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를 선거법이 제한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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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를 지지한다"고 여러번 말하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이 된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건 얼마든지 자유지만 그런 생각을 공개적으로 반복해서 밝히는 건 안 된다. 광고도 안 되고 현수막이나 벽보도 안 되고 심지어 표찰도 안 된다. 인쇄물이나 녹음 테이프 등을 배포해서도 안 된다. 선거법 93조에 따르면 모두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언로가 제한돼 있던 시절, 공식적인 것 이외의 다른 무엇인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일은 굉장히 위험했다. 정보가 차단돼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갖는 영향력이 컸다. 그 정보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 시절 유권자들은 정보를 수용하고 판단하기만 할 뿐 자신들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서툴렀고 또 불가능하기도 했다. 정보의 왜곡을 막겠다는 발상에서 공직선거법 93조는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정보는 어디에나 넘쳐나고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광고나 벽보, 인쇄물, 녹음 테이프 등은 좀 다르지만 이를테면 동아리 게시판이나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의 댓글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건 어떨까. 술자리에서 떠드는 것과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의 차이는 뭘까. 정보의 왜곡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선거 때까지 입을 다물어라?

선거법은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구체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문서나 인쇄물, 영상물이나 녹음 테이프 등을 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특별히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 뉴스 사이트의 댓글 등도 해당된다"고 덧붙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까지 포함시켰다.

문제는 선관위의 시대착오적 발상 때문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 뉴스 사이트의 댓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에 대한 법적인 판단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정치적 의사 표현이고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일까. 어디까지가 사적인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공개적인 영역일까. 과거에는 비교적 명확했던 개념들이 조금씩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선관위도 물론 입장은 있다. "단순한 의견 표명은 인정하되 이를 반복해서 게재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가 선거에 이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주장하는 건 괜찮지만 ○○○가 선거에 이기도록 할 의도로 계속해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한번은 괜찮지만 여러번은 안 된다? 반복의 정도도 애매하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하기만 하다.

선관위가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유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사전선거운동을 허용하면 과열경쟁을 가져와 노력과 경비가 과다하게 소요되고 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결국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게 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래서 선거운동기간에만 선거운동을 허용하겠다는 이야기다. 본래 취지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결국 유권자들은 선거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합법과 불법, 그 모호한 경계.

일단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그 하위법인 선거법이 제약할 수 있느냐다. 선거법 93조는 부당한 선거운동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다. 핵심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만큼 선거의 공정성 문제가 심각하느냐다. 더 구체적으로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의 댓글 또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주고 받는 논의들이 과연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느냐다.

또 다른 문제는 인터넷 게시판에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일이 선거운동인가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선관위는 그 판단의 근거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에서 찾는다.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도 있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으면 안 된다는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없는 정치적 의사 표현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갖는 특수성도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생각 없이 가볍게 올린 글이 여기저기 옮겨지면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는 흔하다. 원본을 삭제한 뒤에도 복제본이 더 많이 읽히는 경우도 있고 편집되면서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원 저작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자유로운 의사 표명과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반복적인 주장 사이의 간격이 모호하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반복적으로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 했느냐는 중요한 논점이 아니다.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느냐의 여부도 합법과 불법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한번 말하면 합법이고 여러번 말하면 불법인가. 한번 말하면 단순한 의사 표현이고 여러번 말하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것인가. 선관위의 기준은 모호할 뿐만 아니라 도무지 현실성이 없다.

외국에서는 애초에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선거운동을 제한하기 보다는 선거비용을 제한해 간접적으로 선거과열을 막는 정도다. 프랑스가 상대적으로 약간 까다로운 편이고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선거운동으로 간주하는 경우는 없고 이를 제한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가뜩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단속한다는 발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인터넷 게시판 단속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 없어.

미국에서는 특정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유권자를 협박하는 행위나 공무원이 그 직무와 관련해 특정 후보자의 지명 또는 당선을 방해하거나 영향을 줄 목적으로 그의 공적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 투표에 영향을 주기 위한 지출 행위, 후보자가 공직 임명을 약속하는 행위, 또는 기타 이익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 등이 처벌 대상이다. 이밖에 선거운동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

독일 역시 선거운동이 매우 자유로운 나라다. 선거운동 기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보통은 정당들끼리 협의해서 선거운동 개시 시점이나 선거운동 비용 등을 자율 규제한다. 당연히 일반인들이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데 제한은 거의 없다. 신문광고나 벽보, 선전물, 공개집회 등이 자유롭게 허용된다. 굳이 찾자면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문서를 배포하는 행위 등이 금지되는 정도다.

일찌감치 사회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린 스웨덴 역시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아예 없다. 선거를 방해하거나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등이 형법에 따라 처벌될 뿐이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다른 유럽 나라들이나 캐나다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아예 없거나 형법에 의거, 금품 수수나 명예훼손 등을 처벌하고 선거와 관련한 무질서한 집회 등을 제한하는 정도다.

프랑스는 약간 까다로운 편이다. 인쇄나 출판은 자유지만 인쇄물에는 인쇄한 사람의 주소와 성명을 적어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이 정해져 있고 선거일 3개월 전부터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광고가 일체 금지되는 것도 특징이다. 포스터나 홍보물도 철저하게 제한된다. 공무원의 선거운동 참여를 금지하고 있지만 일반 유권자들의 정치적 입장 표명은 자유롭게 허용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선거운동기간을 따로 두고 있고 특정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고 후보자가 집집마다 방문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서명운동도 안 되고 인기투표도 안 된다. 음식물을 제공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나 선박 또는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가두연설도 세부적으로 제한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더 까다로운 부분도 많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을 선거운동으로 보는 경우는 없다. 허위사실 유포나 후보자 비방이 아닌 이상 인터넷 게시물을 선거법과 관련해 단속하는 경우도 전혀 없다.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는 보편타당한 기본권을 제한할만큼 선거과열을 걱정할 이유가 절실하지 않다는데 있다. 인터넷 게시물이 선거과열을 초래하는가.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아예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말인가.

알바들 조직적 선거운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논란이 확산되고 위헌 소송 움직임까지 보이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눈길을 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당이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에 이용자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가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게시물에 대해 임의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악성 게시물을 막는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결국 선관위의 입장을 아예 법으로 명문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선거법 93조의 위헌 논란은 결국 정치 공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논란이 된 것은 2002년 대선 직후부터다. 젊은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한나라당에게 인터넷의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유권자들이 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것처럼 인터넷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사전선거운동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정치인이 유권자를 가장해 판세를 뒤흔들려 하거나 상대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방할 경우 문제는 없는가. 정당 차원에서 알바들을 동원해 인터넷에서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불법 선거운동을 막기 위해 모든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발언을 금지할 수는 없다. 선거법 93조를 인터넷에 적용시키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못해 엽기적이다. 오히려 건강한 담론 문화가 뿌리를 내리면 인위적인 여론 조작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도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선거과열이 문제가 아니라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담론의 부재 또는 왜곡이 더 심각한 문제였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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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진짜 여론을 틀어막고, 자신들 마음대로 여론을 조작 하겠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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