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은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기업 혁신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IMF 외환위기에서 유한킴벌리를 건져냈던 것처럼 대한민국에 새로운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이날 블로거 간담회는 그가 과연 준비된 대통령인가 아니면 대통령을 꿈꾸는 성공한 기업가일 뿐인가를 가늠하는 자리였다. 갑작스럽게 올라간 지지율에 걸맞지 않게 그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문 후보의 지지자들이 상당수 모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당수 블로거들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그의 역량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문 후보는 그때마다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면서 원칙과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총평을 내리자면 신념은 확고하지만 여전히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둔감해 보인다는 것, 원칙은 바르지만 그 원칙을 구현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에 부딪힐 거라는 것 정도다.
문 후보는 비정규직을 반대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한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교육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그의 기업혁신과 국가 개조론의 핵심이다. 그는 유한킴벌리의 위기 돌파 메커니즘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먹혀들 거라고 믿는 것처럼 보였다. 확신이 지나친 탓인지 핵심을 벗어난 답변도 많았다.
- 만약 당신이 사양산업, 이를테면 섬유공장의 CEO라고 생각해 보자. 업종 변경을 하거나 폐업을 해야 할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이탈리아는 우리보다 섬유산업이 더 낙후돼 있었지만 섬유산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섬유산업에 디자인을 도입했다. 우리가 한 마에 1.5달러에 파는 섬유를 이탈리아는 3달러에 판다. 낙후된 산업을 버리자는 건 신자유주의자들의 생각이다. 나는 전통산업을 첨단 기술로 재창조하자고 주장한다."
기술혁신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문 후보는 "하면 된다" 이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견해 역시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법으로 비정규직을 막기는 쉽지 않다"며 "1년 이상 있으면 정규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는 비정규직이 4%밖에 안 된다"며 "왜 우리나라는 55%나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 되는데 왜 비정규직을 쓰느냐는 논리다. 단순 명쾌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불법 과로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저임금과 저가상품으로 가면 답이 없다. 2천원짜리 넥타이를 만들지 말고 3만원짜리 넥타이, 10만원짜리 넥타이를 만들자는 거다. 프리미엄 시프팅이다. 중소기업 소득이 늘어나면 내수 시장도 확대 된다. 정부 주도로 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는데 누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려고 하겠는가. 비정규직을 쓰려고 해도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8%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구체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 "한나라당의 7% 성장은 잠재성장률 4%에 건설투자 3%를 감안한 것인데, 건설투자 3%는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가 말하는 것도 같다. 잠재성장률은 4%다. 부동산 투기는 없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2%를 얻는다. 부패가 없어지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200억달러 들어오고 FTA까지 체결하면 1%를 또 얻는다. 여기에 북한과 미국이 수교되고 환동해 경제협력을 구축하면 또 1%, 그래서 8%가 된다."
FTA에 대한 중도적인 입장은 그가 기업가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개방과 통상정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되 보완 대책을 충분히 수립한다는 이야기다.
- FTA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당신의 FTA는 노무현의 FTA, 이명박의 FTA와 어떻게 다른가.
"서두르더라도 완벽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소송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거나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농업을 포기한 부분이 아쉽다.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그러나 그걸 통해서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부러워하게 만들고 미국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게 만들었고 북한과 미국의 수교를 끌어낸 것들을 보면 잘못한 것보다 잘한 게 많다고 본다."
국민연금에 대한 입장도 흥미롭다.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문제, 과잉적립의 문제, 그리고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역시 명쾌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안이었다.
"나는 인구 5천만을 유지할 계획이다. 지금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인구가 2600만명까지 줄어든다는 걸 전제로 한다. 결혼하면 1명 낳거나 낳지 말거나 결혼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왜 결혼을 못하고 왜 애 낳기를 두려워하는지를 알아야 처방이 나온다. 보육을 지원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면 왜 2명, 3명씩 안 낳겠느냐. 출산율이 늘어나면 국민연금 역시 쉽게 해결된다."
당선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미 싸움이 끝났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제 대 경제의 구도가 굳어져 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는 낄 여지가 없다는 것. 이명박과 문국현의 2강 구도가 굳어지면 국민들이 결국 자신을 선택할 거라는 이야기다.
"나 같으면 운하 만들 돈으로 중소기업 월급을 2배로 올려주겠다. 되지도 않는 운하로 온 땅을 파헤치겠다는 건데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고 본다."
