬투리 잡힐 것이 있음)를 덜 받고, 보험료를 더 올리고, 보장범위를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것은 지금의 생명보험도 화재보험도 마찬가지인데 왜 굳이 딴지를 꼭 걸려고 하는지 전 잘 모르겠네영.

사회보험료를 높이는 방향을 반대하니까 그렇다고요? 정부에서 설득작업이나 제대로 해봤는지 모르겠네영 ㅋㅋㅋㅋ

이정환 said:

저도 사회보험이 절대 선이고 민간보험은 절대 악이라는 이분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우석균 성수병원 원장 인터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걸 다시 옮기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고요.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046.html

추가로 지적하고 싶은 건, 건강보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하려면 보장 범위와 혜택을 무작정 축소할 게 아니라 오히려 세원을 추가 확충해서 건강보험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건강보험 의무가입 폐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열악한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나게 할 거고요. 결국은 미국식 의료 시스템으로 갈 가능성이 크죠.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이라는 이분법을 떠나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있게 마련이고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 것일까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jheoaustin said:

미국 사람들이 돈은 많이 내지만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받아본 의료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한국보다 나을 것 하나도 없었습니다. 물론 한달에 천불이 아니라 수천불, 만불 이상 씩 내는 고급보험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습니다만... 문제의 핵심은 의료 서비스를 탐욕스러운 기업에게 내어준 미국은 지금 의료지옥이 되었고, 미국처럼 극우식으로 모든 것을 시장자율에 맡기고 민영화하면 나태하고 관료주의에 찌들을 수도 있는 사회보험보다도 훨씬 못한 상태가 될 거라는 겁니다.

foog said:

키워드가 민영화이니 만큼 꼭 의료보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영화에 대한 제 고민을 적은 글 하나 트랙백 날립니다.

서진 said:

저 한경에 사설 쓴 연대 교수
제정신인가요?-_-

이정환 said:

김영세 교수는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의 남편이라고 합니다. 한나라당 경선때 박근혜 진영에서 활동했었고요.

penking said:

민영보험이 활성화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되면 건강보험이 무조건 축소된다고 악화된다고 자신할 수 있으신가요?
--? 네 자신할 수 있습니다. 공적 건강보험이 유지될 수 있는건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는 강제가입조항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고소득층이 민간보험으로 빠져버리고 나면 저소득층으로만 구성된 공적보험은 절대 유지될 수 없습니다. 민간식으로 말하면 '돈이 안되는' 이들만 보험에 남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결코 유지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시면, 미시경제학 책 찾아들고 정보경제학 부분의 보험시장 분석 읽어보시면 잘 알게 되실겁니다.

머니톡스 said:

이젠 한나라당을 잘견제해야 잘살수있겠습니다.

그림자사냥꾼 said: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의사들과 의료보험사업자들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국민건강을 정글에 맡기는 정책은 단연코 '절대악'일 수밖에 없습니다(재정적자때문에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그리 반대가 심할까요? 게다가, 그런 반대를 두려워하거나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워하기라도 할까요? 대운하교주가 국내 여론묵살에 이어 미국까지 가서 대운하는 나의 비전이라며 포교까지하고 온 입장에선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입니다만). 그 뛰어난 능력과 숭고한 기업가정신을 가지신 보험사업자들은 아쉽게도 기본적으로 일반대중과 별 다를바 없는 윤리의식을 가졌습니다. 눈앞의 막대한 이익과 뒤에서 죽어가는 국민들중..보통사람이라면 무엇을 선택할까요?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임을 전제한다면, 이성을 찾고 효율성지상주의를 지양하는 법과 규제로 이루어진 system만이 이러한 욕망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그 규제들도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효율성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죠). 바닥에 설탕뿌려 놓으면 십중팔구 개미꼬이듯이, 사업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돈냄새를 맡은 머리좋은 분들이 달려들어 더 자유로워진 시장에서 더 극대화된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의료보험사업을 펀드판매나 휴대폰파는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사업환경이 갖춰지면 미국처럼되는 건 말 그대로 시간문제일뿐이라는거죠. 정부가 보장해주는 의료보험을 '절대선'이라 할 순 없겠지만(현실적으로, 최선의 선택이란 결점이 zero인 것이 아니라 minimum인 것이겠지요), 보험사업자에게 맡기는 의료보험은 자연히 '절대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악마-_-들이 보험사업을 해서가 아니라 여러분들처럼 시장가격으로 500원에 팔 수 있는거 굳이 300원에 안파는 상식적인 sales개념을 갖춘 분들이 '그냥' 저런 환경에서 일을 하다보면 sicko들은 자연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Leave a comment

E-mail Address

이메일 주소.

About this Entry

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by 이정환 published on April 24, 2008 5:45 PM.

이건희 회장은 과연 모든 허물을 안고 떠났나. was the previous entry in this blog.

뒤통수 때린 미국, 언론은 왜 침묵하나 is the next entry in this blog.

Find recent content on the main index or look in the archives to find all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