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펀드와 론스타펀드는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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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펀드와 론스타펀드는 어떻게 다를까.

보고펀드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해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설립한 사모투자펀드(PEF)다. 보고펀드는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에 동양생명의 지배주주 자격을 승인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신청서가 받아들여질 경우 PEF가 보험사의 지배주주가 되는 첫 사례가 된다.

보고펀드가 동양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1167억원을 투자하고 동양생명의 지분 9.3%를 확보했다. 보고펀드는 4일 지분률을 11.97%로 높이겠다며 금감위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금감위 승인을 받으면 보고펀드는 4대 주주가 되고 임원 선임을 비롯해 동양생명의 각종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금감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PEF의 기본적인 목적은 수익 증대지만 경영참여도 주된 목적에 해당한다”면서 “PEF가 보험사를 비롯해 은행, 증권사 등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규제할 근거 법률이 없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펀드는 동양생명 뿐만 아니라 MP3플레이어 제조업체 레인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고 생활가전업체 노비타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또 다른 PEF인 웅진캐피탈은 최근 섬유화학업체 새한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칼라일아시아 회장이었던 김병주씨가 대표로 있는 MBK파트너스는 HK저축은행과 한미캐피탈의 주인이 되기도 했다.

이들 ‘토종 사모펀드’에 대한 국내 언론의 반응은 비교적 우호적이다. 비판도 없고 경계도 없다. 오히려 토종자본을 모아 해외자본에 맞서자는 논리를 펴는 곳도 있다.

국내 언론은 그동안 투기자본의 문제를 반 외자 정서로 접근해 왔다. 외국 자본의 국부 유출이 문제라는 논리에서다. 일부 언론은 국내 자본의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참여연대 등에서는 펀드의 경영 참여를 통해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장하성펀드를 그 대안으로 밀고 있다.

그러나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국장은 “론스타와 보고펀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자본의 국적이 아니다. 외국 자본이냐 국내 자본이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단기 투자냐 장기투자냐의 문제도 아니다. 홍 국장은 “문제는 자본의 투기적 속성 그 자체”라고 강조한다.

홍 국장은 “사모펀드의 속성상 주주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론스타에 국내 자본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보고펀드나 MBK펀드, 심지어 장하성펀드에도 외국 자본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국적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핵심은 론스타를 경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모든 사모펀드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살펴보면 론스타의 경우 문제는 애초에 은행을 경영할 의사가 없었고 단기 시세차익이 목표였다는 것이다. 은행법은 금융기관이나 금융지주회사가 아닐 경우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애초에 자격이 안 됐다는 이야기다. 다만 은행법 시행령에서는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를 인정하도록 돼 있는데 금감위는 이 조항을 끌어들여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줬다.

론스타에 적용된 기준은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려면 자기자본이 출자하려는 금액의 3배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8월,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 이 조항을 삭제했다. 사모펀드가 보험회사를 소유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외국 자본이냐 국내 자본이냐의 구분이 아니다. 론스타가 외국 자본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은행을 장기적으로 경영할 의사가 없었던 사모펀드였기 때문에 문제였던 것이다. 금융기관의 대주주 적격성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민간 기업과 달리 공공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스스로 금융의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외환은행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내 유보, 고율 배당 등으로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훼손하는 신자유주의 금융 기법과 주주 자본주의가 문제의 핵심이다. 론스타 뿐만 아니라 보고펀드나 웅진캐피털, MBK펀드, 장하성펀드, 심지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와 경영참여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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