문 후보는 "기득권 계층의 저항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언론관 역시 명확히 잡혀있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 "지금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10월 중순 이후 10% 이상 지지율을 얻으면 방송에서 다루기 시작할 것"이라고만 대답했다. 문 후보의 이런 순진한 언론관은 이명박 후보 등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나설 경우 보수 언론과의 관계에서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문 후보는 거듭해서 '착한 기업'의 원칙을 이야기했다. 노동자 위에 군림하는 기업이 아니라 일자리를 주고 교육과 자기 계발의 기회를 주고 한 나라의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혁신을 그는 거듭 강조했다. 그의 장밋빛 공약은 새롭고 참신하면서도 언뜻 1970년대 성장 이데올로기의 변주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는 시종일관 정답을 이야기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정직한 기업인의 이미지를 확보했고 그의 그동안 이력으로 볼 때 그런 이미지는 상당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문 후보가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으려면 실현 가능한 단계별 전략을 제시하고 설득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막연한 이상에 모험을 걸기에 우리 국민들은 여유가 많지 않다. 80일 가까이 남은 선거 국면에서 얼마나 공고히 정치적 세력을 구축하느냐도 관건이다.


문아저씨의 지지자로써 이기자님의 기사가 문국현캠프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려운 싸움이고, 실현이 힘들어 보이지만, 그가 제시한 방향은 옮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중소기업을 키워서 구조적으로 불투명하고 불공평한 사회를 만드는는 재벌경제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교육등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어떤 정치가가 재벌이라는 공룡과 싸워이길지 의심이 가고, 닭과 계란의 문제에 막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안서지만요.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까칠한(?) 질문도 좋았습니다 ^_^
제가 손들고 반문하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이명박 vs. 문국현 구도를 가지고 가는 것은 좋지만
이명박을 너무 비난하는 일색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과
핵심에서 벗어나는 말씀을 하시는 게 보이더군요
저도 그렇지만 많은 국민은 정답을 원하기보다는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과 공약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트랙백 걸고 갑니다. ^_^
기업을 경영하고 국가를 경영하는 것 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타 블러거로서 몇가지 comment를 하고자 합니다.
간단히 서술하자면, 사기업 경영은 소비자, 고객을 대상으로 그들의 Needs 를 충족하여 기업이익을 창출 내지는 극대화하는 것을 말하고, 국가경영은 국민의 Needs에 충족시키는 정치 활동으로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점은 국가경영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 만약 당신이 사양산업, 이를테면 섬유공장의 CEO라고 생각해 보자. 업종 변경을 하거나 폐업을 해야 할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문후보의 요점은 가치창조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폐업을 하든 업종 변경하라는 뜻입니다.
- 비정규직의 축소 실현가능성: 간단합니다.깨끗한 정치세력이 형성되면 법을 고치면 됩니다. (비정규직의 문제핵심은 도덕성과 법이나 법이 빠릅니다)
- FTA : 한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국제흐름이고 다만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는 생각입니다... 무조건 반대 혹은 지지는 시야가 좁은 편견입니다.
- 문후보 자신감 : 10년 앞을 내다보며 경영한 CEO입니다. 이번 싸움은 진짜경제 대 가짜경제 인 데 민심을 정확 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가짜가 이길까요?
대한민국 국민은 늘 깨끗하고 능력있는 편에 섰습니다.
- 기득권 저항: 문후보의 내공은 천지인 합일 정신입니다 누가 이기겠습니까?.
힘든 싸움이긴 하지만 문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부가 재창조되고, 수구언론의 쇠퇴가 예정되어 있고, 구정치, 특히 민주신당, 한나라당의 몰락은 눈 앞에 있습니다.
- 이명박의 지지율: 조중동이 엮어낸 사상누각입니다. 역대 대통령 중 대세론이 집권한 적이 없는 것 역사입니다.
- 언론관 : 조중동 권력은 참여정부도 무력화에 실패했으나 경제적 민주화를 통해
언론 엮시 국민적 저항에 새롭게 개혁 될 것입니다.
문후보에 대한 많은 비판과 관심을 기대하면서....
문후보의 말은 너무도 명쾌하죠. 어떤 사람들은 모호하다고들 하고 진보인지 보수인지 모르겠다고 하던데 제가 보긴 그게 바로 문국현의 정체이고 그걸 업자 용어로 하면 진정한 "컨버전스"라고 하고 싶네요. 문후보의 기업관, 성장성책,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 FTA에 대한 인식 모두가 너무 친근하고 반가운 부분이 많아요. 알고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주장"들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죠.(그만큼 현대사회가 비상적이라는 말이겠지요.)
