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포퓰리즘, 옳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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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잇따라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 법인세 인하 또는 폐지가 거론되고 있고 지난해 말 만료된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새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다시 신설, 소급 적용할 계획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인하는 일단 유예하기로 했지만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유류세는 탄력세율을 조정, 10% 인하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윤종훈 회계사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양극화 해소와 인구 노령화에 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인수위원회가 총선을 의식해, 대규모 감세를 공언하고 있지만 막상 정권을 잡고 부딪혀 보면 생각처럼 감세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했다.

윤 회계사는 참여연대와 민주노동당 등에서 조세개혁운동에 앞장서 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철저하게 권력과 기업을 위한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치중하는 반면 윤 회계사는 진보적인 관점에서 조세제도 개혁에 요구해 왔다. 일찌감치 2005년부터 삼성그룹 탈세에 대한 전면 수사를 요구하며 국세청 앞에서 국내 최초의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감세를 통해 경제를 살린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어떻게 보나. 성공할 것 같은가.
“1980년 대 미국을 보면 명확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광범위한 감세로 일시적인 경기 부양에 성공했지만 역사상 최대의 재정적자와 최악의 생산성, 최악의 거품경제로 10년 이상의 불황을 불러왔다. 이명박 정부도 아마 무작정 감세를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장 예산이 펑크날 것이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우파 정부라고 해도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를 마냥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감세 포퓰리즘은 옳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개인주의와 이른바 복지 이탈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복지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먹혀들 것 같은가.
“흔 히 스웨덴이 복지 천국이고 미국이 그 반대편의 신자유주의 천국이라고 생각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복지 수준이 훨씬 열악하다. 스웨덴이 복지정책을 축소했다고 거기서 교훈을 찾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는 일단 미국 정도라도 하는 게 1차적인 목표다. 그것도 엄청나게 버겁다. 일본만 해도 GDP 대비 복지 예산이 우리나라의 2.5배다.”

"법인세 1% 인하해봐야 GDP 0.03% 성장… 검증 안 된 주장"

- 법인세 인하가 과연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린다고 보나.
“가 설일 뿐이다. 감세를 하면 재정 규모를 축소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건 상식이다. 문제는 재정 규모를 축소하는 일이 그렇게 쉽냐는 것이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1% 규모, 우리나라 같으면 9조 원 정도 법인세를 줄이고 그만큼 재정 규모를 축소할 때 장기적으로 GDP 성장 효과가 0.03% 정도다. 거의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높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보다 낮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1억 원 이하는 13%, 1억 원 이상은 25%다. OECD 평균은 26.7%다. 보수 경제지들은 싱가포르나 홍콩과 비교하지만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대등한 비교가 아니다.”

- 법인세 인하의 효과에 대해서는 반대되는 주장도 많다. 찬성이나 반대나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것 같다.
“맞다. 논리 대 논리의 싸움인데 검증도 안 되고 결론도 안 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그 혜택의 70%가 대기업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세금 안 깎아줘서 투자를 안 했나. 세금을 안 깎아줘서 일자리가 안 늘어났나. 지금 기업들 현금이 넘쳐난다. 당기순이익은 계속 늘고 있고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할 데가 없어서 쌓아두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완화해야겠지만 세금을 깎아서 투자를 늘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세금을 규제로 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 종부세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미국도 부동산 보유세가 상당하던데, 반발은 없나.
“종부세와 재산세를 더해 부동산 보유세라고 하는데 과표 적용률이 해마다 올라 2017년이 돼도 실효세율로 0.8% 수준밖에 안 된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가 넘고 많은 데는 4%까지 된다. 당연히 부동산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미국에서는 자가 임대소득이라고 해서 자기 집에 살고 있어도 소득이 생기는 걸로 간주한다. 진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무리해서 부동산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여유가 있으니까 그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을 재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 보는 나라는 많지 않다.”

