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작업장, 경제지들은 왜 침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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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사이 한 회사에서 14명이 숨졌다. 3명이 자살했고 11명은 병으로 숨졌다. 심근경색과 폐암이 2명, 식도암이 1명, 간세포암이 1명이었다. 11월4일 MBC <시사매거진 2580> 보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생산공장 내부는 성분을 알 수 없는 가스와 수증기, 고무 분진 등이 가득했다. 유독성 솔벤트도 작업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2580> 제작진은 "장시간 솔벤트에 노출된 직원들은 어지러움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균관대 독성학연구실 이병무 교수는 "장시간 솔벤트에 노출될 경우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최대, 세계 7위의 타이어 생산업체다.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대전산업보건센터는 한국타이어 직원들 건강검진 결과 간기능수치가 정상보다 3배 가량 높게 나타났는데도 정상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이 보건센터에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대전지방노동청은 뒤늦게 생산관리팀과 설비보전팀 직원 780여명에 대한 임시 건강진단 명령을 내렸다. 한국산업안전공단도 지난달 초부터 직원 사망과 작업장 환경 및 작업 내용과의 연관성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2580>의 보도 이후 일간지의 보도도 잇따랐지만 경제지는 일제히 침묵했다. 경제지 가운데서는 머니투데이만 3차례에 걸쳐 심층 보도를 내보냈고 한국경제는 방송 보도 이후 주가가 떨어졌다는 보도를 내보냈을 뿐이다.

내일신문과 머니투데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비중있게 다뤘고 중앙일보와 매일경제,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아시아경제 등은 침묵했다. 경제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경제지들의 침묵은 주목할 만하다.

내일신문은 9일 1면 <유해물질 안전교육 허위로 했다>에서 한국타이어 직원의 말을 인용, "회사에서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유해물질에 대한 위험을 알지 못해 솔벤트를 마구 썼다"며 "사망 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난달부터 실제 교육을 했다"고 설명했다. 내일신문은 12일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의 말을 인용, "노동부의 책임 방기가 대규모 사고를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는 15일 27면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전 청소논란>에서 한국타이어가 "역학조사에 앞서 솔벤트통을 청소하고 설명서 스티커를 교체하라는 공문이 일부 작업장에 전달돼 조사결과를 조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3일 B3면 <"창사이래 최대 위기 불안감 휩싸여">에서 "TV에서 죽음의 공장이란 방송이 나간 이후 직원들이 의기소침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경제는 8일 29면 <한국타이어 주가 5.25% '펑크'>에서 "사인이 작업장 환경 등으로 밝혀질 경우 유족들의 소송에 따른 막대한 손실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본 외국인이 보유주식을 내다팔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경은 철저하게 투자자 관점에서 이 사건을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곳은 올해 8월17일 대전일보를 비롯한 대전지역 일간지들이다. 이어 오마이뉴스와 쿠키뉴스 등 온라인 뉴스가 이를 보도했고 전국 단위 일간지로는 국민일보가 쿠키뉴스를 인용해 9월19일 첫 보도를 내보냈다. 문제의식이 확산된 것은 <2580> 보도 이후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경제지 기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노동부 역학 조사 결과를 보고 기사화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타이어 돌연사 문제와 관련, "노동자 사망원인에 대한 역학 조사를 다시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14년 전 원진레이온 노동자 40여명이 직업병으로 사망한 부끄러운 기억을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이는 산업살인으로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권 후보의 기자회견은 온라인 오마이뉴스 이외의 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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