또한 그의 주장들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전략 담당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현재 거론되는 사회의 메가트렌드를 거의 다 반영하고 있지요. 그게 다가올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실현가능성이나 구체성 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겠지요.
아뭏든 여러모로 문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지만 되지 않더라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커다란 세력을 형성했으면 하면 바램입니다.
문국현 후보나, 이정환 기자님도 다들 멋지십니다.
이정환기자님 팬인데 사진은 처음 봤습니다만 미남이십니다. ㅎㅎ
브로그가 미래를 바꾸는 힘이라는 것을 느낄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였다고 나름 평가합니다.
문국현 후보, 블로거들 건투!!!!!
잘 읽고 갑니다.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보다 아름답고 건강한 세상을 물려주었으면 합니다.
그런 분이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먼저 가치관이 중요합니다.
저도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문 후보가 가장 가깝게 온 분 같습니다.
그냥 막연합니다.
착한 사람이 잘되는 세상도 그렇습니다.
영악한 자들이 착한 사람을 이용해 먹는 세상은 싫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너무 영악한 자들의 세상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보다 건전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열심히 나서야 겠습니다.
이정환 기자님의 글(국민연금에 대한 글 포함) 잘 보았습니다.
제가 아쉬운 부분은 이정환 기자님께서 너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신게 아닌가 합니다.
정치가는 정답을 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잡힐 수많은 꼬투리에 대해서는 현 대통령이 잘 보여주었죠.
문국현씨의 대답이 모호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했었을까요? 성급하게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서 괜히 임기 말기에 무리하게 시행해서 공약 실현으로 보이려다가 현실적인 장벽이 높아서 부작용만 낳는다면, 과연 좋은 방법일지요.
무언가 혁신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은 70-80년대에나 가능한 얘기 입니다. 중국이나 태국같은 나라에서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일본에서 갑자기 국민의 희생(세금 이용)을 담보로 하는 모험적인 정책을 펼친다고 생각해 보십쇼. 각계 각층의 반발이 따르고,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우리 나라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도 제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무언가 혁신적인 정책(예: 한반도 대운하)으로 커다란 변화를 꽤하기 보다는 법과 제도를 상세하게 정비해 나가고,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면서도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사업은 그 종류가 어떠한 것이든 간에 특정 계층의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국현 씨가 보수(한나라당이 보수라 하기도 좀 뭐하지만.. 미국 공화당을 배꼈으니)나 진보에 치우친 생각을 하기 보다는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고 보다 나은 쪽으로 판단할 분으로 보여 좋아 보입니다.
저도 문국현씨가 마냥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세상의 정답을 알고 모든 사람의 행복을 만족시켜주는 신같은 존재가 우리 앞에 나타나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얘기 입니다. 이쪽 구미에 맞게 정책을 펼치면 저쪽 구미에는 맞지 않게 되어 있죠. 저는 모든걸 다 알고 있는 천재보다는 이쪽 저쪽 의견을 잘 수렴해 가면서 합리적으로 나라를 이끌어 나가고, 본인이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자율적으로 해나가도 무리가 없는 좋은 제도와 장치를 만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을 보면 개개인은 하잘것 없는 존재지만, 시스템이 어찌나 잘 만들어져 있는지 아무리 바보들만 있더라도 무리 없이 조직이 흘러가게 되어 있죠.
그리고 기업인 출신들에(재벌 2세 제외) 대해 한마디 하자면, 그 사람들은 이런 저런 경쟁을 뚫고 올라간 사람들 입니다. 변호사, 의사, 정치가들 처럼 시험 하나만 통과하면 내지는 무엇 하나만 되면 미래가 보장되었던 사람이 아니라 평생을 경쟁하며 자기 개발해 나가서 뽑힌 사람들 입니다.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죠. 저는 국가도 경쟁을 거쳐 뽑힌 사람들이야 말로 검증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위에도 대기업 임원으로 계신분들이 있지만, 하나같이 똑똑하고 자기 개발과 생활이 철저한 사람들 입니다. 문국현씨가 그런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공무원이나 법조인처럼 경쟁이 빈약한 사회에서 있던 사람들 보다는 나을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