- 10억 원짜리 아파트에 종부세가 400만 원 넘게 나온 사람도 있다. 해마다 내던 세금도 아니고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 반발이 심한 것 같다.
“강북으로 가면 50평 아파트가 5억도 안 된다. 비싼 아파트에 살면 그만큼 많은 세금을 내고 부담이 되면 나가야 한다. 특정 지역의 반발을 과장하는 것은 보수·경제지들의 고질적인 수법이다. 참여정부의 문제는 세금을 늘리기만 했지 정작 늘어난 세금을 어떻게 쓰겠다는 설득은 부족했다. 만약 종부세를 신설하는 대신 자동차세를 깎아준다거나 보육예산을 늘린다거나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무턱대고 부자니까 많이 내야 한다거나 사돈이 땅을 사니까 배가 아프다거나 하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은 문제다.”

- 이명박 정부는 국민연금을 축소하고 기초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뜩이나 용돈 수준인 국민연금을 해체하는 과정으로 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인구 노령화와 연금 개혁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
“기초연금만 해도 연간 수십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기초연금을 도입하자고 주장할 뿐 정작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 기초연금으로 국민연금을 보완한다는 등의 선전은 국민연금을 무력화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대안이라면 결국 세금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수밖에 없다.”

- 세금을 어떻게 더 늘릴 수 있나. 지금도 이렇게 반발이 심한데.
“일단은 탈세만 막아도 세수가 꽤 보전이 된다. 금융실명제를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지하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수준인데 선진국 수준으로만 줄여도 30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임시투자세액공제 같은 쓸데없는 세금 감면을 줄이는 것도 과제다. 이것만 해도 2조원의 세수가 또 늘어난다. 여기에다 각종 비과세 감면을 줄여야 한다. 금융상품 이자에 비과세 해봐야 결국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쓰인다. 여기에서도 몇 조원을 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소득세의 과표와 세율을 조정해 고소득 계층이 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부유세 등의 새로운 세목을 신설할 수도 있다.”

- 참여정부의 조세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과감하게 복지정책을 확충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비롯해 조금씩 손만 대다 말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세금은 받아만 가고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세금과 복지제도에 대한 인식 차이다. 유럽에서는 복지수준을 일부 조정하기는 할지언정 감세하자는 주장은 쉽게 하지 못한다. 복지제도와 사회 안전망의 장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정부의 조세정책도 바뀌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 민주노동당 시절, 노동자들이 먼저 세금을 더 내자는 이른바 소득연대전략을 주장했는데.
“우리나라 소득세의 가장 큰 문제는 면세자의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소득이 적어 소득세를 안 내는 면세자 비율이 50%에 이른다. 자영업자들 탈세도 많고 그만큼 급여 소득자들의 부담이 더 큰 측면도 있고 제도 개선보다는 적당히 세금 부담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불만을 무마해 온 탓도 있다. 소득연대전략의 핵심은 면세자 비율을 줄이고 세금 내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는 대신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리하자는 것이다.”

저소득 계층부터 세금 내고 부유층 압박하자… 공평 과세 확립이 관건

- 저소득 계층의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닌가.
“연봉 1500만 원인 사람은 지금은 세금을 내지 않지만 단 돈 1만 원이라도 세금을 내자는 이야기다. 1만원은 큰 부담은 아니다. 1만원을 내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관건은 투명성 확보와 과세기반 확대다. 노동자들이 먼저 나서면 장기적으로는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강화 등 부유층을 압박하는 조세개혁도 가능하게 된다. 문제는 저소득 계층이 조세에 대한 반감이 더 크다는 것인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 결론을 정리하자면 무작정 세금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일단은 세금 내는 사람을 늘리고 좀 더 공평하고 투명하게 거두자는 이야기가 되나.
“맞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금융기관들의 계좌 정보를 국세청에 집계해 실질 소득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감세냐 증세냐에 앞서 투명하고 공평한 과세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정부는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안 산다는 이상한 논리를 편다. 후진적인 발상이다. 베트남이나 아르헨티나도 아니고 7% 성장과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목표로 한다는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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